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선거운동 마지막 유세
“주권자의 유용한 도구로 이재명 선택해달라” 호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8일 저녁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마지막 유세에서 지지자와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주권자의 유용한 도구로 저 이재명을 선택해주시면 김구 선생이 못다 이룬 자주독립의 꿈, 김대중 전 대통령이 못 다룬 평화통일의 꿈,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못다 이룬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의 꿈, 문재인 대통령이 꿈꾸고 있는 나라다운 나라를 반드시 만들어내겠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8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 유세에서 이렇게 외치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 후보는 대선을 앞두고 이뤄진 마지막 공식 유세에 ‘국민통합’의 상징을 담아 문 대통령이 선물한 넥타이를 매고 섰다.
그는 이 자리에서 “청계광장은 우리 국민께서 촛불을 높이 들어 이 땅의 민주주의를 바로 세운 그 역사적인 공간”이라며 “대통령은 지배자나 왕이 아니라 국민을 대표한 대리인이자 일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이 나라 주권자, 국민의 손으로 증명한 순간이 있었다”고 말했다. 2017년 ‘촛불 혁명’을 상기시키는 그의 말에, 광장을 가득채운 6만명(민주당 추산)의 지지자들이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풍선을 흔들며 화답했다. 이 후보는 “대한민국 운명과 우리 국민의 미래가 달린 이 역사적인 대회전의 장에서 마지막 단 한 사람까지 참여해 ‘어게인 2002’ 승리의 역사를 함께 만들어주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절박한 심정을 담은 듯 평소와는 달리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힘주어 말한 뒤 “국민 여러분, 우리가 이깁니다. 오는 10일 우리가 1700만 촛불로 꿈꿨던 나라, 국민의 주권이 온전히 실현되는 나라, 국민이 화합하는 새 나라에서 만나자”고 외쳤다. 이 후보는 이날 마지막 현장유세를 끝낸 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즐겨 불렀던 노래 ‘상록수’를 지지자들과 함께 부르기도 했다.
이날 이 후보는 서울 여의도에서 시작해 경기 고양→파주→인천→광명을 거쳐, 다시 서울 신도림역에서 청계광장→홍대입구로 이어지는 동선을 따라 거의 1시간 단위의 유세 일정을 소화하며 하루 종일 투표를 독려했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우체국 앞 유세에서 “선거 판세가 안개 판세라고 한다”며 “문학진 전 의원이 3표 차로 떨어졌고, 고성군에서는 1표 차로 결정이 났는데 이번 선거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지지층의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그는 “압도적으로 이길 겁니다”라는 일부 지지자의 외침에도 “압도적으로 이기는 건 우리 소망”이라고 정색하며 “세상이 단순치 않다. 1분1초를 투자해, 1명이라도 더 투표할 수 있게 설득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 후보는 인천 청라 유세에서도 “3월9일에도 에스엔에스(SNS) 선거운동은 해도 된다”며 “어쩌면 2표, 3표 차이로 결판날 수 있는 이 안개 상황을 여러분이 말끔하게 걷어달라”고 말했다.
