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 · 온두라스인 200명 컨테이너 숨어 미국행

멕시코 도로 급커브 돌다 사고…단속 강화에도 밀입국사업 지속

 

9일 이주민 200여명을 싣고 가다 사고가 난 차량의 컨테이너에서 인부들이 정리 작업을 하고 있다. 툭스틀라구트헤레스/AFP 연합뉴스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가려는 이주민들을 태운 컨테이너 트레일러가 충돌 사고 후 뒤집혀 54명이 사망했다.

 

(AP) 통신은 9일 과테말라와의 국경과 가까운 멕시코 남부 치아파스주의 주도 툭스틀라구트헤레스 근처 고속도로에서 트레일러가 중심을 잃고 인도교를 들이받으면서 뒤집혀 54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또 50여명이 다쳤고, 이 중 일부는 위독한 상태다. 트레일러가 운송하던 컨테이너에는 과테말라와 온두라스 출신자 200명가량이 탑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는 많은 사람을 싣고 달리던 트레일러가 급커브 구간에서 중심을 잃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목격자들은 전복될 때의 충격으로 컨테이너가 부서지면서 사람들이 튕겨져 나왔다고 했다. 한 탑승자는 “트레일러가 속도를 내다가 중심을 잃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에이피>는 현장에서는 찌그러진 컨테이너 속에서 생존자들이 피를 흘리며 주검들과 잔해를 헤치고 나오는 등 지옥 같은 장면이 연출됐다고 보도했다. 또 일부 생존자들은 멕시코 이민 당국의 검거를 피해 피를 흘리고 절뚝거리며 주변 민가로 달아났다고 전했다.

 

이번 사고는 이주민 ‘밀수 사업’이 또다시 대형 참사로 이어진 사례다. 탑승자들은 개인당 2500~3500달러를 주고 멕시코 중부의 푸에블라까지 가려던 상황이었다. 이들은 푸에블라에 도착하면 다른 밀수업자를 구해 미국~멕시코 국경으로 이동하려던 계획이었다.

 

중남미의 미국 이주 희망자들이 컨테이너에 숨어 멕시코를 가로지르려는 것은 단속 강화와도 관련이 있다. 2018~2020년에는 멕시코 남부를 출발한 이들이 미국 국경까지 떼를 지어 걸어서 이동하는 ‘캐러밴’이 이어졌다. 이에 미국이 단속 강화를 요구하자 멕시코 정부는 ‘캐러밴’의 북상을 차단하며 적발된 이들을 본국으로 돌려보냈다. 그러자 트럭에 몸을 숨겨 멕시코 땅을 지나려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지난 10월에는 멕시코 북부 타마울리파스주 당국이 화물트럭 6대에 분승한 652명을 적발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의 요구에 단속을 강화해온 멕시코 정부는 대형 참사에 당황해하고 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매우 괴롭다”고 밝혔다. 이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