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동문 + 연수원 동기 + 5년간 함께 근무’

“재판 공정성 논란 차단 위해 회피 신청했어야”

 

요양병원을 불법 개설해 요양급여를 타간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장모 최아무개씨가 25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밖으로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불법 요양병원 개설 등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장모 최아무개(76)씨에게 징역 3년 실형을 선고하며 법정구속했던 1심 판단이 항소심에서 모두 뒤집히면서 최종 판단은 대법원 손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재판부는 최씨 이름 일부를 따서 요양병원 이름을 짓고, 최씨 큰사위가 병원 행정원장으로 재직한 사실 등 1심에서 유죄 근거가 됐던 사실관계를 모두 인정하면서도 “그렇더라도 병원 개설·운영 범행을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판단만 달리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때문에 원칙적으로 법률심인 대법원에서도 사실관계에 대한 원심 판단이 적절했는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1·2심 판단이 극명하게 갈린 가운데 항소심 재판장과 최씨 변호인 중 한 명이 대학 동문이면서 사법연수원 동기, 같은 법원에서 내리 5년을 함께 근무했던 사이인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 예규 등은 이럴 경우 재판장이 사건을 회피하도록 하고 있지만 재판은 그대로 진행됐다. 이런 부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검찰 역시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25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최씨 사건은 지난해 8월 항소심이 시작될 때까지만 하더라도 1심부터 사건을 맡았던 손경식 변호사가 주로 담당했다. 그런데 항소심 재판부가 최씨의 보석를 허가한 직후인 지난해 9월24일, 최씨 쪽은 판사 출신인 유남근 변호사 등 법무법인 클라스 변호사 2명을 추가 선임했다. 이들은 선임 뒤 주도적으로 변호인 의견서와 변론요지서, 증거자료 등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유남근(53) 변호사는 재판장인 서울고법 윤강열(56) 부장판사와 고려대 법대 동문이다. 300명이 채 되지 않는 사법연수원 23기 동기로 1992년부터 2년간 함께 공부했다. 두 사람은 2012~13년 수원지법에서 함께 근무했다. 2014년 2월 정기인사 때 함께 서울중앙지법으로 자리를 옮겨 2017년 2월까지 3년 더 근무했다. 유 변호사는 2020년 변호사가 됐다.

 

대학부터 사법연수원, 수원지법·서울중앙지법 등 두 사람 인연이 최소 7년 이상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법조계에서는 공정성 시비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윤 부장판사가 이 사건을 회피하거나 법원이 재배당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고법은 2016년 재판부와 변호인이 일정한 연고 관계가 있으면 사건을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고교 동문 △대학(원) 동기 △사법연수원 또는 법학전문대학원 동기 △같은 시기 재판부 또는 같은 업무부서 근무 △기타 업무상 연고나 지연·학연 등이 있는 경우 재배당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 역시 같은 규정을 두고 있다. 재판장이 개인적인 연고 관계가 있는 변호사의 선임으로 재판 공정성에 대한 오해와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때 재배당을 요구할 수 있으며, 법원 역시 이 경우 재배당을 하도록 했다. 형사소송법도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때 검사 또는 피고인이 법관에 대한 기피 신청을 할 수 있고, 법관 역시 이런 사유가 있다고 사료한 때 회피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16년 국정농단 관련 최순실(개명 뒤 최서원)-차은택씨 사건은 재판장과 변호인 중 한명이 사법연수원 동기라는 이유로, 2019년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건은 재판장과 변호인이 대학 동기라는 이유로 각각 재배당된 바 있다.

 

 

게다가 윤강열 부장판사는 윤석열 후보와도 사법연수원 동기이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대선을 앞두고 국민 주목도가 높은 사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재배당 논의를 하든 회피 신청을 하든 공정성 시비를 사전에 차단했어야 한다. 재판부가 사실에 입각한 재판을 했다고 주장하더라도 외형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사법부는 재판을 공정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들 시각에서 공정한 재판을 했다고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고법 공보판사는 “해당 변호인이 선임되기 전 이미 공판준비기일과 1회 공판기일을 진행한 상태였다. 기일을 한 차례 진행한 뒤에는 재배당을 하지 않는 것이 내부 지침이다. 기일이 진행된 뒤 연고 관계를 이유로 재배당을 하게 되면, 일부 변호인들이 재배당을 염두에 두고 의도적으로 연고 관계가 있는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다. 이 사건은 재배당 또는 회피 신청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서울중앙지검 공보관은 “수사팀은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공소유지를 했다”는 원론적 답변을 내놓았다.

