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줄다리기 장면.

 

줄다리기가 때아닌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세계적 인기를 끄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줄다리기가 등장한 덕분이다. 사실 줄다리기는 〈오징어 게임〉에 나온 다른 놀이와 달리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스포츠다. 심지어 약 100년 전에는 올림픽 정식 종목이었다. 줄다리기는 1900 파리올림픽부터 1920 앤트워프올림픽까지 5회 연속 열렸는데, 대회를 대표하는 인기 종목이기도 했다.

 

줄다리기 경기 방식은 간단하다. 긴 밧줄을 두고 양쪽에 사람들이 줄을 지어 선다. 정해진 시간 동안 줄을 잡아당겨 많이 끌어온 팀이 이긴다. 줄과 넓은 공간만 있으면 할 수 있고 경기의 승패가 직관적으로 갈린다. 세계 곳곳에서 오래전부터 자연스럽게 줄다리기를 즐겨온 이유다.

 

올림픽 줄다리기는 5∼8명이 한 팀을 이뤄 맞붙었다. 경기 시간은 5분. 시작 뒤 6피트(약 183cm)를 먼저 잡아당기면 승리했다. 만약 5분 이내에 승부가 나지 않으면, 종료 시점에서 우세했던 팀이 세트를 따냈다. 총 3판2선승제로 진행됐다. 서로 다른 나라 출신들이 한 팀을 이뤄 출전할 수 있었고, 개별 클럽팀의 참가도 허용됐다.

 

줄다리기는 1920년 대회 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올림픽 규모를 대폭 축소하면서 다른 33개 종목과 함께 퇴출당했다. 당시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규칙 등이 퇴출 원인 중 하나였다. 실제 1908 런던올림픽에서 영국 리버풀 경찰관 팀이 스파이크가 달린 운동화를 신고 경기를 치렀다. 반면 맞상대였던 미국팀은 일반 운동화였다. 영국은 이 운동화가 경찰관 정복이라고 주장했고, 심판은 관련 규정이 없다며 영국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미국 쪽 참가 팀들이 항의 표시로 대회를 포기했다.

 

     1912 스톡홀롬올림픽에서 열린 영국과 스웨덴의 줄다리기 경기 모습. 올림픽 유튜브 갈무리

 

줄다리기를 올림픽에서 다시 볼 수 있을까? 가능성은 있다. 국제줄다리기연맹(TWIF)이 줄다리기의 올림픽 재진입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1960년 창설된 연맹은 줄다리기 경기 방식과 규정을 정비하고, 국제 대회도 여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1999년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의 승인도 받았다. 최근에는 2020 도쿄올림픽과 2024 파리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에도 도전했다. 연맹 관계자는 “올림픽 정식 종목 재진입은 우리의 궁극적 목표”라며 “재진입을 위해 젊은이와 여성의 참여 확대, 체급 다양화 등을 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