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패배 왜

피부에 와닿는 정책부족
쇄신하는 모습 안 비쳐
공천실패•오만함도 한몫

19대 총선에서 야권은 ‘엠비 심판’을 내세웠고, 여당은 ‘박근혜’를 앞세웠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선거에는 강하지만, 광범위한 반엠비 정서에다가 야권의 선거 연대까지 고려하면 야권이 쉽게 이길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결과는 152석을 얻어 단독으로 과반을 달성한 새누리당의 승리였다. 회고적 성격이 강한 대통령 임기 말의 총선에서는 야당이 유리하다는 정치이론이 깨졌다. 수도권에서 이기는 정당이 제1당을 차지한다는 공식도 빗나갔다. 
왜 그럴까? 전문가나 일반 유권자들은 민주통합당 등 야당이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선거의 3대 요소인 비전과 정책, 인물에서 야당이 여당한테 경쟁이 안 됐다는 지적이다.
 
먼저,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은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엠비 심판에 주로 초점을 맞췄다. ‘이명박근혜’라는 단어는 야권에서 가장 인기있는 구호였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묶어 심판하자는 논리에 지지자들은 환호했다.
하지만 ‘미래’가 빠진 과거 심판론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12일 “박근혜 위원장은 새누리당의 정강정책을 바꿔 이명박 대통령과 거리를 두면서 어쨌든 미래를 얘기하고 있는데 야당은 박근혜도 이명박과 같이 심판하자고만 했다”며 “자신이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비전을 내놓지 않고 남을 비판만 해서는 큰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의 30대 회사원인 장성호씨는 “새누리당도 엠비와 선을 긋고, 공천 물갈이를 했기에 유권자들은 박근혜를 뽑아도 정권을 심판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민주당이 무조건 이명박과 박근혜를 심판하자고만 떠드는 게 별로였다”고 말했다.
 
둘째, 정권 심판 뒤에 자신들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이 보이지 않았다. 선거연대에 합의하면서 야권이 내놓은 ‘공동정책 합의문’에는 국민의 피부에 와닿는 정책들이 없었다. 오히려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제주 해군기지 폐기 등을 내세워 소모적인 논쟁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는 야당이 승리했던 2010년 지방선거와 지난해 10월 재보궐선거 때와 확연히 비교된다. 당시 야당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토목사업과 부자감세 등을 비판하면서 대안으로 무상급식과 반값 등록금 등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았다. 복지포퓰리즘이라는 여권과 보수층의 공격에 대해서는 실현 가능성을 무기로 버텼다. 결국 새누리당도 야당의 정책 대안에 따라왔다. 서울 잠실동에 사는 30대 초반의 회사원 권혜진씨는 “선거에서는 개인과 당의 공약을 보고 뽑는 면도 있다”며 “민주당에서 내놓은 공약이 정권 심판에만 치우치고 심판 이후의 대책은 안 보였다”고 말했다.
 
셋째, 인물 혁신에서도 여당에 밀렸다. 공천에서는 새누리당이 민주통합당보다 훨씬 나았다는 평이 중론이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야권이 2012년 정권 탈환을 위해 지난해 후반부터 ‘혁신과 통합’을 추구해 민주당이나 통합진보당이나 통합은 어느 정도 달성했다. 그러나 본질적인 부분인 혁신은 너무 미약했다”며 “내부 쇄신 없이 외부적인 연대로만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계파간 나눠먹기로 과거 인물을 대거 공천한 게 대표적이다. 그 결과 서울 강서을 등 전통적으로 야권이 강한 지역에서도 민주당 후보는 낙선했다. 서울대 대학원생인 조석영(27)씨는 “재벌을 개혁한다고 해놓고 유종일 교수를 떨어뜨리고, 김용민씨도 아무 생각 없이 공천한 것 같다”며 “민주당은 인물이 어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야권이 지난 두번의 선거 승리에 취해 오만한 태도를 보인 것도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받은 원인으로 지적된다. 정치평론가인 유창선 박사는 “쇄신하는 모습도 제대로 보이지 않고 김용민 후보 막말 파문도 대수롭지 않게 지나간 야당한테 보수층이 화가 나서 결집해 난을 일으킨 것”이라며 “4•11 패배는 오만하게 비친 야당이 국민에게 심판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훈 새누리당 종합상황실장(오른쪽 둘째)이 11일 저녁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비대위원들과 함께 종합상황판에 당선 스티커를 붙이며 손뼉을 치고 있다.


