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당국 “5년 전 우리가 이미 개발…사거리 등 성능도 과장”

 

2017년 6월 한국이 발사한 지대지 탄도미사일인 현무2C(위)와 북한이 지난 5일 발사했다고 주장한 극초음속미사일(아래) 모습.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 관계자는 “북한이 5일 발사한 미사일은 극초음속미사일로 보기 어렵고 우리가 2017년 6월 이미 개발 완료한 현무-2C와 같은 기동형 탄두 재진입체 탄도미사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이 7일, 이틀 전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을 “극초음속 미사일이 아닌 탄도미사일인 ‘기동형 탄두 재진입체’(MARV)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미사일 모양이나 비행 특성 등을 종합하면, 극초음속 미사일이라는 북한의 주장과 달리 일반적인 탄도미사일 범주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기동형 탄두 재진입체’는 탄두에 기동형 날개를 붙여서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목표 명중도를 높인 미사일이다.

 

국방부는 이날 자료를 내어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관련 사거리, 측면 기동 등의 성능은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극초음속 비행체 기술은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마하 6 수준, 고도는 50㎞이하, 비행거리는 북한이 주장하는 대로 700㎞는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도 했다.

 

‘극초음속 미사일 기준인 속도 마하 5를 넘었는데 극초음속 기술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근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 관계자는 “사거리 500㎞ 이상 탄도미사일 속도가 모두 마하 5이상인데, 속도만 기준으로 하면 상당수 기존 탄도탄들이 모두 극초음속 미사일이 된다”며 “요즘 세계 군사기술분야에서 화두인 극초음속 미사일은 극초음속 활공체와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것은 국제기준에 견줘보면, ‘기동형 탄두 재진입체’란 것이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이번에 쏜 미사일이 “2017년 6월 국내에서 개발이 완료된 사거리 800㎞ 지대지 탄도미사일인 '현무-2시(C)'와 거의 유사하다”며 “현무-2시도 최대 속도가 마하9이지만, ‘극초음속'이라고 부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기동형 탄두 재진입체는 이미 미국이 1970년, 80년대 운용했던 퍼싱2 미사일, 한국도 5년전 현무-2시 발사로 개발을 완료한 기술로, 극초음속은 북한의 그들만의 표현”이라는 설명이다.

 

‘북한이 일반 탄도미사일을 극초음속이라고 주장하는 배경을 무엇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군 관계자는 “북한 발표의 정확한 의도는 평가가 제한되지만, (북한 내부적으로) 자신감을 갖게 하는 메시지 관리 차원”이라고 해석했다.

 

군 관계자들은 북한 미사일 모양을 봐도 극초음속 활공체 형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극초음속 활공체는 낙하 과정에서 대기권으로 재진입할 때 40~50㎞ 고도에서 속도가 마하 5 이상을 유지하며 미끄러지듯 수평으로 날아가야 해서, 공기 저항을 줄이려면 미사일의 아래가 납작해야 한다. 하지만 북한이 5일 공개한 미사일 모양은 원통형이다. 또 최고 속도가 마하 6을 넘었지만 극초음속 활공체와 달리 대기권 재진입 뒤 마하 5 이상을 유지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방부 산하기관 관계자는 “형상 자체가 기동형 탄두 재진입체를 장착한 분리형 발사체이기 때문에 국제기준으로 봐서 극초음속 활공체로 분류할 수 없다”며 “지난해 9월 발사한 ‘화성-8형’은 형상만으로는 극초음속 미사일이 맞지만 이번 건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군 당국은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발사해 120㎞를 측면 기동해 700㎞ 표적을 오차없이 명중했다’는 북한의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북한이 지난해 9월 첫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하고 석달새 극초음속 기술이 급진전하면서 한-미 미사일 방어막이 무력화할 것이란 우려에 대한 반박이다. 군 당국은 “지난 5일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지난해 9월28일 시험 발사한 미사일과 대비해 4개월 만에 추가적인 기술적 진전이 이뤄진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권혁철 기자

 

극초음속 미사일에 놀란 미·일 “공동 연구개발 협정”

외교·국방장관 ‘2+2’ 회의 공동성명

북·중·러 선진 무기 개발에 우려

“극초음속 대항 협력 공동분석 실시”

대만 사태 대비 동맹 강화 논의도

 

미·일 양국 외교·국방장관은 7일 오전 화상으로 안전보장협의위원회(2+2회의)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일본의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 기시 노부오 방위상,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아래) 모습. AP 연합뉴스

 

미국과 일본이 최근 새로운 위협으로 떠오른 북한·중국·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 등에 대응하는 연구를 하기 위해 새 협정을 맺기로 했다. 또 대만 위기 등에 대응하기 위해 미-일 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동맹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졌다.

 

미·일은 7일 오전 화상으로 외교·국방장관이 참여하는 안전보장협의위원회(2+2회의)를 연 뒤 공동성명을 내어 두 나라가 중·러·북한의 “핵무기, 탄도·순항미사일, 극초음속 무기를 포함한 선진 무기체계의 대규모 개발과 배치에 우려를 공유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를 위해 “초음속 기술에 대항하기 위한 미래의 협력에 초점을 둔 공동분석을 실시”하기로 하고, “이를 위한 공동연구, 공동개발, 공동생산 및 공동유지와 시험·평가에 관한 협력에 대한 교환공문”을 체결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회담에 앞선 모두발언에서 “북한의 불법적인 핵·미사일 프로그램은 (미국과 동맹국들에게) 지속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 우리는 이번 주 가장 최근의 발사를 통해 그걸 다시 봤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5일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가리킨 것이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 러시아에 대해서도 “육상, 해상, 우주, 사이버 공간에서 계속해서 국제규범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런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극초음속 위협 대응부터 우주기반 능력에 이르기까지 떠오르는 방위 관련 문제들에 과학자, 기술자, 프로그램 매니저들이 협력하는 것을 더 용이하게 할 새로운 연구·개발 합의를 출범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최근 중국.러시아 등의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관찰한 뒤 이 분야에서 미국이 뒤쳐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격차를 좁히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지난 10월 현재 시점이 미국이 소련보다 인공위성 발사 분야에서 뒤쳐진 ‘스푸트니크 순간’과 가깝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일반적인 탄도 미사일과 달리 예측 불가능한 궤도를 그리기 때문에 기존 미사일 방어체계로 요격이 쉽지 않다.

 

미·일은 향후 대만 사태 등에 대비해 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방향성’에 대해서도 폭넓은 논의를 진행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은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미·일 정부는 국가안보전략 재검토를 추진하고 있다”며 “미·일 동맹을 어떻게 진화시켜 현재·미래의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것인지 중요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공동성명에는 이와 관련해 “일본은 전략 재검토 과정을 통해 미사일 위협에 대항하기 위한 능력을 포함해 국가 방위에 필요한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겠다는 결의를 표명했다”고 명시했다. 일본이 외교·안보정책의 기본방침인 국가안전보장전략 등의 개정, 자체 군사력 강화, 직접 적의 미사일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적기지 공력 능력’ 보유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자, 미국이 이에 대해 강력한 지지 의사를 밝혔을 것으로 보인다.

 

미·일 외교·국방장관 회담은 지난해 3월 도쿄에서 대면으로 이뤄진 뒤 10개월 만에 열렸다. 두 나라는 이번 회담에서 지난달 타결한 주일미군 주둔비 분담금 협정에도 서명했다. 워싱턴 도쿄/황준범 김소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