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단일화 진정성 느낄 수가 없었다” 비판하면서도

“정부 잘못 따져야 된다는 게 국민 정권교체 열망” 언급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왼쪽)가 1일 서울 서대문구 국립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관에서 열린 제103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악수하자며 손을 내밀자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1일 “정치인들끼리 중요한 아젠다에 대해 논의하자고 한다면 어떤 정치인이든지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립임시정부기념관에서 열린 제103주년 3·1절 기념식이 끝나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만날 의향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지난 27일 단일화 논의 경과를 낱낱이 공개한 윤 후보의 기자회견 이후 사실상 야권 단일화가 물건너갔다는 얘기가 나오는 가운데, 윤 후보와의 만남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비칠 수 있는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다만 안 후보는 이후 고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빈소를 방문한 뒤 “제가 말씀드린 건 정확한, 어떤 아젠다가 있을 때 그런(만날 용의가 있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부연했다.

 

안 후보는 이날도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에 임하는 윤 후보 쪽의 진정성 없음을 비판하며, 단일화 논의 결렬의 책임을 국민의힘 쪽으로 돌렸다. 그는 “제가 3주 전에 야권 단일 후보를 뽑자고 제안을 했다. 그런데 그동안에 가타부타 어떠한 답변도 듣지 못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제가 기대하기로는 그동안, 그 3주 동안에 왜 아무런 대답이 없었는지 그리고 제가 제안을 했었던 국민 경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답을 들을 줄 알았다”면서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는 어떠한 답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거기에 대해서 진정성을 느낄 수가 없었다”고 했다.

 

안 후보는 ‘국민의힘에서 여론조사 경선 방식에 대해 협상 테이블에 올라온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제가 3주 전에 전 국민 앞에서 제안을 했지 않았느냐”며 “그렇게 제가 공식적으로 제안한 것에 대해서 테이블 위에 올라오지 않았기 때문에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는 국민의힘의 그 말은 변명이 될 수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또 ‘최근 유세에서 정권 교체라는 말이 안 보인다는 보도가 있다. 아직 정권 교체라는 대의에는 공감을 하고 있느냐’는 물음에는 “저는 현재 대한민국이 정말로 위기 상황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지금 정부의 잘못에 대해서 따져야 된다. 그것이 바로 많은 국민들의 정권 교체 열망 아니겠나”라고 답했다. 그는 “제대로 국가를 운영하지 못한 정치 세력이 국민의 심판을 받아서 정권교체가 되면, 정권을 잃은 세력은 더 열심히 노력해서 다시 한번 더 정권을 찾으려고 노력을 할 것이고, 정권을 지금 유지하고 있는 세력은 정권을 잃지 않기 위해서 더 노력하는 것, 그것이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길이라는 신념은 저한테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왼쪽)가 1일 서울 서대문구 국립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관에서 열린 제103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 후보가 ‘어떤 정치인도 만날 뜻이 있다’면서도 윤 후보 쪽에 대한 비판을 거두지 않고 있어 ‘통합정부 구성안’을 내놓고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쪽과 만날 뜻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국민의당 쪽은 이에 대해 “(안 후보의 얘기는) 중요한 아젠다가 있으면 누구든 만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얘기”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특히 국민의당에선 “지난 27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단일화 결렬 관련 기자회견 이후 유튜브와 소셜미디어(SNS)에서 단일화 결렬 이면에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 간 모종의 밀약이 있었다는 음모론적 허위사실이 집중 유포되고 있다”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힌 상태다. 권은희 선대위 소통위원장은 전날 “국민의당 선대위는 더불어민주당 공식‧비공식적으로 어떠한 논의도, 협의도, 제안도, 검토한 사실도 없음을 명백히 밝힌다”며 “선처 없는 강력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배지현 기자

 

영남은 남편, 호남은 아내 먼저…안철수 부부의 유세법

  각자 고향에서 먼저 마이크 잡기

  이 · 윤 후보 부인들과 달리

  김미경씨 전면 나서 ‘실속형’ 유세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 부인 김미경씨가 지난달 27일 전남 여수시 이순신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제는 정말로 준비된 안철수 후보를 소개해드립니다.”

 

지난달 27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전남 목포역 유세. 나란히 유세 차량에 오른 안 후보 부부 가운데 먼저 마이크를 잡은 것은 부인 김미경씨였다. 김씨는 “(안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 전체를 살펴서 가장 유능한 인재만 모아 가장 스마트한 정부를 만들 것이다. (이 나라가) 반으로 더이상 나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남편 안 후보를 소개한 뒤, 안 후보에게 마이크를 건넸다. 전남 순천이 고향인 김씨가 호남 지역 유세 전면에 나서 “호남의 사위 안철수를 선택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김씨는 이후 순천 아랫장 유세와 여수 이순신광장 유세, 다음날 전북 고창 유세 때도 안 후보보다 먼저 마이크를 잡으며, 친정 유권자들에게 안 후보를 직접 소개하는 역할을 맡았다. 또 ‘호남 붙박이 ’가 되어 안 후보의 일정과 별개로 호남 지역에서 홀로 지원 유세를 펼치고 있다.

 

반면, 지난달 22일부터 1박 2일 동안 이어진 부산·울산·경남 유세 때는 안 후보가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뼛속 깊이 부산 사람”인 안 후보가 전면에 나선 것이다. 그는 이 유세에서 “서울에서, 중앙에서 정치하면서도 부산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며 부산 출신임을 내내 강조했다. 부산 진구 부전시장 유세에서 안 후보에게 마이크를 넘겨 받은 김씨는 “지난 10년 동안 많은 어려움과 실패를 겪으면서 안철수 후보는 굉장히 단단해졌다. 이제 준비돼 있다. 여러분이 안철수를 선택하시면 선한 사람들의 정치, 그것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 부인 김미경씨가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을 찾아 한 지지자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원내 의석이 3석밖에 안 돼 당 쪽 지원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국민의당으로서는 김씨의 활동이 ‘일당백’이다. 원내에선 권은희 원내대표만 안 후보의 현장 일정에 가끔 동행하고 있다. 거대 양당 후보들이 각 지역구 의원들과 도당위원회 등이 총출동하는 초대형 유세 현장으로 세를 과시한다면, 안 후보 부부의 유세는 ‘실속형’이다. 특히 경쟁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부인인 김혜경씨,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부인 김건희씨가 각종 의혹에 휩싸여 공개 행보를 못 하는 사이, 김씨의 역할이 한층 주목받고 있다는 게 국민의당 쪽의 평가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한겨레>에 “다른 후보 배우자들의 유세 활동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김씨의 유세가 현장 반응이 굉장히 좋다”고 말했다. 김미나 곽진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