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지난해 9월 녹음된 김만배 음성파일 보도
윤 후보 "조씨 모르고, 봐주기 수사 한 사실없다" 반복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2011년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수사 당시, 주임검사였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박영수 전 특별검사를 통해 사건을 무마했다는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의 주장이 담긴 음성파일이 공개됐다.
<뉴스타파>는 6일 김씨가 대장동 검찰 수사 직전인 지난해 9월15일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과 나눈 대화 음성파일을 공개했다. 이 매체는 “김씨가 박영수 변호사에게 (불법 대출 브로커) 조아무개씨를 소개했고, 박 변호사와 윤석열 당시 대검 중수부 검사를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해결했다”고 보도했다.
2011년 당시 대검 중수2과장이었던 윤 후보는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사건 주임검사로 대장동 사업가에게 1155억원가량의 불법 대출을 알선한 조씨를 상대로 계좌 추적까지 벌였지만, 참고인 조사만 하고 그를 돌려보냈다. 당시 조씨의 변호인은 박영수 전 특검이었다. 검사 시절부터 박 전 특검과 윤 후보는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윤 후보가 당시 ‘봐주기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음성 파일에는 김씨가 신 전 위원장과 만나, “내가 조씨를 박영수 변호사에게 소개해줬다. 당시에 윤석열이 (대검 중앙수사부) 과장. 박아무개가 주임검사야. 그래서 내가 (조씨에게) 박영수(변호사)를 소개해줬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씨는 그러면서 “박영수가 (조씨 사건 관련) 진단을 하더니 나한테, ‘야, 그놈 보고, 대검에서 부르면 가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오라고 그래’. 그래서 나도 모르고 그냥 (조씨한테) ‘야, 형님(박영수)이 그랬는데 커피 한 잔 마시고 오란다’ 그러니까 진짜로 (조씨가 검찰에) 갔더니 (조씨한테) 커피 한 잔 주면서 ‘응, 얘기 다 들었어. 들었지? 가 임마’ 이러면서 보내더래”라며 “박아무개 검사가 커피, 뭐 하면서 몇 가지를 하더니 보내주더래. 그래서 사건이 없어졌어”라고 한다.
이는 대장동 민간사업자 가운데 한명인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주)가 지난해 11월 검찰 조사에서 밝혔다고 알려진 내용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지난달 <제이티비시>(JTBC)는 남 변호사가 지난해 검찰 조사에서 ‘윤 후보가 대장동 불법 대출을 눈감아줬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남 변호사가 “저, 김만배, 조아무개씨가 (2011년 대검 중수부의) 2회 조사 출석 전에 대법원 주차장에서 만났다. 김만배가 조씨에게 ‘오늘은 올라가면 커피 한 잔 마시고 오면 된다. 물어보는 질문에 다 협조하면 된다’고 했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이어 “조씨가 2회 조사를 받고 나왔는데 실제로 주임검사가 믹스커피를 타 줬다고 했고, 첫 조사와 달리 되게 잘해줬다고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그러나 윤 후보 쪽은 ‘조씨를 모르고, 봐주기 수사를 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윤 후보는 지난달 25일 열린 대선 후보 티브이(TV) 토론회에서 ‘조씨에게 커피는 왜 타줬느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물음에 “난 그 사람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김씨와 대화를 나눈 신 전 위원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음성파일에 대해서는 어떤 말씀도 드릴 수 없다”고 했다. ‘녹취 이유’에 대해서도 “말씀드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선대본부의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이날 밤 늦게 입장문을 내 “대장동 게이트가 언론에 보도된 후 검찰 수사를 앞두고 김만배가 지인에게 늘어놓은 변명을 그대로 믿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김만배의 일방적인 거짓말을 토대로 봐주기 수사 운운하는 것은 터무니없다”고 주장했다. 손현수 기자
“박영수-윤석열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 해결”
뉴스타파, 김만배 동료 신학림 전 언노련 위원장 녹취록 공개
https://youtu.be/TrdLAL3AT78
[뉴스타파] 대장동 사건 핵심 인물인 김만배 씨가 검찰 수사 직전인 지난해 9월 지인과 나눈 1시간 12분 분량의 대화 음성파일을 뉴스타파가 입수했다. 이 대화 녹음파일에는 김만배 씨가 대장동 사업을 진행해 온 과정,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2011년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대장동 대출 관련자에 대한 검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 등에 대한 김 씨의 주장이 들어있다.
김만배 씨는 당시 대화에서 “박영수 변호사와 윤석열 당시 대검 중수부 검사를 통해 사건을 해결했다”, “이재명 성남시장 때문에 대장동 사업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등의 말을 했다.
