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검찰 인사 태풍 예고

윤석열 정부, 어떻게 달라질까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검찰총장 시절인 2019년 10월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10일 오전 24만여표 차이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면서 사상초유 ‘서초동’에서 ‘광화문’으로 직행한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현실화했다. 가장 큰 격변이 예고되는 조직은 단연 검찰이다. 문재인 정부 후반부터 한직 등으로 밀려나기 시작한 ‘윤석열 라인’이 전면에 재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윤 당선자가 검찰권력 복원과 전 정권 수사를 공언해온 만큼 여소야대 정국에서 측근 검사들을 앞세운 사정 드라이브를 예상하는 이들도 많다. 어느 한쪽도 흔쾌히 손을 들어주지 않는 냉정한 초박빙 민심이 확인된 만큼 윤 당선자가 곧바로 ‘검사본색’을 드러내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결국 시간 문제일 뿐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검찰 내부에서는 예고된 편가르기 인사 태풍에 벌써부터 술렁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윤 당선자의 법무·검찰 인사 구상은 하반기 검찰 정기인사가 있는 오는 8월까지 당선자 본인과 캠프에 대거 포진했던 검찰 출신 측근 등을 통해 뼈대가 잡힐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통해 법무부·대검찰청 업무보고를 받고, 신임 법무부 장관 임명 이후 검찰 인사와 관련한 의견 교환 등이 있겠지만, 일단 정권 초반 검찰 인사의 ‘그립’은 당선자 본인이 확실히 쥐고 놓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자가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 20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인사하고 있다.

 

이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믿을 만한 검사’ 가뭄에 시달렸던 문재인 정부와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가 비검찰 출신을 통한 검찰개혁을 기조로 잡기는 했지만, 이는 검찰 내부 사정에 어두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박상기 법무부 장관 기용을 통해 ‘윤석열과 그의 라인’이 정권 초반 검찰 조직을 장악하게 하는 ‘패착’으로 이어졌다.

 

인수위 없이 곧바로 임기를 시작한 문재인 정부 첫 검찰 인사는 열흘 만인 2017년 5월19일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파격 임명하며 시작됐다. 기수와 서열을 모두 깬 인사였다. 6월8일에는 정기인사 시즌이 아닌데도 ‘우병우 라인’으로 분류되는 일부 검찰 고위 간부들을 대상으로 좌천성 인사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치검찰에 확실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고, 법무부는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과거 중요 사건에 대한 부적절 처리 등 문제가 됐던 검사들을 수사 비지휘 보직 등으로 전보했다”고 밝혔다. 이어진 7월28일 검사장급 이상 간부 정기인사에서는 조직 안정을 택하는 듯 했지만, 8월10일 중간간부급 정기인사에선 기수와 전공 등 기존 인사 패턴을 깨며 한동훈 등 ‘윤석열 라인’이 주요 보직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검찰 내 최측근으로 꼽히는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

 

윤석열 라인 누가 있나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라인 검사들은 윤 당선자의 입지에 따라 부침을 겪었다. 윤 당선자가 전임자보다 사법연수원 기수로 다섯 기수나 낮은 파격 인사를 통해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되자, 윤 당선자 측근들도 대거 요직에 배치됐다. 윤 당선자와 함께 검찰 내에서 대윤·소윤으로 불리던 윤대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검사장)이 서울중앙지검 1차장에 임명됐고, 대검찰정 중앙수사부와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에서 함께 일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은 3차장에 배치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3·4부장에는 신자용·양석조·김창진 검사 등 윤 당선자와 국정농단 특검팀에서 함께 일한 이들로 채워졌다.

 

윤 당선자가 2019년 7월 검찰총장으로 직행했을 때도 다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1·2·3차장검사였던 이두봉‧박찬호‧한동훈 검사는 윤 당선자를 따라 모두 대검으로 이동해 과학수사·공안·반부패강력부장 자리를 꿰찼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을 지낸 신자용·신봉수·송경호 검사는 각각 1·2·3차장으로 발탁됐다.

 

하지만 그해 9월 불거진 ‘조국 사태’ 이후 윤석열 라인 검사들은 비수사 보직이나 지방으로 밀려났다. 2020년 1월 취임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단행한 인사가 시작이었다. 명분은 특수통 윤석열 라인이 독식한 검찰 인사를 정상화한다는 것이었다. 2년여에 걸친 윤석열 라인의 주요 보직 독식에 불만이 많았던 일선 검사들 사이에선 무리한 인사는 아니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검찰 안팎에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수사와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 등에 대한 보복인사라는 비판도 거셌다. 이런 인사 기조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 취임 뒤에도 이어졌다.