현역 62% 물갈이…초선, 18대보다 15명 늘어 148명

재선은 20명 줄어…30살 이하 청년 9명 그쳐
정몽준 의원 뺀 평균재산 28억…나이는 54살

19대 국회는 18대 국회에 비해 초선 비율이 다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들의 변화 요구에 맞춘 각 정당의 공천과 유권자들의 선택이 맞아떨어진 결과로 보인다. 
12일 4•11 총선 최종 개표 결과를 살펴보면, 이번에 국회에 처음 입성하는 초선이 148명으로, 전체 300명(지역구 246명, 비례대표 54명) 당선자 가운데 49.3%를 차지했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 속에 치러진 17대 총선(2004년) 때의 62.5%(187명)보다는 낮지만, 2008년 총선 때의 44.5%(133명)보다는 다소 올라간 것이다. 
재선은 70명(23.3%), 3선 50명(16.7%), 4선 19명(6.35), 5선 9명(3.0%)이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7선으로 최다선 의원에 홀로 등극했다. 6선 고지에 오른 이는 강창희 새누리당 당선자와 이해찬 민주통합당 당선자, 이인제 자유선진당 의원 등 3명이다. 18대 국회(전체 299명)의 선수 분포는 초선 133명, 재선 90명(30.1%), 3선 45명(15.1%), 4선 19명(6.4%), 5선 7명(2.3%), 6선 4명(1.3%), 7선 1명(0.3%)이었다. 18대에 견줘 19대에서는 초선이 15명 늘고 재선이 20명 줄었다. 
 
18대 현역 의원들 가운데 19대 총선에서도 살아남은 사람은 116명으로, 현역 의원 교체 비율이 62%에 이른다. 
당선자 전체 평균 연령은 53.9살로, 18대의 53.5살과 거의 비슷하다. 실제로도 50대가 전체의 47.3%인 142명으로,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각 정당은 이번 총선에서 ‘청년 목소리 대변’을 내세웠으나, 실제 30대 이하 당선자는 18대의 7명과 큰 차이 없는 9명에 그쳤다. 그나마 6명이 비례대표다. 최고령 당선인은 69살의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이다. 강길부 새누리당 의원과 박지원 민주통합당 의원, 최봉홍 새누리당 당선자(비례대표)도 69살이다. 최연소는 비례대표인 민주통합당 김광진 당선자로, 올해 30살이다. 
선관위에 신고한 직업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국회의원 등 정치인이 207명으로 가장 많고, 교수 등 교육자 24명, 변호사 20명이 뒤를 이었다.
재산은 전체 평균 112억7159만3천원이다. 하지만 이는 2조194억2340만원의 재산을 가진 정몽준 의원을 포함한 것으로, 정 의원을 뺀 299명의 재산 평균은 28억4342만원이다. 이는 18대 국회 평균 재산인 26억4384만원보다 2억원 정도 많은 것이다. 지역구 당선자 가운데 재산 상위 7명은 정 의원을 포함해 모두 새누리당이다. 정 의원, 고희선 당선자(1462억673만원), 김세연 의원(986억457만원), 박덕흠 당선자(541억7441만원), 윤상현 의원(224억8567만원), 강석호 의원(141억2810만원), 정의화 의원(140억739만원) 등의 순서다. 자유선진당의 성완종 당선자(134억1279만원), 심윤조 새누리당 당선자(100억6332만원), 장병완 민주통합당 의원(79억305만원) 등이 뒤를 이어 재산 상위 10걸에 들었다.



굳어진 박근혜 ‘대세’ …야권, 정당득표율 49%에 기대
야당, 충청•강원 여권에 내줘 힘겨운 싸움 예상
“대세론 더 탄력” “직접 관계 없다” 평가 엇갈려

