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구체적 해명은 선대위 몫으로…사과문만 읽고 퇴장
윤 후보와 연애시절부터 유산경험까지 개인사 장황 언급
‘아내 역할만’ 발언에…선대위 “‘영부인 안 한다’까진 아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 발표를 마친 뒤 당사를 나서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인 김건희씨가 26일 ‘허위 경력’ 논란에 대해 “잘 보이려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었다. 모든 것이 저의 잘못이고, 불찰”이라고 사과했다. 의혹이 불거진 지 12일 만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해명은 없이 사과문의 절반 가까이를 개인사에 할애해 ‘내용 없는 감성 호소에 그쳤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씨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국민을 향한 남편의 뜻에 제가 얼룩이 될까 늘 조마조마하다. 일과 학업을 함께 하는 과정에서 제 잘못이 있었다”며 사과했다. 과거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믿거나 말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돋보이려고 한 욕심이다. 그것도 죄라면 죄”라고 했던 것과 달리 태도를 바꿔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돌이켜보니 너무나도 부끄러운 일”이라며 ‘경력 부풀리기’를 인정한 것이다.
김씨는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조용히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며 대선 기간 후보 배우자로서 공개 행보를 최소화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김씨는 윤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했다. 다만 이양수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영부인 역할을 한다, 안 한다까지 (언급한 것은) 아니다. 대통령 후보 배우자로서 공개 석상에 나타나는 일들을 나름대로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가 낭독한 사과문의 절반가량은 국민에 대한 송구함보다는 남편인 윤 후보에 대한 미안함으로 채워졌다. 김씨는 윤 후보와 처음 만난 때를 언급하며 “검사라기에 무서운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늘 같은 옷을 입고 다니는 등 자신감이 넘치고 호탕했고 후배들에게 베풀 줄 아는 남자였다”고 말했다. 또 “결혼 이후 아이를 어렵게 가졌지만 남편 직장 일로 몸과 마음이 지쳐 아이를 잃었다. 예쁜 아이를 낳으면 업고 출근하겠다던 남편의 간절한 소원도 들어줄 수 없게 됐다”며 개인적 경험도 언급했다. ‘허위 경력과 동떨어진 개인사를 언급하며 감성적인 호소를 하려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부분이다.
반면, 언론을 통해 제기된 경력 부풀리기 의혹에 대한 김씨 본인의 구체적인 해명은 없었다. 김씨는 입장문만 읽고 질의응답 없이 바로 퇴장했다. 해명은 국민의힘 선대위가 대신 했다. 선대위는 김씨 관련 의혹과 해명을 정리한 14쪽 분량의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김씨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을 9가지 항목으로 분류한 설명자료에서 김씨는 수원여대, 안양대, 국민대 등에 제출한 경력 일부가 ‘잘못 기재되거나 오인할 수 있는 표기였다’고 인정했다. 다만 한국게임산업협회 재직증명서 위조나 일각에서 주장하는 유흥접객원 종사 의혹 등은 강력하게 부인했다.
윤석열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씨의 사과에 대해 “제 아내가 국민께 죄송하다고 말씀드렸고, 저도 똑같은 마음”이라고 밝혔다. ‘김씨가 앞으로 공식활동을 자제하는 것이냐’는 물음에는 “본인이 이야기한 대로(다)”라고만 했다.
‘감성에 호소한’ 김씨의 사과가 허위 경력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남영희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 대변인은 “그동안 제기된 김건희씨의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논평했다. 임재우 기자
‘부디 용서해달라’지만…정치권 “덮어놓고 사과 유감” “신파 코미디”
김건희씨 사과에 민주당 · 정의당 “의혹해소 안돼” 비판
이준석 대표 “아쉬운 점 있어도 용기는 긍정 평가했으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26일 오후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 발표를 위해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로 들어서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는 26일 허위 이력 등에 관한 대국민 사과를 하던 중 “모든 것이 저의 잘못이고 불찰이다”라고 말하면서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다. 김씨는 7분가량 입장문을 읽은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바로 퇴장했다.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김씨는 검은색 바지 정장에 검은색 리본형 타이 차림이었다. 이마를 가리던 앞머리를 없앴고 단발로 머리 모양을 바꾼 김씨는 회견을 하기에 앞서 허리를 90도로 굽히며 인사를 했다.
다소 긴장한 모습의 김씨는 작은 목소리로 준비해 온 입장문을 읽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한번씩 고개를 들 때를 제외하고는 김씨는 입장문을 읽은 7분 가운데 대부분의 시간 시선을 아래로 떨궜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돌이켜보니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었다. 모든 것이 내 잘못이고 불찰이다”, “부디 용서해달라, 저 때문에 남편이 비난받는 현실이 너무 가슴이 무너진다”고 말할 때는 울먹이기도 했다.
