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만 손잡은 리투아니아에 보복…대사관→대표처 격하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 설치된 대만대표처의 명판. 빌뉴스/AFP 연합뉴스

 

중국이 대만 대표처 설치를 허용한 리투아니아에 대한 항의 표시로 리투아니아 주재 중국 대사관을 ‘대표처’로 격하시켰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외교부는 26일 자로 리투아니아 주재 중국 외교 기구를 리투아니아 중화인민공화국 대표처로 개칭하기로 한 결정을 리투아니아 외교부에 정식 통보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해외 주재 외교 기구 중 가장 높은 것은 대사관, 그 다음이 공사관이며 대표처는 가장 낮다.

 

자오리젠 대변인은 “중국의 이번 조치는 리투아니아가 중국의 주권을 훼손한 데 대한 정당한 반격이며 책임은 전적으로 리투아니아에 있다”며 “중국 인민은 모욕당할 수 없으며, 중국의 국가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은 침범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리투아니아도 중국 주재 외교 기구의 명칭을 상응해서 변경할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리투아니아도 대사관의 격을 대표처로 낮추라고 요구한 것이다.

 

중국은 지난 8월 리투아니아가 수도 빌뉴스에 ‘대만 대표부’ 개설을 허용하기로 결정한 직후부터 외교적 압박을 강화해왔다. 중국 수교국들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의 외교공관 명칭을 ‘대만’ 대신 수도인 ‘타이베이’를 앞세워 ‘타이베이 대표부’ 등으로 표기하는 것을 관행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대사 소환 등 전방위적 공세에도 리투아니아 주재 ‘대만 대표처’가 지난 18일 공식 개관해 업무에 들어가자, 중국 쪽은 21일 양국 관계를 대사관급에서 대표부급으로 격하시키는 등 보복 대응 수위를 높였다.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대만’ 이름을 사용한 외교 공관 개설을 허용한 것은 리투아니아가 처음이다.

 

앞서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4일 정례 브리핑에서도 리투아니아에 대한 추가 제재 가능성을 묻는 말에 “중국은 이미 여러 차례 밝힌 것처럼 앞으로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해 국가 주권과 영토를 수호하고, 핵심이익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친중국-친대만’ 갈림길…솔로몬 제도 ‘폭동’ 온두라스 ‘대선 과열’

친중·친대만 세력 치열한 경쟁

 

26일 솔로몬 제도 수도 호니아라의 차이나타운이 시위대의 폭동으로 파괴돼 있다. 호니아라/AP 연합뉴스

 

친중국이냐, 친대만이냐?

 

남태평양의 솔로몬 제도와 중앙아메리카의 온두라스가 중국 문제를 놓고 치열한 갈등을 겪고 있다.

 

솔로몬 제도의 수도 호니아라에서 25일 머내시 소가바레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이틀째 계속되고 있다. 시위대가 경찰서를 불태우고 차이나타운 일부 상점을 약탈하는 등 폭동 양상으로 번지면서, 오스트레일리아가 70여명의 진압 경찰을 파견했다.

 

이번 사태는 2019년 총리에 취임한 소가바레의 친중국 행보가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이 나온다. 소가바레 총리는 취임 뒤 대만과 외교 관계를 끊고 중국과 외교 관계를 수립하는 등 친중국 정책을 지속했다. 대만과 깊은 관계를 유지해왔던 지방 세력들은 이에 반발해 왔다. 특히 솔로몬 제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말라이타 섬이 친대만 세력의 중심으로, 이번 시위대에 말라이타 섬 사람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말라이타 섬과 수도가 위치한 과달카날 섬이 자원배분을 놓고 벌이는 오랜 갈등도 이번 폭동의 주요 원인이다.

 

남태평양 국가들은 오랫동안 대만의 경제 원조를 받으며 최근까지 대만과의 외교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중국의 지원이 크게 늘면서 중국과 손을 잡는 경우가 많아졌다. 솔로몬 제도도 2019년 9월 미국 정부의 제재 예고를 무릅쓰고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했다.

 

중미 국가 온두라스도 28일 대선을 앞두고 중국이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온두라스는 대만과 수교 중인 15개국 중 하나인데, 유력 야당 후보인 시오마라 카스트로 후보가 당선되면 중국과 수교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그는 지난 9월 기자회견에서 “대선에서 승리하면 즉시 중국과 외교·교역 관계를 열겠다”고 말했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카스트로 후보가 여당 후보 나스리 아스푸라를 약간의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오면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대만이 몇 안 되는 수교국 중 하나인 온두라스마저 잃게 되면, 외교적으로 큰 손실을 입게 된다. 대만은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 총통이 취임한 뒤 중국의 압박으로 이미 7개국과 수교 관계가 끊겼다. 최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