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대표, 선거 모든 사항 공유 · 직접 소통 강화” 합의
울산 만찬 직후 윤 “김 위원장이 대선까지 총괄 맡을 것”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운데)와 이준석 대표(왼쪽), 김기현 원내대표가 3일 울산 울주군의 한 식당에서 회동 뒤 어깨동무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의 총괄선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밝혔다. 이에따라 ‘김종인 원톱’ 체제의 선대위가 오는 6일 예정대로 발족하게 되면서 국민의힘 대선 레이스도 본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윤 후보는 이날 밤 9시40분께 울산 울주군 한 식당에서 이 대표와 만찬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지금 막 김종인 박사께서 총괄선대위원장을 수락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기구 장으로서 당헌과 당규에서 정한 바에 따라 대통령 선거일까지 당무 전반을 통합 조정하며, 선거대책기구를 총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가 공개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잠행에 나선 지 사흘 만에 부랴부랴 갈등을 ‘봉합’한 모습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그렇다면 여기까지”라는 페이스북 글을 올린 뒤 부산, 순천, 여수, 제주, 울산 등을 돌며 사실상 ‘당무 보이콧’을 했다. 이날 만찬은 윤 후보가 이 대표를 만나기 위해 직접 울산을 찾으면서 성사됐다.
윤 후보 쪽 김기흥 선대위 수석부대변인과 이 대표 쪽 임승호 당 대변인은 이날 회동에서 “대선에 관한 중요 사항에 대해 후보자와 당 대표, 원내대표는 긴밀히 모든 사항을 공유하며 직접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며 “젊은 세대에 대한 적극적인 소통과 정책 행보가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점에 대해 의견을 같이 했다”고 브리핑했다. 당헌상 보장된 후보의 ‘당무 우선권’이 ‘당 대표 패싱 논란’으로 번진 것과 관련해서는 “후보가 선거에 있어 필요한 사무에 관해 당 대표에게 요청하고, 당 대표는 후보의 의사를 존중해 따르는 것으로 해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일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달 24일 윤석열 후보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만찬 회동을 위해 서울 한 식당으로 들어가는 모습.
전날까지 이 대표의 잠행을 “리프레시(재충전)하는 것”이라면서 직접 나서지 않던 윤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긴급 선거대책위원회 회의를 연 뒤 공개적으로 “이 대표를 만나고 싶다. 이 대표와 만날 때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에 감탄했다. 우리 정당사에 가장 최연소고,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젊은 당대표를, 제가 대선 후보로서 함께 대장정을 간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추어올렸다. 그리고 오후 2시40분께 이 대표가 제주에서 울산으로 이동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차량을 이용해 울산으로 내려갔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윤 후보 쪽이 만남을 제안하며 의제 조율을 요청한 것에 대해 공개 반발했다. 그러나 이날 만찬을 통해 그간의 오해를 어느 정도 해소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식사 뒤 기자들과 만나 “지금 와서 밝히지만 이번 선거 시작 전, 후보 입당 전부터 후보랑 저 사이에는 상호 합의가 있었다”며 “절대 다른 사람 평가로 (서로를) 평가하지 않는다는 합의가 있어서 ‘핵심관계자’를 경고한 것이지 후보님과 어떤 이견도 없었다. 단 한 번도 서로 존중하지 않거나, 이견이 없었다는 점 밝힌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영입과 관련해서는 “제가 후보께 반대 의견 냈다는 것만 알려달라고 했고, 후보도 존중해서 의사 반영해서 인사한 것”이라며 “그것도 정확히 이견이라고 할 수 없다”고 논란을 수습하려 했다.
당내에서는 종일 윤 후보와 이 대표가 갈등을 서둘러 봉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날 국민의힘 초선 의원 20명은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고 “윤 후보와 이 대표가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정권교체의 대의를 모색하고 지금까지의 오해와 혼란을 하루빨리 종식해주실 것을 간절한 마음으로 당부드린다”며 “지금은 국가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의 선택을 받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라고 밝혔다. 재선 의원들도 긴급 성명서에서 “당내 구성원 모두의 열정에 불을 지피고, 대선 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한 원팀 구성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 이 대표와 윤 후보께도 간곡히 부탁드린다. 넓은 한마음과 화합의 리더십으로 철옹성과 같은 ‘국민의 원팀’을 이끌어달라”고 촉구했다.
윤 후보 선대위는 그동안 김 전 위원장이 인선 내정 상태에서 돌연 최종 결정을 보류하며 인선은 물론이고 의사결정 과정 전반에서 크고 작은 혼란이 지속됐다. '원톱'의 갑작스러운 부재는 당 안팎으로 덩치를 키워가던 선대위 역할 분담에 혼선을 불렀고, 정책과 국정 비전 제시 기능도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오랜 행정 경험을 갖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비교해 정책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윤 후보로서는 진영을 넘나드는 경륜과 어젠다 세팅 감각으로 정평이 난 '김종인 매직'에 기대하고 있었던 측면이 있는 것이다.
김 전 위원장 합류가 한때 불투명해지면서 외연 확장을 위한 인재 영입에서도 난맥상이 빚어졌다. 일찌감치 합류가 예상됐던 금태섭·윤희숙 전 의원이나, '조국 흑서' 공동저자인 권경애 변호사, 김경률 회계사 등 영입도 삐걱댔다. 권 변호사는 김 총괄위원장 공백에 따른 선대위 내부 상황에 대해 공개적으로 저격하기도 했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김종인 총괄위원장 합류로 내부적으로 곪아온 상당수 고민거리가 일시에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운데)와 이준석 대표(왼쪽), 김기현 원내대표가 3일 울산 울주군의 한 식당에서 회동 뒤 어깨동무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전 위원장의 급작스러운 심경 변화와 관련, 윤 후보는 "자세하게 말씀드릴 수는 없다"며 말을 아끼면서 "중요한 것은 이제는 빨리 선거운동을 해야 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꾸준히 여러 사람의 노력이 있었다"고 옆에서 거들었다.
전날 밤 권성동 사무총장과 정진석 국회부의장, 김재원 최고위원이 김 총괄위원장을 직접 만나 막판 설득에 공을 들인 것으로도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김 총괄위원장 의중이 하룻밤 사이에 정리가 됐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외부에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윤 후보나 측근들까지 그 누구도 단 한 번도 김 총괄위원장을 배제한 선대위를 상상한 적이 없고, 꾸준히 노력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이번주 이재명 후보와 지지율 격차가 급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이 상태로 주말을 넘겼다가는 크로스오버를 피할 수 없다는 위기감도 상당했다"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김 전 위원장 합류로 당장 큰 장애물은 넘었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지만, 김병준 공동 상임선대위원장과의 역할에 대한 거중 조정은 마지막 남은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상임선대위원장은 김 전 위원장 합류가 최종 불발될 시 유력한 '대체재'로 거론돼 왔고, 본인 스스로도 이같은 역할론을 굳이 부정하지 않는듯한 태도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향후 기싸움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후보 최측근 중 하나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이나, 최근 '원팀' 기류로 전환 태세를 보였던 홍준표 의원 등과의 관계 설정 문제도 남았다. 김 상임선대원장을 포함해 세 사람은 모두 김 전 위원장과 불편한 관계라는 게 통설이다. 김미나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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