또 ‘유능한 경제대통령’ 면모를 부각하며 2030 부동층의 마음 끌어오기에도 집중했다. 그는 이날 여의도 유세에서 “무지·무능·무책임하고, 남의 뒤나 열심히 파는, 과거로 퇴행하는 생각 가진 리더가 되면 나라가 어떻게 되냐. 절단난다”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직격했다. 그는 청년들의 주식 열풍을 의식한 듯 “청년들이 자산증식 기회를 가지려면 자본시장, 좀 더 나아가면 가상자산이 많이 활성화되고 투명화, 선진화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 후보는 “제가 주가지수 5000포인트 얘기하니까 ‘에게~’ 이런 사람도 있더라. 그런데 코리아 디스카운트만 제대로 극복해도 주가지수 4000포인트 넘기는 어렵지 않다”며 “기회를 주시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아니라 코리아 프리미엄 사회를 확실히 만들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또 “노동 생산성은 점점 올라가고 있는데 노동시간이 줄어야 삶의 질도 좋아지지 않겠냐”며 “칼퇴근하고 살아보자. 4.5일제를 한 번 향해 가보자”고 외치기도 했다. 아울러 “(근로시간과 무관하게 임금을 정하는) 포괄임금제로 남의 노동력을 공짜로 빼앗으면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세계 여성의 날’이기도 한 이날 유세 직전 디지털 성범죄 ‘엔(n)번방 사건’을 추적해 공론화한 박지현 선대위 디지털성범죄근절 특별위원장에게 꽃다발을 건네기도 했다. 서영지 기자
민주 ‘막판 역전’ 승리…‘김만배 녹취록’ 화력 집중하며 결집 호소
우상호 “상승세 분명…2.5%P 이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위기극복ㆍ국민통합 특별 기자회견을 하기 전 참석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20대 대선 투표일을 하루 앞둔 8일, 더불어민주당은 선거 막판 상승세가 이어지며 근소한 차이의 승리가 예상된다며 지지층 결집에 총력을 쏟아부었다. 열세 지역이었던 수도권에서 최근 지지율 차이가 ‘박빙’으로 좁혀졌고, 냉랭했던 20∼30대 여성 표심도 이 후보 쪽으로 기우는 양상이 포착되는 만큼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우상호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아주 초박빙 상태이지만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정체, 이재명 후보의 상승세가 분명하다”며 “2.5%포인트 정도로 승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 추세선이 좋다”며 “추세선의 상승도에 남은 기간을 곱하기 하는 방법으로 판별 분석을 해서 2.5%포인트 차로 이길 수 있다고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강훈식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은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3%포인트 정도 차 승리가 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목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며 “(두 후보의 지지율 차이가) 바짝 붙어있다. 조심스럽지만 저희가 조금 힘을 내면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역전승’ 전망을 가능케 한 막판 지지율 상승의 원동력을 윤석열-안철수 후보 단일화와 국민의힘의 ‘성별 갈라치기’ 전략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역풍이 가장 크게 분 호남지역에선 그야말로 불이 붙었다”며 “서울에 지인들에게 전화해 이 후보 지지를 설득했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고 말했다. 강훈식 본부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되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여당 대표가 된다면, 정말로 여성 정책이 후퇴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가진 분들과, (민주당 선대위에 합류한) 엔(N)번방 추격자였던 박지현씨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합쳐졌다”며 “젊은층, 주부층까지 움직이고 있다고 자체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의 한 의원은 “이런저런 조사 결과에서 이 후보가 서울에서는 약간 뒤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여론조사 결과를 국민의힘이 더 보수적으로 해석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권교체론이 워낙 높은 상태에서 치러지는 선거여서 ‘샤이 윤석열’은 적고, ‘샤이 이재명’은 있다고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투표장에 지지층을 끌어오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도 <뉴스타파>가 보도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녹취록을 근거로 ‘대장동 의혹의 몸통은 윤석열 후보’라고 주장했다. 김씨가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브로커 조우형씨를 박영수 전 특검에게 소개했고, 조씨는 박 전 특검을 통해 당시 주임검사였던 윤 후보로부터 수사 편의를 제공받았다는 취지의 말을 한 만큼, 그간 이 후보 발목을 잡았던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의 화살을 ‘윤석열 책임론’으로 돌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우상호 본부장은 이날 “김만배 육성으로 윤 후보가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 핵심인물을) 봐줬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뻔뻔하게도 여전히 대장동이 이재명 탓이라고 떠든다”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강득구 의원은 이날 윤 후보를 직무유기 및 특가법상 뇌물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이 후보도 지지층 동원에 나섰다. 그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저는 언제나 3표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1표로 결론이 바뀔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달라고 말하고 있다”며 “한분도 포기하지 말고 투표장에 나가서 대한민국 민주공화국 주권자로서 권한 책임을 실행해달라”고 말했다. 최하얀 송채경화 김윤주 기자
‘붕대투혼’ 송영길 “이재명, 내가 액땜 해주는 것 같다고 위로”
피습 하루 만에 붕대 감고 선거운동 복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오른쪽)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위기극복·국민통합’ 특별 기자회견에서 전날 선거운동 중 괴한에게 둔기 피습을 당한 뒤에도 유세에 복귀한 송영길 대표의 손을 꼭 잡고 대화하고 있다.
