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연합뉴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20일 북한이 핵 프로그램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날 열린 제65차 IAEA 총회에서 “북한에서 플루토늄 분리와 우라늄 농축, 다른 활동들에 대한 작업이 전속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그로시 사무총장은 지난 13일 IAEA 이사회에서 영변 핵시설 원자로 재가동 조짐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우라늄 농축 공장의 재가동 징후도 공개했다.

 

아울러 북한 강선 지역에 위치한 핵시설에서 계속되는 활동 징후가 있었다면서 “북한의 핵 프로그램 지속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관련 결의안을 명백히 위반하는것으로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IAEA는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에서 북한 영변 핵시설 내 5MW 원자로와 관련해 “2021년 7월 초부터 냉각수 배출을 포함해 원자로 가동과 일치하는 정황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5MW 원자로는 북한의 핵무기 제작과 관련된 핵심 시설로, 여기에서 가동 후 나오는 폐연료봉을 재처리하면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이 추출된다. 이와 함께 IAEA는 올해 2월 중순부터 7월 초까지 5MW 원자로 근처에 있는 폐연료봉 재처리 시설인 방사화학 연구소가 가동된 정황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IAEA 사찰단은 2009년 4월 추방된 이후 북한 핵 시설에 직접 접근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IAEA는 북핵 프로그램 감시를 위해 정보 수집을 강화하고 고해상도 상업 위성의 이미지 수집과 분석을 확대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열차 미사일’…들키지 않게 쏘고 숨기 가능할까?

 동시다발 분산 공격 가능하나 ‘게임 체인저급’엔 미달

 북한 철도 사정 너무 나빠 ‘은밀·기동·기습’ 효과 제약

 

<노동신문>은 “철도 기동 미사일 연대는 9월15일 새벽 중부산악지대로 기동하여 800㎞ 계선의 표적 지역을 타격할 임무를 받고 훈련에 참가”해 “조선 동해상 800㎞ 수역에 설정된 표적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1면에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열차에서 쏜 탄도미사일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먼저 북한 전역에 거미줄처럼 깔린 철도망을 플랫폼 삼아 마음대로 위치를 바꿔 미사일을 마구 쏘면 큰 일이란 주장이다. 북한 미사일을 실은 열차가 여기저기 철도 터널에 숨어있다 미사일을 발사하고 다시 터널로 숨어버리면 사전 탐지, 사후 대응 공격이 어렵다는 것이다.

 

열차 미사일은 은밀·기동·기습이 장점이다. 지난 15일 열차 미사일 발사훈련을 지도한 박정천 북한 노동당 비서가 “지형 환경 등을 고려해 전국 각지에서 분산적인 화력임무 수행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위협세력에 심대한 타격을 가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응 타격 수단”이란 자랑도 이런 이야기다.

 

하지만, 열차 미사일이 진일보한 새로운 전략기술은 아니다. 열차 미사일 방식은 이미 40년전 미국과 소련이 대결할 때 등장해 군사적 장단점이 드러났다. 새롭거나 전장의 판도를 바꿀 획기적 기술은 아니란 뜻이다.

 

냉전 때 미국과 소련은 상대의 선제 핵공격을 받을 경우 반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을 이동식 차량·기차에 분산 배치했다. 1980년대 소련은 열차 이동식 핵 미사일 RT-23을 개발해 실전배치했다. 미국도 ‘피스키퍼’란 핵 미사일을 개발해 열차에 탑재하려했으나 1991년 소련이 망하면서 계획이 취소됐다.

 

미국 철도 총 선로 길이는 22만8218km로 세계 1위 철도대국이고, 러시아 철도 총길이는 8만5155km로 세계 2위 철도대국이다. 냉전시절 미국과 소련이 열차에 미사일 분산배치가 가능했던 것은 땅이 크고 철도가 길어 숨을 곳이 많았서였다. 미국과 소련에 견줘 북한은 땅이 작고 철도 길이도 짧다. 북한 철도 총길이는 5235km이다.

