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그런 모든 문제는 시스템에 의해서 가야 할 문제 아니겠나” 답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을 찾아 꽃다발을 받은 뒤,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대 대통령 선거가 막을 내리면서 대선 과정에서 논란이 된 대장동 특혜 의혹과 윤석열 당선자 부인 김건희씨의 주가조작 의혹, 고발사주 의혹을 둘러싼 수사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선거 중립을 고려해 멈춰선 수사가 재개되거나 마무리될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윤 당선자의 대선 승리로 그를 향한 수사기관의 칼날이 무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 당선자는 10일 국회 국민의힘 선거 상황실에서 당선 인사를 한 뒤, 집권 뒤 대장동 수사 방침을 묻는 기자들의 말에 “그 얘기는 오늘은 좀 안 하는 게 좋지 않겠나”라며 즉답을 피한 뒤 “제가 늘 말씀드리지만 그런 모든 문제는 시스템에 의해서 가야 할 문제 아니겠나”라고 답했다. 대장동 관련 의혹은 이번 대선 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된 사안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둘러싼 특혜 의혹뿐만 아니라, ‘50억원 클럽’으로 거론되는 정관계 고위 인사들이 얽힌 로비 의혹, 그리고 윤 당선자가 연루된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수사 무마 의혹까지 불거졌기 때문이다.
대장동 특혜·로비 의혹은 재수사 가능성이 점쳐진다. 윤 당선자는 선거 국면에서 언론 인터뷰나 방송 토론회 등을 통해 ‘대장동 사건 재수사’를 꾸준히 언급해왔다. 법조계에서는 윤 당선자가 취임하면, 검찰 수사팀을 새롭게 꾸려, 이 후보 등 이른바 옛 성남시 ‘윗선’ 인사들을 향한 수사를 어떤 방식으로든 벌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별검사(특검) 도입 가능성도 거론된다. 윤 당선자가 역대 최소 표 차인 24만여표로 당선된 데다, 집권 초기 여소야대 구조 속에서 국회 협조가 필수적인 만큼, 검찰 재수사가 이뤄지면 더불어민주당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국정운영 동력을 잃을 수 있고, 정치보복 수사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 후보나 윤 당선자 모두 선거 과정에서 특검 도입을 찬성했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자 신분으로 비비케이(BBK) 주가조작, 다스·도곡동 땅 차명 소유 의혹 등과 관련해 특검 수사를 받은 전례도 있다. 물론, 당시 특검은 관련 의혹을 모두 무혐의 처분하는 등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았고,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재수사 끝에 2020년 대법원에서 관련 혐의가 인정돼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원을 확정받았다.
반면, 특검 후보 추천과 수사 대상 등을 두고 여야가 평행선을 달릴 공산이 커 특검이 무산될 것이란 반론도 만만찮다. 특히 윤 당선자 스스로가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수사 무마 의혹을 받는 상황이어서 정치적 이유를 들어 특검 도입을 반대할 수 있다.
윤석열 당선자 부인 김건희씨.