 

항소심 재판 진행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던 유남근 변호사는 정작 취재진이 몰린 선고일 당일에는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손현수 기자

 

[한겨레 사설] ‘재판부 회피’ 원칙 안 지킨 윤석열 후보 장모 2심 재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장모 최아무개씨가 불법 요양병원을 개설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22억여원을 편취한 혐의에 대해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지난 25일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2심 재판부는 최씨 이름 일부를 따서 요양병원 이름을 짓고 최씨의 큰사위가 병원 행정원장으로 재직한 사실 등 1심에서 유죄 근거가 됐던 사실관계를 모두 인정하고도 “그렇더라도 병원 개설·운영 범행을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판단만 달리해 무죄를 선고했다. 사실관계는 그대로인데 재판부 판단에 따라 1·2심 판결이 정반대로 갈린 이례적인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2심 재판장과 최씨 변호인 사이에 상당한 학연 및 업무상 연고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관계가 실제로 재판에 영향을 미쳤는지와는 별개로,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시비를 불러일으킬 만한 흠결이 아닐 수 없다.

 

2심 재판장인 서울고법 형사5부 윤강열 부장판사는 최씨 변호인 중 한명인 유남근 변호사와 고려대 법대 동문에 사법연수원 동기다. 더욱이 판사 출신인 유 변호사와 윤 부장판사는 2012~13년 수원지법, 2014~17년 서울중앙지법에서 5년가량 함께 근무한 사이다. 최씨 변호는 지난해 8월 2심이 시작될 때까지만 하더라도 1심에 이어 손경식 변호사가 주로 맡았는데, 2심 재판부가 최씨의 보석을 허가한 직후인 지난해 9월 유 변호사가 변호인으로 추가 선임됐다. 또 윤강열 부장판사는 윤석열 후보와도 사법연수원 동기이다.

 

이런 경우 재판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법관 스스로 재판에서 손을 떼는 ‘회피’나 검찰·피고인이 법관 교체를 요구하는 ‘기피’ 제도가 마련돼 있다. 형사소송법은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때 검사 또는 피고인이 법관에 대한 기피 신청을 할 수 있고, 법관 역시 이런 사유가 있다고 사료한 때 회피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서울고법은 2016년 재판부와 변호인이 일정한 연고 관계가 있으면 사건을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고교 동문, 대학(원) 동기, 사법연수원 또는 법학전문대학원 동기, 같은 시기 재판부 또는 같은 업무 부서 근무 등 구체적 기준까지 만들었다. 실제로 변호인이 재판장과 사법연수원 동기이거나 대학 동기라는 이유로 재판부가 바뀐 사례들이 있다.

 

최씨 재판장인 윤강열 부장판사와 변호인인 유남근 변호사의 관계는 법원이 정한 회피 기준에 여러 건 해당되는데도 재판은 그대로 진행됐다. 재판부 스스로 회피하지 않았고, 검찰도 기피 신청을 하지 않았다. 검찰은 기피 신청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수사팀은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공소 유지를 했다”는 원론적 답변만 내놓았다.

 

이번처럼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정치적 파장이 큰 재판이라면 평소보다 철저하게 회피·기피 원칙을 적용했어야 마땅하다. 결과적으로 1·2심 판단이 극명히 달라졌다는 점에서 더욱 그랬어야 했다. ‘재판은 실제로 공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외관상으로도 공정하게 보여야만 한다’는 오랜 법 원칙에 비춰 이번 재판은 되돌아볼 대목이 적지 않다.

 

‘불법 요양병원 개설’ 윤석열 장모, 항소심 동기생 판사가 무죄선고

변호인 “정치적 수사…증거은폐” 주장

검찰 “이미 1심 때 제출… 상고할 예정”

‘윤석열 연수원 동기’가 재판장 뒷말도

 

요양병원을 개설하고 요양급여를 편취한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아무개씨가 지난해 7월2일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사가 아니면서 요양병원을 개설하고 요양급여 약 23억원을 편취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장모 최아무개(76)씨가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윤강열)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과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씨에게 25일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요양병원 개설·운영에 관여했다거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을 기망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최씨는 동업자 2명과 함께 2013년 2월 경기도 파주시에 요양병원을 개설하고 병원운영에 관여하면서 그해 5월부터 2015년 5월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약 23억원을 타낸 혐의를 받는다. 현행 의료법상 의사·한의사가 아니면 요양병원을 설립할 수 없고,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이 아니면 건보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없다.

