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4050, 국민의힘은 장 · 노년층에 집중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역에 사전투표소 설치가 진행 중이다. 사전투표는 3월4일부터 5일까지 이틀간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연합뉴스
여야가 오는 4∼5일 실시되는 20대 대선 ‘사전투표 독려’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선거 막판까지 양강 후보들의 지지율이 팽팽하게 맞붙으면서, 지지층을 한 명이라도 더 투표장으로 끌어내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지세가 강한 4050 세대가 사전투표에 대거 나서며 본 투표까지 상승 분위기를 주도할 가능성에 주목한다. 국민의힘은 ‘사전투표=부정선거’라는 지지층 내부의 음모론을 잠재우고 혹시 모를 코로나19 확진 등 돌발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사전투표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독려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1일 서울 명동 유세에서 “9일 뿐 아니라 4~5일 사전투표도 있다. 저도 사전투표를 할 것인데, 전국 어디서나, 아무 때나 할 수 있으니 사전투표해 주시고 안 하신 분들에게 전화·카톡 넣어서 투표를 권유해달라”고 표심을 모아줄 것을 호소했다. 정철 선대위 메시지 총괄은 전자우편으로 사진을 보내면 이 후보의 기호인 숫자 ‘1’ 모양에 사진을 넣어 사전투표를 독려하는 내용의 포스터를 만들어 회신하는 온라인 캠페인도 시작했다.
민주당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경제활동 인구 가운데 주민등록지와 다른 곳에서 일하는 분들이 꽤 있다. 이들은 (3월9일에) 투표를 하기 힘들다”며 “현재 경제활동 인구인 4050세대에서는 이 후보의 지지세가 높기 때문에 이런 분들을 포괄하는 사전투표율이 높으면 상대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도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자들이 사전투표를 많이 했고 3050세대는 특히 그렇다”며 “사전투표 독려가 이 후보의 지지를 끌어내는 데 효과적이라는 판단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이날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 앞 유세에서 “투표해야 부패 세력을 축출할 수 있다”며 “당일만 (투표)해서는 우리가 이기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도 이날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사흘 동안 투표하는 정당과 하루 투표하는 정당, 누가 이기겠느냐”고 말했다. 본선거 하루, 사전선거 이틀을 합친 3일의 투표일에 지지층을 최대한 투표장으로 끌어내겠다는 얘기다. 국민의힘은 국회 회의장 벽면에 “윤석열도 사전투표하겠습니다”라고 적힌 펼침막을 내걸었다. ‘호남 30% 득표’를 공언한 이준석 대표는 오는 4일 광주에서 사전투표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2020년 총선 이후 사전투표 용지·투표함 관련된 부정선거 음모론이 불거졌다. 사전투표에 대한 불신이 여전하지만 오미크론 변이가 정점을 향하는 상황에서 노년·장년층이 최대한 빨리 투표하는 게 유리하다는 게 국민의힘의 판단이다. 이철규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지지층에게 ‘투표를 하지 않으면 못 이긴다’, ‘투표소에 나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공개한 ‘사전투표 독려 영상’에서도 “지난해 4·7 재보궐 선거 때 역대 재보궐선거에서 가장 높은 사전투표율을 기록했고, 그 결과 압도적인 차이로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됐다. 높은 사전투표율이 압도적 승리로, 압도적 승리가 향후 국정 운영의 힘으로 이어진다”며 지지층의 사전투표 거부감을 해소하는 데 집중했다.