대화 당사자는 현직 기자 시절 김 씨와 동료 사이였던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 두 사람은 지난해 9월 15일 성남 판교의 한 커피숍에서 만나 대화를 나눴다. 두 사람이 만났을 때는 대장동 의혹이 제기되던 시점이었으나 박영수 전 특검, 부산저축은행 등은 물론 핵심 인물인 김만배 씨의 실명도 공개되기 전이었다.
대화 당사자인 신 전 위원장은 녹음파일을 공개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김만배 씨와는 오래 전부터 친분이 있는 사이로 오랜만에 만났다. 자연스레 대장동 얘기가 나왔다. 당시는 대장동 의혹이 지금처럼 무차별적으로 확산되기 전이었다. 그런데 대화 이후 김만배가 한 얘기와 전혀 다른 내용의 의혹들이 언론, 정치권 등에서 퍼져나갔다. 김만배에게 당시 대화 내용과 관련해 추가적인 입장을 들어보려고 했으나 구속된 이후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하지만 의혹이 계속 확산되는 상황에서 김만배가 대장동 사건이 본격화되기 전에 나에게 털어놓은 증언이 이 사건의 실체를 이해하는데 보다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이제라도 공개를 결심했다." -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 (뉴스타파 전문위원)
김만배 씨는 신 전 위원장과 만났을 때 대장동 사업 진행 내용을 일일이 노트에 써 가며 설명했다고 한다. 김 씨가 작성한 노트에는 부산저축은행과 박영수 전 특검, 정영학 회계사와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등 대장동 사건 관계자와 기업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다.
지난해 9월 15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과 대화를 하며 작성한 기록.
“박영수에게 사건 청탁…윤석열이 ‘니가 조우형이야?’ 이러면서…”
김만배 음성 파일에는 대장동 사건 관련한 두 가지 쟁점에 대한 증언이 담겨 있다. 첫째, 2011년 대장동 개발사업에 1000억 원이 넘는 대출을 해줬던 부산저축은행을 대검중수부가 수사할 당시, 주임검사였던 윤석열 후보가 김만배 등의 부탁을 받고 봐주기 수사를 했는지 여부. 둘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등이 막대한 개발이익을 챙길 수 있도록 이재명 시장 시절 성남시가 도와줬는지 여부다.
먼저 윤석열 후보의 대장동 관련 봐주기 수사 의혹의 중심에는 2011년 대검중수부가 대장동 개발사업에 1000억 원 이상을 대출해 준 부산저축은행을 수사할 당시 대장동 대출 브로커로 수사망에 올랐던 조우형이라는 인물이 있다. 조우형의 부탁을 받은 김만배와 박영수 변호사가 평소 친분이 있던 윤석열 당시 부산저축은행 주임검사에게 부탁해 사건을 무마했다는 의혹이다.
김만배 씨는 음성파일에서 “자신이 조우형을 박영수 변호사에게 소개해줬다”고 말했다. (괄호는 이해를 돕기 위해 기자가 써 넣은 것. 굵은 글씨가 김만배 증언)
“얘가 다른 기자를 통해서 찾아와. 조우형이가 나를…”
- 조우형이 찾아온다고?
“응. (조우형이) ‘형님, 제가 이렇게 수사 받고 있는데 다른 기자분들이 해결 못해주는데... 형님이 좀 해결해 주세요’ 그래서...그래? 그런데 형이 직접 (검찰에) 가서 얘기하기는 어렵다. 내가 법조기자 오래 했는데, 내가 솔직히 (수사 검사들을) 다 아는데, 내가 검사를 찾아가거나 대검(대검찰청)에 가서 ‘OO(당시 대검 소속 검사)야, (조우형이) 내 동생이니까 (해결)해 줘라’라고 하면 어떻게 되겠냐. 내가 돈 받고 해주는 지 알지. (내가 윤석열한테) ‘석열이 형, (조우형이) 내 동생이야’ 라고 어떻게 말하겠냐. 그 당시에 윤석열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과장. 박OO이 주임검사야. 그래서 내가 박영수(변호사)를 소개해줘.”
- 아, 조우형한테?
“응. 박영수 변호사를…”
- 나름대로 거물을 소개해 줬네.
“왜냐하면 나는 형, 그 (검찰의) 혈관을 다 아니까. 무슨 말인지 알지?
- 응. 통할 만한 사람을...
“통할 만한 사람을 소개한 거지.”
- 김만배 음성파일 (2021.9.15.)
이어 김만배 씨는 윤석열 당시 부산저축은행 부실대출사건 주임 검사가 이 사건에 어떻게 관여했는지를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괄호는 이해를 돕기 위해 기자가 써 넣은 것. 굵은 글씨가 김만배 증언)
- 누가? 박OO 검사가?
“윤석열이가 ‘니가 조우형이야?’이러면서…”
- 윤석열한테서? 윤석열이가 보냈단 말이야?
“응. 박OO (검사가) 커피주면서 몇 가지를 하더니(물어보더니) 보내주더래. 그래서 사건이 없어졌어.”
