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변협에 등록취소 명령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을 통해 공직자 등을 불법 사찰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1년을 확정받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향후 5년 동안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없게 됐다.

 

14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지난 11일 대한변호사협회에 우 전 수석의 변호사 개업 등록을 취소해달라는 내용의 명령서를 등기우편으로 발송했다. 변협은 아직 명령서를 받지 못했으나, 공식 접수되는 대로 즉시 등록 취소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우 전 수석은 2017년 4월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태를 축소·은폐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을 확정받았다. 변호사법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형 집행이 끝난 뒤 5년이 지나지 않은 자는 변호사가 될 수 없다.

 

우 전 수석은 지난 2013년 5월 변호사로 개업한 뒤 2014년 5월 청와대 민정수석실 민정비서관에 발탁되면서 변호사 휴업을 한 바 있다. 이후 대법원 판결을 앞둔 지난해 5월 변협에 변호사 재등록 신청을 했고, 변협은 이를 우선 받아들였다. 다만 변협은 우 전 수석이 공무원 재직 시절 범죄혐의로 형사 재판을 받고 있어 그의 변호사 등록 취소 여부를 검토했다. 변호사법은 공무원 재직 중 위법행위로 형사소추된 경우 변협이 등록심사위 의결을 거쳐 등록을 거부할 수 있다고 정했다. 이후 등록 거부 절차가 지연되자 법무부가 직접 변협에 등록 취소 명령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손현수 기자

5엔드서 일본 추격 상황 펼쳐지기도

이후 점수 내며 양팀 격차 더 벌어져

‘완벽한 플레이’에 관중석 곳곳 감탄

 

양 팀 주장인 한국 김은정과 일본 후지사와 사쓰키가 14일 중국 베이징 국립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컬링 여자 단체전에서 경기에 임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역시 마늘이 양파보다 매웠다.

 

한국 컬링 여자대표팀 ‘팀 킴’이 14일 중국 베이징 국립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컬링 여자 단체전서 맞수 일본을 10-5로 꺾었다. 3승3패를 기록한 팀 킴은 4강을 향한 희망을 이어간다.

 

귀중한 승리다. 한국은 13일 중국전(5-6)과 14일 오전 미국전(6-8)을 잇달아 내주며 2승3패로 수세였다. 준결승 진출에는 최소 5승 이상이 필요해, 남은 경기 가운데 3경기 이상을 무조건 이겨야 했다. 만약 이날 패했다면, 앞으로 만날 스위스(세계랭킹 2위)·덴마크(10위)·스웨덴(1위)을 모두 꺾어야만 했다.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건 이번에도 숙적 일본이었다. 한국과 일본은 지난 2018 평창겨울올림픽 준결승에서 격돌해, 연장 접전 끝에 8-7로 승리했다. 당시 한국은 8승1패를 기록해 1위로 준결승에 올랐고, 일본은 5승4패로 4위를 기록해 가까스로 진출한 상태였다.

 

이번엔 상황이 바뀌었다.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5승1패로 1위를 달리고 있었다. 반면 2승3패 한국은 공동 6위였다. 더욱이 한국은 올림픽 진출권을 두고 열린 예선에서 일본과 두 번 만나 모두 패한 바 있다. 세계랭킹은 한국(3위)이 일본(7위)에 앞선다지만, 안심할 수 없었던 셈이다.

 

위기에 몰린 팀 킴은 승리를 향한 의지로 똘똘 뭉쳤다. 1엔드부터 선취점(1점)을 가져온 한국은 2엔드에서 2점을 내준 뒤 곧바로 3엔드에서 3점을 내며 기세를 잡았다. 팀 주장 김은정(32)의 마무리 샷에 대부분 중국인으로 채워진 관중석에서 뜨거운 감탄이 터져 나올 정도로 멋진 플레이였다. 이어진 4엔드에서도 한국은 1점을 추가했고, 5-2로 승부의 추가 기우는 듯했다.