 

‘한동훈 구하기’ 공언했는데

 

윤 당선자는 측근 검사들에 대한 인사 불이익을 ‘적폐’로 규정해 왔다. 검찰 안팎에서는 윤 당선자가 취임 이후 ‘측근 구하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양홍석 변호사(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는 “검찰 인사의 ‘비정상의 정상화’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좌천됐던 특수통 인사들을 주요 자리에 복귀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측근들을 주요 보직에 전진 배치하는 인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윤 당선자 취임 이후 주요 보직에 발탁될 가능성이 있는 대표적 측근으로는 한동훈 검사장이 꼽힌다. 한 검사장은 2020년 1월 대검에서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발령 난 뒤 비수사 부서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전전했다. 윤 당선자는 지난달 9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집권하면 한동훈 검사장을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할 수도 있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 검사장이 “피해”를 보면서도 문재인 정권에 맞서 “독립운동”을 했다고 평가했다.

 

임기가 시작되면 우선 국민의힘에서 친정부 성향이라며 공격해 온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 교체 등 원포인트성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열흘 만에 ‘돈봉투 만찬’ 논란 당사자인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을 밀어내고 윤 당선자를 앉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다만 그때까지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하는 배우자 및 장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인사를 통한 수사외압’으로 비칠 수 있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칫 ‘검찰공화국’ ‘검찰통치’ 우려를 키울 수도 있어 지방선거 이후 정기인사 시즌에 맞춰 연쇄적으로 검찰 인사가 단행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는 검찰 출신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법무부 장관은 윤핵관?

 

윤 당선자가 첫 법무부 장관으로 누구를 임명할지도 관심사다. 문재인 대통령은 낙마한 안경환 교수를 포함해 교수(박상기), 청와대(조국) 및 정치인(추미애·박범계) 출신 등 비검찰 장관을 줄곧 기용해 왔다. ‘비윤석열 라인’의 인사 반발을 다독이고 거대야당을 상대로 검찰권력 복원과 전 정권 수사 등을 시도하기 위해 검찰 출신 인사나 검찰을 잘 아는 정치인을 임명해 이런 작업을 맡길 수 있다. 정치인 중에선 ‘윤핵관’으로 불리는 검찰 출신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적절한 시점에 법무부 장관을 맡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다만 당내 기반이 취약한 윤 당선자가 권 의원을 섣불리 내각으로 빼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김오수 검찰총장의 거취 문제도 있다. 임기제(2년) 취지를 살려 최대한 내년 5월까지 총장직을 수행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간 국민의힘은 김 총장의 정치적 중립성이 의심된다며 공격해왔다. 윤 당선자 임기가 시작되는 5월10일 전후로 검찰총장 흔들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때문에 김 총장이 문 대통령 퇴임 직후 스스로 자리에 물러날 가능성도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김수남 검찰총장의 경우 임기 7개월을 남겨뒀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틀만에 총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당선자는 검찰 인사와 수사 등 사정업무를 총괄하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두고 보수정권 시절 줄곧 검찰 출신이 맡았던 민정수석을 통하지 않고도 검찰 조직을 직접 통할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린 공약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내각 구성을 위한 인사검증 업무 등을 이유로 공약 이행이 흐지부지되거나, 폐지하더라도 유사 기능을 가진 조직이 생길 수도 있다.

 

“대통령까지 검사동일체되나”…검찰사유화 막아야

 

검찰 안팎에서는 인사 때마다 반복돼 온 편가르기 인사가 검찰총장 출신인 윤 당선자 취임 이후에도 되풀이 된다면 검찰 사유화 논란이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검찰 간부는 “2019년 검찰총장 취임 직후 때처럼 윤석열 라인을 또다시 주요 보직에 배치시킨다면, 이번엔 대통령이 검찰을 사유화하겠다는 얘기가 된다. 대통령에게까지 검사동일체 원칙이 적용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총장 재임 시절 정부와 각을 세우며 검찰 독립과 중립을 외쳐온 사람이 정작 인사권을 쥐고 측근을 주요 자리에 앉힌다면, 자신이 외친 말들은 결국 정치적 수사였다는 것을 자인하게 되는 셈”이라고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개혁입법특별위원장인 김남근 변호사는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청와대에 줄 선 검사들이 승진하고, 청와대가 비공식 라인을 통해 수사를 지휘·통제하는 검찰의 정치화다. 검찰총장 시절처럼 자신의 측근인 특수부 검사들을 검찰 지휘라인에 배치시키고 승진시키는 인사를 반복할 것이 아니라 탕평·통합 인사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강재구 기자