- 박영수 변호사가 윤석열 검사와 통했던 거야?
“윤석열은 (박영수가) 데리고 있던 애지.”
- 데리고 있었기 때문에?
“통했지. 그냥 봐줬지. 그러고서 부산저축은행 회장만 골인(구속)시키고, 김양 부회장도 골인(구속)시키고 이랬지.”
- 김만배 음성파일 (2021.9.15.)
박영수 변호사
지난해 9월 녹음된 김만배의 이 말은 ‘조우형을 전혀 모르고, 봐주기 수사를 한 사실이 없다’던 윤석열 후보의 주장과는 배치되는 증언이다. 윤 후보는 지난달 25일 대선 TV토론회에서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한테 커피는 왜 타 줬는지”를 묻는 이재명 후보의 질문에 “나는 그 사람 본 적이 없다”고 답한 바 있다.
조우형 씨가 2011년 대검중수부 윤석열 수사팀에서 특혜를 받고 처벌을 피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정황은 이미 여러 개 나와 있다. 대장동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남욱 변호사의 지난해 11월 19일 검찰 진술(12회차) 내용도 그 중 하나다. JTBC 등을 통해 공개된 바 있는 진술 내용은 아래와 같다.
“제 기억으로는 일주일 안쪽으로 2회 조사가 있었는데 저(남욱), 김만배, 조우형이 2회 조사 출석 전에 대법원 주차장에서 만났었습니다. 그때 김만배가 조우형에게 “오늘은 올라가면 커피 한 잔 마시고 오면 된다. 물어보는 질문에 다 협조하면 된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조우형이 검찰에 출석해서 2회 조사를 받고 나왔는데 실제로 주임검사가 조우형에게 커피를 타줬다고 했고, 첫 조사와 달리 되게 잘해줬다고 말을 했습니다.” - 남욱 변호사 검찰 진술 조서 (2021.11.19.)
남욱 변호사의 이 진술은 2개월 전에 녹음된 김만배의 음성 파일 내용과 대부분 일치한다.
뉴스타파는 김만배 음성파일 내용과 관련해 박영수 변호사(전 특검)와 윤석열 후보, 대출브로커인 조우형 씨와 조 씨를 수사하면서 커피를 준 것으로 언급된 박 모 검사(현 변호사)에게 연락해 입장을 물었다. 하지만 조우형 씨와 박 변호사는 연락이 닿지 않았고, 박영수 변호사 측은 “후배인 윤석열 검사에게 조우형 씨 관련 사건을 청탁했는지” 등을 묻는 질문에 다음과 같은 서면 답변을 보내왔다.
'조우형 사건을 수임한 것은 기억나지만, 너무 오래된 일이라서 누구의 소개로 수임한 것인지, 검찰관계자에게 부탁을 했는지, 김만배에게 질문과 같은 취지의 말을 했는지 여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참고로, 당시 박 변호사는 소속 법무법인의 실무 변호사에게 맡겨서 업무를 수행하였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정에 대해 기억하지 못한 것입니다.' - 박영수 변호사 측 언론 담당 변호인 (2022.3.5.)
‘박영수 변호사의 부탁을 받고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 씨를 무혐의 처분했는지’ 등을 묻는 질문에 윤석열 캠프 측은 보도 직전까지 아무런 답을 해 오지 않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오른쪽),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성남시에 3700억 선 배당 때문에 법조인들 투자 포기…이재명은 난 놈이야”
다음은 이재명 후보가 시장으로 있을 때 성남시가 화천대유 대주주 등에 특혜를 줬는지 여부. 김만배 씨는 애초 자산관리회사인 화천대유 밑에 천화동인이라는 이름의 회사를 18개 만든 뒤 이를 자신과 가까운 법조인들에게 나눠주려고 계획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남시가 대장동에서 발생하는 수익 가운데 3700억 원을 먼저 배당받아 가기로 사업을 설계하면서 당초 계획이 무산됐다는 것이다. (괄호는 이해를 돕기 위해 기자가 써 넣은 것)
처음에 잘 팔렸으면 한 20명한테 팔기로 했었는데. 천화동인 1호부터 18호까지 해서… 그런데 안 팔렸지. 하나도 안 팔렸어. 왜냐하면 성남시가 너무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공모 조건을 만들어서…법조인도 엄청나게 여기에 투자하겠다고 했는데 (성남시에서) 3700억 원 (우)선 배당 받아가겠다니까 법조인들이 ‘아, 우리는 그러면 안 해’ 이렇게 해서 내가 많이 갖게 된 거지. 원래 천화동인은 다 팔 계획이었는데…
- 김만배 음성파일 (2021.9.15.)
