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접종완료율 7.15%…각국 앞다퉈 빗장 잠그지만 역부족

“4개 대륙 변이 섞여 진화했나” 코로나 대응 다시 시험대

 

남아프리카공화국 수도 프리토리아의 한 주유소에서 직원이 새로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출현을 알리는 신문 판매대 옆에 서 있다. 프리토리아/AP 연합뉴스

 

코로나19 바이러스에서 급격한 변이를 일으킨 오미크론 변이가 주말 사이 5개 대륙 13개국에서 확인되며 개별 국가 차원에서 코로나19를 막는 건 역부족이라는 사실이 다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전세계가 공조해 코로나19 대유행을 끝내지 않는 한, 언제든지 또 다른 변이가 나타나 세계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25일(현지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이 공식 확인하고 이튿날 세계보건기구(WHO)가 ‘오미크론’으로 이름 붙인 새 변이는 불과 사흘 만인 28일 남아프리카에서 1만㎞ 이상 떨어진 캐나다에서 확인됐다. 변이 감염이 확인된 여행객 2명은 오미크론이 널리 퍼진 남아프리카 지역이 아닌 나이지리아를 최근 방문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각국이 앞다퉈 남아프리카를 대상으로 한 입국 금지 조처를 쏟아내고 있지만, 이것만으로 새 변이를 막기가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가 이미 ‘국제적’ 성격을 띠고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오미크론 변이의 특성에서도 확인된다. 남아공 정부가 공개한 자료를 검토하고 있는 연구자들은 이 변이가 알파, 베타, 감마, 델타 변이의 특성도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웰컴생어연구소의 제프리 배럿 코로나19 유전학 연구소장은 오미크론이 “유례가 없는 변이 표본”이라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 자료를 보면, 알파 변이는 지난해 9월 영국에서 처음 검출돼 12월 ‘우려 변이’로 지정됐다. 베타는 지난해 5월 남아공에서 처음 확인돼 알파 변이와 동시에 우려 변이로 지정됐다. 감마는 지난해 11월 브라질에서 처음 확인돼 올해 1월에 우려 변이가 됐으며, 델타는 지난해 10월 인도에서 처음 확인됐지만 지난 4월에야 ‘관심 변이’로 지정됐다가 5월에 우려 변이로 격상됐다. 이를 볼 때 오미크론은 4개 대륙에서 처음 확인된 변이들이 어디선가 섞이며 진화한 변이일 가능성이 높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한 축구장 앞에서 28일 축구팬들이 경기 전 백신을 맞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프랑크푸르트/EPA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변이가 주로 보건 상황이 나쁘고 백신 접종이 부진한 지역에서 나타나기 쉽다고 지적한다. 우려 변이보다 한 단계 낮은 관심 변이 중 다수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 1월 이전에 브라질(제타), 필리핀(세타), 인도(카파), 페루(람다), 콜롬비아(뮤) 등에서 확인됐다. 특히 우려되는 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백신 접종률이 크게 떨어지는 아프리카다. 국제 통계사이트 ‘아워 월드 인 데이터’의 27일 현재 대륙별 백신 접종 완료율을 보면, 아프리카는 7.15%에 그쳤다. 유럽(57.8%), 남아메리카(56.4%), 오세아니아(54.6%), 북아메리카(54.5%), 아시아(47.8%)와 비교되지 않을 만큼 낮은 수치다. 오미크론 변이가 처음 발견된 보츠와나의 백신 접종 완료율 역시 20%에 미치지 못했다. 코로나19 감염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는 지역에서 새 변이가 발생해, 순식간에 전세계로 퍼질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개별 국가가 백신을 독점하면서 국경을 통제한다고 코로나19 대유행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은 국제 여행객 규모를 봐도 알 수 있다. 세계관광기구(UNWTO) 통계를 보면, 국제 이동이 거의 중단되다시피 했던 지난해 4월에도 국제 여행객은 389만명에 이르렀다. 세계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았던 지난 4월엔 국제 여행객이 1667만명으로 늘었고, 지난 7월 여행객은 5508만명에 달했다. 이런 규모의 이동 인구를 공항 등에서 검사해 바이러스 유입을 통제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전세계가 코로나19 대유행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해법은 아프리카 등 백신 접종률이 낮은 지역에 빠르게 백신을 공급하고 보건 체계 강화를 지원하는 길뿐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아프리카연합의 ‘백신 공급 동맹’ 공동의장인 아요아데 알라키자 박사는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백신 제공과 (아프리카) 자체 백신 생산을 부자 나라들에 간청하고 애원했지만 거부당했다”며 “답은 여행 금지가 아니라 전세계에 대한 시급한 백신 접종”이라고 밝혔다. 알라키자 박사는 캐나다 맥길대학의 마두카르 파이 교수와 함께 지난 25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기고한 글에서 “현재 아프리카 등에서는 결핵, 말라리아,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대응할 보건 서비스도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며 “코로나19 대유행은 세계가 인류 개념에 입각해 생각하고 행동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할 시금석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기섭 기자

