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세계여성의날 기념 제37회 한국여성대회
여성운동상에 방송작가 유니온
‘성평등 걸림돌’은 국방부·헌재 등
한국여성단체연합은 5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3·8 세계여성의날 기념 제37회 한국여성대회를 개최했다.
“모두의 내일을 위해, 오늘 페미니즘!”
5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 200여명의 여성들이 모였다. 오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열린 제37회 한국여성대회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페미니즘을 상징하는 보라색 마스크, 목도리 등을 착용한 채 “가라, 차별과 혐오! 오라, 성평등!” “여성의 삶이 미래다” 등의 구호를 한목소리로 외쳤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한국여성단체연합(여성연합)은 “여성들의 연대는 누구도 소외되거나 배제되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갈 것”이라며 “젠더정의가 이루어지는 성평등한 내일을 위해 우리는 오늘 페미니즘이 필요하다. 제37회 한국여성대회는 우리 사회의 성평등한 내일을 위해 여성·시민들의 연대를 확인하는 자리”라고 밝혔다.
이날 대회는 ‘돌봄·연대·정의-모두의 내일을 위해 오늘 페미니즘’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여성연합은 ‘3·8 여성 선언’을 발표하면서 “한국사회에 존재하는 뿌리 깊은 성차별적 사회 구조는 여전히 여성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장기화된 코로나19 감염병과 대응 과정은 한국 사회의 차별과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켰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평등한 일과 생활, 돌봄이 가능한 삶이 보장돼야 한다. 우리는 성차별적 기후위기, 불평등과 양극화를 심화한 기득권, 남성, 엘리트 중심 성장과 발전 패러다임의 환상을 거두고 ‘돌봄’ 중심으로 사회경제체제를 바꿀 것”이라고 선언했다.
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행태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민문정 여성연합 공동대표는 “여성들의 생존 기반이 무너지고 폭력과 혐오가 위험 수위에 다다르고 있으나 이를 해결할 정책과 정치는 실종됐다. 오히려 정치가 차별과 혐오를 선동하는 참담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번 대선에선 성평등에 투표할 것”이라며 “여성 주권자의 목소리와 행동이 전국 파도가 되어, 그리고 성평등 정치의 해일이 되어 차별 선동의 정치를 끝장낼 것”이라고 했다.
5일 열린 제37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성평등 디딤돌’로 선정된 엘지(LG) 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이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날 대회에서는 올해의 여성운동상, 특별상, 성평등 디딤돌·걸림돌도 발표됐다. 지난 한해 한국 사회의 성평등과 여성운동 발전에 공헌한 이에게 수여하는 올해의 여성운동상 수상자로는 방송작가 유니온(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 지부)이 선정됐다. 방송작가 유니온은 방송작가의 노동권 보장과 처우 개선을 목표로 지난 2017년 11월 출범한 뒤, 방송작가의 고용안정과 노동권 보장, 임금 현실화 등을 위해 목소리를 내왔다. 지난해 3월에는 <문화방송>(MBC)에서 부당하게 해고된 방송작가들이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노동자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큰 기여를 했다. 여성연합은 “중앙노동위가 방송작가를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한 최초의 결정으로 의미가 매우 크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특별상에는 성별 다양성이 인정되는 성평등한 군대를 향한 길을 만든 고 변희수 하사가 이름을 올렸다. 주최 쪽은 “변 하사의 투쟁은 생물학적 성별 이분법에 갇혀있는 한국사회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뒤흔들고, 남성 중심적·차별적인 군대에 맞서 트랜스젠더 군인의 존재를 가시화했다”고 평가했다.
‘성평등 디딤돌’에는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가 처한 부조리한 현실에 정면으로 맞서 승리한 엘지(LG) 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 등이 선정됐다. 또 △서울가정법원의 ‘엄마 성·본 쓰기’ 성본변경청구 허가 결정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 △영화 ‘너에게 가는길’이 이름을 올렸다.
‘성평등 걸림돌’로는 △반복되는 젠더폭력에 보여주기식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만을 내놓는 국방부 △이주여성들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사업을 추진한 문경시 △육아휴직 사용한 여성노동자를 탄압한 남양유업과 홍원식 회장 △면접과정서 채용성차별을 한 동아제약 △성차별·혐오발언 쏟아낸 챗봇 이루다 개발사 스캐터랩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 진술녹화 증거능력 폐기처분한 헌법재판소 △업무상 위력 성폭력 피해자 부당해고한 전남대학교가 꼽혔다. 박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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