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소신표명 연설 “중요한 이웃” 스가 때 표현 유지

일본 국가안전보장전략 8년 만에 개정 밝혀

“중국에 주장할 것 하면서 대화 계속”

 

지난 4일 취임한 신임 기사다 총리는 8일 오후 첫 국회 소신표명 연설을 하고 있다.도쿄/AP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국정 운영의 방향성을 밝히는 첫 국회 연설에서 한-일 관계에 대해 기존 일본 정부 입장을 되풀이하는데 그쳤다. 일본의 중의원 선거가 이달 31일 예정돼 있는 등 굵직한 정치 일정까지 겹쳐 당분간 한-일 관계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4일 취임한 신임 기사다 총리는 8일 오후 국회 소신표명 연설에서 “한국은 중요한 이웃 나라”라며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서라도 우리나라(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따라 한국 쪽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가 강조한 ‘일관된 입장’은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동원 피해자 등 역사 문제에 대해 한국 쪽이 먼저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 총리가 취임한 뒤 처음으로 하는 소신표명 연설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국민에게 밝히는 자리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는 같은 해 10월 소신표명 연설에서 "한국은 매우 중요한 이웃 나라“라며 ”건전한 한일 관계로 돌아가기 위해 우리나라의 일관된 입장에 따라 (한국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스가 전 총리는 올해 1월 국회 시정방침 연설에선 한국을 한 단계 더 낮춰 ‘중요한 이웃나라’로 표현했는데, 기시다 총리도 이를 유지했다.

 

일본은 한국과 관계에 따라 ‘기본적인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나라’,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나라’, ‘가장 중요한 이웃나라’, ‘매우 중요한 이웃나라’, ‘중요한 이웃나라’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일본 외교‧안보정책의 기본 방침인 국가안전보장전략을 8년 만에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안보환경이 더욱 엄중한 가운데 우리의 영토, 영해, 영공, 그리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단호히 지켜내겠다”며 “국가안전보장전략, (하위 개념인) 방위 대강, 중기 방위력 정비 계획을 개정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해상보안 능력과 한층 더 효과적인 조치를 포함한 미사일 방어 능력 등 방위력 강화, 경제안보 등 새로운 시대의 과제에 과감히 대처하겠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국가안전보장전략은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지난 2013년 외교‧안보정책의 컨트롤타워인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신설해 만든 것이다. 당시 기시다 총리도 외무상으로 이 작업에 참여했으며 8년 만에 직접 첫 개정에 나서는 셈이다. <산케이신문>은 “미‧중 대립 격화 등 일본을 둘러싼 안전보장 환경이 격변하고 있어 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또 “경제안보를 중시하는 생각을 포함시킬 전망”이라며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도 쟁점”이라고 설명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런 우리나라(일본)의 외교‧안보 정책의 기축은 일‧미 동맹”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 견제를 염두하며 “미국을 비롯해 호주, 인도, 아세안(ASEAN), 유럽 등의 동맹·동지국과 연계해 미국·일본·호주·인도(쿼드)도 활용하면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에 대해서는 “납치 문제는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모든 납치 피해자의 조속한 귀국을 위해 온 힘을 다하겠다. 조건 없이 김정은 위원장과 직접 마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북 평양선언에 따라 납치, 핵, 미사일 등 여러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하고 일‧북 국교 정상화를 실현하겠다”고 덧붙였다. 기시다 총리는 중국과 관련해 “안정적 관계를 구축해 가는 것은 양국, 그리고 지역 및 국제사회를 위해 중요하다”며 “중국에 대해 주장할 것은 주장하고, 책임 있는 행동을 강하게 요구하는 동시에 대화를 계속하겠다”고 표명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도 분배 중심의 경제정책을 주요하게 언급했다. 그는 “분배 없이 성장을 이룰 수 없다”며 “중요한 것은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이라고 말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