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사 편찬 “반세기 역사를 몇몇 입맛대로 버무려 담으려는 격”
의견수렴·검증 기구 없고, 이해당사자 필진 등‥ 전면 개편론

토론토 한인회(회장 이진수)가 ‘캐나다 한인 이민사’ 편찬작업을 졸속으로 서둘러 진행하고 있다는 지적과 관련, 각계 인사들의 비판적인 우려와 추진방법 재고를 촉구하는 의견이 잇달고 있다.
우려를 표시하는 각계 인사들은 한인 이민사 편찬작업 자체는 필요한 현안이지만, 현 추진방식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주요 견해의 요지를 보면 ▲편찬기구, 즉 조직의 적정성에 대한 의문과 ▲편찬 절차의 불합리성 ▲자료취합, 발굴 및 검증과 객관화 작업 대폭 생략 ▲필진구성의 편협성 및 객관-공정성 의혹 ▲ 항목 선정과 분량의 기계적 배분 잘못 ▲재원대책 미흡, 그리고 종합적으로 ▲‘짜맞추기’로 촉박한 편찬기간 ▲ 추진방식 전면 개편 등으로 대별된다. 결국 총체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이고, 요약하면 “몇사람이 맘대로 정해 밀어붙여서 잘 될리가 없다”(윤택순 전 한인회장) “반세기 역사를 몇몇의 입맛대로 간단히 버무려 담고 말겠다는 것인가”(송완일 전 평통부회장)는 지적과 “그러다 두고두고 말썽과 지탄의 대상이 될 것”(이경복 회장)이라는 등의 경고다.

박승낙 한인권익신장협의회장은 구체적으로 과거 한인회의 자선단체 허가취소 사태와 재산세 면제과정 등을 예로 들어 발생 당시 상황에 대한 객관적 파악과 공정한 기록이 얼마나 힘들고 또 절실한지를 강조했다. 그는 “한인회 허가가 최소됐는데, 당시 회장은 이를 쉬쉬하고 다음 회장에게 바톤을 넘겼다가 ‘발각’됐었다”고 증언했다. 또 재산세 면세실현도 “서로 자신의 공을 주장하는 인사들이 여전히 많은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만큼 역사기록은 많은 확인과 검증, 증언 등을 통해 객관성·공정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마치 일제 때의 식민역사책과 같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편찬작업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을 취합하면, 우선 한인회 편찬조직은 현재 정재열 이사장이 편찬사업을 총괄하고 편집위원회에 김세영 위원장(한인회 이사), 김운영 편집장(전 한국일보사장)과 위원1명, 그리고 상근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1명으로 되어있다. 
결국 이 ‘5인 추진체’가 모든 기획을 도맡아 12월까지 책을 내겠다며 임의로 집필항목과 필진을 선정해 전달하고 “9월까지 써내라”는 것으로, 이같은 추진기구의 위상과 방식, 역할과 절차가 과연 적정하냐는 것이다.
 
이에대해 범한인사회 차원의 추진을 주장하는 인사들은 편찬의 방향과 사안별 판정, 집필자 선정 등 큰 줄거리를 책임질 편찬위원회가 명망있는 동포대표들 다수로 구성되어야 하고, 별도로 검증 및 편집위원회가 설치돼 항목선정, 자료 확인과 검증, 필진 감독 및 원고 첨삭까지 맡아야 하며, 재정을 충당할 재정위원회도 설치돼 예산을 뒷받침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안도 내고 있다. 
또 필진 구성에 있어서도 현재는 ▲분야별 문외한이 맡거나 ▲이해 당사자에게 맡긴 사례도 있으며, ▲특정 신문사 인맥 집중과 ▲한사람이 다분야를 맡은 사례, ▲한인사회 경험이 짧은 이민경력자 등 편협하게 임의 선정된 데 따른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같은 필진들이 독자적으로 써낸 각 20페이지 씩의 원고는 권위있는 검증기구의 공개적이고 세밀한 확인절차도 없이 그대로 실려 출판될 상황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필진구성도 가급적 △복수담당 대표 필진제, △이해 당사자 배제, 등과 △자료검토 및 검증 위원회를 통한 원고첨삭과 보정 등이 가능하도록 바꿔야 한다고 강하게 촉구하고 있다. 
윤택순 전 한인회장은 필진들의 원고료($1500선)지급에 대해서도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쓰는 것만도 명예인 만큼 봉사정신으로 해야 하며, 원고(료)는 기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 문의: 416-383-0777 >



