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화상 정상회담…‘군사동맹’ 수준 근접하나 주목

미-중, 미-러 회담 직후 만나 대만·우크라 긴장 등 현안 논의

“베이징 올림픽 때 회담할 것” 덕담 주고받으며 연대 과시

 

“(러시아와 중국이) 21세기 국가 간 협력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핵심적 이익을 지키려는 중국의 노력을 강하게 지지해줘서 감사하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15일 오후(중국 시각) 열린 화상 정상회담에서 서로에게 덕담을 건네는 훈훈한 분위기에서 회담을 시작했다. 미국이 지난 9~10일 중·러를 겨냥한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개최한 직후였기 때문에 두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그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대만과 우크라이나라는 ‘두개의 전선’에서 미국에 맞서는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날 오후 4시7분께 회담이 시작되자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서로를 향해 손을 흔들며 친근감을 과시했다.

 

 

시 주석은 모두발언에서 “세계는 격동과 변혁의 시기로 접어들었지만, 중-러 관계는 시련을 견디며 그 생명력을 입증한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가 “국익을 지키기 위한 중국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했으며, 양국 관계를 흔들려는 시도를 확고하게 반대했다”며 푸틴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중국은 상호 내정에 간섭하지 않고 서로의 이익을 존중하는 새로운 협력 모델을 만들었다”며 “양국 관계는 21세기 국가 간 협력의 진정한 모범”이라고 화답했다. 이어, “양국은 스포츠와 올림픽 운동을 정치화하려는 시도를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포함해 국제 스포츠 협력 분야에서 늘 서로 지지해왔다”며 “베이징겨울올림픽 개막식 참석에 앞서 (시 주석과) 회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담은 두 나라가 지난달 15일과 지난 7일 각각 미국과 정상회담을 한 뒤 열린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2010년대 중반 이후 본격화된 ‘중국의 부상’과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라는 격변을 계기로 중-러는 중요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미국에 맞서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2019년 6월 정상회담 때는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 지난 8월 말 전화 회담에선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이후 사태에 대해 의견을 모으고 공동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이번 회담에선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한 대응과 내년 초 ‘전쟁설’이 나오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이 ‘핵심적 이익’으로 꼽는 대만 문제 등과 관련해 폭넓은 의견 교환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시 주석은 “최근 일부 세력이 ‘민주’와 ‘인권’을 내세워 중-러 양국 내정을 간섭하고, 국제법과 국제관계의 준칙을 난폭하게 짓밟고 있다”며 “중-러는 ‘다자주의’와 ‘규칙’의 탈을 쓴 패권적 행동과 냉전적 사고를 단호히 반대하기 위한 공동 대응에 더욱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도 “대만 문제에 대한 중국의 정당한 입장을 확고히 지지하며, 어떤 세력이든 대만 문제를 빌미로 중국의 이익을 해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할 것”이라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어떤 형태의 ‘작은 울타리’를 구성하는 것을 결연히 반대하며, 각국의 진정한 민주적 권리를 수호하기 위해 중국과 소통을 강화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관심사는 중·러가 대미 공조 방안을 놓고 구체적인 합의를 이뤄냈을지 여부다. 양국은 미국·북대서양조약기구가 전략무기 운용 훈련인 ‘글로벌 선더’를 실시한 직후인 지난달 23일, 화상으로 국방장관 회담을 열어 군사 협력 강화에 합의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중-러가 군사동맹에 다가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두 나라는 2001년 ‘선린우호 협력조약’을 맺었으며, 조약 체결 20주년을 맞은 지난 6월 이를 연장했다. 하지만 상호방위 의무를 지고 있는 동맹국은 아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