김씨는 입장문을 다 읽은 뒤에는 카메라를 향해 다시 두번 90도로 인사를 한 뒤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구체적인 허위 경력과 관련한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은 없었다. 대신 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과 최지현 수석부대변인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 발표를 하며 미소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김씨가 이날 사과 회견을 하면서도 지금껏 제기된 허위 경력 의혹을 두고 스스로 사실관계를 밝히지 않은 채 두루뭉술한 사과만 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남영희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그동안 제기된 김씨 문제에 대한 국민의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며 “오늘의 사과가 윤석열 후보 부부의 진심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민석 의원은 “김씨는 무엇을 잘못했다는 것인지조차 밝히지 않았다”며 “국민들은 사과를 빙자한 윤석열 김건희 부부의 러브스토리, 하소연, 가정사를 들어야 했다. 신파 코미디 같은 황당 기자회견이었다”고 말했다. 이동학 민주당 최고위원도 “윤석열이 왜 그토록 배우자를 숨기고 싶어 했는지를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 이번 참극은 개 사과 건과 도긴개긴이다”라고 했다.
오현주 정의당 선대위 대변인은 “그동안의 허위 이력 논란에 대해 잘못을 인정한 것이나, 허위 이력을 비롯한 여러 의혹에 대한 실체적 규명과 책임은 찾아볼 수 없어 유감스럽다”며 “알맹이가 빠진 ‘덮어놓고 사과’로는 시민들의 동의를 구하기 어렵다. 윤 후보는 오늘 배우자의 대국민 사과가 본인이 말했던 공정과 상식의 기준에 부합하는지,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 것인지 스스로 자문해보시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 “후보자 배우자의 용기는 각자가 보기에 다소 아쉬운 점이 있더라도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최하얀 임재우 기자
“저 때문에…” 울먹인 김건희, 지지율 위기에 ‘사과’ 떠밀렸나
“압박 과도” 태도 보이다…허위경력 의혹 12일 만에 사과나서
여론조사, 윤 27.7%로 이 36.6%보다 8.9%p 처져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전자상가에서 한 시민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허위이력 의혹과 관련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인 김건희씨가 26일 허위 경력 기재 의혹이 제기된 지 12일 만에 공식 기자회견을 한 것은 당사자가 직접 나서지 않으면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세를 막을 수 없다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악재를 털고 새해를 맞아야 한다는 당내 위기감도 영향을 미쳤다.
김씨는 회견에서 “용서해주십시오”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과거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하겠다”며 감성에 호소했다. 김씨는 이날 회견에서 ‘윤석열’은 두 차례, ‘남편’을 13차례 언급했다. “제가 없어져 남편이 남편답게만 평가받을 수 있다면 차라리 그렇게라도 하고 싶다” “그동안 너무나 어렵고 힘든 길을 걸어온 남편에 대한 마음만큼은 거두지 말아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도 했다. 대선 후보의 부인이 사과로 첫 공개 행보를 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동안 대외 석상에 나오지 않았던 김씨가 직접 대국민사과에 나온 것은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이 눈에 띌 만큼 확연한 탓이다. 이날 나온 <시비에스>(CBS)의 서던포스트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는 27.7%의 지지율로 36.6%를 얻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오차범위 밖에서 뒤졌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당내에서는 새해를 맞기 전 지금의 가파른 하락세를 차단하지 못하면 상황이 어렵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적지 않았다. 윤 후보는 김씨의 허위 경력 기재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국민의힘 선대위 분란까지 겹치며 눈에 띄는 지지도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김씨의 허위 이력은 윤 후보가 내세운 ‘공정과 상식’에 치명타라는 비판이 나왔다. 검찰총장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지휘한 탓에 ‘내로남불 아니냐’ ‘잣대가 이중적이다’라는 말도 나왔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은 윤 후보가 김씨와 상의해 최종 결정한 뒤 전날 선대위에 개최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기자회견문은 김건희씨가 직접 쓴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윤 후보는 “(김씨에 대한) 압박이 너무 과도하다”며 직접 사과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취해왔으나, 당 안팎에서 이어지는 사과 요구를 외면하지 못했다. 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김씨의 기자회견 뒤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면서 “윤 후보가 ‘역대 대통령 후보의 배우자가 직접 사과한 일이 없었기 때문에 (직접) 사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있다”면서도 “그동안 후보를 아끼는 많은 분이 윤 후보께 (배우자가 직접 사과해야 한다는) 그런 말씀을 하셨고, 윤 후보가 김씨와 상의한 뒤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김씨의 기자회견을 기점으로 ‘김건희 리스크’에서 벗어나길 기대했다. 선대위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사과가 필요한 부분이었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더 빨랐으면 (지지율 변화에) 좋았을 수도 있다. 이젠 국민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가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은 생략한 채 처음 만난 날의 소회, 유산 경험 등을 언급하며 감정에 호소하고 질의응답 없이 자리를 떠난 까닭에 국민의힘의 ‘희망사항’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여론이 국민의힘의 해명에 수긍할지도 물음표다. 국민의힘은 이날 김씨 대신 그와 관련한 의혹 해명 자료를 내어 다수의 허위 경력 기재 사실에 관해 “부정확한 기재”라며 김씨의 고의성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정확을 기해야 하는 이력서에 정교사와 강사 신분을 오인하고, 학교명을 헷갈리는 ‘실수’를 여러차례 반복한 부분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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