 

팀 킴이 14일 중국 베이징 국립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컬링 여자 단체전 8엔드가 끝난 뒤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하지만 일본의 반격도 매서웠다. 수세에 몰린 일본은 5엔드에서 2점을 내며 5-4로 무섭게 따라오기 시작했다. 턱밑까지 추격당한 팀 킴 입장에선 일본의 기세를 완전히 꺾을 필요가 있었다. 팀 킴은 임명섭 감독이 직접 내려와 작전을 논의하는 등 대응책을 고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어진 6엔드. 승부수가 통한 걸까. 팀 킴은 일본의 추격 의지가 무색하게 2점을 내며 차이를 7-4로 벌렸다. 기세를 탄 한국은 7엔드에서도 1점을 추가하며 승기를 가져왔다. 비록 8엔드에서 1점을 내줬지만, 9엔드 2점을 추가해 점수 차이를 10-5로 벌린 한국은 완승을 했다.

 

한국과 일본은 평창 대회 때부터 대표적 맞수로 떠올랐다. 특히 한국 대표팀이 모두 경북 의성 출신이듯, 일본 대표팀도 모두 일본 홋카이도 기타미 출신이라 ‘닮은꼴 맞수’로 꼽힌다. 마늘이 특산물인 의성처럼 기타미도 양파 최대 산지여서, 마늘과 양파의 대결로 불리기도 한다.

 

일본전 승리로 분위기를 바꾼 한국은 16일 오전 10시5분(한국시각) 스위스와 맞붙는다. 베이징/이준희 기자

 

IOC "발리예바 피겨 싱글 메달 따도 시상식 없다"

 

소변 샘플서 양성 반응이나 도핑 규정 위반은 아직 규명 안 돼 '난감한 상황'

발리예바 포함된 피겨 단체전 시상식 안 열어…발리예바 사건 끝나면 시상식

 

여자 피겨의 신성에서 여제 등극을 꿈꾸는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카밀라 발리예바가 14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 연습링크에서 열린 공식 훈련에서 쇼트프로그램 동작을 연습하고 있다.

 

논란 끝에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출전 기회를 얻은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가 메달을 획득하더라도 시상대에는 오르지 못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발리예바가 여자 싱글 메달권에 입상하면 꽃다발을 주는 간이 시상식은 물론 메달을 주는 공식 시상식도 열지 않을 예정이라고 14일 발표했다.

 

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발리예바의 도핑을 인정하면서도 여자 싱글 경기에 나서도록 승인한 뒤 약 4시간 만에 나온 IOC의 결정이다.

 

IOC의 이번 결정은 발리예바의 도핑 위반 사건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그를 메달리스트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CAS의 판결을 맹비난하는 여론을 누그러뜨리는 효과도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CAS는 소변 샘플에서 금지 약물 성분이 검출된 발리예바에게 잠정 출전 정지를 징계했다가 철회한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의 결정에 반발해 IOC, 세계반도핑기구(WADA),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 단체가 낸 이의 신청을 기각했다.

 

이번 결정으로 CAS는 발리예바가 15일 시작하는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경기에 출전하도록 길을 터줬다.

 

발리예바는 지난해 12월 25일 러시아선수권대회 때 제출한 소변 샘플에서 금지 약물 성분인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됐다는 통보를 이달 8일에야 받았다.

 

스포츠의 공정성을 훼손한 발리예바를 당장 이번 올림픽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했지만, CAS는 발리예바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안길 수는 없다며 여자 싱글 종목 출전을 승인했다.

 

CAS의 결정으로 IOC는 도핑 규정 위반자가 약물 사용 이력이 없는 '깨끗한 선수'들과 올림픽 메달을 두고 경쟁하는 난감한 상황을 앞뒀다.

 

결국 IOC 집행위원회는 CAS의 판결 후 이번 사건과 관련 있는 국가올림픽위원회(NOC)와 상의를 거친 뒤 먼저 "모든 선수의 공정성을 위해 피겨 단체전 시상식을 이번 올림픽에서 여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

 

그 이유로 IOC는 "시상식이 소변 A 샘플 검사 결과 양성 반응을 보였지만, WADA의 도핑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아직은 규명되지 않은 선수를 포함할 수 있어서"라고 소개했다.