다만 사전투표 열기가 어느 정당에 유리한지 단정할 순 없는 상황이다. 우상호 민주당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2012년 대선 때부터 투표율이 높으면 민주 진영이 유리하다는 공식이 깨졌다”며 “투표율보다는 어느 진영이 더 결집하느냐가 과제다. 투표율 자체가 높다고 유리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사전투표를 많이 해야 우리에게 유리하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중요한 것은 지지층의 투표율을 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에 180석을 몰아준 2020년 총선 당시 사전투표율은 26.7%였다. 연령대별 전체 투표 중 사전투표 비율은 60대가 33.4%로 가장 높았고, 70대 (30 .5 %), 50대 (29 .8%) 차례였다. 국민의힘 후보가 압승한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경우, 사전투표율은 21.9%였다. 이때도 60대(29.9%), 70대(27%), 50대(26.1%) 차례였다. 최근 선거의 사전투표율을 보면, 60대 이상 고령층이 더 적극적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코로나19 변수로 투표율 자체가 이전보다 높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며 “야당은 ‘정권교체’를 지지하고 있는 부동층이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투표를 포기할까봐, 여당은 지지층이 투표장에 나오지 못할까봐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김미나 송채경화 기자
윤여준 · 법륜 등 사회·종교계 원로들 “대선 후보들 ‘통합정부’ 약속해라”
‘국민통합을 위한 연합정부 추진위원회’ 기자회견
“당선인, 인수위부터 초당적 내각 구성 준비” 제안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법륜 평화재단 이사장 등 사회·종교계 원로 인사 20명은 1일 다음 정부를 이끌 대선 후보들에게 당선증을 받는 즉시 ‘국민통합을 위한 연합정부’ 준비 기구와 초당적 내각 구성을 약속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이 의원총회를 열어 이재명 대선 후보가 제안한 ‘통합정부 정치개혁’ 방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직후에 나온 요구여서 대선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눈길이 쏠린다. 민주당은 즉각 이런 제안을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민통합을 위한 연합정부 추진위원회’(추진위)는 이날 낮 12시 서울 중구 콘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들에게 보내는 대한민국 종교사회 원로들의 긴급 제안’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혔다.
추진위는 제안서에서 “20대 대선 선거 운동이 가열될수록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비전과 정책이 제시되기보다, 서로 갈등과 증오를 부추기고 있다. 이 때문에 선거를 기권하려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며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의 본질은, 만일 여당 후보가 당선되면 의회의 다수 의석을 배경으로 정치적 독주를 계속 할지 모르고, 야당 후보가 당선되면 다수 의석을 보유한 여당의 협조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식물 대통령’이 될지 모른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추진위는 이어 “단언컨대 통합의 정치, 협력의 정치를 하지 않으면 ‘성공한 대통령’, ‘성공한 정부’는 어렵다”며 “그것은 1987년 직선제 이래 우리 정치의 반복된 불행에서 이미 입증된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추진위는 이에 “우리는 20대 대선에 출마한 주요 후보자들에게 ‘국민통합을 위한 연합정부’ 구성에 참여하는 다짐을 (2일 저녁 8시에 열리는) 티브이(TV) 토론회에서 국민 앞에 약속해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며 “제20대 대통령 후보자가 당선인이 되면 △인수위원회를 중심으로 ‘국민통합을 위한 연합정부’ 준비 기구 발족 및 초당적 내각을 구성할 것 △국민통합의 제도 보장을 위해 헌법과 선거법 개정을 국민 앞에 약속하는 다짐을 받고자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추진위는 “우리 추진위원들은 각자 지지하는 후보가 다르더라도 ‘국민통합의 정치’가 실현될 수 있도록 대선 이후에도 더 많은 사회 원로들이 참여하는 국민통합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제안에는 김명혁 강변교회 원로목사, 김대선 원불교 교무, 김홍진 천주교 신부, 도법 조계종 전 화쟁위원장, 박경조 성공회 주교, 박남수 천도교 전 교령, 박종화 경동교회 원로목사, 법륜 평화재단 이사장, 이성택 원불교 전 교정원 원장,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손봉호 동덕여대 전 총장, 신낙균 전 문화관광부 장관, 신인령 이화여대 전 총장, 이우재 전 국회의원,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윤경로 한성대 전 총장,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정성헌 전 새마을운동중앙회장, 최상용 전 주일대사 등이 참여했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는 이후 자신의 이름을 철회했다.