올 연말 대통령 선거로 가는 길목에서 치러진 4•11 총선 결과가 대선에도 그대로 이어질까. 
여야의 당선 지역을 각 정당 상징색으로 표시한 지도를 보면 수도권과 호남•충청 등 일부 지역을 뺀 온 나라가 붉은 단풍색이어서 야권 지지자들은 절망할 법하다. 하지만 아직은 모른다. 
산술적인 면에서 보면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접전지역 10여곳에서 승리하면서 152석을 차지해 단독 과반수를 확보했다. 자유선진당 5석을 합치면 보수진영 의석이 157석으로, 진보진영 민주통합당(127석)과 통합진보당(13석)을 합친 의석 140석보다 17석이 많다. 하지만 비례대표 의원을 결정하는 정당득표율은 다르다. 민주통합당(36.45%)과 통합진보당(10.3%)의 정당득표율 합은 46.75%로 새누리당의 42.8%에 비해 4%포인트쯤 많다. 
범위를 넓혀 범보수 계열 정당의 합계와 범개혁•진보 정당의 합계(표 참조)를 보면 50.87% 대 49.13%로 그 격차가 2%포인트 이내이다. 여야 각 후보들이 지역에서 얻은 표의 총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야권이 충청과 강원 등 ‘중원’의 상당 부분을 여권에 떼어내준 부분은 야권의 대선 전망을 어둡게 하는 부분이다. 이번 총선 결과는 민정당이 3당합당을 통해 영남과 충청을 차지한 뒤 총선과 대선에서 연승한 1992년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김대중 후보는 서울에서 이기고 호남에서 압승했지만 역부족을 드러냈다. 이후 김대중 정권은 디제이피 연대를, 노무현 정권은 충청권 수도이전 공약을 통해 충청 민심을 확보한 뒤에야 정권을 잡을 수 있었다. 이번 총선은 대선 고지를 향한 야권에 ‘중원 민심 확보’라는 과제를 남긴 셈이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을 승리로 이끈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대세론이 더욱 굳어진 점은 분명하지만 1997년과 2002년 대선 결과를 보면 대세론이 꼭 승리로 이어진다는 법은 없다. 총선과 대선 사이의 8개월이라는 시간은 한국 정치의 역동성을 고려할 때 짧지 않다. <한겨레> 정치전문가 패널에 참여중인 복수의 인사들은 총선 직전 조사에서 “야권의 경쟁력 있는 후보들이, 예를 들면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후보 단일화를 할 경우 이벤트 효과에 힘입어 박근혜 대세론을 꺾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총선과 대선은 성격이 다르다. 대선에선 후보 경쟁력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총선은 집권세력을 평가하는 회귀적 투표 성향이 강한 반면, 대선은 미래를 향한 전망적 투표 성향이 강하다. 
이번 총선 결과가 올 연말 대선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정치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전망이 엇갈린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이번 총선 승리로 박근혜 대세론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총선 결과와 시기적으로 가까운 대선 결과는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며 “오히려 야당이 다수당이 됐을 경우 짧은 기간 동안 다수당의 성과를 보여줘야 하므로 (다수당이 되지 않은 점이) 대선에서 긍정적인 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권과 ‘차별화’ 기치…새누리, 대선체제 줄달음

여당 가벼운 발걸음
박근혜, 여권 유일한 대선주자 지위 챙겨
지지층 한계 노출…정책보강에 힘실을듯

4•11 국회의원 선거는 박근혜 위원장이 이끈 새누리당의 승리로 결론이 났다.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꾸고 ‘이명박에서 박근혜로의 변화’를 내세워 유권자들을 집요하게 설득한 박근혜 위원장의 전략이 성공을 거둔 것이다. 
현 집권세력은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총선에서 100석 미만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치적 위기에 처해 있었다. 국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지 못해, ‘부도덕하면서 무능력하기까지 한 정권’으로 판명이 났기 때문이다. 민간인 불법사찰, 방송 장악, 측근 비리, ‘고소영 인사’에서 드러났듯이 4년 동안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린 것도 국민들의 화를 돋우었다. 
그러나 여당에는 박근혜라는 ‘회심의 카드’가 있었다. 박근혜 위원장은 김종인•이상돈•이준석 등 파격적인 인물들을 끌어들여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고, “나는 이명박과 다르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보냈다. 정강정책을 ‘국민과의 약속’으로 바꾸고 경제민주화를 다짐했다.
 
유권자들이 박근혜 위원장의 이런 정치적 메시지를 수용한 이유는 그동안 박근혜 위원장이 쌓아온 ‘원칙과 신뢰’의 이미지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명박’에서 ‘박근혜’로의 권력교체를 일종의 정권교체로 읽어준 것이다. 박근혜 위원장은 집권여당의 일원이면서도 세종시 문제 등 몇 차례 결정적인 순간에 이명박 대통령과 거리를 유지했다. 
총선 이후 정국은 어떻게 될까? 새누리당은 차분하게 대선 체제를 갖춰갈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위원장은 이번 선거를 통해 현 집권세력의 유일 대선주자라는 지위를 부수입으로 챙겼다. 그러나 서울•경기 참패에서 드러났듯이 지지계층 확대에 뚜렷한 한계를 보였다. 대선가도가 순탄치만은 않게 된 것이다. 박근혜 위원장의 한계는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정책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책 보강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은 당장 비상대책위원회를 해체하고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선출해야 한다. 당내에서는 친박근혜 성향의 인물이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 총선 이후에도 박근혜 유일체제가 이어지는 셈이다.
 
