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언론사에서 2012년은 전대미문의 해로 기록될 게 분명하다. <문화방송> <한국방송> <와이티엔> <연합뉴스> <국민일보> 등 방송·통신·신문사가 일제히 유례없는 총파업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파업의 지향점도 낙하산 사장 퇴진과 공영성 회복, 편집권 독립 등 공익적 가치로 모아져 있다. 이 대파업의 선두에 선 문화방송 노조의 투쟁이 오늘로 100일째를 맞았다.
 
문화방송 구성원들은 지난 1월30일 마이크와 카메라를 놓았다. 김재철 사장 체제의 편파·불공정 방송에 더는 굴종할 수 없다는 각성이 마침내 활화산처럼 터져나온 것이다. 김 사장이 이끈 지난 2년여 동안 문화방송은 권력 감시와 견제를 통해 ‘국민의 방송’으로 자리매김하기는커녕 정권의 이해에 충실한 편파보도로 ‘정권의 앵무새’라는 오명만 얻었을 뿐이다. 그런데도 김 사장은 파업 100일 동안 문화방송을 더욱 만신창이로 만들고 있다. 정영하 위원장 등 노조 간부 3명을 해고하고, 30명가량에겐 정직 이상의 중징계를 내렸다. 노조 집행부의 집과 통장까지 가압류하는 손해배상 소송도 불사했다. 그런 와중에 간판 시사프로그램인 ‘피디수첩’과 ‘시사매거진 2580’ 등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조직개편을 밀어붙이고, 회사 요직에 대거 측근들을 앉혔다. 4.11 총선에선 “역사에 길이 남을 최악의 편파뉴스”(노조 민실위 보고서)라고 평가받는 불공정 보도를 서슴지 않았다.

공영방송이 100일 넘게 불구 신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은 국가적 중대사태가 아닐 수 없다. 국민 시청권의 훼손을 이처럼 아랑곳하지 않는 나라는 정상적인 민주국가가 아니다. 이 정권이 민주주의의 근간인 언론자유의 중요성을 조금이라도 인식하고 있다면 이런 사태를 수수방관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과 집권 새누리당은 언론파업 사태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한다. 언론사 파업으로 쏟아지는 정권 비리 보도들이 제대로 국민에게 전달되지 않는 상황을 오히려 즐기고 있는 듯도 하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 무슨 비난이 쏟아지더라도 현재의 언론장악 상태를 연말 대선까지 끌고 가겠다는 속셈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이제 중요한 것은 야당의 역할이다.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으로 전열을 정비한 민주통합당의 제1과제는 언론파업 해결이 돼야 한다. 정부 여당이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도록 다각적인 압박을 해야 한다. 그 해결책의 첫 단추는 당연히 김 사장의 사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