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 결과 분석

① ‘김정은식 새마을운동’ 선언

② 경제 집중, 경제 관료 약진

③ “선진적·인민적 방역 이행”

④ 대남·대외 정책 ‘숨기기’

⑤ 핵·ICBM ‘미언급’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노동당 중앙위 8기4차 전원회의(2021년 12월27~31일)에서 제시한 ‘2022년 화두’의 알짬은 ‘김정은식 새마을운동’ 선언이다. 6개 공식의제 중 ‘제3의제’로 따로 제시됐고, 김 총비서가 “우리식 사회주의 농촌 발전의 위대한 새시대를 열어나가자”는 제목으로 따로 연설했으며, 별도 결정서를 채택했다. 이 “새로운 사회주의 농촌 건설 강령”이자 “중장기 농촌발전 전략”이 전원회의 결과 보도문의 43%를 차지한다. 압도적 비중이다. 김 총비서는 “농업부문”을 “당이 제일 중시”한다고 강조했다. ‘잘살아보세’를 내건 박정희식 새마을운동을 연상케 한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이끈 노동당 중앙위 8차4기 전원회의(12월27~31일) 결과가 <노동신문> 1일치에 5개면에 걸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김정은 신년사’는 따로 발표되지 않았다. 2020·2021년에 이어 3년째다. 올해의 ‘신년사’라 할 전원회의 결과 보도에 담긴 ‘김정은의 2022년 화두’를 5개의 열쇳말로 풀어본다.

 

① ‘김정은식 새마을운동’ 선언

 

김정은 총비서가 전원회의에서 제시한 ‘2022년 화두’의 알짬은 ‘김정은식 새마을운동’ 선언이다. 6개 공식의제 중 ‘제3의제’로 따로 제시됐고, 김 총비서가 “우리식 사회주의 농촌 발전의 위대한 새시대를 열어나가자”는 제목으로 따로 연설했으며, 별도 결정서를 채택했다. 이 “새로운 사회주의 농촌 건설 강령”이자 “중장기 농촌발전 전략”이 전원회의 결과 보도문의 43%를 차지한다. 압도적 비중이다. 김 총비서는 “농업부문”을 “당이 제일 중시”한다고 강조했다. ‘잘살아보세’를 내건 박정희식 새마을운동을 연상케 한다.

 

핵심은 “모든 농촌마을”을 “삼지연시 농촌마을 수준”으로 “부유하고 문화적인 사회주의 이상촌”으로 만들겠다는 선언이다. 아울러 “농촌 면모·환경 결정적 개변”을 “사회주의 농촌 건설의 최중대(가장 중요한) 사업”이라고 선언했다. 이 선언의 실행력을 높이려 “농업에 대한 국가적 투자를 늘려, 설비·자재·자금을 계획대로 무조건 보장”해야 한다고 김 총비서는 주문했다.

 

김 총비서는 “인민의 세기의 숙망을 반드시 실현하려는 당의 결심과 의지”를 강조하며 “식량문제 완전 해결”을 다짐하고는 “앞으로 10년 동안 단계적으로 점령해야 할 알곡(곡식)생산 목표와 축산물·과일·남새(채소)·공예작물·잠업 생산 목표”를 제시했다. 아울러 “벼와 밀농사를 강하게 추진“해 “인민의 식생활문화를 흰쌀밥과 밀가루음식 위주로 바꾸는 데로 농업생산을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양과 맛이 떨어지는 ‘옥수수 식량’ 비중을 낮추겠다는 뜻이다. 김일성 주석의 “이팝(흰쌀밥)에 고깃국”이 “흰쌀밥과 밀가루음식”으로 대체된 셈이다.