“아이고 이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공식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8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특별기자회견을 하던 중 하얀 붕대로 머리를 칭칭 감고 ‘등장’한 송영길 대표를 보고 이렇게 탄식을 내뱉었다. 송 대표는 전날 한 유튜버로부터 둔기로 피습을 당해 봉합수술을 받고 퇴원한 뒤 곧장 선거운동에 합류했다. 송 대표의 이런 ‘붕대투혼’에 보는 사람마다 “아이고” “괜찮냐”고 안부를 물었다.
송 대표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망치로 뒤통수 공격을 받았으나 다행히 치명적 부위를 비켜났고 뇌출혈도 없어 오늘 퇴원해 마지막 유세에 동참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폭력과 혐오가 아니라 연대와 협력으로 세상을 변화시켜 나가겠다”며 “저희가 미워서 윤석열·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는 국민의 목소리도 새겨듣겠다. 정권교체를 넘어 정치교체로 상대방을 서로 악마화해 공격하고 헐뜯는 정치를 제도적으로 변화시키겠다”고도 했다.
송 대표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피습 하루 만에 유세 현장에 복귀한 이유에 대해 “그만큼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데 안 나올 수 없었다. 의사가 안정을 더 취하라고 했는데 내가 나가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전날 이뤄진 급작스러운 피습에 대해 “깜짝 놀랐다”며 “내가 키가 크고, 그분이 키가 작아 (둔기로 때릴 때) 빗나가서 그렇지, 내 키가 더 작았더라면 의사들이 큰일 날 뻔 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전날 둔기를 내려친 유튜버 표아무개(70)씨에 대해서도 “유세 때마다 앞에 있고 그랬다”며 “그분이 기억난다”고 했다.
송 대표는 이번 대선에서 온갖 악재를 겪고 있다. 지난해 말 인대파열로 인해 한동안 휠체어를 타고 선거운동을 다녔고, 지난달 4일에는 코로나19 확진에 이어 부친상을 당해 선거운동을 전면 중단한 바 있다. 송 대표는 이재명 후보가 “본인의 액땜을 내가 다 해주는 거 같다”며 얼른 나으라고 위로를 건넸다고 전하기도 했다.
송 대표는 이날 붕대를 가리기 위해 회색 비니모자로 쓴 채로 유세에 나섰다. 이 후보가 서울 여의도 유세장에 도착하기 전 먼저 여의도역 5번 출구에 나와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이재명을 선택해주십시오. 국민통합, 위기극복 반드시 하겠습니다’라고 적힌 팻말을 목에 걸고 1인 유세를 했다. 서영지 기자
'● COREA'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해 NLL 넘은 북한 경비정, 해군 경고사격에 퇴각 (0) | 2022.03.09 |
---|---|
[대선] 선관위 "오후 8시께 개표개시 예상"…10일 새벽 1시께 윤곽 전망 (0) | 2022.03.09 |
[대선] “난 페미니스트” 윤석열 외신 거짓 인터뷰…부인하다 딱걸린 국민힘 (0) | 2022.03.09 |
검찰, 송영길 대표 둔기로 내려친 70대 유튜버 구속영장 청구 (0) | 2022.03.09 |
[대선] 윤석열 유세 '대장동과 북한, 일당독재 선동" 등 원색 막말 잔치 (0) | 2022.03.07 |
김만배 “박영수·윤석열 통해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사건 해결” (0) | 2022.03.07 |
대선 나흘 앞두고…북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발사 (0) | 2022.03.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