 

발리예바 사태가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에 금메달을 딴 ROC와 미국(은메달), 일본(동메달) 선수들의 시상식을 열지 않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사건 조사 결과 발리예바가 WADA의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최종 확인되면 러시아의 피겨 단체전 금메달은 박탈당하고, 후순위 팀들이 한 계단씩 승격할 가능성도 있다.

 

IOC 집행위는 또 "발리예바가 여자 싱글에서 톱 3에 들더라도 꽃다발 전달과 메달 시상식은 이번 대회에서 열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IOC 집행위는 아울러 발리예바가 쇼트프로그램에서 상위 24위 안에 들어 오는 17일 열리는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하면, 공정성을 위해 25번째 선수가 출전할 수 있도록 허용하라고 국제빙상경기연맹(ISU)에 요청했다.

 

원래 규정은 쇼트프로그램 상위 24명만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할 수 있다. IOC는 공정성 논란의 당사자인 발리예바가 24위 안에 들면 프리스케이팅 출전 선수를 25명으로 1명 더 늘리라고 ISU에 촉구한 것이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빛낼 강력한 여자 피겨 싱글 우승 후보로 촉망받던 발리예바는 CAS 판결에 기뻐하다가 IOC의 결정에 다시 내리막 롤러코스터를 탔다.

 

다만 IOC는 발리예바 사건이 매듭지어지면 장엄한 메달 시상식을 개최하겠다고 약속했다.

러시아 ·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동 · 남 · 북 삼면 포위

서방은 폴란드·루마니아 등 우크라이나 접경국에 병력 증강

 

    러시아와 벨라루스군의 합동 군사훈련 [러시아 국방부 제공]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의 대치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는 가운데 양측 모두 우크라이나 접경에 군사력을 집결하고 있다.

 

서방 정보기관에 따르면 러시아는 크게 세 방향으로 우크라이나의 삼면을 포위하듯 약 13만 명에 달하는 병력을 배치한 상태다.

 

먼저 우크라이나 동부의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주(州)를 일컫는 돈바스 지역에는 러시아의 주력이 밀집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돈바스는 2014년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과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충돌한 '돈바스 전쟁'의 무대로, 현재도 정부군과 반군의 교전이 일어나는 지역이다.

 

돈바스는 러시아계 주민이 많아 러시아 침공 시 주민의 저항이 상대적으로 덜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인 하르키우와도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다.

 

    '우크라 사태' 속 흑해서 해상훈련 하는 러시아 전함들 [러시아 국방부 제공]

 

지난 2014년 러시아가 무력으로 병합한 크림반도와 인근 해역에는 해군 전력이 집결하고 있다.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은 러시아 흑해함대의 모항으로 러시아 해군은 지난 10일 북해함대와 발트함대에 속한 상륙한 6척을 세바스토폴에 입항시켰다.

 

러시아의 킬로급 디젤 잠수함이 보스포루스 해협을 통과해 흑해로 향하는 것이 포착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북쪽 벨라루스에도 대규모 러시아군이 모여있다.

 

옛 소련에 함께 속했던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1990년대 말부터 '연합국가'(Union State) 창설을 추진하며 동맹 이상의 밀접한 관계를 맺어오고 있다.

 

약 3만 명의 러시아군은 지난 10일부터 우크라이나와 접한 벨라루스 남서부 브레스트와 도마노보, 폴란드·리투아니아 국경에 가까운 고슈스키 훈련장 연합 훈련을 하고 있다.

 

특히, 벨라루스-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까지는 최단 거리가 90㎞에 불과해 러시아가 벨라루스를 통해 침공할 경우 키예프 점령은 시간 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키예프와 벨라루스 사이 우크라이나 북부 지역은 습지대가 많고 겨울에 언 땅이 녹아 진흙탕이 되는 '라스푸티차' 현상이 발생해 기갑부대가 전진하기 어려운 지형이다.

