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한 행정·정책 능력 부각해 설 전까지 ‘마의 벽’ 40% 돌파

11일엔 ‘5·5·5 공약’ 뒷받침할 수치 제시해 정책적 우위 강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 손실보상 사각지대 업종 소상공인들을 만나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최근 대부분의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따돌렸지만, 40%의 벽 앞에서 머뭇대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안철수 야권 단일화’ 흐름에 빨려 들어가지 않으려면, 이달 말까지 40% 초중반대 지지율을 안정적으로 굳혀 ‘설 밥상 민심’을 장악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은 경제·민생 현안에 밝은, 준비된 후보라는 점을 강조하며 대통령의 ‘자질’ 면에서 윤 후보와 차별점을 강조하겠다는 태세다.

 

9일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대선 후보 지지도(7~8일 전국 성인 1001명 대상 무선 자동응답 조사,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를 보면, 이재명 후보 지지율은 37.6%로, 1주일 전보다 3.4%포인트 줄었다. 윤석열 후보도 전주보다 1.9%포인트 빠진 35.2%를 기록했다. 반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9.2%에서 15.1%로 껑충 뛰어올랐다. 지난 7일 공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4~6일 18살 이상 1002명 대상,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p)에서 이 후보는 3주 연속 36%를 기록했다. 윤 후보가 1주일 만에 35%에서 26%로 주저앉은 사이, 안 후보는 5%에서 15%로 급상승했다.

 

민주당 내에선 안 후보가 윤 후보에게서 등 돌린 지지층을 흡수하고 있는데다 국민의힘 내홍이 어느 정도 수습되고 있는 국면이라, 야권의 자중지란이 이 후보의 득점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고 판단한다.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부동산 정책에서 정부와 차별화하며 수도권 민심, 중도층을 공략한 행보 등이 어느 정도 실효성 있었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실용주의 노선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오락가락한다는 인상을 주게 된 점이 이 후보 대세론 형성에 일정 부분 발목을 잡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추가적인 지지율 상승세를 꾀하려면 ‘신뢰할 수 있는 대선 후보’임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민주당은 생활 밀착형 공약부터 굵직한 경제정책까지 가리지 않고 정책 행보를 강화하며 이 후보의 중량감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 후보 쪽은 앞으로 시작될 대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준비된 후보라는 인식을 굳힐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4일 ‘이재노믹스’(이재명+이코노믹스)로 이름을 붙인 ‘5·5·5 공약’(국력 세계 5위, 국민소득 5만달러, 주가 5천 시대)을 발표한 데 이어, 오는 11일에는 ‘전환적 공정성장’ 담론과 5·5·5 공약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수치 등 세부적 로드맵을 제시하는 단계까지 나아간다는 계획이다.

 

또 대선 승리의 ‘필수 고지’로 꼽는 서울 민심을 계속 훑으며 주말에는 강원·제주 등 기존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일정상 방문하지 못한 곳을 찾으면서 표심 공백을 채워간다는 방침이다.

 

이날 이 후보는 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뒤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고 활동을 재개했다. 활동 재개 즉시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인원 제한을 적용받고도 피해보상은 받지 못한 웨딩업·전시행사업 종사자, 2차 피해를 본 식자재 납품업자를 만나는 한편, 배달·아르바이트 노동자들과 ‘국민 반상회’를 열고, 비정규직 공정수당의 전국적 확대와 분양가 상한제의 민간 도입 등의 정책 공약을 쏟아냈다. 최하얀 기자

 

이재명, 비정규직 차별 줄일 대안 “공정수당 민간 확대”

