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사 편찬 졸속‥ 왜 서두나?

● Hot 뉴스 2012. 4. 27. 17:54 Posted by SisaHan

▶이민사 편찬 첫 필진회의 모습. 준비된 기획안을 듣고 계약했다고 필진들이 밝혔다.


50년 곡절 이민역사를 5개월만에 취합해 ‘작품’ 내겠다?


재원 불투명· 필진도 편중…말썽 소지
공정·객관·사료 검증 “글쎄”각계 우려

토론토 한인회(회장 이진수)가 내년 한국과 캐나다 수교 50주년의 해를 앞두고 ‘캐나다 한인 이민사’ 편찬작업을 서둘고 있다. 한인회는 “이민사 편찬을 통해 캐나다 이민사 50년을 체계적·종합적으로 정리해 지난 역사를 조명하고, 향후 동포사회가 나아가야 할 좌표를 찾아보고자 한다”고 편찬의도를 밝히고 지난 4월16일 집필진이 모인 첫 설명회에서 △9월 원고완성→△11월까지 번역(2개국어 구성) 및 편집→△12월말 인쇄→△내년 1월14일 출판기념식을 진행키로 했다며 우선 정해진 필진과 계약도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방대하고 다양한 한인사회 50년의 발자취를 ‘체계적·종합적으로 정리해 향후 좌표까지 제시하겠다’는 간단치 않은 작업을, 불과 5개월간 자료수집과 확인 후 원고를 완성해 출간한다는 빡빡한 시간설정 아래 성급하게 추진하는 데 대해, 지나친 졸속과 성과주의라는 비난을 사고있다. 더욱이 필진이 모두 확보되지도 않은 채 기한을 정한데다, 한인회 족적을 포함해 시각이 엇갈리는 사안이 많아 필진선정은 물론 자료검증도 정확·객관성이 절대적인 만큼 시간을 두고 신중히 진행하라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또한 편찬 소요비용을 약 15만달러로 잡았으나 모국 동포재단 보조 외에 뚜렷한 재원조달 방안이 없어 거액을 동포사회에서 모금해야 할 형편이다. 현재 동포재단에 신청 중인 5만$ 지원금도 “기대하기 어려운”(이진수 회장)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화려한 편찬사업 취지와는 달리, ‘시늉만 내다 말썽의 소지가 큰 조악한 작품을 내고 말거나’ ‘말의 성찬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진수 한인회장은 23일 이민사 편찬작업의 졸속 추진 지적에 대해 “동포들로부터 걱정을 많이 듣고 있고 그런 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지난 5~6개월 동안 물밑에서 나름대로 준비해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인회가 이민사 편찬 작업을 본격화한 것은 4월부터로, 한인회는 지난 4월2일 ‘캐나다 한인 이민사 편찬 프로젝트 본격화’라는 자료에서 “한-캐 수교 50주년에 즈음, 한국계 시민들의 지나온 발자취와 활약상을 편찬해 지난 역사를 조명하고 향후 동포사회가 나가야 할 좌표를 찾아보고자 한다”면서 ▲(한인들이) 어떤 삶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살펴보고, ▲지금 세대가 다음 세대를 위해 해야 할 역할을 규명하며, ▲한-캐 양국의 이민정책 및 사회통합 정책 수립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고 거창한 취지를 밝혔다. 또 재정 및 자료확보 등을 지원할 자문위원을 4월말까지 모집한다면서, 각계에 자료제공 협조요청도 덧붙였다.
이어 4월16일 처음으로 집필진 편찬사업 설명회를 열어 기획의도와 조직구성, 내용구성 및 목차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수 참석자는 정확한 회의내용을 모른 채 나왔고, 미리 준비된 자료를 설명듣고 책자를 총 670쪽 내외로 하되 6개 부문 34장으로 한다는 목차와 어느 부문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은 데 그친 것으로 밝혀졌다. 첫 회합에서 출판계획을 일사천리로 밀어부친 셈이다. 모인 필진도 30여명으로 발표됐으나 실제론 총23명으로, 언론10, 학계4, 문인6, 종교 1, 기타 2명 등이고 필진을 추가 섭외 중이라고 한인회가 밝혔다. 결국 아직 부문별로 최종 확보되지도 않은 필진들을 소집해 일정표를 통보하고는, 단 5개월 내에 자료수집과 확인·검증 등과 함께 집필을 끝내, 12월에는 책을 내겠다는 계획인 것이다.
 
이같은 무리한 발간계획에 이민 원로들을 비롯한 각계의 우려가 터져나오고 있다. 
박승낙 한인권익신장위원회장은 “한인회 역사만 봐도 서로 공(功)과 명예를 주장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렇게 단시일에 끝낸다는 건 말도 안되는 얘기”라며 “이왕 할려면 시일이 걸리더라도 폭넓게 자료를 모으고 근거를 찾아 제대로, 정확하고 공정하게 해야한다”고 재고를 촉구했다.
이경복 북한인권협의회장도 “영원히 남을 역사기록을 너무 쉽게 보는 것 같다”며 “흔히 공은 자기가 취하고 과(過)는 덮거나 전가하는 게 사람 심리인데, 시각이 엇갈리는 사인의 경우 자칫 두고두고 말썽의 소지가 될 수도 있기에 내용을 최대한 공정·객관적으로 담으려면 필진선정의 공정·다양성도 극히 중요하며, 시간을 두고 자료를 검증하면서 경우에 따라 공청회까지도 염두에 둘 사안”이라고 항목별 기술의 객관성과 필진구성의 신중함을 특히 강조했다. 이와관련, 현 필진 구성에서도 극히 편향적이라는 지적이 강하다. 한인회 내부에서 조차 “모 신문사가 다 옮겨왔다“는 힐난도 나온다고 전할 만큼 편중된 선정이라는 지적이다. 또 일부 필진은 잘 모르는 분야라고 실토하는가 하면, 외부에서 필진에 넣어주지 않았다고 강하게 항의한 사례도 나온 것으로 전해져 벌써부터 얽힌 이해를 드러내고 있다.
 
송완일  전 평통부회장은 “중학교 교지도 1년여 고생 끝에 겨우 만들 정도인데, 한인사 50년 역사를 그렇게 몇 개월 만에 정리한다는 게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 누구 입맛에 맞추거나 공명심으로 기한을 단축해 서두를 일이 아니다”고 지적하고 “언젠가는 할 일이므로 긴 안목으로 폭넓게 참여하는 상설기구를 두어 자료를 모으고 검토하고 크로스 체크나 인터뷰, 확인 등을 철저히 거쳐 정확하고 가치있는 자료집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문인협회지 ‘캐나다문학’을 수차례 펴낸 바 있는 원옥재 문협이사장(전 회장)도 “아무리 분야별로 세분해 역량있는 분들이 집필한다고 해도 시기적으로 너무 촉박한 감”이라며 여유를 가지고 추진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같은 문제점들에 대해 이진수 회장은 “잘못하면 후유증이 클거라는 동포들 걱정에 동감하지만 일을 안 할 수도 없는 만큼 앞으로 직접 챙겨 수정할 것은 바로잡겠다, 좋은 조언을 달라”고 보완해 나갈 뜻을 밝혔다. 
한편 편찬작업을 자문하고 100$이상을 후원하는 자문위원은 현재까지 30여명이 자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 문의: 416-383-077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