 

최씨는 재판 과정에서 ‘건물 매수에 필요한 계약금을 빌려준 것뿐이고 병원 개설·운영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항변했다. 다만, 지난해 7월 1심 재판부는 최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의사가 아닌 최씨가 의사 아닌 동업자들과 공모해 형식상 비영리 의료법인을 설립할 것처럼 외관을 꾸며내고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의료기관을 개설한 뒤 건보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를 편취했다. 건보의 재정악화를 초래하고 성실한 건보가입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최씨에게 징역 3년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최씨는 동업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다”며 1심 판단을 뒤집었다.

 

최씨의 법률 대리인인 손경식 변호사는 재판 뒤 기자들과 만나 “이 사건은 2020년 4월7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고발로 시작됐다. 발단은 정치적이었음을 부정 못한다.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 흔들기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서울중앙지검 일부 검사의 의도적 사건 왜곡과 증거은폐로 우여곡절을 겪었음에도 결국 대한민국 법원의 냉철한 증거조사와 법리 판단에 따라 사필귀정의 결과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서울중앙지검은 공보관을 통해 “검찰은 이미 1심 단계에서 관련 증거를 제출했다. 피고인 쪽도 증거신청을 할 수 있었던 문서들이다. 변호인 쪽 주장은 명백히 사실과 다르고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항소심 판결은 기존 대법원 판결과도 배치되며 중요한 사실관계도 간과했다.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는 판단이 내려질 수 있도록 상고할 예정”이라고 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1심 판결을 뒤집은 항소심 재판장이 윤석열 후보의 사법연수원 동기(23기)라는 점에서 재판을 회피하고 재배당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 예규 등은 재판장과 변호사가 고등학교 동문이거나 사법연수원·로스쿨 동기인 경우, 이에 준하는 연고관계 등이 있을 때 재배당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사건 재판부는 항소심 시작 직후인 지난해 9월, 1심이 법정구속한 최씨의 보석을 허가한 바 있다.

 

한편, 최씨는 2013년 4월~10월까지 경기 성남시 중원구 도촌동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은행에 349억5550만원을 예치한 것처럼 통장잔고증명서를 위조한 혐의(사문서위조) 등으로 별도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사건에서도 최씨는 지난해 12월 징역 1년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신민정 기자

 

검찰, 윤석열 장모 쪽 ‘사건 왜곡’에 “본질 흐리기…상고할 것”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아무개씨가 지난해 7월2일 요양병원을 불법 개설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22억9천만원을 부정 수급한 혐의로 법정구속됐다. 연합뉴스.

 

요양병원을 불법으로 개설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장모 최아무개(76)씨가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자, 검찰이 즉각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검찰은 최씨 쪽 변호인이 재판 직후 ‘검찰이 의도적으로 사건을 왜곡했다’고 주장한 것을 두고서는 “명백히 사실과 다르고 본질을 흐리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검은 25일 입장문을 내어 “이번 항소심 판결은 이미 의료재단의 형해화에 관한 기존의 대법원 판결과도 배치되고 중요한 사실관계를 간과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실체 진실에 부합하는 판단이 내려질 수 있도록 상고제기를 할 예정”이라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최씨 쪽은) 검사들이 의도적인 사건 왜곡과 증거은폐를 했다고 주장하나, 이는 명백한 사실과 다르고 본질을 흐리는 것이다. 항소심에 제출된 증거들은 피고인의 가담행위에 앞서 공범들과 사건관계인 사이의 분쟁과정에서 이뤄진 민형사 판결문 등으로 객관적 자료”라고 밝혔다. 검찰은 또한 “이미 1심 단계에서 이 사건 쟁점인 ‘의료법인의 형해화’ 및 ‘피고인의 영리목적’에 관계된 판결문 등을 증거로 제출했고, 피고인 쪽이 1심에서 문서송부촉탁명령을 통해 증거신청을 했거나 할 수 있던 문서”라고 했다. 강재구 기자

 

2심서 뒤집힌 윤석열 장모 판결…1심과 무엇이 달랐나?

 

1심, 최씨 부동산 거래 경험 등 들어 ‘유죄’

2심은 “최씨는 병원 설립 몰랐다”며 ‘무죄’

 

불법 요양병원 개설·요양급여 편취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장모 최아무개(76)씨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25일 원심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최씨가 동업자들과 공모해 불법 요양병원 설립·운영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다고 봤지만, 2심은 정반대의 판단을 내린 것이다. 동일한 사실관계를 두고 재판부에 따라 판단이 갈린 셈이다.