경기도지사 시절 도입한 ‘비정규직 공정수당’ 전국 확대 제안

야당 “수당공화국 만들기” “정규직-비정규직 갈라치기” 비판

전문가들 “비정규직 총량 규제 병행하면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결 보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7일 오후 서울 동작구 맘스하트카페에서 열린 ''아이 키우기 좋은 사회'' 국민반상회에서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9일 “‘비정규직 공정수당’이 공공을 넘어 민간까지 확대될 수 있도록 국회, 기업, 노동자들과 함께 정책적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에서 시행한 공공부문 기간제 노동자에 대한 고용 불안정 보상수당 제도를 확대 개편해 전국에서 시행할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재명 정부는 경기도 ‘비정규직 공정수당’ 성과를 바탕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겠다”며 8번째 ‘명확행’(이재명의 확실한 행복) 공약을 소개했다. 그는 “고용 안정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상식이지만, 현실은 정반대”라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불안정·저임금의 중복차별에 시달리고, 임금 격차로 인한 일자리 양극화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고 공약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공약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 시절 도입한 비정규직 공정수당 제도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경기도와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이 고용한 기간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이 제도는, 근무기간이 짧을수록 더 많은 보상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시행 첫 해인 2021년 기준 2개월 이하 기간제는 기본급의 10%(평균 33만7천원 만기 일시지급)를, 4개월 이하는 9%(70만7천원), 6개월 이하는 8%(98만8천원), 8개월 이하는 7%(117만9천원), 10개월 이하는 6%(128만원), 12개월 일한 경우 5%(129만1천원)를 기존 급여에 추가로 지급했다. 경기도는 2022년 공정수당은 전년보다 5.7% 인상해 지급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어려운 여건과 경제성장률 등을 고려한 결정이다.

 

이런 보상수당은 현행법에 따라 1년 미만으로 일한 노동자들에게는 퇴직금이 지급되지 않는 현실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됐다. 통상 노동자들은 1년 일하면 한달치 급여가 퇴직금으로 적립된다. 그러나 1년 미만의 경우 사용자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탓에, 공공과 민간을 가리지 않고 11개월짜리 기간제 노동자들을 늘리는 등 폐해가 컸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우리소극장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손실보상 사각지대 소상공인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경기도의 비정규직 공정수당은) 퇴직금 차별을 최소화하자는 것에서 출발했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다”며 제도 자체를 확대 개편할 의지도 밝혔다.

 

이 후보의 비정규직 공정수당 확대 추진에 야권에선 “수당공화국” “정규직과 비정규직 갈라치기”라는 비판을 내놨다. 황규환 국민의힘 선대본부 대변인은 이날 “코로나 방역에는 재난지원금, 양극화 문제에는 기본소득, 이외에도 온갖 수당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이 후보의 인식이 개탄스럽다”며 “대한민국을 수당 공화국으로 만들셈이냐”고 논평을 내놨다. 윤영희 국민의당 중앙선대위 부대변인도 논평을 내어 ”비정규직의 불합리한 차별은 철폐돼야 마땅하나 이 후보는 차별과 차등 개념을 교묘히 섞어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갈라치기 하며 표 계산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이런 비판을 인식한 듯 “(공정수당 도입 당시) 반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규직=높은 안정성과 고임금’이라는 기존 시스템에 반하는 일이었고, 대한민국에서 처음 시행하는 제도였기에 우려가 컸다”고 인정했다. 다만 그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손 놓고 있기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은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며 “공공부문에서 먼저 시작하고, 민간에 확장되도록 인센티브 등을 줘서 정착이 되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도 완화되고 기업 입장에서도 오히려 고용 유연성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비정규직 공정수당 제도가 무분별한 비정규직 사용을 억제하는 정책과 적절히 맞물려 돌아간다면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 해결에 보탬이 될 것으로 본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는 “실제로는 비정규직의 업무가 정규직과 다를 바 없이 중요한 일인데도 사회적으로는 보잘 것 없이 여겨지는 불합리한 인식이 공정수당 제도로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상시·지속 업무는 정규직으로 고용한다는 원칙을 명확하게 하고, 기간제법 보완 등을 통해 비정규직 총량 규제를 현실에 맞게 강화하는 방안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심우삼 최하얀 기자

 

이재명, 여가부 폐지론에 “한쪽 편들면 안 돼”