 

‘백신 · 치료약 공평 분배’ 틀 만들자…WHO, ‘팬데믹 조약’ 논의

 

29일부터 내달 1일까지 특별 총회서 논의

코로나19 초기대응 실패…다음 팬데믹 대비 필요

 

제네바/AP 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가 29일 제네바에서 특별 총회를 열어 코로나19의 뒤를 잇는 다음 팬데믹에 대비하기 위한 ‘팬데믹 조약’에 대해 논의한다.

 

세계보건기구는 이날 누리집에 올린 공지를 통해 “이날부터 12월1일까지 특별 총회를 위해 모인다. 이번 회기에 회원국들은 세계적 규모의 팬데믹에 대비하기 위한 세계보건기구의 조약이나 다른 국제적인 기구를 만드는 것에 따른 장점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팬데믹 조약’엔 향후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이 발생할 경우 백신이나 치료약의 공평한 분배 등을 명문화하는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2020년 초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뒤 각국은 입국을 금지하고 백신 확보를 위해 쟁탈을 벌이는 데 몰두하면서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국제적 협력에 실패한 바 있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중심이 돼 팬데믹 조약이 필요하다는 논의를 주도해 왔고, 한국·남아프리카공화국·타이 등이 이 구상을 지지하고 있다. 이 조약이 만들어지면 백신 등의 공평한 분배와 팬데믹에 대한 신속한 정보 공유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될 전망이다. 지난 5월 세계보건기구는 총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법적 구속력이 발생하는 것을 우려한 미국·러시아·중국 등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11월 특별 총회 때 논의를 이어가기로 결론을 내렸다. 길윤형 기자

 

모더나 CEO “오미크론 변이 백신 대량공급에 여러 달 걸려”

방셀 CEO “현 백신의 효과 검증에 적어도 2주 걸려

부스터샷 1·2차 용량 절반인데 고용량 돼야 할 수도”

 

세계 많은 나라가 새 코로나19 변이 ''오미크론''이 확산 중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대해 항공편 중단 등 사실상 봉쇄를 가하는 가운데 27일 남아공 현지 신문 토요판에 실린 기사 모습. ''세계가 남아공에 문을 닫고 있다''라는 제목과 함께 텅 빈 홍콩 공항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프리토리아/연합뉴스

 