 

윤석열 당선자 “통합과 협치…부정부패는 엄단”

20대 대통령 당선 인사 회견

“야당과 협치할 것” 강조도

 인수위 비서실장에 장제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선 인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0일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어떠한 세력과 이념도 멀리하고 국민의 상식에 기반해 국정을 운영하겠다”며 “부정부패는 국민 편에서 엄단하고 법치의 원칙을 확고하게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통합과 번영의 시대”를 국정 운영의 목표로 제시했다.

 

윤 당선자는 이날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당선 인사 기자회견을 열어 “정치적 유불리가 아닌 국민의 이익과 국익이 국정의 기준이 되면 우리 앞에 진보와 보수의 대한민국도, 영호남도 따로 없을 것”이라며 “저 윤석열, 오직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국민 통합과 지역감정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향은 모든 지역이 공정하고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우리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선거 결과에 대해서는 뒤돌아볼 이유도 없고, 오로지 국민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역대 대선 가운데 가장 근소한 격차(0.73%포인트)로 당선된 점을 고려한 언급으로 보인다.

 

여소야대 정국을 의식해 더불어민주당 등과의 협치도 강조했다. 그는 “국민을 위한 정치, 민생을 살리고, 국익을 우선하는 정치는 대통령과 여당의 노력만으로 불가능하다”며 “의회와 소통하고 야당과 협치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출신인 윤 당선자는 특히 부정부패 척결과 법치를 내세우는 모습이었다. 그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부정부패는 네편 내편 가릴 것 없이 국민의 편에서 엄단하고, 우리 국민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적용되는 법치의 원칙을 확고하게 지켜나가겠다”며 “시대를 관통하는 공정과 상식의 자유민주주의 정신과 법치라는 헌법정신을 되새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장동 특검 도입’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그런 모든 문제는 시스템에 의해서 하는 게 맞지 않겠나”라며 즉답을 피했다.

 

또 협치를 강조하면서도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한 듯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철 지난 이념을 멀리하고, 국민의 상식에 기반하여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언급했다. 윤 당선자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더불어민주당을 ‘운동권 족보팔이’ ‘좌파 운동권 정권’ 등으로 규정하며 비난한 바 있다. 그는 “따뜻한 복지도 성장 없이는 지속될 수 없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성장과 복지가 공정하게 선순환해야 가능하다”며 성장에 방점을 찍었다.

 

북한에도 원칙을 강조하며 강경한 태도를 밝혔다. 대선 기간 중 ‘선제타격론’을 언급했던 그는 “북한의 불법적이고 불합리한 행동에 대해서는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하되 남북 대화의 문은 언제든 열어둘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참모 뒤에 숨지 않고, 잘못은 솔직하게 고백하겠다”며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방식을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윤 당선자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비서실장에 내정했다. 인수위원장으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윤 당선자가 안 대표와 만나 인수위 관련 내용을 협의한 뒤 위원장과 방향 등을 정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장나래 기자

 

윤 당선자, 코로나 극복 최우선…“인수위에 대응 조직 둘 것”

 정부 운영 밑그림 윤곽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 20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을 찾아 소감을 말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10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당선인사와 첫 기자회견을 통해 신속한 코로나19 극복 의지, 강력한 국방력 구축을 통한 북핵 대응, 지역 균형 발전 등 세부적인 정부 운영 로드맵을 내비쳤다. 경제 정책에선 민간 주도와 성장을 강조하면서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중심의 경제로 전환하여 일자리를 창출하고, 중산층을 더욱 두텁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 코로나19 위기극복 조직 구성 예고

 

윤 당선자는 1호 공약인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세웠다는 점을 강조했다. 윤 당선자는 당선인사 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비과학적 방역지침 철폐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경제·방역·보건·의료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인수위원회 내 조직 구성 방침을 밝혔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한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경제적 손실보상과 긴급구제를 포함해, 방역과 확진자들에 대해 바로 인수위를 구성하면서 검토에 들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자는 대선 기간 1호 공약으로 ‘코로나 긴급구조 및 포스트 코로나 플랜’을 내놓고 집권 100일 이내 코로나19 대응체계를 전면 개편하겠다는 구상을 밝히며, 50조원 규모의 손실보상 재정자금 확보를 약속하기도 했다.

