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에서 초록 새싹까지…겨울스포츠에 ‘봄’이 오다

장이머우 영화감독 개막식 총연출

HD LED 활용 웅장한 무대 선보여

 

4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개회식에서 ‘눈송이 만들기'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24, 23, 22…3, 2, 1. 겨울올림픽 개막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그런데 겨울 종목과 어우러진 계절의 변화 영상과 함께 하나씩 드러나는 숫자 밑 두 글자가 꽤 익숙하다. 24 우수, 14 대서, 8 한로…. 24절기였다. 4일 저녁 9시(한국시각)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개막식은 이렇게 우수부터 시작해 24절기를 돌아 입춘에 방점을 찍었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입춘이었다.

 

입춘이 보통 양력 2월4일께라는 점을 고려할 때 중국이 2015년에 베이징겨울올림픽 개막식 날짜를 정할 때 춘절(2월1일·음력 설)과 함께 입춘 또한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입춘은 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이기 때문이다. 새해 첫 절기인 입춘을 내세워 새로운 시대, 새로운 세대의 도래를 알린 셈이다. 카운트다운이 끝나고 민들레 씨에서 힘차게 생명의 싹이 돋아나는 모습을 초록 복장의 아이들이 연기한 점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이번 개막식 공연자 95% 이상이 10대 청소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화 봉송 마지막 주자도 2000년대 태어난 현역 선수 디니걸 이라무장과 자오자원이었다.

 

중국은 개막식 참가자 의상 등에 호랑이 얼굴을 새겨 ‘호랑이의 해’임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선수단 입장 때 국가명 팻말을 든 자원봉사자들은 호랑이 얼굴이 다채롭게 그려진 모자를 썼고 올림픽 기 게양 때 올림픽 주제곡을 부른 아이들의 옷 가운데에도 호랑이 얼굴이 새겨져 있었다. 식전에 경기장에 새겨진 ‘복(福)’이라는 글자와 24절기, 그리고 호랑이의 해. 모두 서양에는 낯설고 신비한 동양의 문화였다.

 

이번 개막식은 2008 베이징올림픽에 이어 장이머우 영화감독이 총연출을 맡았다. 코로나19 시국이라서 2008년과 비교해 개막식 시간이 대폭 축소(4시간→2시간20분)되고 개막 공연자도 3000명(2008년 1만5000명)으로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으나 1만1600㎡에 달하는 무대에 에이치디 엘이디(HD LED) 스크린을 설치해 푸른색, 흰색의 청명한 색채로 얼음과 눈을 구현해냈다.

 

4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개막식에서 73번째로 대한민국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기수는 곽윤기와 김아랑. 베이징/연합뉴스

 

유명 가수나 배우 등을 배제하고 공연자 전부를 평범한 보통의 사람들로 꾸린 것도 이색적이었다. 공연 막바지에는 팩데믹 이전의 평범한 일상을 보여주며 ‘함께하는 미래’를 표현해내기도 했다. 코로나19의 종식, 즉 ‘입춘’의 열망을 담았다고 하겠다. 특히 장이머우 감독은 고정 성화대 없이 91개 참가국 이름이 적힌 하얀 푯말이 모여 만든 눈꽃 가운데 성화를 배치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4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개회식에서 보통 사람들에게 보내는 헌사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개막식 선수단 입장 순서는 중국 간체자 획수 기준을 따랐다. 우리나라는 중국명 첫 글자 한(韓)의 간체자(韩)가 12획이어서 73번째로 입장했다. 쇼트트랙 남녀 대표팀 선수인 곽윤기와 김아랑이 기수를 맡았고 39명의 선수단(선수 11명, 임원 28명)이 개막식에 참가했다. 원래 20명 선수가 함께할 예정이었으나 추위와 이동거리 때문에 축소됐다. 도쿄올림픽 개막식이 무관중으로 치러진 데 반해 이번 개막식에는 50%가량의 관중이 들어차 이번 대회 처음 겨울올림픽에 출전한 사우디아라비아, 아이티 등의 선수들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입춘’으로 시작을 알린 베이징겨울올림픽. 중국은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여름, 겨울 올림픽을 치러내면서 ‘입춘대길’을 꿈꾸고 있고 개막식은 그 첫걸음이었다. 이번 대회에는 전세계 91개국 약 5000여명이 참가했으며 7종목에서 109개 금메달을 두고 경쟁을 벌인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1~2개, 종합 15위를 목표로 한다. 베이징/이준희 기자 김양희 기자

 

시진핑이 왜 나와…어색함 자아낸 ‘1분 함성’

  올림픽 개막식 초반에 개최국 정상 등장 이례적

  대개 행사 중간 환영 연설 하거나 개회 선언만 해

 

4일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개막식에서 시진핑 주석이 등장하자 관중이 환호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정치 논란’을 겪는 베이징 겨울올림픽이 유례를 찾기 어려운 방식으로 대회 시작을 알렸다. 개막식 시작과 함께 시진핑 국가주석이 약 1분가량 등장하고, 관중은 이에 환호하는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4일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막식이 시작된 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과 함께 나타났다.

 

국립경기장에 들어선 중국 관중들은 시진핑 주석이 경기장 측면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등장할 때마다 환호를 보냈다. 식전 사전행사에 나섰던 어린 출연자들도 일제히 두 팔로 응원솔 등을 흔들었다. 시 주석은 환호하는 관중을 바라보며 손인사와 함께 웃기도 했다. 이런 장면은 약 1분 정도 지속됐다.

 

올림픽 개막식 초반에 이처럼 개최국 정상이 등장하는 일은 흔하지 않다. 대체로 행사 중간에 환영 연설을 하거나 개회를 선언하는 역할 정도만 맡는다. 베이징/이준희 기자

 

“팀코리아, 우리 자부심”…문 대통령, 베이징올림픽 선수단 응원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후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을 마친 뒤 신임 주한대사들과 접견장으로 향하고 있다. 오른쪽은 정의용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베이징 겨울올림픽이 개막한 4일 “여러 어려움을 딛고 대회를 준비해온 우리 대표팀 모두, 멋지고 아름다운 시간을 만들어주길 기대한다”며 한국 선수단을 응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우리는 2018년 평창에서 하나 된 힘으로, 평화와 인류화합의 장을 만들어냈다. 스포츠가 만들어낸 놀라운 기적을 보았다”며 “베이징 동계올림픽도 스포츠를 통한 평화와 화합의 축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어려운 상황을 이겨낸 ‘팀 코리아’는 이미 우리의 자부심”이라며 “우리 국민들은 대표팀 선수들이 그동안 흘린 땀방울을 기억하며 한 명 한 명의 도전에 아낌없는 성원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코로나 상황 속에서 이번 대회를 위해 쉼 없이 달려온 대표팀 선수들과 코치진 모두 수고 많았다. 선수들의 건강을 세심하게 챙기고 안전을 확보해준 대한체육회와 관계자 여러분께도 각별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안전하고 건강하게 경기를 치르는 게 최우선”이라고 한 문 대통령은 “국민과 함께 우리 대표팀을 힘차게 응원하겠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단 파이팅!”이라며 응원 메시지를 마무리했다.

 

이날 개막식에는 박병석 국회의장과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정부 대표단 단장인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참석해 한국 올림픽 선수단을 응원한다. 오연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