미국 제약사 모더나의 스테판 방셀 최고경영자(CEO)는 2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용 백신을 개발해 대량 공급하는 데 여러 달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방셀은 이날 <CNBC> 방송에 출연해 “오미크론이라는 특정 변이에 대한 백신을 대량으로 만들어 공급할 준비를 하기 전까지 몇 달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모더나의 최고의학책임자(CMO)인 폴 버튼은 <BBC> 방송 인터뷰에서 “새로운 백신을 만들 필요가 있다면 대량 생산에 앞서 내년 초에는 백신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방셀은 오미크론 변이의 전염력이 아주 강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이 변이가 현재 나와있는 백신의 예방효과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판단하려면 최소 2주 이상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용량 부스터샷(100㎍)은 곧바로 준비될 수 있다”면서 “예방효과가 얼마나 많이 떨어지느냐에 따라 우리는 전 세계에서 현재보다 많은 용량을 접종하기로 결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모더나는 현재 코로나19 백신 부스터샷으로 1∼2회차 백신 용량의 절반인 50㎍을 투여하고 있으나, 오미크론 변이의 전염성을 고려해 이를 원래대로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방셀은 “아마도 고위험, 면역체계가 손상된 사람, 고령층은 4번째 접종이 필요할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백신 제조사 화이자의 앨버트 불라 최고경영자(CEO)는 자사 백신에 대한 오미크론 변이의 영향을 연구 중이라면서 “백신이 (변이로부터) 인체를 보호하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 생각에 백신의 보호 능력이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올 수는 있다”라고 예상했다. 불라는 화이자가 필요할 경우 새 백신 개발을 위한 작업에 이미 착수했다면서 지난 26일 첫 디엔에이(DNA) 주형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는 백신 개발을위한 첫 단계라고 <시엔비시>는 전했다. 그는 “우리는 100일 안에 백신을 갖게 될 수 있다고 여러 번 밝혔다”면서 베타와 델타 변이에 대해서도 백신을 신속히 개발했으나 기존 백신이 충분히 효과적이었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방셀은 이날 인터뷰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이미 세계 각국에 퍼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우리는 그 변이가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미 존재한다고 믿는다”면서 “지난7∼10일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직항편을 운행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아직 인지하지 못했더라도 이미 감염자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오미크론, 더 ‘센 변이’인지 방역 전문가 4명에게 물어봤다

 

알파-베타-델타-감마 품은 ‘오미크론 변이’ 분석

전파력은 델타보다 빠르지만 치명률은 ‘글쎄’ 한목소리

“백신 접종으로 치사율·치명률 다소 낮출 수 있을 것”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과 감염자 그래프 표시 앞에 주사기 바늘이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오미크론(Omicron) 변이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지금까지 발견된

주요 변이 중 가장 심각한 변이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는 26일(현지시각) 아프리카 남부 보츠와나에서 발견되고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확산 중인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 ‘위험 분석보고서’를 냈다. 유럽질병센터는 “오미크론 변이는 지난 11일 보츠와나에서 처음 발견되고 14일 남아프리카에서, 26일 벨기에, 홍콩, 이스라엘에서 잇따라 확인됐다”며 “오미크론 변이는 델타 변이에 비해 전파력이 더 강하고, 면역회피(항체가 형성된 사람의 면역공격을 피해 감염시키는 것) 우려로 백신의 감염예방 효과를 낮추고 재감염의 우려도 있어 우려 변이(VOC)로 분류됐다”고 설명했다.

 

델타 변이 이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5차 대유행이 가시화된 가운데 오미크론 변이까지 등장하면서 국제사회가 큰 혼란에 빠졌다. 객관적으로 정리된 역학 자료가 없어 오미크론 변이의 위험성을 현재로선 판단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미국·한국 등 각국이 앞다퉈 국경 통제에 나서고 있다. 28일 오후 10시 현재 오미크론 감염이 확인된 국가는 처음 바이러스가 확인된 보츠와나를 포함해 남아공·홍콩·벨기에·체코·이스라엘·영국·이탈리아·네덜란드·독일·호주·네덜란드 등 12개 국가에 이른다.