“의욕 좋지만, 몇 사람 맘대로‥ 잘 될 리가‥”

이민사 편찬 비판의견 객관·공정성이 생명, 다수의견 수렴·검증 필수

토론토 한인회가 ‘2013 한-캐 수교 50년‘을 빌미로 한인이민사를 졸속 추진중이라는 지적에 대해 한인사회 많은 인사들이 기명 혹은 익명으로 비판적인 의견을 전해오고 있다. 
다음은 그 중 일부를 간추린 것이다. < 편집자 >
 
● 고학환 한국노인회장
우리의 소중한 역사를 기록해 남기는 일인 데, 어떻게 그런 일을 그렇게 바쁘게 서두는지 이해가 안간다. 차분히 분위기 만들어서 후손에게 두고두고 보여 줄, 길이 남을 작품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모든 것을 넓게 오픈해서 많은 의견을 수렴해 추진하는 게 좋을 것이다. 폭넓게 참여하는 기구도 필요하지 않을까. 첫 방향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한데, 여러 사람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머리를 모아 방향과 절차를 정하고 그 바탕 위에서 사실과 자료들을 모아 확인하고 남겨야 할 것들을 정리하고, 미래와 전망까지도 거기에 담아 그야말로 신실한 작품을 내야한다.
 
● 윤택순 전 한인회장
역사기록인 데, 신중히 해야 할 일이다. 한인회 혼자서 자기만의 비전대로 해서는 안되고, 가능하다면 역사에 조예가 있는 학자도 최소 한 분이라도 기본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기구적 측면에서도 보완해야 한다. 데드라인을 정해 추진해보겠다는 의욕은 좋지만 몇 사람이 맘대로 정하고 급히 밀어붙인다고 잘 될 리가 없다. 공정이 생명인 데, 타당한지 검증이 중요하다. 그래서 필진에 그 분야에 관여한 사람이 들어간다든가 하면 왜곡 의혹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먼저 필진도 공표해서 그들이 써도 좋은지 검증을 받아야 하고, 나중 작성된 글도 공표해서 검증하고 수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각자 쓴 글을 종합적으로 Overview할 사람이나 기구가 있어서 첨삭하며 일관성을 유지할 필요도 있다. 최종본의 인쇄를 하지않고 공청회를 거치거나 인터넷으로 공개해서 의견을 듣는 검증기회를 만둔 뒤 훨씬 후에 인쇄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재정문제는 유력동포들이 지원하면 좋을텐데 혹시 얼굴을 내려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3분의 1 이상이 원고료라면 문제다. 필진들이 돈을 받는 것은 잘못된 것 아닌가. 글을 쓰는 것만도 명예스런 일이고 풀타임 근무도 아니잖나. 필진들은 원고(료)를 기부해야 마땅하다. 

● 이상훈 전 한인회장
재임중 한인사 편찬작업을 추진하다 동포재단의 비협조로 무위에 그친 적이 있다. 당시 자료를 많이 수집했었는 데, 인구 15만명의 호주는 2년이 걸려 672페이지의 50년사를 냈고, 뉴질랜드도 50년사를 4년이 걸려 422페이지로 잘 만들었더라. 미국 LA의 오렌지 카운티는 30년사를 냈는데, 300명의 성금으로 15만5천 달러를 모아 만들었다는 데 겉모양은 번드르 했지만 내용이 형편없었다. 들어보니 한 사람에게 책임을 맡겨 추진했다가 낭패를 본 것이었다. 
나는 ‘한인 이민사’ 보다 ‘한인사’로 해서 유학생과 지상사 등까지 포함했으면 한다. 한인사는 지난 50여년의 과거 흔적을 찾아내 분석하고 과거에 대한 시각과 견해를 하나로 묶어 내는 일로,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편찬위와 집필위원회 구성과 선정에 많은 신경을 써야하고 기술적 자문그룹도 있어야 할 것이다. 특히 집필위원은 동포사회 누구나 존경하는 양식있고 공정한 인사로 구성돼야 하며, 주요 단체장 출신들은 증언만 하되 직접 집필에 참여하거나 하면 자기 위주로 쓸 가능성으로 시비가 일 것이기에 바람직하지 않다. 공정하고 객관적 의견을 도출하도록 다수를 참여시키고 다수 동포 의견을 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객관, 중립, 공정이 생명이다. 이해 당사자가 집필에 참여해선 안된다. 편찬 위원장도 여러명을 공동으로 두어 감독과 객관성을 높이는 게 좋다는 생각이다. 재력있는 동포들로 재정위원회를 만들어 지원하도록 하면 어떨까.

