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탄생에 마중물 되겠다”

 ‘586 용퇴론’ 수용…인적쇄신에 물꼬

 종로·안성·청주 상당 보궐선거 “무공천”

“윤미향·이상직·박덕흠 제명안 신속 처리”

“윤석열, 민주당 정부 어두운 유산” 반성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5일 “정치교체를 위해 저부터 내려놓겠다”며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송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새로운 역사적 소명은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라며 “저 자신부터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이재명 정부’ 탄생의 마중물이 되겠다”고 말했다.

 

송 대표가 이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이재명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30% 박스권에 묶여 옴쭉달싹하지 않고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이다. 지난 23일 김종민 의원이 ‘이대로는 안 된다’며 ‘586(50대, 1980년대 학번, 60년대생) 용퇴론’을 제기하고, 전날 정성호 의원 등 이재명 후보의 핵심 참모그룹 ‘7인회’ 인사들이 “이재명 정부에서 임명직을 일절 맡지 않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기득권을 내려놓는 모습을 통해 본격적인 인적 쇄신에 물꼬를 튼 셈이다. 송 대표는 “586 세대가 기득권이 됐다는 당 내외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며 “선배가 된 우리는 이제 다시 광야로 나설 때다. 자기 지역구라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젊은 청년 정치인들이 도전하고 전진할 수 있도록 양보하고 공간을 열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이날 불출마 선언과 함께 “당 정치개혁특위와 열린민주당 통합과정에서 합의된 동일지역구 국회의원 연속 3선 초과 금지 조항의 제도화를 추진하겠다”고도 말했다. 이를 통해 “‘고인 물’ 정치가 아니라 ‘새로운 물’이 계속 흘러들어오는 정치, 그래서 늘 혁신하고 열심히 일해야만 하는 정치문화가 자리 잡도록 굳건한 토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오는 6월 치러질 지방선거에서 전체 광역, 기초의원의 30% 이상 청년을 공천해 “민주당이 2030당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말했다.

 

또 이번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서 서울 종로와 경기 안성, 청주 상당구 등 세 지역에는 후보를 공천하지 않겠다고도 말했다. 전직 민주당 의원의 귀책사유로 재보궐선거가 생긴 경기 안성과 청주 상당구뿐 아니라, 이낙연 전 대표의 대선 출마로 공석이 된 서울 종로까지 무공천한 것은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국민의 상식과 원칙에 따르는 것이 공당의 책임”이라며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국민의 뜻을 받아 책임정치라는 정도를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에서 제명 건의를 의결한 윤미향·이상직 무소속 의원,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의 제명안을 신속히 처리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국회의원들의 잘못에도 우리 국회가 적당히 뭉개고 시간 지나면 없던 일처럼 구는 게 하루 이틀 된 일이 아니”라며 “이런 잘못된 정치문화부터 일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는 이날 기자회견을 ‘반성’으로 시작했다. 송 대표는 “지난해 5월2일, ‘민주당 이름만 빼고 모든 것을 바꾸겠다.’ 약속드리며 당 대표에 취임한 이래, 단 하루도 절박하지 않은 날이 없었지만 그러나 국민의 분노와 실망, 상처를 덜어드리기에 민주당의 반성과 변화, 쇄신이 많이 미흡했다”며 “지금도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높은 것은 저희의 부족함 때문이라는 것을 깊이 통감한다”고 말했다. “심화하는 사회적 양극화와 불평등을 해결하는데 유능하지 못했고, 뼈아픈 부동산 정책 실패와 인사 검증 실패에도 국민께 제때, 제대로 사죄드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국민의 힘 대선 후보에 대해 “우리 민주당 정부의 어두운 유산”이자 “우리의 오만과 내로남불의 반사효과”라며 “반성한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민주당 ‘정치 1번지’ 무공천…국힘은 대구 등 ‘텃밭 공천’ 혈투

안철수 “국힘도 대구 등에 후보내지 말아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를 포함해 3곳의 보궐선거 지역에 대해 전격 ‘무공천’ 결정을 발표하면서, 정치권이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3·9보궐선거 논의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지율 하락을 겪고 있는 민주당이 ‘굳이 귀책사유가 없는 종로까지 포함했어야 하느냐’는 불만을 눌러둔 채 무공천 방침을 수용한 것과는 달리, 국민의힘에선 텃밭 공천을 따내기 위한 쟁투가 거세지고 있다.

