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당선자 통화 · 비서실장 만나 뼈있는 덕담

‘강한 야당’-‘합리적 야당’ 중심잡기 시험대 올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오른쪽)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장제원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장으로부터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축하 난을 받고 있다.

 

172석 거대 예비 야당의 방향타를 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체제가 25일 본격 출범했다. 박 신임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첫 야당 원내사령탑으로서 ‘강한 야당’과 ‘합리적 야당’ 사이를 오가며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하는 동시에 당 안팎으로부터 빗발치는 개혁 요구까지 한 데 조화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견제와 협력은 야당의 책임과 의무”라며 “견제는 강력하고 확실하게 하면서도 국민을 위한 협력의 교집합은 넓혀가겠다. 무능, 독선, 불통, 부정부패 등 국민의힘 정권의 잘못은 국민 편에서 지적하되 잘한 일에 대해서는 제대로 평가해주고 필요한 일은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와 전화 통화를 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윤 당선자에게) ‘민생과 안보만큼은 여야가 없다는 마음으로 힘을 모으겠다’며 국회와 적극 소통해줄 것을 요구했다. 여야가 얼마만큼 협력하는가는 전적으로 윤 당선자의 의지와 국민의힘의 태도에 달려있다”고도 했다. 취임 일성으로 야당의 원론적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윤 당선자의 대통령 취임 이후 여야 협력은 윤 당선자와 국민의힘의 태도에 달렸다며 ‘강한 야당’의 면모를 예고한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장제원 당선자 비서실장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도 “윤 당선자에게 말씀드린 것처럼 안보와 민생에는 여야가 없기 때문에 힘을 합쳐야 한다. 그 출발은 국회를 존중하고 소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협치의 조건으로 원내 1당인 민주당을 존중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비공개 회동이 끝난 뒤에도, 장 실장은 박 원내대표와의 사적 인연을 강조하며 “윤 당선인이 식사 자리에 모시겠다고 말해서 그 뜻 전달했다”고 밝힌 반면, 박 원내대표는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와의 소통이 중요하고, 현직 대통령에 대한 격의 없는 소통(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했다”고 전해 온도 차를 보였다.

 

박 원내대표는 3, 4월 임시국회부터 리더십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기초의원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를 3월 임시국회 안에 처리하고, 수사·기소권 완전 분리를 골자로 한 검찰개혁을 조기에 마무리하자는 당내 여론이 들끓고 있어 당장 가시화된 결과물을 내놓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새 정부 출범 직후부터 관련 법안 강행 처리에 나섰다간 역풍을 맞을 수 있고, 정국 경색에 따른 후폭풍까지 감당해야 해 원내지도부의 고심이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박 원내대표가 개혁 과제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보단 당근과 채찍을 함께 구사하며 대여 협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편, 박 원내대표는 이날 재선인 진성준 의원을 원내운영수석부대표에, 박찬대 의원을 정책수석부대표에 임명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 출신으로 친문(친문재인) 성향인 진 원내수석은 대여 협상을,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박 수석부대표는 입법 및 정책 등을 맡게 된다. 심우삼 기자

 

172석 원내사령탑 박홍근…민주당 ‘이재명계로 재편’ 신호탄

 

86그룹 막내…명-낙 대리전 승리

“새 정부 실정·무능 바로잡겠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신임 원내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새로운 원내대표 선출된 뒤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예비 거대야당’ 더불어민주당을 이끌 새 원내사령탑에 박홍근 의원이 선출됐다.

 

박 의원은 24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결선투표에서 경합한 박광온 의원을 누르고 당선됐다. 이날 경선에는 172명의 의원 중 166명이 참여했으며 최종 득표 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1969년생인 박 의원은 경희대 총학생회장과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권한대행을 거쳐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창당준비위원회 대변인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86그룹(1960년대 출생, 1980년대 학생운동에 몸담았던 정치인)’의 막내 격으로 대표적인 박원순계 정치인이었지만 20대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 비서실장’을 맡으며 새로운 측근이 됐다. ‘이재명계’인 박 의원이 172석 ‘슈퍼야당’을 이끌 원내사령탑에 오르게 된 배경에는 대선 패배 뒤 민주당이 ‘친문당’으로 회귀하는 것에 대한 당내 부담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는 주류였던 친문계가 퇴조하고, 이재명계가 ‘신주류’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은 박홍근·박광온 의원의 ‘계파 대리전’으로 주목을 받았다. 박홍근 의원은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상임고문을 도운 ‘친명계’로, 친문 성향인 박광온 의원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캠프에 몸담아 ‘친낙계’로 분류돼 일찍이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현역 법제사법위원장으로 이해찬 지도부에서 최고위원, 이낙연 지도부에서 사무총장을 맡았던 박광온 의원이 경륜과 안정감을 무기로 선전할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당 내부의 주류 교체 분위기를 넘지 못했다. 6·1지방선거를 앞두고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에 더해 원내지도부까지 친문 일색이 될 경우 쇄신 의미가 퇴색될 것이란 우려도 작용했을 수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이 계파 대리전처럼 된 것은 아쉽다”면서도 “정권이 교체되면서 자연스럽게 당내 주류가 바뀌는 변화의 과정으로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5년 만에 ‘야당 원내지도부’가 구성된 만큼 윤석열 정부와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박홍근 새 원내대표는 “개혁 입법을 늦출 수 없다”고 했고 정견 발표에서는 “정부·여당의 실정과 무능은 확실히 바로잡겠다. 역사적 퇴행과 불통, 무능과 독선, 부정부패는 단호하게 맞서나가야 하지만 국민 눈높이 맞지 않는 정략적 반대 일삼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윤석열 당선자가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을 대하는 적대적 태도를 보면 심상치 않다”며 “적대적 관계, 정치보복, 검찰 전횡이 현실화되면 모든 걸 걸고 싸우겠다. 반드시 문 대통령과 이 상임고문을 지켜내겠다”고도 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진행되는 인사청문회와 하반기 원구성 등 현안이 산적한 데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대장동 특검, 개혁입법을 둘러싼 여야 대치 전선이 뚜렷해 ‘공세적 기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입후보 없이 진행된 원내대표 경선 1차 투표에서는 열린민주당 출신의 최강욱 의원이 재적의원의 10% 이상을 득표해 2차 투표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에게 표를 준 당내 강경·개혁 그룹의 존재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대선 패배 뒤 첫 원내지도부를 선출한 이번 경선에서 이재명계의 우위가 확인되면서 오는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 구도가 출렁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 일각에서는 이 상임고문이 조기에 등판해 당권 경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심우삼 최하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