김만배 씨는 대장동 사업을 추진한 성남의뜰 운영비 250억 원을 화천대유가 내게 된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했다. (괄호는 이해를 돕기 위해 기자가 써 넣은 것. 굵은 글씨가 김만배 증언)
“그리고 공사(성남의뜰)에 몇 년 동안 250억 원을 줘서 운영하게 했어."
- 돈을 또 줬네?
“운영비로. 직원들…”
- 그거는 3700억 원 배당과는 별도야?
“그렇지. 상관없는 거지. 자산운용사(화천대유)가 (내는 거지)."
- (성남의뜰 운영비까지) 줘야 될 의무가 있는 거야?
“법적으로 걔네들(성남시)이 그렇게 만들었어."
-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돈이 없으니까?
“그렇지, 이 사업에 관여한 애들이. 그러니까 이걸 이재명이 했는지 누가 했는지 아주 기가 막히게…”
- 정밀하게 해 놨네.
“정밀하게 했지.”
- 그러니까 손해는 전혀 안 나고 앉아서 코풀게 딱 해놓은 거네.
“해놓은 거지. 이재명이 난 놈이야.”
- 김만배 음성파일 (2021.9.15.)
김만배 씨는 당시 이재명 시장이 공원이나 터널 조성 비용 등을 화천대유에 추가 부담하도록 하자 욕을 많이 했다고도 말했다. (괄호는 이해를 돕기 위해 기자가 써 넣은 것. 굵은 글씨가 김만배 증언)
“이제 또 땅 값 올라가니까, 이재명 시장이 '터널도 뚫어라', '배수지도 해라', '저류지에…'”
- 계속 부대조건이 붙는 거야?
“응, 내가 욕을 많이 했지. O같은 새끼, OO놈, 공산당 같은 새끼 했더니 성남시의원들이 찾아와서 ‘그만 좀 하라’고…”
- 김만배 음성파일 (2021.9.15.)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의 이 같은 증언은 이재명 성남시가 화천대유 등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과는 달리 민간 사업자인 화천대유 입장에서는 성남시의 통제 때문에 여러 불이익을 당해 불만이 매우 컸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상진, 신학림 전문위원
김만배 음성 공개 파문 "윤석열이 '니가 조우형이야?'... 그냥 봐줬지"
[뉴스타파, 지난해 9월 음성파일 보도] "본 적도 없다"던 윤석열 해명과 배치
왼쪽부터 김만배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박영수 전 특별검사.
[오마이뉴스] 20대 대선 본투표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장동 개발특혜의혹 핵심인물 김만배씨가 지난해 9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검사시절 부산저축은행 사태 때 대장동 사업 관련자 조우형씨 수사를 무마해줬다'고 말한 육성파일이 6일 공개됐다.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후보가 줄곧 제기해온 '봐주기 수사' 의혹에 힘이 실리는 내용이다. 그동안 관련 의혹은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핵심 당사자인 김씨의 인정 발언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이날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김만배씨는 대장동 의혹이 막 커지던 2021년 9월 15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의 한 커피숍에서 과거 동료였던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을 만났다.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김만배씨의 실명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고 박영수 전 국정농단사건 특별검사, 부산저축은행 사건의 관련성 등도 등장하지 않던 시기였다.
신 전 위원장은 "자연스레 대장동 얘기가 나왔다"며 "대화 이후 김씨에게 추가적인 입장을 들어보려고 했으나 구속된 이후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의혹이 계속 확산되는 상황에서 김씨가 나에게 털어놓은 증언이 이 사건의 실체를 이해하는 데에 보다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공개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대장동 사건 터진 직후인 2021년 9월 15일 김만배의 증언
지난 2021년 9월 15일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인 김만배씨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과의 대화에서 '박영수 변호사와 윤석열 당시 대검 중수부 검사를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해결했다'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 이는 6일 <뉴스타파>의 [김만배 음성파일] "박영수-윤석열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 해결" 보도를 통해 공개됐다.
이때 김만배씨는 2011년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조우형씨가 자신을 찾아왔다고 털어놨다. 조씨는 2009년 대장동 관련 부실 대출을 주선, 10억3000만 원의 수수료를 챙겼지만 기소를 면했다. 그는 이후 김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가 관여한 대장동 사업과 이어진다. 그런데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조씨 변호사가 박영수 전 특검이었다. 김씨의 다음 발언은 '윤 후보가 박 전 특검과의 관계를 고려해 조씨를 봐준 것 아니냐'는 민주당의 주장과 일맥상통했다.
김만배 : "얘가 다른 기자를 통해서 찾아와. 조우형이가 나를…"
신학림 : "조우형이 찾아온다고?"
김만배 : "응. (조우형이) '형님, 제가 이렇게 수사 받고 있는데 다른 기자분들이 해결 못해주는데... 형님이 좀 해결해 주세요' 그래서... '그래? 그런데 형이 직접 (검찰에) 가서 얘기하기는 어렵다.' ...(중략)... 그 당시에 윤석열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과장. 박OO이 주임검사야. 그래서 내가 박영수(변호사)를 소개해줘."