 

■ “한-미 동맹 재건”, 대일 관계는 “국민 이익 찾아야”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비판해온 윤 당선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안전과 재산, 영토와 주권을 지키기 위해 어떠한 도발도 확실하게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국방력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당당한 외교와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로 거듭나겠다”며 “한-미 동맹을 재건하고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인권의 핵심 가치를 공유하면서 포괄적 전략동맹을 강화해가겠다”고 밝혔다. 그의 발언으로 볼 때 미국과의 관계 강화를 외교의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당선 첫 일정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20분가량 통화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윤 당선자는 대중·대일 외교에 대해서는 “상호 존중의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고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만들겠다”고 원론적 입장을 견지했다.

 

윤 당선자는 일본 <아사히신문> 기자가 ‘일본과 어떤 관계를 만들고 싶은가’를 묻자 “과거보다는 미래에 어떻게 하는 것이 양국과 양국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지 그걸 잘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실용적 관점에서의 외교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 국민통합 위해 “균형발전 힘 모아야”…여소야대 국면 “민주주의 성숙 기회”

 

윤 당선자는 선거 개표를 통해 확인된 지역 구도 해소와 국민통합에 관한 질문을 받고 “국민통합과 지역감정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안은 모든 지역이 공정하게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여소야대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는 “민주국가에서 여소야대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이고, 삼권분립이라는 것도 어느 당이 대통령 행정부를 맡게 되면 또 다른 당이 의회의 주도권을 잡게 되고 하는 것이 크게 이상할 일이 없다”며 “여소야대 상황을 통해서 민주주의와 정치가 훨씬 성숙해갈 수 있는 그런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국민들을 위해서, 국익을 생각해서 하는 일인데 여당이든 야당이든 다 국가와 국민을 생각해서 일하러 우리 다 국회에 오신 분들이기 때문에 저는 믿는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정책의 지속 여부 등 현 정부와의 관계 설정에 대해서는 “지금 정부에서 추진한 일 중 저희가 계속 이어서 해야 할 과제들은 그렇게 관리하고, 또 새롭게 변화를 줘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과감한 변화와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 “젠더·성별 갈라치기 한 적 없어…대장동 얘기는 오늘은 좀”

 

윤 당선자는 이번 대선이 예상 밖 접전 양상을 보인 이유로 지목된 ‘젠더 갈라치기’와 관련해선 “저는 젠더·성별로 갈라치기 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윤 당선자는 또 선거 기간 동안 공언해온 ‘대장동 의혹’ 수사와 관련한 질문에는 “대장동 얘기는 오늘은 좀 안 하는 게 좋지 않겠나”라며 “제가 늘 말씀드리지만 그런 모든 문제들은 시스템에 의해서 가야 할 문제 아니겠나”라고 답했다. 김미나 김가윤 기자

 

윤 당선자, 비서실장에 ‘핵관’ 장제원 의원 지명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장에 장제원 의원이 기용됐다.

 

윤 당선자는 1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철희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청와대와의 소통 채널을 지정하면서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을 언급했다. 장 의원이 비서실장으로 유력하던 상황에서 윤 당선자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를 확인한 것이다.

 

유영민 실장과 이철희 수석은 이날 축하난을 들고 윤 당선자를 예방했다. 유 실장이 “취임하시기 전까지 대통령님하고 당선인님하고 연락해야 할 일이 있을 수 있으니까 청와대 정무수석과 연락해서 핫라인처럼 그렇게 해주시면 된다”고 말하자, 윤 당선자는 “우리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하고 이 수석님하고 계속 통화하시면 되겠다”고 답했다. 이 수석이 “제가 (장 의원과) 법사위를 계속했다”고 말하자 윤 당선자는 “제가 중간에서 아주 편하겠다”고 화답했다.

 

윤 당선자는 또 “아침에 대통령님이 전화 주셨다”며 “정부 인수 문제를 잘 지원하시겠다고 가까운 시일 내에 대통령님도 좀 찾아뵈어야 할 것 같고 시간 내서 보자고 하시더라”라고 전했다. 이어 “빠른 시일 내에 대통령님 뵙고, 또 뵙고 나서 하다가 잘 모르는 게 있으면 연락드리고 하겠다고 말씀 드렸다”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

 

‘탈원전 폐기’ 공약했던 윤 당선자…기후·에너지·환경 지각변동 예상

 