 

김 총비서는 “협동농장들이 국가로부터 대부를 받고 상환하지 못한 자금을 모두 면제할 데 대한 특혜조치를 선포”했다. 통일부는 “농민 근로 의욕 고취 차원”이라고 짚었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새해에 즈음해 1일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으셨다”고 2일 <노동신문>이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금수산태양궁전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주검이 있는 곳이다. 김 총비서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는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도 함께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② 경제 집중, 경제 관료 약진

 

김 총비서는 “경제부문”이 “사회주의 건설의 기본전선”이고 “기본건설(대규모 건설사업)”은 “경제사업에서 최우선순위”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모두는 무겁고도 책임적인 고민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유엔의 고강도·장기 대북제재, 코로나19 장기 대유행에 대응한 ‘국경 봉쇄’에 따른 대외무역·지원 격감과 대남·대미 관계 장기 교착의 ‘3중 난제’를 염두에 둔 표현이다. 2021년 김 총비서가 거듭 현지지도하며 자원을 집중한 ‘평양 송신·송화지구 1만세대 건설’ 사업을 ‘완공’이 아닌 “기본적으로 결속”이라고, ‘검덕지구 5000세대 살림집 건설’ 또한 ‘완공’이 아닌 “성과적으로 진척”이라 평가한 데서 북한 경제의 어려움이 묻어난다. 내부 자원 동원만으로는 ‘한계’에 이르렀음을 방증한다. 그럼에도 김 총비서는 “극난한(극도로 어려운) 환경에서 경제를 안정화시킬 수 있는 방법, 자력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실행”해왔다며 “2022년의 투쟁은 반드시 성공해야 할 일대 결사전”이라고 선언했다. 일단은 ‘자력갱생’ 기조 지속이다.

 

한룡국 임업상(장관) 등 7명의 내각 경제 각료와 계명철 평북농촌경리위원장 등 4명의 지방경제 책임자가 노동당 중앙위원이 됐고, 김정길 전략군사령관 등 9명의 군단장급 장성이 중앙위 위원에서 후보위원으로 당 서열이 낮아졌다. 박정근 내각부총리 겸 국가경제계획위원장이 1년 만에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정위원으로 승진했다. 이로써 내각 소속 정치국 정위원은 김덕훈 총리와 함께 2명으로 늘었다. 김 총비서의 ‘경제·민생 집중’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③ “선진적·인민적 방역 이행”

 

김정은 총비서는 코로나19 대응 비상방역이 “국가사업의 제1순위”이자 “최중대사”(가장 중요한 일)라고 거듭 강조했다. ‘국경 봉쇄’식 방역을 일단은 지속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김 총비서는 방역의 “과학적·물질기술적 토대 갖추기”와 함께 “선진적·인민적 방역으로 이행”을 ‘새 방향’으로 제시했다. 백신과 치료제를 도입하는 등 ‘국경 봉쇄’식 방역에서 벗어날 길을 모색하겠다는 정책 기조로 읽힌다. ‘국경 봉쇄’가 언제 완화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20년 1월 말 이후 지속돼온 ‘국경 봉쇄’의 완화 여부는 북쪽이 ‘농성’을 풀고 대남·대외 접촉·대화에 나설지를 가늠할 핵심 선행 지표다. 한·미 정부를 주축으로 한 국제사회의 대북 백신 협력 노력이 마중물이 될 수 있다.

 

④ 대남·대외 정책 ‘숨기기’

 

대남·대외 정책과 관련해선 김 총비서가 “다사다변한 국제정치정세와 주변환경에 대처해 북남관계와 대외사업부문에서 견지해야 할 원칙적 문제들과 일련의 전술적 방향들을 제시했다”는 한 문장이 전부다. 모두 66글자로 전원회의 결과 보도문의 0.4%다. 정책 방향을 가늠할 구체적인 내용이 전혀 없다. 지난 2년간 신년사를 대체한 2019년 12월 7기5차 전원회의와 2021년 1월 노동당 8차 대회, 이전 신년사의 대남·대남 정책 분량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간소하다. “대북 적대시 정책과 이중기준 철폐” 따위 기존 공식 견해의 재확인도 없다. 대남·대외 정책을 명시적으로 밝힐 “때가 아직은 아니다”라는 판단이 깔린, 정세 변화와 상황에 맞춰 대응하겠다는 ‘정책 숨기기’로 읽힌다. 통일부는 “유동적 국제 정세 하에서 상황에 따라 대처 방침을 수립·판단해 주요 계기마다 입장을 표명하리라 예상된다”고 짚었다.