신학림 : "아, 조우형한테?"
김만배 : "응. 박영수 변호사를…"
신학림 : "나름대로 거물을 소개해 줬네."
김만배 : "왜냐하면 나는 형, 그 (검찰의) 혈관을 다 아니까. 무슨 말인지 알지?"
김씨는 이후 조씨의 검찰 조사 당시 상황을 설명한다.
김만배 : "윤석열이가 '니가 조우형이야?' 이러면서…"
신학림 : "윤석열한테서? 윤석열이가 보냈단 말이야?"
김만배 : "응. 박OO (검사가) 커피주면서 몇 가지를 하더니(물어보더니) 보내주더래. 그래서 사건이 없어졌어."
신학림 : "박영수 변호사가 윤석열 검사와 통했던 거야?"
김만배 : "윤석열은 (박영수가) 데리고 있던 애지."
신학림 : "데리고 있었기 때문에?"
김만배 : "통했지. 그냥 봐줬지. 그러고서 부산저축은행 회장만 골인(구속)시키고, 김양 부회장도 골인(구속)시키고 이랬지."
'조우형 모른다'던 윤석열 기존 해명과 배치
김만배, 이재명에겐 불만... "이재명은 난 놈이야"
지난 2021년 9월 15일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인 김만배씨는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과의 대화에서 '이재명 성남시장 때문에 대장동 사업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
김만배씨의 이야기는 그동안 '조우형이란 사람은 모르고, 봐주기 수사한 적 없다'던 윤석열 후보의 주장과 전혀 다른 내용이다. 윤 후보는 2월 25일 대선후보 TV토론에서도 "조우형씨한테는 왜 커피를 타줬나"라고 추궁하는 이재명 후보에게 "(저는) 그 사람을 본 적이 없다. 하, 참 갖다 붙일려고 10년 전 일까지"라며 응수했다.
김씨는 또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처음에 잘 팔렸으면 한 20명한테 팔기로 했는데 하나도 안 팔렸다. 왜냐하면 성남시가 너무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공모조건을 만들어서..."라며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후보에게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성남시가 대장동 사업을 추진한 성남의뜰 운영비 250억 원을 화천대유에 부담시킨 일을 두고 '시에 손해는 전혀 안 나게 해놓은 셈이냐'는 신 전 위원장 비유에 "(그렇게) 해놓은 거지. 이재명이 난 놈이야"라고 답했다.
윤석열 선대본 "김만배의 말 대부분이 거짓말"
윤석열 후보 쪽은 뉴스타파 반론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다만 뉴스타파 보도가 나온 뒤 국민의힘 선대본은 입장문을 냈다.
이양수 대변인은 "명백히 허위"라며 "윤석열 후보는 김만배와 아무런 친분이 없다. '석열이 형'이라고 부를 사이가 전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 보도는 윤석열-김만배 친분에 대해 다루지 않았으며, 윤석열-박영수 친분을 수사 무마에 활용했다는 내용이다.
이 대변인은 "김만배의 말 대부분이 거짓"이라며 "대장동 게이트가 언론에 보도된 후 검찰 수사를 앞두고 김만배가 지인에게 늘어놓은 변명을 그대로 믿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김만배의 일방적인 거짓말을 토대로 봐주기 수사 운운하는 것은 터무니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윤석열 후보는 조 씨뿐만 아니라 부산저축은행 수사와 관련된 어떤 사람도 봐주기 수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박소희 기자
윤 "계속 거짓말" - 이 "부산저축은행은? 커피는? 삼부토건은?"
[4차 대선후보 4자토론] 22.02.25 오마이뉴스 보도
윤석열 "종합해서 보면, 계속 대장동 관련 거짓말을 하신다."
이재명 "정말 문제시다. 그들에게 도움을 준 건 윤 후보 아니냐."
윤석열 "이완용이 안중근에게 나라를 팔아먹은 사람이라는 것과 똑같은 얘기다."
이재명 "그러면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수사 때 대장동은 왜 봐줬나?"
'대장동 의혹'은 25일 오후 '정치'를 주제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 주관 2차 법정 대선후보 TV토론 때도 빠지지 않았다. 시작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였다.
윤 후보는 "이 후보께서 지난 토론회 때 대장동의 김만배가 지칭하는 '그분'이 자신이 아니라 현직 대법관이라고 했는데, 현직 대법관이 직접 인터뷰도 하면서 완전히 허위로 드러났다"며 공세를 시작했다. 또 "배수구에서 대장동 문건이 버려진 게 발견됐는데 이 후보가 정민용 변호사(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와 독대해 결재해서 받았다는 내용"이라며 "이런 걸 종합해서 보면 계속 거짓말 많이 하시는데 그동안 한 얘기가 전부 사실과 다르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 후보는 "(대장동 사업 시행사 화천대유) 그들에게 도움을 준 건 윤 후보다"라고 역공했다. 구체적으론 "부산저축은행 수사 때 봐줬잖나. 그 녹취록이 맞다면 본인(윤석열)은 죄를 많이 지어 구속될 사람이라 돼 있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제가 (정민용 변호사와) 독대했다고 거짓말하지 마시라"고 쏘아 붙였다.