이들 외에도 다른 여야 정치권 원로들도 참여를 고민하다가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막판에 참여를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이 정권교체 프레임에 맞서 지난 27일 밤 의원총회를 열어 통합정부 정치개혁 방안을 채택한 직후인 만큼, 원로들의 이런 행보가 자칫 민주당 편들기로 비쳐질 수도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 추진위의 제안을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조승래 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원로분들은 대한민국이 ‘세계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지, 소모적인 국론분열로 절호의 기회를 놓칠지 중대한 분기점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깊이 공감한다”며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은 ‘국민통합을 위한 연합정부 추진위원회’의 뜻을 존중하여 정치 대개혁을 이뤄나가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이재훈 송채경화 김미나 기자
“이번 대선 나만 답답해?”…시민들 거리로 나섰다
“네거티브·막말 난무, 진흙탕 대선에 분노”
노동·여성·청년·기후·장애인·성소수자 등
주요 의제 사라져…스스로 목소리 내기
노동·여성·대학생·기후 등 각계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2022 대선공동행동’이 연 ‘이번 대선 나만 답답해?’ 정치파티가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들머리 광장마당에서 열려, 참가자들이 성차별, 집값, 청년실업 등에 분노하며 이를 무너뜨리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싹 다 갈아엎어 주세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수 유산슬의 ‘사랑의 재개발’을 개사한 ‘대선의 재개발’)
1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광장마당에 모인 시민 60여명이 노래 ‘대선의 재개발’을 부르며 율동을 췄다. 이들은 우리 사회 주요 의제들은 사라지고 네거티브와 막말로 얼룩진 대선 정국이 “너무 답답하다”며 “촛불의 열망과 사라진 시민들의 목소리를 되살리자”고 호소했다.
노동·여성·청년·기후 등 각계각층의 시민사회 단체들이 참여한 ‘2022 대선공동행동(공동행동)’은 이날 ‘이번 대선 나만 답답해? 3.1 정치파티’를 열고 이번 대선에서 잘 드러나지 않고 있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발언에 나선 박주희 서울여성회 회장은 “오늘은 우리에게 모든 희망이 사라진 시대에 스스로 떨쳐 일어나 우리가 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려준 3.1운동 103주년”이라며 “하지만 103년이 지난 이 시간 우리의 대선 정치판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시대정신은 사라져 버렸고, 네거티브와 막말만 난무하고 있다. 정치가 시민의 삶을 책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에서 지워지고 사라진 노동자, 농민, 여성, 청년, 장애인, 성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되살리고, 불평등과 기후위기 그리고 차별의 세상에서 그래도 우리가 만들어 갈 희망찬 미래는 있다고 주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광장마당에서 5대 권리찾기 실천단 ‘우주인’ 소속 대학생들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대선에서 ‘캐스팅보터’로 주목받는 청년들은 자신들을 ‘표’로만 바라보는 정치권을 비판했다. ‘5대 권리찾기’ 남상혁 대학생 실천단장은 “정치권은 청년을 그저 ‘정치팔이 소모품’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며 “진짜 청년들이 필요한 게 무엇인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고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씨는 “우리 청년들은 일하다 죽지 않고, 평등하게 교육받고, 아무 걱정 없이 집에서 살 수 있는 권리를 정치권에 요구한다”고 호소했다.
이들이 말하는 ‘5대 권리’는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권리 △성과 장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 △기후위기시대 무사히 늙어죽을 권리 △평등하게 교육받을 권리 △주거만큼은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권리 등이다.
기후위기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영등포시민연대 피플 기후정의실천단에서 활동하는 배기남씨는 “이번 대선을 보면 ‘기후 우울증’에 걸릴 것 같다”며 “대선 후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기후위기에 관한 인식도, 관심도 없는 상태다. 기후위기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뽑을 대통령은 앞으로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마지막 대통령이다. 모든 대선 후보들은 기후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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