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세계피겨
김연아 ‘오마주 투 코리아’ 환상 연기… 2위도 예뻤다
399일 만에 ‘돌아온 여왕’ 김연아(21·고려대)의 눈물에 팬들의 가슴도 먹먹해졌다. 지난 30일 러시아 모스크바 메가스포르트 아레나에서 열린 2011 국제빙상경기연맹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시상식장. 1.29점 차이로 1위 안도 미키(일본) 옆에 서야 했던 김연아는 복받치는 눈물로 얼굴을 흠뻑 적셨다. 김연아는 “그곳에 서 있었다는 것 자체로 눈물이 줄줄 났다”고 했다. 팬들은 김연아의 공식 팬사이트(yunakim.com)에 “수고했다. 울지 말라”는 글들을 올렸다.
강심장으로 소문난 김연아의 눈물의 의미는 중첩돼 있다. 그간의 곡절과 심적 번민, 치열한 경쟁 무대에 다시 돌아오기까지는 엄청난 결단이 필요했다.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에서 민요 아리랑을 비롯해 한국 전통 민요를 바탕으로 만든 ‘오마주 투 코리아’를 환상적으로 연기했으나 일부 실수로 2년만의 정상 탈환에는 실패, 여자 싱글경기에서 일본 안도 미키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에서 128.59점을 받아 전날 쇼트점수 65.91점을 합쳐 194.50점을 얻었다. 라이벌 아사다 마오는 최종 172.79점을 받았고, 안도 미키는 최종 195.79점을 받아 4년만에 세계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 정상에 올라 지진피해로 저하된 일본인들의 사기를 북돋웠다.
한편 남자 싱글에서는 캐나다의 패트릭 챈이 화려하게 자신의 시대를 열었다. 지난 2년 동안 늘 ‘2인자’에 머물렀던 챈은 쇼트프로그램(93.02점)과 프리스케이팅(187.96점), 총점(280.98점)에서 모두 기존 최고 기록을 깨뜨리고 우승했다. 특히 260점대에 머물러 있던 남자 싱글 최고 기록을 순식간에 280점대까지 끌어올리면서 이번 대회에서 가장 큰 인상을 남겼다.
또 아이스댄싱에서는 미국의 메릴 데이비스-찰리 화이트 조가 금메달을 목에 걸어 화제를 뿌렸다. 세계선수권대회 아이스댄싱에서 미국 선수가 정상에 오른 것은 60년 만에 처음이다.
경기 후 김연아는 “이번 대회는 새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자리였던 만큼 결과에 얽매이기보다는 좋은 연기로 호평을 받는 게 목표였다. 점수나 결과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며 “실수는 했지만 그래도 잘 이겨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이고 은메달은 그동안 받았던 메달과는 다른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앞서 김연아의 ‘오마주 투 코리아’는 단연 경기장을 압도했다. 은반 위로 애잔한 아리랑이 흐르고, 디자이너 이상봉씨의 수묵 산수화 의상으로 연기한 몸짓은 가장 한국적인 상징을 당당히 내세운 애련함과 자신감으로 팬들이 열광했다.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 것”이라는 그의 말대로 감동의 전율은 전세계 팬들에게 전달됐다.
이날 김연아는 66.87점의 구성점수(예술점수)를 받았다. 비록 점프에서 두차례 실수가 나오면서 기술점수에서 밀렸으나 예술성만은 세계 최고였다. 스포츠를 예술로 승화시켰듯 김연아는 세계인의 시선이 집중된 대회에서 아리랑을 세계에 알렸다.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 연기 후 “한국 음악을 택한 자체가 새로운 도전이었다. 어떻게 해야 세계인에 (한국의) 이미지를 전달할지 고민했다”며 “한국 동작을 넣기보다는 음악과 함께 한국 팬들한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감정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김연아는 1일 열린 대회 갈라쇼에서 ‘불릿프루프’에 맞춰 마지막 연기를 펼친 뒤 바쁜 일정으로 곧장 귀국했다. 6~8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올해 첫 아이스쇼를 펼친 뒤 18~19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2018 동계올림픽 후보도시 평창 브리핑에 참석하고, 이어 7월6일 남아공 더반에서 열리는 IOC 총회의 개최지 선정 투표 당일까지 유치 활동에 힘을 보탠다.
한편 김연아는 이번 대회 은메달 상금 2만7천달러(한화 2천886여만원)를 일본 지진피해 어린이를 위해 유니세프에 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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