먼저 대장동 꺼낸 윤석열... 이재명은 더 많이 질문
25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초청대상 대선후보 2차토론회(정치분야)에 토론 중인 후보들.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윤석열 후보가 주도권을 쥔 토론시간이었지만 이후 토론은 두 후보 간의 즉각적인 설전처럼 진행됐다. 오히려 질문을 던지는 쪽은 이재명 후보 쪽이었다.
윤 후보는 이 후보의 지적에 "(녹취록의) '윤석열 죽을 거다'라는 얘긴, 제가 서울중앙지검장 때 법관에 대해 수사·기소를 많이 해서 나중에 (법원에) 보복 당할지 모른다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이에 이 후보는 "(녹취록 상 김만배씨가 말한) 카드(윤 후보를 위협할)는 무슨 얘기냐"고 곧장 맞받았다.
윤 후보는 이에 즉답을 피한 채 "제가 (대장동) 몸통이라는데, 제가 무슨 성남시장이나 경기지사를 했나. 아니면 관용카드로 초밥을 먹었나. 어디 엉뚱한 데다"라며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이 후보의 주장은) 마치 (친일파) 이완용이 (독립투사) 안중근에게 '나라 팔아먹은 사람'이라는 것과 똑같은 얘기"라며 "제가 (당시) 대구고검으로 좌천 갔는데 어떻게 몸통이 된다는 말이냐. 좀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얘기를 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 때 대장동은 왜 봐줬나"고 공세를 계속 이어갔다. 윤 후보가 "(그 사건은) SPC(특수목적법인) 대출로 배임혐의가 되는 부분만 기소한 것"이라고 반박하자, 이 후보는 "일반대출 2건도 기소했다. 언론에 다 나왔는데 부인하면 되나"라고 따졌다.
윤 후보는 "(부산저축은행 사건은) 80여 명 이상 기소하고 56명을 구속기소한 사안"이라고 답했지만, 이 후보는 "(대장동 사업 대출을 알선한) 조우형씨한테는 (윤 후보가) 왜 커피를 타줬나"라고 계속 추궁했다. 이에 윤 후보는 "(저는) 그 사람을 본 적이 없다. 하, 참 갖다 붙일려고 10년 전 일까지"라며 혀를 찼다.
그러나 이 후보는 마지막까지 "삼부토건은 왜 (수사할 때) 봐주셨냐"며 질문을 놓지 않았다. 윤 후보는 "제가 질문하겠다. 이따가 물어보시라"면서 이에 대한 답변은 내놓지 않았다.
"김만배·유동규·김용·유동규는 의형제" - "녹취록 같은데 본인 관련만 헛소리?"
윤석열 후보는 이후 "새로운 녹취록이 발견됐다. 2014년 6월 29일 밤 김만배·정진상·김용·유동규가 도원결의 의형제를 맺는다"면서 다시 주제를 대장동으로 돌렸다. 특히 "이 후보가 유동규, 김만배는 안 가깝다 했는데 '적어도 측근은 정진상, 김용 정도 돼야지 한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즉, 대장동 의혹으로 기소된 이들과 의형제를 맺은 측근들을 두고 있는 이 후보야말로 '몸통'이란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는 "녹취록은 같은데 (왜) 어떤 것은 중요한 증거고, 본인에 관련된 건 헛소리가 되나"라고 쏘아 붙였다. 그러면서 "보니깐 (검사 시절 때) 수사를 정말 무리하게 하신 것 같다. 합리적이지 않다"며 "본인(윤석열)이 녹취록에 더 많이 나온다"고 꼬집었다.
이 후보는 본인의 주도권 토론 땐 "국민의 삶과 미래를 놓고 논쟁해야 하는데 (이런 논쟁을 해) 죄송하다. 그러나 오해가 생길 수 있어서 말하겠다"며 대장동 의혹에 대한 추가 설명도 내놨다.