 

최씨는 2020년 11월 의료법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최씨는 동업자들로부터 ‘병원 사업을 하려는데 2억원을 투자하면 5억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아 2012년 9월 2억원을 투자해 병원 건물 일부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했고, 요양병원 운영에 관여하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22억9천여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최씨는 병원 개설을 위해 2012년 11월 의료재단 설립 허가를 받을 때 이사장으로 등재됐다. 재단은 동업자와 최씨의 이름 일부를 따서 ‘승은의료재단’으로 이름을 지었다. 최씨의 동업자들은 2016~2017년 모두 같은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당시 최씨는 기소되지 않았다가 2020년 4월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고발로 뒤늦게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최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 과정에서 최씨는 ‘동업자에게 2억원을 빌려주는 것이었지, 내가 요양병원 건물 매수인이 된다는 사실을 몰랐다. 병원 운영에도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동산 거래 경험이 많은 최씨가 계약 내용도 파악하지 못한 채 부동산 매매 계약서에 서명했을 리 없고, 윤 후보의 손윗동서이자 최씨의 큰사위인 유아무개씨가 이 병원 행정원장으로 재직한 점에 비춰보면 병원 운영에도 최씨가 깊이 관여한 게 맞다고 봤다. 유씨는 병원 설립 직후인 2013년 2월~5월까지 행정원장으로 재직하며 직원 면접 등을 봤다고 한다. 1심은 이를 토대로 “최씨가 병원 운영에 관여할 생각으로 사위 유씨에게 개설 시점부터 병원에서 근무하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최씨가 2013년 7월 병원에서 손을 떼며 동업자 주아무개씨에게 “병원 운영에 관해 최씨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책임면제각서를 받아낸 행위를 두고서도 1심은 “오히려 최씨가 이 사건 의료재단 및 병원의 설립운영에 관여했다는 점을 추단케 한다”며 유죄의 증거로 사용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이에 대해 모두 다른 판단을 내렸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윤강열)는 최씨가 불법 요양병원 개설 및 운영을 동업자들과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최씨의 동업자인 주씨와 구아무개씨의 경우 요양병원 설립을 사전에 계획하고 병원 수익을 5대 5로 나눈다는 약정을 맺은 상태였으나, 최씨는 이들과 동업계약을 맺지도 않았고 이들이 수익을 나눠 갖기로 했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는 점을 들었다. 재판부는 “최씨는 이 사건 계약 당일 계약 당사자가 누구고, 계약의 구체적 내용이 어떻게 되는지 알지 못한 채 계약 체결 현장으로 갔다”며 “최씨가 비의료인에 대한 의료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의료법인을 개설해 요양병원을 운영하기로 공모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항소심은 또 최씨의 사위 유씨가 행정원장으로서 직원 채용에 관여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최씨가 사위를 통해 병원 운영에 관여한 건 아니라고 봤다. 병원 자금 집행, 직원 채용 등의 업무를 주도적으로 한 사람은 동업자이고, 사위 유씨의 근무 기간이 3개월에 불과하기 때문에 “최씨가 사위를 통해 병원을 운영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씨가 형사책임을 피하기 위해 주씨로부터 책임면제각서를 받은 것을 놓고서도 “주씨가 여러 사람에게 자금을 편취하는 행각을 보고 법적 책임을 지게 될까 봐 염려돼 책임면제각서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1심 판결이 2심에서 완전히 뒤집히면서 항소심 재판장인 윤강열 부장판사가 윤 후보의 사법연수원 동기(23기)라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재판부 교체를 요구하는 ‘기피’신청을 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공소유지를 맡은 서울중앙지검은 “법과 원칙에 따라 공소유지를 했고 재판부의 공정한 판단을 구했다”며 “항소심 판결은 중요한 사실관계를 간과한 것으로 판단된다. 상고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민정 기자

 

윤석열, 장모 항소심 무죄났지만…‘사문서’ 남았다

 

국힘, 설 연휴 직전 무죄 반전에 반색

사문서 위조 혐의는 항소심 진행 중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공기는 맑게, 쓰레기는 적게, 농촌은 잘살게'를 주제로 한 환경·농업 관련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장모 최아무개씨가 25일 요양병원 개설 부정수급 혐의에 대한 항소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윤 후보는 상당 부분 정치적 부담을 덜게 됐다. 설 직전 ‘처가 리스크’가 일부 해소된 국민의힘에선 안도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윤강열)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과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씨에게 25일 징역 3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요양병원 개설·운영에 관여했다거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을 기망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1심 재판부는 “의사가 아닌 최씨가 의사 아닌 동업자들과 공모해 형식상 비영리 의료법인을 설립할 것처럼 외관을 꾸며내고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의료기관을 개설한 뒤 건보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를 편취했다. 건보의 재정악화를 초래하고 성실한 건보 가입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최씨에게 징역 3년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최씨는 동업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다”며 1심 판단을 뒤집었다.

