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하원 736명 중 395명 찬성…메르켈 전 총리도 박수

 

중도 우파 성향의 기독민주당(CDU)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의 뒤를 이어 16년만에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SPD) 올라프 숄츠 총리가 새로운 독일 연립정부를 이끌 수장으로 취임했다.

 

독일 연방하원은 8일 본회의를 열고 올라프 숄츠 사민당 총리 후보를 9대 총리로 선출했다.

 

취임선서하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AFP 연합뉴스]

 

그는 재적 의원 736명 중 707명이 참여한 표결에서 395명의 찬성표를 얻어 총리로 선출됐다. 그가 이끄는 '신호등(사민당-빨강·자유민주당-노랑·녹색당-초록) 연립정부' 소속 정당에 소속된 의원은 416명이다.

 

배르벨 바스 연방 하원의장이 표결 결과를 공표하자 의원들은 큰 박수로 새 총리를 맞이했다. 메르켈 전 총리도 손뼉을 쳤다.

 

숄츠 총리는 '표결 결과를 받아들이겠느냐'는 바스 의장의 질의에 "네"라고 답했다.

 

숄츠 총리는 이후 대통령궁으로 이동해 오전 11시 전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을 받은 후 연방의회로 돌아가 취임 선서를 했다. 임기는 대통령에게 임명을 받은 순간부터 시작된다.

 

그는 이날 취임 선서에서 헌법에 명시된 대로 "그럼 내 전력을 독일 민족의 안녕에 바치고, 의무를 양심적으로 이행하고 모든 이들을 공정하게 대할 것을 맹세한다"고 밝혔다.

 

숄츠 총리는 다만, "하느님께 맹세코"라는 마지막 문장은 빼놨다. 이는 본인의 선택에 따라 결정할 수 있는데, 기민당 소속인 메르켈 전 총리는 4차례 모두 이를 포함했었다

 

총리 임명증서 받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로이터 연합뉴스]

 

독일 연방하원 선거 이후 73일만에 취임한 숄츠 총리는 이로써 빌리 브란트와 헬무트 슈미트,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 이후 네 번째 사민당 소속 총리가 됐다.

 

메르켈 전 총리는 이날 연방의회 방문자석에서 숄츠 총리의 선출 과정을 지켜봤다. 더는 연방의원이 아니기 때문에 본회의장 출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날 개회와 함께 소개된 메르켈 총리에게 연방하원 의원들은 기립해 긴 박수를 보냈다.

 

이로써 메르켈 전 총리는 2005년부터 16년, 5천860일간의 재임을 마쳤다. 메르켈 총리는 역시 16년 재임한 헬무트 콜 전 총리가 1982∼1998년 세운 역대 최장 재임 기록(5천870일)은 경신하지 못했다.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 [AFP 연합뉴스]

 

숄츠 총리의 취임과 함께 17명으로 구성된 독일 내각도 대통령의 임명을 받고 본격 출범한다.

 

숄츠 총리는 독일 역사상 처음으로 내무장관과 외무장관에 여성을 내정했고, 국방장관도 여성에게 맡겨 자신을 제외하고, 여성 8명, 남성 8명의 남녀 동수 내각을 구성했다.

 

신호등 내각의 가장 급선무는 역대 최대로 확산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확산 대응이 될 전망이다. 신호등 연정은 총리실에 코로나19 위기관리위원회를 설치, 감염병 퇴치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로베르트코흐연구소(RKI) 집계에 따르면 독일의 전날 코로나19 사망자는 527명에 달했다. 하루 사망자가 500명을 넘어선 것은 지난 2월 이후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선출을 축하하는 연방하원 의원들

 

독일 숄츠 내각 출범에 각국 축전…"강한 유럽 함께 만들자"

프랑스 "다음 장 써내려 갈 것"…러시아 "건설적 관계 발전"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의 뒤를 이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8일 공식 취임하자 각국의 축전이 전해졌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트위터에서 독일어로 숄츠 총리에게 축하를 전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기원한다. 강한 유럽을 위한 신뢰와 협력을 학수고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 출신인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전임 메르켈 총리 시절 장관을 역임한 바 있다. 소속 정당은 중도 우파 성향의 기독민주당(CDU)으로, 숄츠 총리가 속한 중도 좌파 성향 사회민주당(SPD)과는 '라이벌 관계'라고 AFP통신은 설명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트위터에서 "강력하고 자주적인 유럽을 위해 함께 일하기를 기대한다"고 썼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트위터를 통해 "프랑스를, 독일을, 유럽을 위해 함께 다음 장을 써 내려갈 것"이라고 숄츠 총리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마크롱 대통령은 16년 총리로 재임한 메르켈 전 총리에 대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유럽이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도록 우리와 함께, 우리를 위해 해준 일들, 역사적인 가르침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숄츠 총리에게 축전을 보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양국 정상 간에 건설적인 관계를 꾸준히 발전시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가장 큰 차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대화만 한 것이 없다는 것을 독일 측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도 축전을 보내 "중국과 독일은 전방위적 전략 동반자로서 오랫동안 서로를 존중하고 협력 상생하며 양국 국민과 세계를 행복하게 하는 큰일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독일 관계를 매우 중시한다"며 "내년 양국 수교 50주년을 계기로 정치적 상호 신뢰를 공고히 하고 각 분야 교류 협력을 확대하며 양국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리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