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골프 향응 접대 이어

명절 때마다 지속적 선물리스트 관계지속

2012년 결혼 직후 김건희 전시회 후원도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공기는 맑게, 쓰레기는 적게, 농촌은 잘살게'를 주제로 한 환경·농업 관련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김건희씨와 결혼한 2012년 3월 이후에도 건설업체 삼부토건으로부터 명절 선물 접대 등을 지속적으로 받아온 정황이 포착됐다. 지난해 7월 <한겨레>가 2011년 삼부토건에서 골프접대·향응·선물을 받았다고 의심할 만한 기록을 보도하자 윤 후보는 “최근 10년 사이 교류가 없었다”고 해명했는데, 이와는 배치된다. 최근 공개된 ‘7시간 통화’에서 김씨는 삼부토건 조남욱 회장을 “우린 다 그런 가족 사이”라고 말한 바 있다.

 

25일 <한겨레>가 삼부토건 조 회장의 일정이 기록된 달력, 휴대용 일정표, 전화번호부, 명절 선물 명단 등을 추가로 입수·취재한 결과, 조 회장 쪽은 윤 후보에게 2012년 설부터 2013년 추석까지는 ‘정육’, 2014년 설 이후에는 수산물과 과일 등을 명절 때마다 보낸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2002년 처음 선물이 기록된 때부터 시작하면, 2015년까지 17차례 정도가 윤 후보의 선물로 표기돼 있다.

 

삼부토건 매출전표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정육은 30만~40만원대 선물인데, 선물을 차등해 보냈던 조 회장이 노태우 전 대통령, 국무총리 등에게 선별해 보냈던 품목이다. 윤 후보는 2008~13년 지청장, 대검찰청 중앙수사과장 등의 직함과 함께 “윤석열 (직함) 정육”이라고 적혀 있었다. 윤 후보 외 다른 검사들은 검사장급 인사라도 이보다 낮은 등급의 선물을 보낸 걸로 돼 있다. 삼부토건 관계자는 “윤석열이 부장급 검사 시절부터, 삼부 관련 수사 등에 관여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경영진이 전직 대통령, 총리 등과 같은 급의 선물을 보내다가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으로 인해) 좌천된 이후에는 선물의 급을 낮춘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2008년 이명박 비비케이(BBK) 사건 파견검사 이후인 2009년부터 특수부 부장검사, 대검 중수과장, 중앙지검 특수부장 등을 역임하던 2013년까지 정육을 보내다, 2015년 대구고검 시절엔 설과 추석에 멜론 내지 김으로 선물 품목을 바꾼 걸로 돼 있다.

 

삼부토건이 “윤석열” 대상으로 기입한 선물 목록.

 

윤 후보와 결혼 직후인 2012년 5월 김씨가 개최했던 <마크 리부 사진전―에펠탑의 페인트공> 전시에 삼부토건은 후원사 가운데 하나로 참여한 사실도 더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당시 삼부토건은 서울중앙지검의 수사를 받고 있었고, 윤 후보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부장검사였다. 삼부토건에 근무했던 한 직원은 “단순히 후원만 한 게 아니라 부서마다 (전시회) 입장권이 할당돼 뿌려졌다”고 말했다.

 

김건희씨는 <서울의 소리> 이명수 기자와의 ‘7시간 통화’(21년 7월12일)에서 2010년 열었던 ‘샤갈전’을 두고도 “협찬은 한군데밖에 없고, 협찬이 아니라 거기 전시를 크게 보이려고 협찬이라고 이름만 올려준 것”이라며 “대기업한테 받은 건 없다”고 말했다. 샤갈전의 협찬사는 7곳이었다. 김씨의 말대로라면 2012년 삼부토건의 후원, 티켓 구매 지원 자체가 특별해 보인다.

 

<한겨레>가 입수한 삼부토건의 ‘검찰 및 정치인 명절 선물 목록’ 중 일부.

 

앞서 지난해 7월19일 <한겨레>는 조 회장의 달력 일정 등을 2012년 초반치까지 입수해 윤 후보가 검사이던 시절 조 회장으로부터 선물·향응 접대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윤 후보는 “(조 회장은) 20여년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로 지인과 함께 통상적인 식사와 골프를 몇 차례 했었다. 최근 10년간 조 회장과 만나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번에 <한겨레>가 조 회장 일가가 법정관리로 경영권을 잃은 직후인 2016년 1월까지의 기록을 추가로 입수해 보니 윤 후보와 삼부토건의 더 길고 돈독한 ‘인연’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씨는 ‘7시간 통화’(7월20일)에서 실제 “삼부회장님하고 되게 오랫동안 우리 가족같이 친하게 지냈고, 우리 다 그런 가족 사이”라고 말했다.

