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이 경기 지배하면 안 돼…정확히 판단해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에게 직접 항의 계획도

 

최용구 쇼트트랙 대표팀 지원단장이 8일 중국 베이징 메인 미디어센터(MMC)에서 열린 쇼트트랙 판정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판정 문제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쇼트트랙 편파 판정 논란과 관련해 한국 선수단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재발방지를 위해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는 방침이다.

 

윤홍근 선수단장, 유인탁 선수촌장, 최용구 쇼트트랙 대표팀 지원단장, 이소희 쇼트트랙 코치는 8일 중국 베이징 메인 미디어센터(MMC)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젊은 청년들이 4년의 청춘을 바쳐가며 피땀 흘려 이 자리를 준비해왔다”라며 “가능한 방법을 모두 찾아 절차에 맞게끔 즉각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쇼트트랙 대표팀은 전날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부 1000m 준결승에서 황대헌(23)과 이준서(22)가 잇달아 뒤늦은 레인 변경 반칙 등을 이유로 페널티를 받아 실격됐다. 이어진 결승에서도 1위로 통과한 헝가리 류 샤오르 샨도르가 역시 페널티를 받아 실격되고 중국이 금·은메달을 차지하자 편파 판정 논란이 일었다. 중국은 이날 한 차례도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한국 선수단은 즉각 황대헌·이준서에 대한 판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다만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심판 판정에는 이의제기할 수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윤 단장은 “과거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 제소 경험을 살펴 변호사단을 즉시 선임했고, 현재 제소 절차를 확인하고 있다. (검토) 결과가 나오는 대로 즉시 제소를 하겠다”고 밝혔다.

 

국제빙상경기연맹 국제심판이기도 한 최 지원단장은 “황대헌 실격 상황은 중국 선수가 몇 번에 걸쳐 추월을 방해했고, 황대헌 선수가 인으로 파고 들어가는 작전을 썼다. 코너 입구에서부터 충분히 공간이 있어서 무리 없이 들어갔고, 어떤 충돌도 없었다. 중국 선수가 제스처 취하는 걸 심판이 잘못 보고 판단한 것 같다. 접촉이 없었기 때문에 실격이 아니다”라고 했다.

 

또 “이준서 선수는 정상적으로 인코스 출발을 해서 두번째 자리 코너로 들어왔고, 같은 코너에서 정상적인 주로 활주를 했다. 세번째에 헝가리, 네번째에 중국 선수가 있었는데 심판진은 이준서 선수가 안으로 급격하게 들어왔기 때문에 실격이라고 판단했지만, 영상을 보고 판단한 바로는 헝가리와 중국 선수가 문제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이 7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1조 경기에서 중국 선수들을 인코스로 추월하고 있다. 심판은 이 상황을 황대헌의 반칙으로 인정해 실격 처리했다. 베이징/연합뉴스

 

최 지원단장은 “심판 판정이 경기를 지배하면 안 된다”라며 “심판은 경기 조력자로 잘못된 부분을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 결승 경기 때는 다섯명 모두 실격 상황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피니시 라인(결승선)에선 (중국 선수가) 팔을 벌린 상태에서 양손을 이용해 잡아당긴다. 헝가리가 실격당한 부분은 심판으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오심이 반복되면 고의”라고도 했다.

 

다만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에 제소한다고 해도, 판정이 번복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 재판소에선 과거 명백한 오심인 경우에도 심판 매수 등 명백한 부정이 아닌 실수라면 판정을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하지만 체육회는 남은 경기 등에서 부당한 판정을 막기 위해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에게 직접 항의하는 등 강력한 조처를 할 계획이다. 베이징/이준희 기자

 

‘빙속 괴물’ 김민석 1500m 동메달…“한국 선수들에게 힘 됐으면”

 

11조에서 나위스와 접전 1분44초24

평창서 ‘깜짝 메달’ 이어 연속 입상

베이징올림픽 한국 첫 메달 ‘물꼬’

 

김민석이 8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경기에서 역주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빙속 괴물’ 김민석(23·성남시청)이 한국 선수단에 첫 메달을 선사했다. 개인적으로 올림픽 두 대회 입상의 기쁨도 만끽했다.

 

김민석은 8일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500m에서 1분44초24로 동메달을 따냈다. 김민석은 평창 대회에 이어 올림픽 두 대회 연속 메달을 획득했다. 김민석은 이번 베이징겨울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에 첫 메달을 안긴 주인공이 됐다.

 

김민석은 이날 11조에서 평창 대회 2관왕(1000m, 1500m) 키얼트 나위스(35·네덜란드)와 각축을 벌였다. 인코스에서 출발한 김민석은 초반부터 힘있게 치고 나갔지만, 중반 이후 나위스의 가속에 밀렸다. 나위스는 1분43초21, 올림픽 기록을 세우며 평창에 이어 두 대회 연속 금메달을 차지했다.

 

김민석은 300m 구간을 23초75로 주파했고, 700m까지 49초13을 기록했다. 이후 1100m 구간을 1분15초74로 통과한 뒤 마지막 구간에서 스퍼트하며 입상권에 골인했다. 올 시즌 자신의 최고기록(1분43초05)에 미치지 못했지만 극한의 힘을 발휘했다.

 

김민석은 4년 전 19살 때 출전했던 평창겨울올림픽에서 ‘깜짝 메달’을 안기는 등 큰 경기에 강한 선수다. 스피드스케이팅 1500m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의 동메달이었다.

 

김민석은 코로나19로 오랜 기간 실전 훈련 기회를 잡지 못했지만, 지난해 11월 시즌 월드컵 1차 대회에서 1500m 금메달을 땄고 2차 대회에서 동메달을 일구는 등 막판 몸상태를 끌어 올렸다. 올 시즌 월드컵에서 메달을 딴 국내 선수는 김민석이 유일하다.

