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아파트 신축공사중 붕괴 하청노동자 6명 행방불명
직원 1명 부상…5명은 구조·대피 인근 주민 200여가구 대피령
지난해 ‘학동 참사’ 낸 업체 신축공사 안전불감증 다시 논란 될 듯
11일 광주 서구 화정동에서 공사 중 외벽 붕괴 사고가 난 화정현대아이파크. 연합뉴스
“아, 어떡해. 어떡해.”
11일 오후 3시46분 광주광역시 서구 광천동 버스터미널 부근. 눈발이 날리는 궂은 날씨에 잔뜩 움츠린 채 발걸음을 재촉하던 행인들 앞에서 공사 중이던 화정 현대아이파크 201동 건물 일부가 굉음을 내며 무너져 내렸다. 곳곳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우르릉 쿵~쾅.”
건물 벽에서 떨어진 콘크리트 더미는 산산조각 난 채로 먼지를 일으키며 50m 아래 지상으로 곤두박질해 가림막과 차량 10여대를 덮쳤다. 굉음과 먼지에 휩싸인 현장 주변은 금세 아수라장이 됐다. 건물에서 작업했던 노동자 ㄱ씨는 “와르르르 하는 소리가 나더니 그 순간 사무실이 정전됐다”며 “작업을 중단하고 서둘러 대피해야 했다”고 말했다. 붕괴 순간을 목격한 한 주민은 “인근 문방구에 가려고 주차한 뒤 문을 닫고 나왔는데 ‘쿵’ 하는 소리가 나면서 위에서 콘크리트가 쏟아졌다”고 긴박한 순간을 전했다.
주변 차도에서도 일대 혼란이 일어났다. 한 운전자는 “아이고, 이것이 뭐시여”라며 “진짜 무너진 거여. 어쩌야 한당가”라고 신음을 토했다. 놀라 뛰쳐나온 주변 상인들도 혼비백산했다.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과정에선 건축 자재 낙하물 추락 위험, 과다한 비산 먼지 발생, 교통 정체 유발 등 주민 민원이 끊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상인 ㄴ씨는 “자재가 떨어지고, 합판이 추락하는 등 위험했다”며 “공사 현장에 민원을 제기한 지가 3년이 다 됐고, 관련 서류만 산더미”라고 말끝을 흐렸다. 주민 ㄷ씨는 “비가 오고 눈이 오는 궂은 날씨에도 공사를 강행했다”며 “겨울 공사에 콘크리트가 제대로 양생될 틈이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11일 오후 4시께 광주 서구 화정동에서 신축 공사 중인 고층아파트의 외벽이 무너져 내렸다. 연합뉴스
이날 사고로 전기·수도 공급이 끊긴데다 추가 붕괴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인근 200여가구 주민들에게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이날 사고 현장의 추가 붕괴 위험 탓에 구조대 진입이 어려워 구조견 2마리만 투입되기도 했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공사 현장 책임자, 목격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할 방침이다. 광주경찰청은 사고 발생 경위 등을 밝히기 위해 수사본부를 구성했으며, 고용노동부도 중앙산업재해수습본부를 구성해 사고 수습과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이날 사고가 난 공사 현장은 지난해 6월 사상자 17명을 낸 학동 철거 건물 붕괴사고의 시공사였던 에이치디씨(HDC)현대산업개발이 맡고 있어 거센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엔 타워크레인을 아파트 외벽에 고정하고 작업을 하던 중 ‘횡력’(중력에 수직인 방향으로 작용하는 힘)이 작용해 임계치를 넘어서면서 외벽이 무너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산업개발은 2019년부터 서구 화정동 23-27 일대에 주상복합아파트 단지를 짓고 있다. 전체 7개 동으로 지하 4층, 지상 39층 규모이며 아파트 705가구, 오피스텔 142실 등 모두 847가구다. 신축 아파트 공사장 주변에 터미널과 백화점 등 생활편의시설이 있어 2019년 1순위 청약 때 433가구 모집에 2만9261명이 몰리며 평균 경쟁률 67.5 대 1을 기록했다. 당시 3.3㎡당 분양가가 광주에서는 상위권인 1631만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광주 아파트 신축 공사장 붕괴사고와 관련해 긴급지시를 통해 “(경찰청 등 관계기관은) 공사 현장 근로자 중 안전이 확인되지 않는 분들의 소재를 신속히 파악하고,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구조대원, 인근 주민의 안전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아울러 공사장 안전진단을 철저히 실시하고, 피해 최소화를 위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라”고 주문했다. 안관옥 정대하 김용희 기자
국토부, 광주 화정동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 조사 착수
사고 현장에 전문가 급파 .. 중앙건설사고조사위 구성 계획
국토교통부는 11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아파트 신축 공사 중에 발생한 외벽 붕괴 사고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국토부는 이날 사고 현장에 국토부 기술정책과장, 익산지방국토관리청 관계관, 국토안전관리원 등 전문가를 급파해 현장을 수습하고, 사고 경위·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명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중앙건설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운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발생한 사고는 주요 구조부의 붕괴에 해당하는 중대 건설 사고로, 위원회 구성이 가능하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국토부는 이날 사고가 공동주택 시공 시 설치하는 ‘갱폼’(Gangform)이 무너지면서 외벽이 붕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사고가 난 화정현대아이파크는 지하 4층~지상 39층, 7개 동, 847가구 규모다. 시공사는 지난해 6월 재개발을 위한 철거 작업 중 건물 붕괴 참사가 일어난 학동4구역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다.
현대산업개발 쪽은 “사고 직후 현장에 본사 직원을 보내 현재 인명 사고 현황 파악 등 사고 수습과 원인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며 “조속히 사고 대응방안 등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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