 

과거 삼부토건과 관련한 굵직한 수사가 있을 때도 윤 후보는 조 회장의 일정표 등에 등장하곤 했다. 2005년 고양지청은 삼부토건이 연루된 파주 운정지구 택지개발예정지구 수사를 진행했다. 이때 주임검사가 윤 후보였는데 동업한 시행사만 기소되고 삼부토건은 무혐의 처분됐다. 수사 전인 1월 조 회장 일정표엔 윤 후보와의 골프 기록이 있다. 윤 후보의 ‘30년 멘토’ 무정스님과 지인인 황아무개 사장 등도 함께였다. 조 회장이 적은 “만찬 심무정(무정스님), 윤검사, 황사장”이란 기록도 나오는데, 이들이 만난 때는 2011년 8월13일로 명시돼 있었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삼부토건 경영진 상대의 횡령 배임 혐의 수사를 하던 시기와 겹친다. 당시 윤 후보는 대검 중수부 중수과장이었고, 다음해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부장검사가 됐다. 삼부토건 관계자는 “(조) 회장님 일정에서 만찬은 별도의 장소가 표기돼 있지 않으면 보통 멤버십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었던 르네상스호텔 23층 호라이즌클럽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폐쇄적으로 운영됐던 호라이즌클럽은 로즈, 튤립 등으로 불린 6개의 소연회실로 이뤄져 있는데 특별회원만 출입 가능했다고 한다.

 

<한겨레>는 2012년 3월 이후에도 삼부토건이 명절 선물했다는 정황과 관련해 윤 후보의 입장을 듣기 위해 국민의힘 쪽에 연락했지만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 앞서 지난해 7월 보도 당시에도 윤 후보 쪽은 반론 요청에 답이 없다가 보도 뒤 “출처 불명의 일정표에 적힌 단순 일정을 부풀려 악의적 오명을 씌우려 한다”고 반박한 바 있다. 김완, 장필수 기자

 

술사 · 법사 · 도사, 윤석열 ‘왕’자의 진실은?

 

 

무속이나 주술, 역술 등에 능한 이를 부르는 말로 술사·법사·도사 등이 있다.

 

술사는 “음양, 복서, 점술에 정통한 사람”이다. 주술사의 준말이기도 하다. 법사는 “불법에 통달한 승려”가 원뜻이다. 무속과 관련해선 굿을 할 때 염불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고 한다. 도사는 “도를 갈고닦는 사람”, “도교를 믿고 수행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른바 이쪽 ‘업계’에선 “신기가 되었든 신으로부터 계시를 받았든지 간에 직관력이 뛰어나서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발달한 사람”(<조선일보> ‘조용헌 살롱’)을 뜻한다.

 

윤석열 후보와 부인 김건희씨가 ‘무속 논란’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윤 후보는 부인하고 있지만, 윤 후보와 김씨가 술사·법사·도사 등과 깊은 인연을 맺어왔다는 증언들이 꼬리를 물고 쏟아지고 있다. 지난 10일 조선일보의 칼럼 ‘조용헌 살롱’ 1330회 ‘둔갑술과 검법’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윤석열 캠프에도 도사들이 포진되어 있다. 그중의 하나가 J(제이) 도사. 승려로 있다가 환속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손바닥의 ‘王’(왕) 자도 이 도사 작품이다. J는 가끔 면접도 본다. 네모진 얼굴을 지닌 어떤 참모를 발탁할 때에도 면접을 보면서 남긴 코멘트. ‘당신은 의리가 있는 관상이니까 윤 후보를 도와도 되겠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는 <경향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J 도사가 (건진법사) 전아무개씨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 그것도 아니라고 (윤 캠프에선) 주장하던데”라고 답했다. 건진법사가 윤 후보 캠프에서 참모 발탁에 관여했고, 심지어 손바닥 ‘왕’ 자도 써줬다는 것이다. 이 주장이 맞는다면 “같은 아파트 주민 할머니가 써준 것”이라고 한 윤 후보는 거짓말을 한 것이 된다. 건진법사와의 관계에 대해 “(부인을 통해 알게 된 것이 아니라) 당 관계자에게 소개받아 인사한 정도”라고 한 윤 후보의 해명도 의심해보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는 이 칼럼을 네이버 등 포털에서 삭제했다. 윤 후보 쪽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이라고 알려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조선일보 사이트에는 이 칼럼이 올라 있다.

 

25일 <오마이뉴스>엔 주역 전문가인 서대원 초아주역연구원 원장의 인터뷰가 실렸다. 그는 2018년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윤 후보와 김씨 부부를 만나 “당신은 검찰총장이 될 것”이라며 윤 후보에게 ‘율산’이라는 아호까지 지어줬다고 말했다. 또 윤 후보 부부의 무속 논란을 두고는 “윤 후보가 하는 것은 정도가 아니라, 사도다. 법사는 굿을 하는 데서 염불하는 사람 아닌가, 솔직히 그것이 올바른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21세기에 복잡한 국정 현안을 무속과 주술에 기대어 헤쳐갈 수는 없다. 또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려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를 꿈꾸는 이라면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손원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