 

‘가장 이질적 변이’ 오미크론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한겨레>가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알려진 내용을 토대로 국내 전문가 △김윤 서울대 교수(의료관리학) △김태형 테라젠바이오 상무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감염내과) 등 네 명을 인터뷰해 정리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델타 변이 확진이 감소하고 오미크론 변이가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벨기에 생물학자 톰 벤셀리스(Tom Wenseleers) 트위터 갈무리.

 

높은 전파력, 치명률은 글쎄…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 변이에 견줘 더욱 높은 전파력을 가졌을 것이란 전망에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오미크론 변이가 남아공 현지에서 우세종으로 자리 잡고 있었던 델타 변이를 뚫고 빠르게 확산했기 때문이다.

 

남아공은 최근 겨울철(한국의 여름) 델타 변이가 크게 유행한 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확진자 수가 줄고 있었다. 그런데 11월 중순께부터 하우텡주의 주도인 요하네스버그에서 젊은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보고되기 시작했다. 남아공 국립감염병 연구소는 확진자들의 바이러스 검체를 채취해 유전체 분석을 실시했는데 코로나19 유행 이후 지배종이 되었던 주요 변이 바이러스 계통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이질적인 변이였다.

 

이재갑 교수는 “정보가 아직 많지 않아서 조심스러운 단계이지만 남아공에서 분석되는 변이 중 거의 100%가 오미크론 변이로 나온다. 미뤄 짐작하면 델타 변이 보다 전파력이 빠르고, 델타 변이보다 백신의 감염예방 효과를 낮출 수 있다는 예측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윤 교수도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전파력을 6으로 잡으면 오미크론 변이의 전파력은 10정도 된다. 지금까지 나온 내용들을 종합하면 오미크론의 전파력을 제일 낮게 잡아도 델타 변이에 비해 30% 정도 전파력이 강한 것으로 분석되는데 확산속도를 기준으로 하면 거의 2∼3배까지도 빠르다”고 설명했다.

 

유럽질병청도 보고를 통해 “남아공에서의 집단 감염은 슈퍼전파자에 의한 전파이거나, 면역 회피에 의한 돌파감염 증가일 수 있어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면서도 “현재까지 전파속도만 놓고 보면 델타 변이보다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파력이 높은 반면 치명률은 그리 높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바이러스가 숙주를 죽이는 치명률이 높아지면 전파되기가 어려워지는 경향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치명률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자료는 없지만 언론 보도에선 주로 경증 환자들의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오미크론 변이를 남아공 보건 당국에 처음 알린 안젤리크 쿠체 박사는 영국 일간 <데일리 텔레그래프>와 인터뷰에서 “오미크론 감염자들의 증상이 다른 코로나19 확진자와 아주 다르지만 증상은 가벼웠다”며 “한 젊은이는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했고, 열이 나고 맥박이 빨리 뛰던 6살 어린이는 이틀 뒤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김태형 상무는 “꼭 전파력이 강해진다고 해서 치명률이 낮아진다고 할 수는 없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치명률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고, 과거와 달리 지금은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백신 접종을 마친 상황이라 치사율·치명률은 다소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치명률과 관련해선 섣불리 결론내려선 안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남아공에서 감염된 인구집단이 주로 젊은층이었기 때문에 아직 고령층에서 얼마나 위중증으로 발전하는지 분석된 바 없기 때문이다.

 

스파이크 단백질(사진의 붉은색 돌출 부분)에서 32가지의 변이가 나타난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종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확인돼, 각국 방역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AFP 연합뉴스

 

백신 · 항체치료제 효과 낮출 가능성 커

 

이처럼 강한 전파력과 아직 확인되지 않은 치명률과 더불어 많은 전문가들을 긴장하게 하는 것은 바로 오미크론 변이의 ‘면역 회피’ 가능성이다.

