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두고 신속 수사 주문
야당 “특검 요구 배척” 반발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가을 한복문화주간을 맞아 한복을 입고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대장동 사건에 대해 검찰과 경찰은 적극 협력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조속히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달라”고 지시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이런 내용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해 문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대장동 논란’에 대해 말을 아껴온 청와대가 문 대통령의 지시를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청와대는 대장동 사건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은 질문에 그동안 엄중하게 지켜본다는 답변을 반복해왔다. 지난 5일 청와대 관계자가 “엄중히 지켜보고 있다”고 언급했고, 7일에도 “엄중히 생각하고 지켜보고 있다는 말을 다시 드린다”고 되풀이한 것이 전부다.
때문에 이날 문 대통령 발언의 의도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대장동 사건이 대선은 물론 부동산 민심을 자극하는 인화성 있는 소재인 만큼, ‘실체적 진실을 조속히 규명’해 불필요한 논란을 끝내야 한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선 날짜가 다가오는데 이것만 가지고 공방할 수 있겠냐”며 “국민 의혹을 서둘러 해소하고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 발언이 검찰을 향해 대선에 개입하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가 담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 수사를 지연시켜 미래 지도자를 선택하는 국민 판단에 지장을 줘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검찰에 발신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이날 대장동 수사의 주체로 ‘검찰과 경찰’을 지목한 것을 두고는 야권이 요구하고 있는 특검 수용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당장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특검을 촉구하는 압도적인 국민 여론을 문 대통령이 우회적으로 배척한 것”이라며 “단군 이래 최대 개발 비리의 몸통을 비호하는 길에 들어선 것”이라고 반발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은 그동안 검·경의 신속하고 적극적인 수사를 통한 진상 규명을 바랐으나,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이 진행 중인 와중에 메시지를 낼 경우 자칫 ‘경선 개입’ 논란이 일 것을 우려해 입장 표명 시기를 민주당 후보 확정 뒤로 늦췄을 뿐이라고 해명한다.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검·경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며 “진작 메시지를 내려고 했지만, 참모들의 반대로 유보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후보 쪽은 이날 대통령 지시와 관련해 “대통령이 원칙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후보 쪽 관계자는 “대장동 관련 사안을 정확히 밝히라는 건데, 수사를 하면 국민의힘 관계자만 더 나올 것이고, 우리 입장에서도 빨리 수사를 해서 정리하고 가는 게 좋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쪽은 “국민적 의혹이 많으니까 사건이 더 커지기 전에 신속하게 수사하라는 의미라고 본다”며 “눈치 보지 말고 수사하라는 뜻”이라고 했다.
한편, 대검찰청은 문 대통령 발언 뒤 취재진에 “김오수 검찰총장이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경찰청장과 연락해, 향후 긴밀한 협력을 통해 신속하고 철저하게 실체를 규명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검찰총장은 서울중앙지검이 경기남부경찰청과 핫라인을 구축해 수사 과정에서 중첩과 공백이 없도록 적극 협력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서영지 기자
김만배 구속영장…1천100억 배임·750억 뇌물·55억 횡령 혐의
곽상도 아들 50억원 뇌물에 포함…14일 구속 심사
검찰 소환 조사 마친 김만배 =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12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소환 조사를 마치고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검찰이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에 대해 12일 전격적으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씨를 피의자로 조사한 지 하루 만이며 문재인 대통령의 '철저 수사' 지시 발언이 공개된 지 3시간 만이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이날 오후 5시께 김씨에게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김씨 측과 유동규(구속)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사업 협약서에서 민간 투자자의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빼기로 공모해 성남시에 1천100억원대 손해를 입힌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김씨를 유 전 본부장의 업무상 배임 공범으로 영장 범죄사실에 적시했다.
검찰은 김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그 대가로 개발 이익의 25%를 지급하기로 약속하고, 올해 초 약속액 700억원 중 5억원을 먼저 지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김씨가 곽상도 의원의 아들 병채 씨에게 퇴직금 등 명목으로 50억원을 지급한 것도 뇌물로 보고 영장에 적시했다.
검찰은 아울러 김씨가 화천대유에서 빌린 473억원 중 용처가 소명되지 않은 55억원에는 횡령 혐의를 적용했다.
김씨는 전날 검찰 조사에서 이 같은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김씨는 각종 로비 의혹에 대해 "수익금 배분 등을 둘러싼 갈등 과정에서 사전에 공제해야 할 예상 비용을 서로 부풀려 주장한 것"이라며 실체가 없는 이야기라는 입장이다.
또 화천대유에서 빌린 473억원은 "초기 운영비나 운영 과정에서 빌린 돈을 갚는 데 사용했고 불법적으로 쓴 건 없다"는 입장이다.
곽 의원 아들에게 지급한 퇴직금은 "그가 업무 중 산재를 입어 회사의 상여금, 퇴직금 분배 구조와 틀 속에서 정상적으로 처리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그러나 김씨의 이 같은 주장에 설득력이 없다고 보고 그의 신병을 확보해 추가 조사를 이어가기로 했다.
김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14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김씨 측은 검찰의 전격적인 구속영장 청구에 강하게 반발했다. 변호인단은 "검찰이 신빙성이 의심되는 녹취록을 주된 증거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대해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검찰이 주된 증거라는 녹취록을 제시하거나 녹음을 들려주지도 않고 조사한 건 법률상 보장된 피의자 방어권을 심각히 침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곽씨 측도 "뇌물 수수자 측을 조사도 하지 않고 영장에 넣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반발했다.
이날 검찰의 전격적인 영장 청구는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과 경찰에 "대장동 사건을 신속하고 철저히 수사해 실체적 진실을 조속히 규명하라"고 주문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오수 검찰총장 역시 문 대통령의 지시사항이 나온 뒤 서울중앙지검에 대장동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경찰청과 핫라인을 구축해 협조하라고 지시했다.
김만배 구속 영장에 ‘곽상도 50억 뇌물공여’ 혐의 적용
유동규 배임 혐의에 공범으로도 판단…구체 금액은 ‘액수 미상’ 기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12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소환 조사를 마치고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50억원 뇌물공여 혐의를 영장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은 뇌물 공여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 등 혐의로 김씨의 사전구속영장을 12일 청구했다. 이날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화천대유가 곽 의원 아들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한 50억원을 뇌물로 판단했다. 또 김씨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특혜를 받는 대가로 수표 4억원과 현금 1억원 등 모두 5억원을 뇌물로 건넨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곽상도 의원
검찰은 또 김씨를 유 전 본부장의 배임 혐의에 대한 공범으로 판단했다. 김씨가 유 전 본부장과 함께 대장동 개발 사업 협약서에서 민간 투자자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빼 성남시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다만, 검찰은 구속영장에 김씨의 배임 혐의에 대한 구체적인 금액은 ‘액수 미상’으로 기재했다고 한다. 김씨가 화천대유에서 빌린 473억원 가운데 55억원을 로비 자금으로 조성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도 적용했다.
앞서 김씨는 지난 11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뇌물공여 혐의 조사를 받은 뒤 14시간 만인 12일 새벽 0시30분께 검찰청을 떠났다. 김씨는 조사 내내 동업자였던 천화동인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 내용과 이를 토대로 불거진 정관계 로비 의혹 등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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