2030남성 반페미니즘 정서 의식

정면 비판 대신 수위 조절 나서며

‘젠더 갈라치기’ 비판 입장 밝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9일 오후 거리에서 시민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9일 “기성 세대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한쪽 편을 들면 안 된다”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론’을 에둘러 비판했다. 2030 남성들의 ‘반페미니즘 정서’를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젠더 갈라치기’엔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 것이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배달·아르바이트 노동자들과의 ‘국민반상회’에서 “성평등 문제는 여전히 중요한 문제다. 그래서 ‘여성’가족부라 하지 말고,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는 것을) 전에 발표했다”며 “평등의 가치는 어느 영역에서나 중요하고, 어느 누구도 억울하지 않게 국가적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후보의 ‘여가부 폐지’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다만 이 후보는 “기성세대 내의 페미니즘 문제는 상당히 타당성이 높은데 청년대 간에는 페미니즘이 문제가 아닌 것 같다”면서 “누군가를 밀어내지 않으면 내가 둥지 밑으로 떨어지는 상황이 됐는데, 그러한 극한적인 갈등 상황이 그들(청년)의 잘못은 아니지 않냐”고도 했다. 페미니즘에 부정적인 ‘이대남 정서’를 의식해 젠더 논쟁에서 한발짝 비껴난 태도를 취한 것이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강화’라는 7글자를 올리고 “청년을 성별로 갈라치고,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는 일마저 서슴지 않는 후보에게 지도자로서 자각이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며 강력히 비판한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민주당도 윤 후보의 여가부 폐지 주장에 대해 사흘째 당 차원의 입장이나 논평을 내지 않는 등 조심스런 모습이다. 민주당은 윤 후보가 추가 대책 없이 ‘여성가족부 폐지’ 구호만 외쳤다는 점에서 젠더 갈등을 조장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다 보고 있다. 섣불리 대응에 나서 갈등 전선을 확대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특히 이번 대선의 승부처로 2030세대가 꼽히는 상황에서, 이른바 ‘이대남’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여가부 폐지 주장에 섣불리 반대했다가 ‘젠더 논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갈등을 유발하면서 지지를 획득하는 방식의 정치는 지양되어야 하기 때문에 한쪽을 편드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윤석열의 여가부 폐지와 심상정의 여가부 확대 논쟁은 그런 측면에서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도 “윤 후보가 페이스북에 7글자만 써서 생산적이지 못한 논쟁만 촉발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대응할 가치를 못 느낀다”고 했다.

 

다만 그간 ‘여성의 권익 향상’을 강조해 온 민주당의 기조를 고려할 때, 당이 과도하게 이대남 눈치를 본다는 지적도 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이대남의 표심이 과대대표되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눈치보기로 일관하고 있다”며 “젠더 갈등이 존재하는 게 현실이라면, 대선 후보는 조정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여가부의 설립 취지가 실현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지막지하게 폐지하자는 사람도 문제지만, 눈치보고 회피하는 당의 태도도 당당하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심우삼 최하얀 기자

 

이재명 “분양가 상한제 민간에도 도입…원가 공개해 인하 유도”

다양한 주택유형으로 입주자 선택권 확대 공약

“신도시뿐 아니라 기존 도심지도 분양형 공공주택 공급”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9일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에도 도입하고, 분양 원가 공개를 확대해 분양가 인하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9일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에도 도입하고, 분양 원가 공개를 확대해 분양가 인하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5번째 ‘무한책임 부동산 공약’을 통해 공개하며 “시장 수요를 고려한 질 좋고 값싼 주택 제공, 실수요층의 주택구입에 필요한 자금 제공에 총력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부담 능력과 선호에 따라 선택 가능한 공공주택을 다양하게 공급하겠다”며 구체적으로 △평생 거주 가능한 ‘임대형 기본주택’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는 ‘건물분양형 기본주택’ △소유 지분을 적립하는 ‘지분적립형 주택’ △분양전환가격을사전에 확정해 일정 기간 임대 후 분양하는 ‘누구나집’ △주택가격 상승분을 공공과 공유하는 ‘이익공유형 주택’ 등을 제시했다. 이 후보는 “이런 다양한 주택 유형으로 입주자의 선택권을 대폭 넓히겠다”며 “신도시뿐만 아니라 기존 도심지에도 분양형 공공주택을 충분히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무주택자와 서민, 실수요자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 공약도 내놓았다. 생애최초주택 구입자를 비롯한 서민·실수요자들이 더 낮은 금리의 금융 지원받을 수 있도록 ‘정책 모기지’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서민·실수요자의 금리상승에 따른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고금리 변동금리 대출을 저금리 고정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대출전환 프로그램도 새롭게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아울러 취약계층에 대한 전세 대출한도 상향 등 공적 보증을 확대하는 한편, 잔금 대출이나 전세 대출 중단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특히 청년층의 주거복지 지원을 위해 미래소득을 고려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하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최하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