 

남아공 국립감염병연구소는 바이러스를 구성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32개에 이르는 돌연변이가 생긴 오미크론 변이는 양상이 매우 이례적이고 전파력이 강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항체가 결합하는 부위인 스파이크(돌기) 단백질은 바이러스 표면의 돌기처럼 돌출된 부분으로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할 때 손잡이 역할을 한다. 이 부분에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전파력이 더 커지거나 백신접종·감염 등으로 이미 항체가 형성된 사람의 면역 체계를 피해 감염(돌파감염·재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오미크론 변이가 면역을 회피해 돌파감염과 재감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김태형 상무는 이러한 현상을 오미크론 변이의 진화로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바이러스 변이를 연구할 때 스파이크 단백질에 변이 유무를 유심히 관찰하는데 오미크론은 기존의 주요 변이(알파·베타·델타·감마)를 모두 갖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재감염을 거듭하면서 기존에 있던 변이를 모두 공유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변이가 지난해 6월께 독립적으로 분리됐다가 최근에야 갑자기 나왔는데 여러 변이의 특성을 공유한다는 것은, 남아프리카 지역에서 감염 통제가 안돼 재감염에 의해 진화될 동안 유전자 분석으로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상무는 최근 나온 내용들을 종합해 보면 오미크론 변이가 기존의 백신에 대해 내성을 갖고 감염예방효과를 낮추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

 

빨간색으로 분류된 오미크론 변이가 주요 변이에서 파생되어 나온 것이 아니라, 지난해 6월께 발생했던 변이에서 파생돼 나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넥스트 스트레인 갈무리

 

엄중식 교수는 “기존 백신의 감염예방효과 감소는 이미 델타 변이에서도 광범위하게 확인됐고 오미크론 변이에서도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델타 변이 이전에 백신은 화이자 백신이 90%이 넘는 감염예방효과가 있었는데 델타 변이 등장 이후 70%대로 감소했고, 80% 정도 감염예방효과가 있었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도 효과가 크게 감소했다. 델타 변이 보다 더 큰 변이가 있다면 결국 백신의 보호효과도 떨어지고 돌파감염이 늘어나 기존 백신이 무력화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백신의 감염예방효과가 감소하면, 항체치료제의 치료효과도 함께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갑 교수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대상(타켓)으로 작용하는 항체치료제 계열은 효과가 낮아질 수 있으나, 항바이러스제인 렘데시비르의 치료 효과가 낮아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며 “스파이크 단백질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도 어떻게 작용할지는 아직 모른다”고 설명했다. 김태형 상무도 “경구용 치료제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작용하지 않고, 바이러스 복제 과정에 관여하기 때문에 경구용 치료제의 효과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최근 머크사가 몰누피라비르의 치료 효과가 50%라고 했다가 30%로 수정해 경구용 치료제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임상에서 써봐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미크론 변이의 면역 회피 정도와 재감염·돌파감염에 관한 분석은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요하네스버그 비트바테르스트란트 대학의 바이러스 학자 무어 페니는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2주 안에 관련 첫 연구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유입 차단 어렵지만…‘뮤’ 변이처럼 사그라들 수도

 