검찰이 수사 중인 윤 당선자 부인 김검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은 답보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하는 등 지금까지 이 사건 가담자 14명을 재판에 넘겼으나, 김씨를 두고서는 “계속 수사 중”이라고 밝혀왔다.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팀이 김씨를 단순투자자로 보고 무혐의 처분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자칫 ‘봐주기 수사’ 논란을 불러 특검 요구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수사팀이 성급하게 사건을 끝내지 못할 것이란 얘기도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 중인 고발사주 의혹은 2020년 4월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범여권 인사 등의 고발장을 전달한 인물로 지목된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공수처는 손 검사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5개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고발장이 전달될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 당선자는 무혐의 처분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가 당시 대검찰청 ‘윗선’ 개입 여부를 끝내 밝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지난해 말부터 이 사건 수사를 사실상 중단하고, 대선 뒤 손 검사 기소 시점만 저울질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밖에 공수처가 윤 당선자를 대상으로 한 ‘재판부 성향 분석’(판사사찰) 문건 의혹 수사와 옵티머스 펀드 사기 부실수사 의혹도 동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판사사찰 문건 의혹 수사는 공수처가 아직 첫발도 떼지 못한 상황이다. 고발사주 의혹 핵심 인물이자 이 문건 작성 책임자이기도 한 손준성 검사가 올해 초 건강 문제로 이달 초까지 조사에 응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힌 뒤, 공수처는 그를 한 차례도 조사하지 못했다. 공수처 수사가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며 판사사찰 문건 작성을 지시한 윤 당선자를 본격적으로 겨누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공수처가 지난해 6월 윤 당선자를 입건한 옵티머스 펀드 사기 부실수사 의혹 역시, 수사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윤 당선자를 불기소 처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손현수 전광준 기자
대선기간 여야 주고받은 고소·고발건, 어떻게 처리될까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0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고 있다.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평가 속에 치러진 20대 대선 과정에서 여야가 주고받은 고소·고발 사건으로 대선 뒤에도 후유증은 불가피해 보인다. 통상 선거가 끝나면 여야가 ‘대승적 차원’에서 서로 합의해 고소·고발을 취하해왔지만, 이번에는 양당 두 후보의 표차가 0.7%포인트(24만7천여표)에 불과한 데다, 오는 6월1일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대선 기간에 서로 제기한 고소·고발건은 최소 80여건에서 100여건에 달한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이재명 후보가 선출된 지난해 10월10일부터 지난 9일 선거일까지 민주당이 윤석열 당선자와 국민의힘을 상대로 한 고소·고발은 모두 57건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 후보와 민주당을 상대로 한 고소·고발 수치를 밝히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법률지원단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관련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의 고소·고발이 이뤄진 같은 기간, 언론에 보도된 국민의힘 명의의 민주당 고소·고발 건수를 집계해보니 28건으로 파악됐다. 이 기간 언론에 보도된 국민의힘을 상대로 한 민주당의 고소·고발건이 29건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소를 포함해 국민의힘의 고소·고발 건수는 민주당과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두당이 주고받은 고소·고발 대부분의 혐의는 허위사실공표 등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의 녹취록을 둘러싼 각 당의 주장과 윤 당선자의 부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둘러싼 해명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논란이 대표적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새벽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 들어서며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두 당이 고소·고발한 사건 가운데 일부는 이미 수사가 시작됐다. 지난 2일 서울중앙지검은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 혐의 고발 사건을 선거 전담 수사 부서인 공공수사2부(부장 김경근)에 배당했다. “이 후보가 2003년 검사 사칭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누명을 썼다고 선거공보물을 제작한 것이 허위”라며 국민의힘 법률지원단이 대검에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윤 당선자 부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부인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혐의(허위사실공표)로 민주당이 고발한 이양수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본부 수석대변인 등의 사건도 공공수사2부에 배당됐다. 앞서 지난달 말 김건희씨 ‘소가죽 종교행사 후원 의혹’을 제기해 허위사실공표로 국민의힘이 고발한 김의겸 민주당 의원 사건 역시 이 부서에 배당된 상황이다.
역대 대선을 보면, 선거가 끝난 뒤 여야가 ‘상생’과 ‘화합’이라는 명분으로 일괄적으로 고소·고발을 취하하는 것이 관례였다.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된 16대 대선이 끝나고, 이듬해 3월 민주당과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은 서로 합의해 대선 기간 고소·고발건 38건 가운데 34건을 일괄 취하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07년 대선 뒤에도 한나라당과 대통합민주신당(더불어민주당 전신)은 서로 고소·고발을 취하했다.
다만 이번에는 이런 관례가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두 당이 서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고소·고발한 사건이 대장동 특혜 의혹이나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 대선 과정에서 첨예하게 맞붙은 사안인 데다, 6월1일 시·도지사, 지방의회 의원 등을 뽑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대장동, 주가조작 의혹 사건 등은 앞으로 정치적으로 논란이 되풀이될 수 있는 만큼, 지방선거용으로 두 당이 취하하지 않을 수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미 수사에 들어간 사건은 정치권 취하 여부와 관계없이 검찰 의지에 따라 수사를 계속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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