신한울 3 · 4호기 건설 재개, 수명연장 등 공약

탄소중립 시나리오 전력수급계획 수정 나설 듯

4대강 사업도 계승 뜻… 환경단체와 갈등 예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대통령 당선으로 한국의 기후·에너지와 환경 분야는 어느 분야보다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변화의 시발점은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자는 10대 공약의 하나로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과 원전 최강국 건설’을 내걸고 당선됐다. 그는 ‘탈원전 백지화’를 공약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중단된 경북 울진 신한울 원전 3·4호기의 건설 재개를 약속했다. 노후원전의 수명 연장을 금지하기로 한 현 정부와 달리 운영허가 기간이 끝나는 원전에 대해서도 안전성을 확인해 계속 운전을 허용하겠다고 했다. 당장 내년 4월로 허가 기간이 끝나는 고리 2호기를 포함해 고리 3·4호기, 한빛 1·2호기, 월성 2호기 등 윤 당선인 임기 중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원전 6기의 수명 연장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윤 당선자는 이처럼 원전 이용을 늘려 전체 발전원 중 원전 비중을 30%대로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 정부의 탈원전 시나리오에서는 현재 29%대인 원전 비중은 2050년에 6.1~7.2%까지 내려간다. 지난해 ‘2018년 배출량 대비 40% 감축’을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엔디시)로 확정하며 2030년의 전원믹스(발전원 구성)로 원자력 23.9%, 신재생에너지 30.2%를 제시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추진하는 한편 기존 기후·에너지 관련 주요 계획들을 원전 확대 계획에 맞춰 수정, 이른바 ‘탈원전 지우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2030년 NDC 달성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에너지기본계획과 전력수급기본계획, 원자력을 녹색에너지에서 배제한 환경부의 녹색분류체계(그린 택소노미) 등이 그런 것들이다.

 

현 정부는 지난해 유엔에 2030년 NDC를 제출했으나, 그것을 이행하기 위한 세부 계획에 해당하는 ‘감축 로드맵’은 아직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감축 로드맵 작성은 윤석열 정부의 과제로 넘어가게 됐다. 윤석열 정부가 작성할 감축 로드맵은 공약한 대로 원전 비중을 늘리면서 현 정부가 2018년 대비 14.5%로 잡아둔 산업 부문 감축률을 완화하는 방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윤 당선자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산업계 부담이 과도하다는 뜻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유승직 숙명여대 기후환경융합학과 교수는 “국제사회에 약속한 2030년 감축목표를 달성하려면 제일 먼저 감축 로드맵부터 만들어 이행해나가야 한다”며 “구체적으로는 전력 부문을 빨리 탈탄소화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전력요금을 정상화해 온실가스 감축이 모든 국민들에게 스며들 수 있도록 하는 게 제일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기요금 정상화는 많은 에너지 전문가들이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한 에너지 전환의 첫 단추로 꼽는 대목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수준(가정용 기준)의 전기요금을 인상해 소비 효율화를 유도하고 확보한 재원을 에너지 전환 비용으로 활용해야 한다. 현 정부는 발전연료비 급등에도 전기요금을 동결해 한국전력의 적자를 부풀린다는 비판에 떠밀려 오는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을 인상하기로 했다.

 

하지만 윤 당선자는 “전기요금 인상은 탈원전 정책 실패의 책임 회피일 뿐”이라고 주장하며 4월 전기요금 인상 백지화를 공약했다. 4월 전기요금 인상 백지화는 윤 당선인이 취임도 하기 전에 현 정부가 한국전력과 협의해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과제가 될 예정이다.

 

윤석열 정부가 공약대로 기존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안전과 결부된 경제성 문제, 아직 본격적인 논의도 시작하지 못한 사용후핵연료 최종 처리 문제 등을 놓고 지역 주민·탈핵환경단체들과 법적 공방이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영희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대표 변호사는 “수명 연장을 하려면 국내외 최신 기술 수준에 맞춰 설비를 개선한 상태에서 안전성 평가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월성1호기 소송에서 확인됐다”며 “그런 설비 개선 비용을 고려하면 경제성을 만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 이 기준의 적용을 요구하는 싸움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 환경분야에서 주목할 것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사업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다. 현 정부는 4대강 재자연화를 공약하고 일부 강에 설치된 보를 개방하는 등이 조처를 취해 왔다. 반면 윤 당선자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4대강 사업을 계승할 뜻을 밝혔다. 환경단체들은 윤 당선자가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사업 재자연화’ 공약도 백지화할 뜻을 보이자 강력 반발해왔다. 김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