코로나19 관련 국내 전문가들은 방역 당국의 선제적인 남아프리카발 입국 통제에도 불구하고 결국 오미크론 변이는 국내로 들어올 것으로 내다봤다. 입국 차단 조처는 국내 유입 시기를 늦출 수 있을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국내에 유입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재갑 교수는 “유럽이나 미국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퍼질 것이기 때문에 앞선 델타 변이와 똑같은 양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이 막는다고 했지만 지난 여름 델타 변이가 한국에 들어와서 주요 변이로 자리잡는데 한달이 채 안걸렸다”며 “국민들의 해외이동이 델타 변이 당시보다 몇배는 늘어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유럽과 미국에서 유행하면 한국은 바로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윤 교수도 “앞서 델타 변이가 유입되는 과정을 들여다 보면 입국자들의 자가격리 기간 중에 확산했는데 여기에 대한 보완책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미크론 변이가 들어오면 결국 비슷하게 퍼질 수 밖에 없다”며 “한국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확인되는 시점엔 이미 국내에서 상당히 퍼져 있는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유럽질병청은 오미크론 변이를 차단하기 위해서 최대한 많은 확진자의 바이러스를 검사해 변이 유전자의 확산을 추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윤 교수는 한국의 바이러스 변이감시 체계가 오미크론 변이를 추적하기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델타 변이가 확산하는 과정에 질병관리청의 변이 감시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질병청은 3∼4일이면 바이러스 유전체를 분석할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 검사 결과가 지방자치단체에 보고되기까지는 1주일 안팎의 시간이 소요돼 지역감염을 차단하기엔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변이 바이러스 유전체 분석을 모든 확진자에 대해 실시할 수 없고 검사 결과를 얻기도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질병청은 28일 “현재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이 분석은 최근 4주를 기준으로 15.1%”라고 설명했다. 전체 확진자의 85%는 실제로 어떤 변이에 감염되는지 확인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방역 당국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변이분석율이 5∼10%”라며 한국의 변이분석률이 낮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정부의 설명은 사실이다.

 

김태형 상무는 “10% 이상 변이분석률이면 괜찮다고 판단할 수 있다. 남아프리카에선 오미크론 변이를 1년 6개월 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우리는 늦어도 한달이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바이러스 게놈 분석은 검사를 실시하는 시료(바이러스 샘플)가 바이러스의 양이 부족해 판독이 안되는 경우가 절반 가까이 된다”고 말했다. 유전자증폭(PCR) 검사로 감염 유무를 판단하는 것은 적은 양의 바이러스로도 가능하지만, 유전체 분석을 위해서는 충분한 양의 바이러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질병청은 이러한 이유로 “최근 5주 사이에 아프리카에서 입국한 확진자 22명 가운데 8명에 대해선 유전체 분석을 할수 없었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결국, 우리는 모든 확진자의 바이러스를 채취해 검사할 수 없고 남아프리카발 입국을 차단하더라도 유럽·미국을 통한 유입, 그리고 지역사회 확산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남아메리카에서 유행하다 한국에 들어왔으나 전파되지 않았던 ‘뮤’(Mu)변이처럼 국내에 유입된 후 확산하지 못하고 사그라들 가능성도 있다. 방역 당국은 지난 9월 초 브리핑에서 “국내에서는 3건의 뮤 변이 국외유입 사례가 확인됐으며, 국내 지역 발생 건수는 없다”고 발표했다. 뮤 변이 감염자는 멕시코와 미국, 콜롬비아에서 각각 5, 6, 7월에 한국으로 들어왔는데 지역사회로 전파되지 않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8월 말 코로나19 주간 보고서에서 콜롬비아에서 처음 보고된 ‘B.1.621’ 변이 바이러스를 뮤 변이로 명명하고 ‘관심 변이’로 지정했었다. 콜롬비아에선 뮤 변이 감염비율이 한때 확진자의 39%까지 치솟았으나 전 세계적인 유행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김태형 상무는 “당시 델타 변이가 한국에서 우세종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뮤 변이가 확산하지 못했고, 남아프리카에서 시작된 베타 변이도 델타 변이 때문에 크게 확산하지 못했었다”고 말했다.

 

델타 변이가 한차례 유행하고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남아공과는 달리 연일 4천명 안팎의 델타 변이 감염환자가 나오고 있는 한국에선 오미크론 변이가 유입되더라도 크게 확산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백신·마스크·여행자제…기본에 충실해야

 

“오미크론 감염이 확인된 지역으로의 이동을 자제하고, 감염자에 대한 역학조사를 더욱 철저히 해야한다. 현재 진행중인 델타 변이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한 백신접종률 제고 노력도 계속해야 한다. 국가들은 40대 이상 인구와 18살 이상 성인 중 감염취약계층에 대한 추가접종을 계속해야 한다.”

