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국힘 윤석열 여가부 폐지 공약 철회해달라”

피해자 질병 치료·생활 지원 등 사업 축소될까 우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인권운동가가 국회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면담하고 있다.

 

지난 10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인권운동가는 국회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만나 “한가지 부탁이 있다”며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철회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그렇게 정한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그 일을 제대로 할 부처를 둬서 지원하도록 하겠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더 큰 예산과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 운동가는 “여성가족부가 없었으면 우리는 죽었다”고 호소했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평생을 보낸 그가 여성가족부를 없애지 말라고 호소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성가족부는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위안부피해자법)’에 따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생활안정을 위해 각종 지원 사업을 한다. 현재 생존한 ‘위안부’ 피해자는 열 세분이다. 여성가족부는 이들에게 구체적으로 △생활안정지원금 △간병비 △장제비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따른 생계급여 △의료급여법에 따른 의료급여 △의료급여법에 따른 본인부담금 및 비급여 비용의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생활안정지원금은 올해 기준 월 162만6천원이 지급된다. 치매・중풍 등 중증 노인성 질환자, 의료기관에 입원·치료 중인 생활안정지원대상자에 대한 간병인 사용 비용도 지원한다. 1년 기준 병원 6570만원, 입주간병 5475만원, 방문간병 4380만원으로 올해 총액은 지난해 간병비 총액보다 50%나 인상됐다. 여가부는 피해자가 간병비가 더 필요할 경우 지원한도를 초과하여 지급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생활안정지원 외에도 여성가족부는 ‘위안부’ 피해자를 위해 건강치료와 맞춤형 지원도 한다. 여성가족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과 피해자를 연결해 주1회 이상 정기적으로 연락하는 등 사례 관리가 이뤄진다. 힐링카드(병원 등 업종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용도를 제한한 체크카드 지급)를 지급해 병원·약국·건강보조식품 등 건강 관련 비용을 지원하기도 한다. 생활안정지원 대상자가 사망시 500만원 이내로 장례 관련 비용 지원도 가능하다. 또 식료품‧의류 등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없는지 살핀다.

 

여성가족부는 2018년부터 기림의 날(1991년 8월14일 고 김학순씨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최초로 세상에 알린 것을 기리는 날)을 제정해 운영하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 왜곡 시도에 대응하기 위해 연구와 교육·홍보 기능도 강화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의 위안부 지원 사업은 대부분 피해자의 건강과 생활지원에 집중돼있다. 이 대표가 ‘다른 부처’를 통해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이 운동가는 주무부처가 아닌 다른 부처에서 사업을 맡을 경우 지원 규모가 축소되고, 지금처럼 세심한 지원이 사라질까 우려하는 것이다. 또 여성가족부는 정부부처 가운데 여성 인권의 관점에서 위안부 문제를 바라보는 유일한 부처이기도 하다. 이나영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다른 부처를 두겠다는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이 대표와 국민의힘이 구체적으로 어떤 단위에서 어떤 방식으로 ‘위안부’ 지원 사업을 할 것인지에 대한 아무 청사진이 없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말했지만 구체성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이주빈 기자

 

“정치가 아니라 협잡꾼의 도박판”…대선 막말에 여성계 행동 나서

 

주권행동, 참여단위 7곳서 116곳으로 늘어

“페미니즘 공격을 기득권 유지책으로 써”

학계도 성명 · 기자회견 등 이어가

19일엔 시국토론회 ‘미투에서 대선까지’

 

오는 12일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차별과 혐오, 증오 선동의 정치를 부수자’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사진 2022 페미니스트 주권행동

 

“여성가족부 폐지”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내놓은 공약과 발언들이다. 대선 국면에서 성평등 논의를 퇴행시키고, 백래시(사회 변화에 대한 반발)를 부추기는 행태에 제동을 거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여성계가 곳곳에서 여성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모으기 위한 본격적인 행동에 나선다.

 

여성단체 연대체인 ‘2022 페미니스트 주권행동’은 12일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차별과 혐오, 증오 선동의 정치를 부수자’는 이름으로 집회를 벌인다. 당초 한국여성단체연합·한국여성민우회 등 7개 단체의 참여로 시작한 주권행동은 11일 현재 116개 단위가 모인 거대 연대체로 불어났다. 주권행동 참여단체인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의 권수현 대표는 “대선 기간 동안 백래시 흐름이 강화되고 있고 선거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여성 유권자의 목소리를 알리는 행동이 필요하다는 뜻이 자연스럽게 모였다”고 했다.

 

주권행동은 12일 열리는 첫 집회에서 299명(정부 방역지침 상 허용되는 최대 인원)이 모여 함께 퍼포먼스를 벌이고 광화문·종로 일대를 행진할 예정이다. 주권행동은 집회 취지를 밝힌 입장문에서 “현재의 대선 정국은 대선 후보들이 과연 여성의 현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지, 성평등 국가 비전은 있는 것인지 의심하게 만든다”며 “페미니즘에 대한 적극적인 공격을 통해 기득권을 유지하며 이를 모든 갈등 봉합의 해결책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것은 정치가 아니라 협잡꾼의 도박판”이라고 비판했다. 주권행동이 10만명을 목표로 진행 중인 서명운동에는 이틀 만에 5322명(11일 낮 기준)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학계에서도 ‘성별 갈라치기’가 표몰이의 수단으로 쓰이고 있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10일 여성연구자와 활동가 220명은 서울 영등포구 여성미래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반도 평화와 성평등 민주주의 후퇴를 염려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2030 청년들의 좌절과 분노는 주거와 자산의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는 현실에 대한 분노”라며 “이런 현실에 맞서 한국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시급히 요청되지만, 할당제와 같은 제도를 거론하며 여성이나 여가부에서 그 원인을 찾는 사실 왜곡이 일어나는 현실이 슬프다”고 밝혔다. 이들은 “각 당의 대선 후보는 성평등 정책의 실제적 확장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 젠더 문제를 정치 도구화하는 행동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오는 19일에는 한국여성학회 등의 주최로 시국토론회가 열린다. ‘세대와 젠더 분열을 넘는 페미니스트 주권행동 포럼 : 미투에서 대선까지’를 주제로 한 이날 토론회에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위력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김지은씨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출연 번복 사태를 겪었던 <닷페이스>의 조소담 대표 등이 참석해 최근 대선 상황에 대해 발언할 예정이다. 임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