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1500m 결승에 한국 선수 3명 전원 진출
황대헌, ‘완벽한 승리’로 금메달 거머쥐며 설욕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이 9일 오후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후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쇼트트랙은 역시 한국이었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이 남자 1000m 준결승에서의 편파 판정 설움을 털고 제 실력을 완벽하게 보여줬다. 한국은 9일 에이스 황대헌(23·강원도청)이 7일 실격의 아픔을 딛고 1500m 금메달을 따내며 쇼트트랙 강국임을 실력으로 입증했다. 반면 중국은 단 한 명도 결승조차 올려보내지 못하며 무너졌다.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을 가득 채운 중국 관중은 일제히 침묵했고, 대한체육회 관계자를 비롯해 태극기를 든 한국 관중은 뜨거운 함성을 보냈다. 베이징을 잠재우는 시원한 질주였다.
황대헌은 이날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2분09초219를 기록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선수단 첫 금메달이다.
빙판 위의 한국은 강했다. 7일 충격의 페널티 탈락과 부상까지 겪으며 흔들릴 법도 했지만, 더욱 강해져서 돌아온 듯 보였다. 8일 열린 훈련에서 취재진과 만나 “앞으로 경기가 더 있지 않나. 더 잘 먹고 잘 잤다”(황대헌) “지난 일이니까 다 털어버렸다”(이준서)고 말하던 여유에는 어떤 과장도 없었다. 그야말로 실력으로 한국 쇼트트랙의 저력을 다시 한번 증명한 셈이다.
특히 이날 한국은 1500m 준준결승에 나선 황대헌, 이준서(22·한국체대), 박장혁(24·스포츠토토)이 모두 결승에 오르는 괴력을 과시했다. 이준서는 5위(2분09초622), 박장혁이 7위(2분10초176)를 기록했다.
반면 중국은 남자 1500m에 3명이 출전했지만 아무도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쑨룽과 장톈이는 준준결승에서 하위권에 머무르며 일찌감치 탈락했고, 이번 대회 혼성계주 2000m와 남자 1000m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런쯔웨이는 준결승에서 반칙을 범해 실격했다.
한국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인 건 뛰어난 실력에 기반한 강한 정신력 덕분이다. 전날 훈련에 나선 황대헌은 “결과는 아쉽지만, 어찌 됐든 계속 이 벽을 두들겨서 돌파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또 이날 작전에 대해선 “말하지 않겠다. 한국말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며 위트를 보이기도 했다. 중국 대표팀엔 김선태 감독을 비롯해 안현수(빅토르 안) 기술코치가 코치진으로 있다.
박장혁의 부상 투혼도 선수들의 투지를 일깨웠다. 박장혁은 7일 1000m 경기 때 왼쪽 손을 11바늘이나 꿰매야 할 정도로 크게 다쳐 기권을 했다. 하지만 이틀 만에 다시 빙판 위에 올라 좋은 성적을 거뒀다.
쇼트트랙 남자팀은 이제 11일 열릴 남자 500m 예선과 5000m 계주 등을 남겨두고 있다. 500m는 황대헌이 2018 평창겨울올림픽 때 깜짝 은메달을 선물했던 종목이고, 5000m 계주는 자존심을 걸고 총력전을 벌일 전망이다. 베이징/이준희 기자
역시 최민정! 딱 ‘반 바퀴’ 만에 계주 3000m 승부 뒤집었다
3000m 반 바퀴 남기고 추월해 2위... 13일 결승서 올림픽 3연패 도전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최민정이 9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탈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계주 3000m 준결승에서 질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역시 최민정이었다. 막판 폭발적인 스퍼트를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2위로 골인해 결승행을 확정한 순간은 통렬했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최민정(24·성남시청), 김아랑(27·고양시청), 이유빈(21·연세대), 서휘민(20·고려대)이 9일 베이징 서우두(수도)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여자계주 3000m 준결승 2조에서 2위로 통과하면서 결선에 진출했다. 한국은 역대 8차례 여자계주에서 6번 우승했는데, 이번 대회에서 3연패에 도전한다.
한국은 이날 캐나다, 미국,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등과 2조에서 경쟁했다. 첫 주자는 맏언니 김아랑이었다. 출발부터 3위권에 포진한 김아랑은 한 바퀴를 돌면서 최민정과 교대했다. 최민정은 상대와의 간격을 유지하며 서서히 예열했고, 이어 다음 순번인 이유빈에게 주행을 넘겼다. 마지막 주자는 서휘민.
9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탈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계주 3000m 준결승 2조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이 결승진출에 성공한 뒤 안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순번으로 질주하던 한국은 두번째 턴에서 이유빈이 속도를 내며 2위권으로 진입했고, 계속 선두를 달리던 캐나다와 간격을 유지하면서 추월을 노렸다. 하지만 캐나다는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았고, 뒤의 러시아올림픽위원회와 미국의 추격도 강화됐다. 한국은 막판 1위 캐나다를 추격하는 듯했으나, 마지막에 김아랑이 최종주자 최민정에게 바턴을 넘기면서 3위로 밀리는 등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최민정은 마지막 두 바퀴를 책임진 최종 주자답게 폭발적으로 질주했고, 결국 결승선을 반 바퀴 남겨둔 시점에서 총알처럼 파고들며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막판 스퍼트 능력이 가른 2위 진입이었다.
한국은 간판 심석희가 징계를 받아 출전하지 못하면서 온전한 전력이 아니었다. 하지만 끈끈한 팀 호흡과 최선의 노력으로 값진 결승 진출을 일궈냈다.
한국은 13일 결선에서 네덜란드, 중국, 캐나다와 대결한다.
한편 여자 1000m에서는 최민정과 이유빈이 준준결승에 진출했다. 김아랑은 아쉽게 탈락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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