 

국민의힘은 윤 후보의 발목을 잡았던 처가 리스크가 설 전 일부 해소된 것에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한 핵심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대선 40여일 전에 ‘처가 리스크’의 한 부분을 차지했던 장모 관련 사건이 무죄가 나서 천만다행”이라며 “하지만 별다른 입장을 내기도 난감한 상황이어서 공식 입장은 내지 않을 계획”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한 중진 의원은 <한겨레>에 “대선 전 장모 사건을 완전히 털고 넘어갈 수 있게 됐다”며 “법원 판결인데 여당도 더 이상 공세를 퍼붓긴 어렵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윤석열 후보는 이번 판결에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윤 후보는 지난 7월 1심 판결 뒤 “법 적용에는 누구나 예외가 없다는 것이 제 소신”이라고 했지만 지난해 12월 관훈토론에서는 “5년 전 이미 무혐의 판단을 받은 사안을 다시 끄집어내 관련자 한 사람 진술 바뀌었다고 해서 기소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재수사를 윤석열 죽이기, 과잉 수사의 일환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씨의 사문서 위조 관련 재판은 진행 중이다. 최씨는 2013년 4월부터 10월까지 경기 성남시 중원구 도촌동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은행에 349억5550만원을 예치한 것처럼 통장잔고증명서를 위조한 혐의(사문서위조) 등으로 별도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사건에서도 최씨는 지난해 12월 징역 1년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장나래 기자

 

김소영 전 대법관, 김앤장으로…여성대법관 첫 대형로펌 행

 

소영 전 대법관.

 

공직자윤리법상 3년간 대형로펌 취업제한 기간이 풀린 김소영 전 대법관이 조만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합류한다. 여성 대법관이 퇴임 뒤 대형 로펌에 들어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5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김앤장은 최근 김 전 대법관을 영입했다. 김 전 대법관은 2018년 11월 퇴임한 뒤 2020년부터 법무법인 케이에이치엘(KHL) 대표변호사로 활동했다. 케이에이치엘은 공직자윤리법상 취업제한 대상 로펌이 아니다. 김 전 대법관은 조만간 케이에치이엘을 퇴사하고 김앤장에 합류할 예정이다.

 

2015년 3월 개정된 공직자윤리법은 이른바 ‘전관예우’를 방지하기 위해 대법관·고등법원 부장판사 등 고위 법관 출신들의 대형 로펌 취업을 퇴임 뒤 3년 동안 제한하고 있다. 대형 로펌은 연 매출액 100억원 이상 로펌이다. 인사혁신처가 밝힌 올해 취업제한 로펌은 김앤장, 광장, 태평양 등 44곳이다.

 

퇴임 뒤 3년이 지난 전직 대법관들을 향한 대형 로펌의 영입경쟁은 뜨겁다. 김 전 대법관 역시 김앤장이 아닌 다른 대형 로펌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대법관이 김앤장에 합류하면, 개정 공직자윤리법 시행 이후 대형 로펌에 재취업한 전직 대법관은 모두 7명이 된다.

 

2015년 9월 퇴임한 민일영 전 대법관은 사법연수원 석좌교수,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을 지내다 2019년 9월 세종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7년 2월 퇴임한 이상훈 전 대법관은 3년 취업 제한이 풀리고 두 달 뒤인 2020년 4월 김앤장에 둥지를 틀었고, 2016년 9월 퇴임한 이인복 전 대법관은 2020년 4월 화우에 영입됐다. 2018년 퇴임한 김용덕·고영한·김창석 전 대법관은 지난해 각각 김앤장과 바른, 로고스에 합류했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전관예우가 예전에 견줘 많이 사라졌다고들 하지만, 대법관 출신이 변호사로 들어가면 사건의 무게감이 달라진다. 특히 큰 사건일수록 의뢰인들이 내심 대법관을 변호인으로 합류시키길 바라곤 한다. 이들은 자타공인 실력도 뛰어나지만, 법조계 인맥도 넓어 로펌 입장에선 영입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김 전 대법관의 김앤장 합류가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전직 대법관 가운데 여성 대법관이 퇴임 뒤 대형 로펌에 들어가는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김 전 대법관은 역대 4번째 여성 대법관으로, 여성 첫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바 있다. 김영란 전 대법관은 대법원 양형위원장을, 전수안 전 대법관은 사단법인 선 고문을, 박보영 전 대법관은 광주지법 순천지원 여수시법원 원로법관을 맡고 있다. 손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