 

⑤핵 · ICBM ‘미언급’

 

김 총비서는 “날로 불안정해지고 있는 조선반도의 군사적 환경과 국제정세 흐름은 국가방위력 강화를 잠시도 늦출 수 없이 더욱 힘있게 추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원회의 결과 보도문에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전략무기”라는 개념은 명시되지 않았다. 주목할 만한 ‘의도적 침묵’이다.

 

12월31일 밤 11시부터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2022 신년 경축공연’의 한 장면.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총비서의 ‘대남·대미 정책 공개 유보’와 ‘핵·ICBM 미언급’은 ‘경제 집중’ ‘김정은식 새마을운동 선언’ 등과 연계해 신중한 종합적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한·미 정부가 정세를 대화협력 국면으로 전환하려 할 때 염두에 둬야 할 김정은 총비서의 ‘무언의 메시지’로 읽혀서다. 다만 올해가 김일성 주석 생일 110돌(4월15일)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 80돌(2월16일)이 겹친 ‘꺾어지는 해’(정주년)라는 점에서 북이 전략적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유의할 지점이다.

 

통일부는 “전반적으로 8차 당대회(2021년 1월5~12일)에서 제시한 경제, 인민생활 개선 등 대내 문제 해결에 방점”이 있다고 짚었다. “사회주의 경제 건설 총력 집중” 전략노선(2018년 4월 노동당 7기3차 전원회의)과 “(경제·농업 중심) 자력갱생식 정면돌파전”(2019년 12월 노동당 7기5차 전원회의) 기조의 연장선에서 8차 당대회 이후 ‘내치 중심, 대남·대외 관망’ 기조가 당분간은 지속되리라는 전망으로 이어진다.

 

김 총비서가 ‘경제·민생 집중’을 거듭 강조하고 ‘김정은식 새마을운동’을 새롭게 선언한 만큼, ‘농업·농촌·농민’을 남북 교착 국면을 벗어날 실마리이자 남북협력의 주요 영역으로 자리매김할 정부와 민간의 정책적 고민과 노력이 절실하다. 대통령 직속 민주평통은 “북한이 농촌발전을 위해 제시하고 있는 과제를 중심으로 남북협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제훈 기자

  

김정은,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새해 첫 공식 활동

 김여정도 동행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새해에 즈음해 1일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으셨다”고 2일 <노동신문>이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금수산태양궁전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주검이 있는 곳이다.

 

김 총비서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와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생전의 모습으로 계시는 영생홀들을 찾”아 “가장 경건한 마음으로 삼가 새해의 인사를 드리셨다”고 <노동신문>은 전했다. 김 총비서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는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도 함께했다.

 

김 총비서의 참배에 함께한 최룡해·조용원·김덕훈·박정천 등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포함한 “당지도기관 성원들은 올해를 혁명적 대경사의 해, 휘황한 미래에로 나아가는 위대한 진군에서 또 하나의 분수령으로 되게 할 철석의 맹세를 다졌다”고 <노동신문>은 전했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는 “(노동)당 (8차) 대회 결정 관철의 첫해(2021년) 투쟁에서 남다른 공훈을 세운 공로자, 노력혁신자들을” 1일 금수산태양궁전에서 “만나주시고 뜻깊은 기념사진을 찍으셨다”고 2일 <노동신문>이 2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아울러 김 총비서는 “(노동)당 (8차) 대회 결정 관철의 첫해(2021년) 투쟁에서 남다른 공훈을 세운 공로자, 노력혁신자들을” 1일 금수산태양궁전에서 “만나주시고 뜻깊은 기념사진을 찍으셨다”고 <노동신문>이 2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김 총비서는 기념사진을 찍으며 “모든 참가자들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수행의 확고한 담보를 구축하고 국가발전과 인민생활에서 뚜렷한 개변을 이룩하기 위한 새해의 장엄한 투쟁에서도 핵심적, 선구자적 역할을 계속 수행해나가리라는 확신을 표명하셨다”고 <노동신문>이 전했다. 이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