그는 먼저 "윤 후보가 (녹취록의) '그분' 얘기를 말했는데, 현직 대법관의 실명을 말한 건 제가 아니고 제주지사(원희룡 국민의힘 정책본부장) 하셨던 분이다"며 "윤 후보는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대출) 수사 봐주기를 했지만, 저는 봐주지 않았고 피해를 입힌 사람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 후보는 (김만배씨 누나에게) 아버지 집 팔고 이익 봤지 않나. (부산저축은행 수사 때) 다른 일반 대출은 기소했으면서 (대장동은) 왜 봐주셨나"라며 "'내가 가진 카드면 윤석열 죽는다' 이런 명확한 녹취록까지 있는데 저는 (대장동 의혹을) 윤석열 게이트라 생각한다. 윤 후보가 몸통이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경태 기자
"윤석열-박영수-조우형-김만배... 과연 우연의 우연인가"
윤석열 대검 중수부 시절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 직격
민주당 "본인이 직접 해명해야"
21.11.16 오마이뉴스 보도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화천대유 토건비리 진상규명 TF의 부산저축은행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김병욱 단장이 발언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을 집중 제기하며 그 결과가 '대장동 게이트'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화천대유 토건비리 진상규명 특별위원회는 16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윤석열은 대장동의 숨은 몸통인 조우형 비호 의혹에 대해 즉각 답하라"고 요구했다. 조우형씨는 2009년 대장동 관련 대출을 주선, 10억3000만 원의 수수료를 챙겼지만 2011년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기소를 면했다. 그러나 2015년 수원지방검찰청이 대장동 개발 관련 수사에 나서면서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민주당은 조씨가 2009년 주선한 대출 자체가 부실대출인데도 2011년 검찰이 수사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짚었다. 특위 위원장 김병욱 의원은 "당시 부산저축은행은 총자산 1조3184억 원에 총부채 3조5180억 원이었는데 총 자산의 8.76%에 달하는 1155억 원이라는 거액 대출을 대장동 민간개발업자에게 해준 것"이라며 "한 마디로 신용한도를 한참 초과한 부실대출의 전형인데 수사대상에서 빠진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특위는 또 2011년 4월 삼정회계법인이 작성한 보고서를 공개하며 부산저축은행의 부실대출 목록에 대장동 및 조우형씨 관련 대출이 5건이나 포함됐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해당 보고서는 2011년 2월부터 작성됐고 검찰이 3월에 압수수색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윤석열 검찰 측이 참고했다면 2011년 5월 1일 (부산저축은행사건 관련자들을) 기소할 때 대장동 관련 내용이 빠진 것은 납득하기 힘든 일"이라고 했다.
특위는 조사과정에서 2015년 조씨가 대장동 대출말고도 ▲ 수원시 망포동개발사업과 관련해 부산저축은행 대출 알선 명목으로 시행사 대표 (주)세움으로부터 10억1500만 원을 챙기고 ▲ 고양시 풍동개발사업과 관련해 본인 명의 회사 (주)벨리타하우스 자금 70억 원을 (주)세움에 대여, 배임을 저질렀다는 혐의도 추가 됐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모두 2011년 부산저축은행 수사 전인 2009년 9월~2011년 2월에 이뤄진 일이었다.
박영수가 변호한 조우형, 2011년 기소 대상에서 왜 빠졌나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화천대유 토건비리 진상규명 TF의 부산저축은행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김병욱 단장이 발언하고 있다.
특위는 2011년 부산저축은행 수사팀이 (주)세움-전주저축은행의 배임 사건 (주)벨리타하우스-부산2저축은행의 캄보디아 신공항 관련 부실대출을 각각 수사했고, 기소까지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또 (주)세움 사건은 윤석열 후보가 직접 기소했고, (주)벨리타하우스 사건 역시 당시 수사팀이 중점을 두고 살펴봤던 사안이라며 조우형씨를 끝내 기소하지 않은 점은 '조우형 봐주기 수사'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조씨의 변호인이 바로 박영수 전 특검이었다. 김병욱 의원은 "큰 그림을 좀 봐달라. 저희가 괜히 야당 후보 윤석열을 소환해서 공격하는 게 아니다"라며 이후 조씨가 화천대유가 킨앤파트너스로부터 자금조달하는 데에 큰 역할을 했고, 그의 회사가 화천대유 자회사 천화동인 6호와 합병했고, 윤석열 후보 부친 집을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누나가 구입한 점 등을 거론했다.
"과연 이게 우연의 우연으로 끝날까? 한 편의 영화 같은 일들이 10여 년에 걸쳐 일어난 게 분명한 현실이다. 합리적 의심을 안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
안민석 의원은 "국민들은 박영수-윤석열 두 사람 관계를 '깐부(단짝, 같은 편 등을 가리키는 말)'라고 알고 있지 않냐"며 윤석열 후보 본인이 직접 나서서 해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윤석열 후보가 부실수사 의혹과 관련해서 당당하다면, 후보 스스로 기자회견 형식의 간담회를 신속하게 열어서 풀어야 한다"며 "대변인이나 남의 입을 통해서 어정쩡하게 해명한다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소희 기자
이명박·박근혜 정부 검찰 부실수사 중 결론 뒤집힌 사건은?