 

송 대표가 이날 서울 종로와 경기 안성, 청주 상당 3곳에 후보를 내지 않는다고 결단한 뒤 민주당은 크게 술렁였다. 서울 종로 공천을 놓고 뚜렷한 방침이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이낙연 전 대표가 대선 경선 과정에서 사퇴한 이 곳은 선거법(경기 안성), 정치자금법 위반(청주 상당)으로 재보선을 치르게 된 다른 지역구와 성격이 다르다는 이견이 존재했다. 대선일인 3월9일에 함께 치르는 재보선에서 ‘정치 1번지’에 당연히 후보를 내야 한다는 의견이 강했고 이 전 대표도 같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송 대표는 일괄 무공천으로 홀로 ‘결단’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기자회견 직전까지도 종로 등에 대한 무공천 방침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한다. 대표 비서실장인 김영호 의원도 이날 오전 8시30분께야 송 대표의 의중을 파악하고 최고위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했다고 한다.

 

송 대표의 기자회견 직후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선 일부 최고위원들이 불만을 나타냈지만 종로 무공천 방침은 최종 추인됐다. 고용진 수석 대변인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 이후 기자들과 만나 “송 대표가 결정의 배경을 얘기하며 양해를 구했고, 최고위원들이 더 이상 이 문제를 논의, 얘기하지 않고 받아들여 주셨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귀책 사유라고 할 순 없지만, 이낙연 전 대표가 스스로 의원직을 던진 만큼, 당헌당규의 무공천 사유에 국한되지 않고 정당 책임정치 차원에서 공천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송 대표의 뜻을 받아들였다는 설명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유권자들이 누가 봐도 우리가 불리한 서울 서초·대구 공천을 안 한다고 하면 웃을 거 아니냐”며 “종로는 그래도 싸워볼 만한 곳인데 이곳을 포기한 건 그만큼 책임지고 절실함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국민의힘은 보궐선거 공천 문제를 놓고 후끈 달아오른 상황이다. 당 지도부가 ‘대선을 위해 선거운동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지만 대구 중·남, 서울 서초갑 등 ‘공천이 곧 당선’인 지역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잡음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대구 중·남의 경우 대장동 개발 의혹으로 곽상도 전 의원이 사퇴한 곳으로 일종의 ‘귀책 사유’에 따른 보궐선거 지역이지만 김재원 최고위원을 비롯해 박성민 선거대책본부 청년보좌역 등 이날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국민의힘 소속 예비후보자만 11명이다. 게다가 홍준표 의원이 지난 19일 윤석열 대선 후보에게 자신의 측근인 이진훈 전 대구 수성구청장을 전략 공천해줄 것을 요구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당이 들끓기도 했다.

 

윤희숙 전 의원이 아버지의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자진 사퇴하며 공석이 된 서울 서초갑도 경쟁이 치열하다. 당협위원장인 전희경 전 의원을 비롯해 정미경 최고위원, 이혜훈 전 의원, 조은희 전 서초구청장이 보수세가 강한 이 지역을 노리고 있어 혈전이 예상된다.

 

민주당의 무공천 방침으로 무주공산이 된 서울 종로는 핵심 관심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당 안에서는 윤 후보와 경선에서 맞붙었던 원희룡 전 제주지사,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경선 이후 ‘원팀’의 효과를 극대화하자는 취지다.

 

국민의당은 각 당의 귀책사유로 발생한 보궐선거 지역구에는 공천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국민의힘을 압박하고 나섰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새해 기자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무공천 방침에 대해 “공천을 안 하겠다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며 “마찬가지로 국민의힘도 본인들의 잘못으로 생긴 재보궐선거에는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영지 김해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