 

유럽질병청은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돌파감염·재감염률 등 분석에는 2주 안팎의 시간이 걸리지만 정부는 백신접종률 제고, 마스크 착용, 여행 자제 등의 비약물적인 중재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미크론 변이가 기존 백신의 감염예방효과를 낮출 가능성도 있으나, 델타 변이에서 보듯 중증화율과 사망률을 크게 낮추기 때문에 백신 접종은 기본적으로 계속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태형 상무는 “오미크론 변이가 유입되면 돌파감염이 일부 되겠지만 백신이 중증 진행을 막아주는 효과는 확실히 보여주는게 있다. 기본접종 대상을 미국과 이스라엘처럼 8살 이상 어린이까지 확대하고, 추가접종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호 권지담 기자

 

O의 공포, 아시아 증시 동반 하락

 

코스피 개장 초 2900선 내줘

정부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로

오미크론 위험수준 파악까지

수주간 금융시장 불안 지속될 듯

 

2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92%(27.12) 내린 2909.32로 장을 마쳤다. 사진은 이날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코로나19 새 변이 오미크론의 공습으로 한국 등 아시아 증시가 동반 하락했다. 정부는 변이 바이러스와 국내외 금융시장에 대한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가동하기로 했다.

 

29일 코스피는 0.92%(27.12) 하락한 2909.32로 장을 마쳤다. 장 초반에는 2900선이 무너지며 2890.78까지 밀리기도 했다. 개인이 7610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했는데, 기관투자자가 이를 받아내며 지수를 방어했다. 여행(-3.97%)과 영화·드라마 제작업체(-3.67%)들의 주가가 급락했다. 반면 코로나진단키트 업체들이 3.16% 오르는 등 의약·제약업종이 강세를 보였고 은행주도 2% 가까이 올랐다. 코스닥지수는 1.35%(13.55) 떨어져 하락폭이 더 깊었다. 일본 닛케이지수가 1.63% 떨어지고 홍콩 항셍지수도 0.95% 하락하는 등 아시아 증시 대부분이 약세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은 서울외환시장에서 0.3원 하락(원화 가치 상승)한 1193원으로 마감했다. 글로벌 달러의 강세폭이 크지 않은 가운데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를 보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융시장 불안은 수주 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오미크론의 위험수준을 검증하고 세계경제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화이자와 모더나 등 백신 제조업체들은 기존 백신의 효과 확인에 2주, 새 백신 개발에는 2~3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5월 ‘우려 변이’로 지정한 델타 변이 당시 코스피는 고점 대비 4% 가량 하락했다. 조정 기간은 한달 안팎 걸렸다. 코스피는 27일만에, 코스닥은 34일만에 고점을 회복했다. 다만 이번에는 변동성이 더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물가상승률이 크게 높아져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미국 자산운용사 피델리티는 “오미크론이 단기적으로 경제와 시장에 ‘게임체인저’가 되면서 시장 변동성이 예전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증권사들은 코스피 지지선을 2800선 안팎으로 보고 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새 변이가 확산되면 경제활동 재개 지연으로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차질이 장기화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코스피는 장부가치(주가순자산비율 1배) 수준인 2790이 바닥”이라고 판단했다.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1200원 안팎에서 머물 것이란 관측이 많다. 김효진 케이비(KB)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재확산은 달러 강세 요인이지만, 미 연방준비제도와 통화 스와프(맞교환) 계약이 지속되고 있어 추가 상승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획재정부는 오미크론으로 인한 불확실성 요인을 인정하면서도 우리 금융시장의 복원력과 경제주체들의 적응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거시경제금융점검회의를 열고 “금융시장별·상황별 시장안정 조치수단을 보다 꼼꼼히 점검하고, 필요하면 관계기관과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정보부족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오미크론이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는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우리 금융시장의 복원력과 방역·의료 체계의 개선, 경제활동 측면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충격 완충능력이 높아진 점 등을 종합적이고 차분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광덕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