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창립 미국 외교문건 대량 폭로자

미, 2010년 최초 폭로 후 간첩죄 처벌 추진

대사관 피신 등 추방 둘러싼 국제적 논란 일어

 

줄리언 어산지가 2017년 도피 생활을 하던 영국 런던의 에콰도르대사관 발코니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AFP 연합뉴스

 

‘세기의 폭로자’인 위키리크스 창립자 줄리언 어산지(50)를 미국으로 추방할 수 있다는 영국 항소법원 판결이 나왔다.

 

(AP) 통신은 런던 항소법원이 10일 어산지의 정신건강 우려와 미국 수감시설의 비인도적 처우 가능성을 이유로 미국 송환을 불허한 하급 법원 판결을 뒤집었다고 보도했다. 런던 항소법원은 “미국이 선의를 보장하지 않는다고 볼 근거가 없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이런 판결이 확정되면 영국 내무부가 그의 미국 송환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오스트레일리아 태생인 어산지는 2010년 그가 만든 폭로 전문 인터넷 사이트 위키리크스를 이용한 폭로로 세계를 뒤흔든 인물이다. 그해 이라크전쟁 및 아프가니스탄전쟁과 관련된 미국 기밀문서 47만여건을 폭로했는데, 민간인 살해 등 미군의 비행과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내용으로 미국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2016년에는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의 패배에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는 이메일 등을 폭로했다. 힐러리의 낙선을 노린 러시아 쪽의 해킹 자료를 이용한 폭로였다.

 

어산지는 충격적이고 방대한 폭로 내용만큼이나 미국 송환 여부를 둘러싼 논란으로 주목을 끌었다. 미국 정부는 그의 폭로가 자국인들의 생명을 위태롭게 만들었다며 처벌을 추진했다. 최초 폭로가 이뤄진 2010년에 스웨덴 당국이 성폭행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이듬해 2월 영국 법원은 스웨덴으로의 추방을 결정했지만, 결국은 미국으로 보내기 위한 핑계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는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이던 2012년 런던의 에콰도르대사관으로 피신해 망명을 허가받았다. 하지만 정권이 바뀐 에콰도르 정부는 2019년 망명 조건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에 대한 시민권 부여를 취소했고, 영국 경찰이 에콰도르대사관에서 그를 끌어내면서 인도 재판이 시작됐다. 그러는 사이 미국 법무부는 최장 징역 175년 선고가 가능한 간첩법 등 위반 혐의로 어산지를 기소했다. 한편 스웨덴 검찰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2020년에 성폭행 혐의 수사를 종결했다.

 

미국 정부는 올 1월 영국 법원 하급심 판결에 대해 “어산지에게는 정신과 병력이 없다”며 항소했다. 또 미국 교도소의 비인도적 환경이 정신적 문제가 있는 어산지를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유죄가 선고되면 오스트레일리아 교정시설에 수감할 수도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이번 항소법원 판결에 대해 어산지의 약혼자 스텔라 모리스는 영국 대법원에 상소하겠다고 밝혔다. 어산지의 미국 추방 확정 여부와 일정은 더 지나봐야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이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