 

김민석은 지난 4년간 웨이트 훈련을 통해 힘과 근력을 보강하는 등 부족한 부분을 개선했다. 이번 대회 전에는 “평창 때보다 기량이 확실히 올라왔다. 다시 한번 나 자신을 증명할 때가 오지 않았나 싶다”고 강조했다. 이날 관중석에는 한국 여자컬링 대표팀이 찾아와 응원전을 펼치기도 했다.

 

김민석은 앞으로 스피드스케이팅 1000m, 팀추월에서도 또 다른 메달 도전에 나선다. 김민석은 평창 대회에서는 이승훈(IHQ), 정재원(의정부시청)과 함께 팀추월에서 은메달을 합작하기도 했다.

 

김민석은 경기 뒤 방송 인터뷰에서 “챔피언을 향해 열심히 준비했다. 긴장을 많이 했지만 후회없는 레이스를 편 데 만족한다. 한국 선수단의 첫 메달을 내가 딸 줄은 몰랐다. 저의 메달이 다른 선수들에게 힘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민석과 함께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500m에 출전한 박성현(23·한국체대)은 최선을 다해 레이스를 펼쳤지만 1분47초59로 21위에 그쳤다. 박성현은 지난달 21일 남자 1500m에 결원이 생기면서 극적으로 출전권을 얻었다. 박성현은 “좋은 기록은 아니지만 월드컵 때 나를 이겼던 선수들을 이겨 만족한다”고 했다. 김창금 기자

 

이상호, 안타까운 0.01초…예선 1위 통과에도 8강서 패배

 

베이징올림픽 스노보드, 러시아 빅토르 와일드에 밀려

“스노보드는 30살 넘어서 전성기 많아…기회 더 있다”

 

‘배추보이’ 이상호가 8일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 겐팅 스노우파크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 8강전에서 러시아의 빅토르 와일드에 0.01초 차로 진 뒤 아쉬워하고 있다. 장자커우/연합뉴스

 

0.01초 차이의 명암. 평창의 영웅 ‘배추보이’가 이번엔 불운에 아쉬움을 삼켰다.

 

스노보드의 세계적 스타인 이상호(27·하이원)가 8일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의 겐팅 스노우파크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스노보드 알파인 남자 평행대회전 8강전에서 러시아의 빅토르 와일드에 0.01초 차로 뒤져 탈락했다.

 

2018 평창 대회에서 한국 설상 종목 사상 처음으로 메달(은)을 수확한 이상호의 올림픽 연속대회 입상 꿈도 물거품이 됐다. 올 시즌 월드컵에서 이 종목 종합 1위에 올라 우승후보로 지목됐던 이상호로서는 아쉬움을 남긴 대회가 됐다. 이날 예선에서 최고의 성적으로 토너먼트에 올랐던 만큼 아픔은 더 컸다.

 

이상호는 이날 32명이 치른 예선 1차 시기에서 39초96로 결승선을 통과해 1위를 차지했다. 30초대에 들어온 선수는 그가 유일했다. 예선 2차 시기(40초58)에서도 상위권에 든 이상호는 1~2차 합계(1분20초4) 성적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이상호는 토너먼트로 이뤄진 16강전에서 예선 16위로 올라온 이탈리아의 다니엘라 바고차를 0.92초 차로 따돌리며 8강에 진입했다. 일대일 대결이어서 이상호는 상대방을 살피며 여유 있게 골인했다.

 

하지만 8강전에서 와일드에 의외의 일격을 당했다. 이상호는 예선 성적 우위자에 주어지는 코스 선택권에 따라 16강전 때와 마찬가지로 8강전에서도 레드코스를 택했다. 정신력과 균형감이 뛰어난 이상호는 583m의 코스 전반부에 와일드와 대등한 경쟁을 펴면서도 앞서는 듯했다. 하지만 결승점을 향해 갈수록 둘의 간극은 좁혀졌고, 결국 결승점을 통과한 뒤 나온 계측에서 0.01초 차의 패배를 당했다.

 

강원도 정선의 고랭지 배추밭에서 스노보드를 타 ‘배추보이’라는 별명을 얻은 이상호는 4년 전인 평창 올림픽 4강전에서는 슬로베니아의 잔 코시르를 0.01초차로 제치면서 결승에 진출했다. 하지만 두번째 올림픽 8강전에서는 야속하게도 0.01초 차로 무너졌다.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은 일대일 스피드 대결이 묘미다. 담력과 정신력은 가장 중요하다. 스노보드의 양쪽 면 가운데 하나(에지)로 급경사를 회전하면서 내려가야 하는 만큼 무게중심을 잘 잡으면서 자연스럽게 미끄러져 나가야 한다. 이상호는 이 예민한 스노보드에서 기술적으로는 세계 최고 반열의 선수로 꼽힌다. 또 멘털도 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평창겨울올림픽에서 이상호의 은메달 성취를 도왔던 이상헌 전 감독은 “스노보드에서는 30살을 넘어 전성기인 선수들이 많다. 이상호는 실력 면에서 최정상급이다. 앞으로도 기회는 더 있다”고 말했다.

 

한편 팀 동료이자 주장 김상겸(33·하이원)은 이날 1차 시기에 삐끗해 블루코스 14위(42초40)로 들어왔고, 2차 레드코스에서 41초41로 당겼으나 1~2차 합계 24위로 16강에 오르지 못했고, 여자부의 정해림(27·경기도스키협회) 역시 1~2차 합계 18위로 결선에 나서지 못했다. 김창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