 

소련이 실제 운용했던 열차 미사일 RT-23의 치명적 약점은 무게였다. 이 미사일 1발의 중량이 100톤이 넘었다. 미사일에 열차 무게까지 합치면 너무 무거워졌다. 철길 붕괴 사고를 막기위해 RT-23을 실은 열차는 지반이 든든한 철길로만 다닐 수 있었다. 낡은 철교, 제방에 깔린 철길에서는 운행하기 힘들었다. 드넓은 소련 국토에 깔린 철도를 마음대로 달리지 못하고 운행할 수 있는 길이 제한됐다. 무거운 미사일을 끌고 다니느라 디젤기관차가 3량이 붙는바람에 일반 열차와 모양이 너무 달라 미국 정찰위성에 쉽게 발각됐다. 열차 미사일의 최대 장점인 은밀함과 기동 효과가 반감됐다.

 

지난 15일 발사한 북한 열차 미사일은 소련처럼 대륙간탄도탄(ICBM)이 아닌 단거리탄도미사일이라 상대적으로 가볍다. 북한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무게는 20~30t이고 열차 무게까지 합치면 대략 50t 안팎이 될 것이다. 북한 처지에서 열차 미사일을 실전 배치하면 50t짜리 열차가 북한 철길을 마음대로 안전하게 다닐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는 북한 철도 사정에 달려있다.

 

2013년 12월12일 경북 의성의 중앙선 철로에서 화물 무게를 못이견 화물열차 바퀴가 깨져 탈선 사고가 났다. 당시 코레일은 “화물열차 한 량의 경우 최대로 실을 수 있는 화물의 무게가 50톤이고, 차체 무게가 18.5톤이라 70톤 가까운 무게가 이 아래쪽 바퀴에 실렸다. 겨울철 열차 바퀴에 무거운 하중이 걸리면 손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 개량형으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열차에서 발사 준비를 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은 남한보다 철도 사정이 휠씬 열악하다. 2018년 4월27일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이 “북측을 통해 꼭 백두산에 가보고 싶다”고 하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문 대통령께서 오시면 솔직히 걱정스러운 것이 우리 교통이 불비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다. 평창 올림픽 갔다 온 분들이 말하는데, 평창 고속열차가 다 좋다고 하더라. 남측의 이런 환경에 있다가 북에 오면 참으로 민망스러울 수 있겠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대구까지 거리가 237km인데, KTX로 2시간이면 간다. 평양에서 신의주까지 230km인데, 북한 기차로는 12시간이 걸린다. 평양-신의주 노선의 표정속도(scheduled speed·열차가 운행하는 구간거리를 소요시간으로 나눈 수치)는 시속 45km라서 원래 5~6시간 걸려야 하지만, 실제는 12시간이 걸린다.

 

북한 열차가 20km 정도로 다닐 수밖에 없는 것은 철도 시설이 워낙 낡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2차례 남북이 합동으로 북한 철도시설을 점검한 결과를 보면, 북한 철도 교량과 터널은 건설 당시 시설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노후화가 심각했다. 궤도 침목이 깨져있고 철길 단면 마모가 많아 안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기관차의 마력이 디젤기관차에 비해 커서 경사가 심한 북한 산악지형에 적합하기 때문에 북한은 철도 전철화에 주력해 80% 넘는 철도가 전철이다. 북한은 전력난이 심해 전철이 다수인 열차의 정상 운행이 어렵다.

 

열악한 북한 철도 사정은 열차 미사일의 생존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무거운 미사일 열차가 안전하게 운행 가능한 북한 철도 구간이 제한되므로 한미 정보당국이 철도구간과 터널을 특정해 집중 감시할 수 있다. 유사시 미사일 열차가 숨어있던 터널에서 신속하게 나와 재빨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다시 터널로 대피해야 하는데 북한의 철길과 전기 사정이 나빠 미사일 열차가 고속기동하기 어렵다는 점도 한계다. 한미 정찰기, 군사위성이 미사일 열차의 움직임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열차 미사일이 유사시 북한의 동시 다발 타격 능력을 키우지만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급의 전략무기라고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다. 권혁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