참여연대 ‘그 사건·그 검사’ 발간... 검찰의 무리 · 부실 수사 8건 발표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가 6일 밝힌 ‘검찰권 오남용 인정된 사건 및 부실수사로 책임져야 할 검사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3월, 김학의 당시 법무부 차관은 ‘원주 별장 성접대 의혹’이 제기되면서 취임 6일 만에 사퇴했다. 경찰은 그해 7월 김 전 차관을 특수강간 혐의 등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윤재필)는 그해 11월 김 전 차관을 무혐의 처분했다. 이어 2014년 재수사가 진행됐으나, 결론은 달라지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강해운)는 그해 12월 또다시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이 사건은 2018년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에 재수사를 권고하면서 재수사가 시작됐고, 검찰은 김 전 차관을 2019년 6월 구속기소했다. 하지만 애초 검찰의 뭉개기·봐주기 수사로 김 전 차관은 끝내 처벌을 면했다. 공소시효 만료 등의 이유로 그를 둘러싼 의혹의 진상 규명과 단죄는 실패로 일단락된 것이다.
‘윤우진 전 세무서장 육류업자 스폰서 의혹’도 검찰 재수사 끝에 기소가 이뤄진 대표적인 사건이다. 이 사건은 2015년 검찰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측근으로 꼽히는 윤대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검사장)의 친형인 윤 전 서장을 무혐의 처분을 내려 ‘봐주기 수사’ 비판이 일었던 의혹이다. 윤 전 서장은 현직이던 2012년 육류업자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다가 국외로 도피한 뒤 8개월 만에 체포돼 국내로 압송됐다. 하지만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을 6차례나 기각했고, 결국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조기룡)는 2015년 윤 전 서장을 무혐의 처분했다. 이후 2019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관련 의혹이 다시 제기됐고, 주광덕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윤 전 서장을 고발하면서 재수사가 시작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3부(부장 임대혁)는 지난해 12월 윤 전 서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으로 기소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가 6일 펴낸 이슈리포트 ‘뒤집힌 그 사건, 그때 그 검사’를 보면, 이처럼 전 정부에서 검찰의 부실한 수사나 무리한 수사로 논란이 됐다가 문재인 정부에서 재수사가 이뤄져 다른 결론이 나온 대형 사건은 모두 8건으로 집계됐다. 소개된 사건들은 모두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정치권력이나 재벌에 대한 봐주기 수사, 검사에 대한 봐주기 수사로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들로 문재인 정부 들어 재수사에 나서 바로잡힌 것들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7년 이명박 당시 대선 후보의 비비케이(BBK) 주가조작, 도곡동 땅 의혹이다. 당시 검찰은 이와 관련해 이 후보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고, 2008년 특검도 당선인 신분이던 이 전 대통령을 수사했지만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2018년 특별수사팀을 꾸려 재수사 끝에 이 전 대통령을 횡령, 뇌물,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대법원은 2020년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원을 확정했다. 의혹이 제기된 지 13년 만의 일이다.
2012∼2014년 수사가 이뤄진 ‘국정원과 검찰의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은 검찰권 오남용이 인정된 대표적인 사건이다. 국정원과 검찰은 2012년 탈북자 출신 서울시 공무원 유씨를 국가보안법상 간첩 등 혐의로 기소했으나, 재판 과정에서 증거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유씨에게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해 공소기각 판결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검찰은 2014년 ‘4·16 세월호 참사 해경 부실구조 수사’ 당시 해경 지도부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는데, 2020년 재수사 끝에 해경 수뇌부 11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또 검찰은 2013년 ‘삼성 노조 와해 의혹’ 수사에서 임원진들을 증거불충분 무혐의 처분했으나, 2018년 재수사로 임직원 45명을 기소했다. 검찰은 ‘2012년 18대 대선 국정원 댓글공작’ 등에 대한 수사도 2018년 재수사를 통해 관련자들을 기소했다.
참여연대는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 요구와 과거 부실수사에 대한 재수사 요구를 받았다. 검찰은 사회적 요구에 따라 과거 부실수사에 대한 재수사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며 “그 결과 다수 사건에 대한 재수사가 진행됐고, 무혐의 처분됐던 피의자들이 수년 만에 구속기소된 사건들도 나왔다”고 밝혔다. 이날 참여연대는 이들 사건과 관련한 수사 책임자도 공개했다. 2011~2015년 사이 각각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최교일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 김수남 전 검찰총장, 조영곤 변호사 등이다.
참여연대는 “과거 잘못된 수사를 진행했던 검사들에 대한 수사나 징계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오히려 대부분 검사가 영전하다 사직해 전관변호사 생활을 이어가거나 정치에 입문했다. 책임져야 할 검사들이 사과도 처벌도 받지 않고 승승장구하는 한, 검찰개혁은 완성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책임져야 할 검사들의 이름을 기록한 것은 검찰권 오남용의 어두운 역사와 국가권력에 의한 무고한 피해자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다”라고 덧붙였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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