국민들이 만들어준 의회권력 교체의 호기를 놓친 야권은 할 말이 없게 됐다. 야권의 패배는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통합당은 총선 과정에서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 전략 부재, 역량 부재를 고스란히 노출했다. 공천 파동을 비롯해 총선국면 내내 허둥대기만 했다. 당장 당 안팎에서 지도부 사퇴 문제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합진보당도 의미있는 의석을 확보했지만 총선 이후 지도체제를 정비해야 하는 난제에 봉착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이번 총선에서의 연대 경험을 바탕으로 연말 대선을 겨냥한 연립정부안을 추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박근혜라는 절대강자를 넘어설 대선주자가 없다는 것이 고민이다.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등 대선 예비후보들의 경쟁이 불붙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5월30일 임기가 시작되는 19대 국회 원구성이 어떻게 될 것인지도 관심이다. 현행 국회법은 국회의장을 국회의원들이 선출하도록 되어 있다. 국회의장 선출과 상임위원장 배분을 둘러싼 지루한 싸움이 예상된다.




안철수에 쏠리는 눈… “등판 타이밍만 남았다”

지금 야권의 힘만으론 ‘박근혜의 힘’ 맞서기 버거워
“부동층 영향력 더 절실” 평가
특정 진영에 기대기보다 당분간 ‘독자노선’ 가능성 커
정치권 “외곽 정치 한계” 지적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이번 총선 공식 관전평은 없다. 비공식적으로는 “안타까워하실 것”이라고 한다. 
안 원장과 가까운 강인철 변호사는 12일 사견임을 전제로 “국민의 선택은 다 이유가 있고 분기점마다 나름대로 중요한 선택을 해온 것 아니냐”며 “정권심판론과 (야권의) 대안세력 가능성에 대해 국민들이 나름대로 검토한 결과라고 본다. 총선 결과에 담겨 있는 국민의 메시지를 정치권이 잘 풀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 안 원장의 역할에 대해 아쉬워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고 하자, “총선에 참여하지 않고, 관여하지 않은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좀 이상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안 원장이 이번 총선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맞다. 하지만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안 원장은 지난달 27일 서울대 강연에 이어 지난 3일 전남대, 4일 경북대에서 차례로 강연을 하며 투표 참여와 인물중심 투표 등 정치적 메시지를 던졌다. 선거일 이틀 전인 9일엔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투표 참여와 부산시민의 현명한 선택을 당부했다. 후보들의 ‘안철수 마케팅’ 성격이 있지만 인재근•송호창 민주당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기도 했다. 두 후보 모두 새누리당 후보를 10% 포인트 이상 앞서며 당선됐다.

안 원장이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광주와 대구, 부산 등지의 ‘좋은 후보’로 짐작되는 이들은 대부분 낙선했다. 투표율도 54.3%로 2010년 지방선거(54.5%)에 미치지 못했다. 정치권에서는 안 원장의 ‘외곽 영향력 정치’가 한계점에 이른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안 원장은 서울대 강연에서 “대선 이야기를 하기에 이른 시점”이라며 “지금 있는 분들이 잘해 주시면 내가 나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새누리당과의 일 대 일 대결 구도를 위해 호남을 제외한 전국에서 단일후보를 내세웠다. 또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야권의 대선주자들은 직접 출마하거나 지원유세에 나섰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의 단독 과반 의석 확보를 막지 못했다. 이 전선에 포함되지 않은 안철수 원장에게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치권에선 이번 총선 결과가 현재의 야권 힘만으로는 ‘박근혜의 힘’에 맞서기가 버거운 것으로 나타나면서 ‘안철수의 정치적 공간’이 열린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그가 정치 외곽에 머물지 않고 장내로 진입할 시간이 가까워졌다는 분석이다. 정치평론가 김종배씨는 “문재인 이사장이 이번 총선에서 정치적 입지를 넓히는 데에 성공하지 못한 만큼 야권에서는 안철수 원장의 부동층 포섭 능력이 더욱 절실해졌다”며 “남은 것은 (대선 출마 선언) 타이밍인 것 같다”고 그의 현실 진입 가능성을 높게 봤다.
 
정치 노선과 관련해 안 원장은 강조점이 다른 두 발언을 했다. “현 집권세력이 정치적 확장성을 갖는 데에 반대한다”와 “정치 참여를 한다면 어떤 특정한 진영 논리에 기대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이었다. 전자는 지난해 9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고민하던 시점이고, 후자는 민주당의 공천에 대한 안 원장의 평가가 반영된 이후 시점이다. 두 발언을 합쳐보면 그가 정치에 뛰어들 경우 보수와 개혁진보 진영이 아닌 공동체 중심의 독자노선으로 가운데(중도)에 집을 짓고 양쪽의 지지자를 견인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