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축제를 문화공정에 이용“

윤석열 “고구려·발해 대한민국 역사”

안철수 “한푸가 아니라 한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여야 대선주자들이 2022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한복을 입은 여성이 ‘중국 소수민족’으로 등장한 것에 대해 한목소리로 비판을 쏟아냈다. 대선을 한달여 앞두고 반중 정서가 커질 조짐이 보이자, 국민의힘이 ‘중국 때리기’ 행보를 비판해 온 민주당도 이번에는 중국 비판 대열에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날 오후 경남 창원 현대로템 공장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중국이 대국으로서 이래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려운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축제의 시기를 문화공정 시기로 이용하는 것이 아닌지 중국 정부는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례적으로 강경한 어조로 중국을 비판한 것이다.

 

이 후보는 “중국 정부가 과거에 역사 공정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들의 자존심을 훼손한 사례가 있다. 그 후에도 계속 동해안, 서해안에 불법 어선을 방치해서 대한민국 국민, 특히 어민의 분노를 사게 한 일이 있다”며 “김치, 한복, 심지어 특정 세계적인 스타 연예인이 어디 출신이다, 이런 얘기까지 할 정도로 지금 문화공정이라고 하는 것이 심각하게 우리의 자존심을 훼손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이 후보는 개회식이 열린 전날 밤 페이스북에 “문화를 탐하지 말라 문화공정 반대”라는 짧은 글을 올리기도 했다.

 

윤석열 후보는 이날 오후 제주 해군기지가 있는 강정마을을 방문해 기자들과 만나 “고구려와 발해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럽고 찬란한 역사”라며 “(고구려와 발해 역사는) 남의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고구려사와 발해사를 중국사로 편입시키기 위해 중국이 추진했던 ‘동북공정’을 비판한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중국 당국에 말한다. 한푸(漢服)가 아니라 한복(韓服)이다”라며 중국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앞서 중국 최대 포털 누리집인 바이두 백과사전이 “한복은 한푸에서 기원했다”고 주장하는 등 중국에서 한복 중국 원조론이 거듭 제기되는 것은 겨냥한 발언이다.

 

 4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한복을 입은 한 공연자가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대선 후보들의 너나 없는 중국 비판 일성에도, 야당은 정부·여당의 대응을 소극적인 저자세라고 규정하며 공세를 펼쳤다.

 

황규한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어 “우리 정부는 중국몽(夢)에 사로잡혀 중국의 동북공정과 문화침탈에 대해 제대로 된 항의조차 하지 못했고, 오히려 각종 외교 사안에서는 늘 저자세를 유지해왔다”며 “단호한 대응이 있었다면 어제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재명 후보에게 묻는다. 중국의 역사공정과 문화공정이 단지 우리 자존심 문제인가”라며 “이 후보는 왜 매번 중국의 부당한 처사에 안이하고 관대한가”라고 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한복을 입고 현장에서 이 상황을 지켜본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항의계획은 없다’고 말했고, 심지어 ‘한편으로는 우리 문화가 많이 퍼져나가는 것이라 볼 수 있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며 “마치 중국 측 입장문을 보는 듯하다”고도 했다.

 

황 장관은 이날 중국 베이징 시내 메인 미디어센터를 방문해 기자들과 만나 “이날 오전 중국 신화통신과 인터뷰에서 외교적으로 항의할 계획을 묻기에 ‘그럴 필요까지는 현재 생각 안 하고 있다. 다만 양국에 오해 소지가 있는 부분은 중국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국내 여론 등을 언급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문화가 전 세계로 퍼지는 상황에서 한 나라로 성장하지 못한 민족을 주로 가리키는 소수 민족으로 조선족을 과감하게 표현한 것은 양국 간 오해 소지가 있다”며 “우리 문화가 확산하는 과정으로 보고 자신감, 당당함을 가질 필요가 있고 다만 올바로 잡을 부분은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에서도 중국에 더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인 이소영 의원은 페이스북에 “걸핏하면 불거지는 중국의 동북공정, 문화공정은 매번 해소, 해결되지 못하고 지금까지 쌓여 왔다. 우리 2030 청년들이 강한 반중 정서를 갖게 된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기인한다”며 “이 문제를 그대로 방치해서 국민의 반중 정서가 날로 강해진다면, 앞으로 중국과 외교를 펼쳐 나갈 때에도 커다란 장애물이 될 것이다. 실리외교를 위해서라도 할 말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하얀 기자

 

첫 경기에서 ‘불운’…쇼트트랙 혼성 계주 예선 탈락

 

박장혁이 5일 오후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쇼트트랙 혼성 계주 2000m 준준결승 1조 경기에서 레이스 도중 넘어지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한국이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혼성 계주 첫 경기에서 미끄러졌다.

 

황대헌·박장혁·최민정·이유빈으로 구성된 쇼트트랙 대표팀은 5일 저녁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혼성 계주 준준결승에서 박장혁이 중도에 넘어지면서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남녀 각각 두 명씩 4명의 선수가 참가하는 혼성 계주는 이번 겨울올림픽에서 처음 채택됐다.

 

준준결승 1조에서 중국, 이탈리아에 이어 3위로 달리던 한국은 박장혁이 마지막 주자인 황대헌을 터치 하기 직전에 코너를 돌다가 넘어지면서 1, 2위권에서 멀어졌다. 혼성 계주에서 노렸던 한국 선수단 대회 첫 메달의 꿈도 물거품이 됐다. 대표팀은 충격이 컸던지 경기 뒤 별 다른 인터뷰 없이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베이징/이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