● 박승낙 권익신장협회장
반세기 한인 이민사를 9월까지 써서 12월에 마친다니 말도 안되는 소리다. 절대 단시일에 끝날 일이 아니다. 기간을 길게 잡아 시일을 두고 객관적인 여러 이야기를 듣고 정확한 내용과 확실한 근거 하에 기록해나가야 한다. 돈이 많이 들고 시일이 길어져도 이왕 할 것 제대로 해야한다. 그래서 필진선정도 중요하다. 가령 한인회 관계되는 것은 당사자가 집필에 간여해서는 안된다. 과거 모 한인회장 시절에 자선단체 허가가 취소된 적이 있다. 그런데 회장이 쉬쉬하면서 후임에게 모른 척 하고 인계했다가 들통이 나서 망신을 당한 일도 있다. 년 10만달러에 달하는 재산세를 면제받은 일은 큰 일인데, 누가 추진했고, 시청에 가서 해결했는지, 당시 정치인들을 만나 협의했는지, 서로 공로자라고 하는 사태도 벌어진다. 한인회만 해도 그렇게 이해와 사실관계가 엇갈릴 수가 있다. 사료를 충분히 취합해 검토하고 확인하고 인터뷰하고 정확하게 쓰려면 기간이 너무 짧다.

● 이경복 북한인권협회장
역사는 객관과 공정을 기하려 노력하는 게 필수다. 역사기록은 어려운 일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 글이란 긁으면 역사인데, 진실이 기록되지 않으면 후세까지 문제가 된다. 그래서 필진은 품격있고 공정하며 객관성을 지녀야 한다. 흔히 공될 것은 자기가 챙기고 과오는 덮거나 숨기고 전가시키는 게 사람들 심리다. 명예와 공적에 관계되는 일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시각이 엇갈리는 사인의 경우 자칫 두고두고 말썽과 지탄의 소지가 될 수도 있기에 내용을 최대한 공정ㆍ객관적으로 담으려면 필진선정의 공정ㆍ다양성도 극히 중요하다. 어느 신문사는 기고문을 자의적으로 칼질해서 게재하고 나중 책까지 내서 팔다가 항의했더니 사이즈를 맟추느라 직원이 잘라냈다고 변명한 일도 있었다. 영원히 남는 자료를 그렇게 할 수가 있는가. 그러니 그들이 글을 쓴다면 공정·객관성을 믿기가 어려운 것이다. 한인회의 경우 자신이 공을 세웠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역사에 공정하게 기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루 이틀에 될 일이 아니고 때로는 공개해서 비판으로 걸러내고 공청회도 열어 이의를 받아야 할 경우도 있을 것이다. 모든 자료를 객관성있게 시간과 공을 들여 취합해 나가야 한다. 무려 50년의 역사를 몇 사람이 몇 개월 걸려 만든다면 이해가 되겠는가.

● 송완일 전 평통 부회장
중학교 교지도 1년여 고생 끝에 겨우 만들 정도인데, 한인사 50년 역사를 그렇게 몇 개월 만에 정리한다는 게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 반세기 역사를 몇몇 사람의 입맛대로 간단히 버무려서 담고 말겠다는 것인가. 누구 입맛에 맞추거나 공명심으로 기한을 단축해 서두를 일이 절대 아니다. 언젠가는 할 일이므로 긴 안목으로 폭넓게 참여하는 상설기구를 두어 자료를 모으고 검토하고 크로스 체크나 인터뷰, 확인 등을 철저히 거쳐 정확하고 가치있는 자료집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지금 한인회가 추진하는 것을 보면 편찬의 조직구성과 방향잡기, 필진구성과 발행시기, 재정 등 총제적으로 부실한 것 같다. 권위있고 공정한 기구를 만들고, 절차도 합리적으로 진행하면서, 물론 필진구성과 검증절차에도 최선이 아니면 차선책을 강구해야 한다. 왜 공개적으로 다양하게 의견을 들어 하지 못하는가.

● 원옥재 문인협회이사장
연례 ‘캐나다문학’을 여러 차례 펴낸 바 있는데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방대한 한인 이민사를 정리해 펴낸다면 아무리 분야별로 세분해 역량있는 분들이 집필한다고 해도 연말까지 출판한다는 것은 시기적으로 너무 촉박한 감이 든다. 여유를 가지고 추진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