 

실제로 러시아 원정에 나선 나폴레옹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을 침공한 독일군도 이 지역을 돌파하느라 고전을 면치 못했고, 결국 패전의 한 원인이 됐다.

 

우크라이나의 병력은 26만 명 정도로 서방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러시아가 여러 방면에서 공격해올 경우 역부족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정예군은 돈바스 접경 지역에 밀집해 있는데 러시아가 북부와 남부에서 협공해올 경우 포위 섬멸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5일 미 당국자 2명을 인용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 필요한 전투력의 약 70%를 우크라이나 접경에 배치했다고 전했다.

 

이에 서방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최정예부대인 82공수사단의 병력 4천700명을 우크라이나와 접한 폴란드에 배치했다.

 

82공수사단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북아프리카와 이탈리아 전선에 투입됐으며, 지난해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지원을 위해 아프간에 긴급 배치된 부대이기도 하다.

 

    폴란드에 도착한 미 82공수사단 병사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은 또 독일에 주둔 중이던 2기병연대 소속 1천여 명의 병력을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마주한 루마니아로 전환 배치했다.

 

이들과는 별개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미군 8천500명에게 유럽 파병 비상대기 명령을 내렸다.

 

아울러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2억 달러(약 2천400억 원) 규모의 군사 원조를 승인했다.

 

이미 미국제 대전차 미사일인 재블린을 비롯해 탄약과 의료물품, 개량형 포탄, 무선통신 교란 장치 등이 우크라이나에 반입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할 경우 미국이 동유럽에 순환 배치 병력을 추가 파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동맹인 서방 국가들의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영국은 지난 7일 폴란드에 해병 350명을 파병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에 전투기를, 흑해에 전함을 보내는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

 

라트비아·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은 우크라이나에 대전차·대공 미사일을 지원하기로 했으며, 체코도 우크라이나에 152㎜ 포탄을 제공하기로 했다.

 

덴마크와 스페인, 프랑스, 네덜란드도 이미 리투아니아, 루마니아 등에 선박과 전투기를 보내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

 

주요 나토 회원국 가운데 독일은 '살상무기 수출금지'라는 원칙 때문에 우크라이나의 지원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답하지 않고 있지만 최근 들어서는 방향을 전환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이처럼 서방 국가들이 잇따라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지만, 병력 지원은 우크라이나 영토가 아닌 주변국에 집중되고 있다.

 

아직 나토에 가입하지 않은 우크라이나에 나토군을 배치할 경우 자칫 러시아를 자극해 사태를 더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미국은 지난 12일 러시아의 침공이 임박했다는 판단하에 우크라이나에 머물던 미군 자문단 160명을 철수했다.

 

임박한 16일…우크라이나 위기 해소 5가지 해법은?

 민스크 협정 부활을 시작으로 복합적으로 작용해야

 대치를 통한 현상 굳히기도 가장 현실적 해법

 대치 장기화 속에서 긴장 완화하며 외교적 해법 추구

 

 13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시민이 우파 활동가들이 마련한 공개 군사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키예프/EPA 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이르면 16일에 침공할 수 있다는 미국 정보당국의 평가까지 나오는 가운데 12일 열린 미-러 정상 간의 전화회담에서도 양쪽은 뚜렷한 접점을 찾진 못했다. 최고조로 치닫는 우크라이나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외교적 해법’ 도출이 가능할지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이 위기를 해소할 5가지 시나리오로 △병력 철수 등 긴장완화 조처를 통한 러시아의 양보 △나토-러시아의 새로운 안보협약 △우크라이나-러시아 사이의 ‘민스크 협정’ 재발효 △우크라이나 중립지대화 △대치를 통한 현상 굳히기 등 5가지를 지적했다. 하지만,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양보는 쉽지 않으며, 이런 외교적 해법들이 중층적으로 결합돼야만 위기 해소를 향해 한발짝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첫째 시나리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양보다. 이번 위기 국면을 통해 러시아의 ‘안보 우려 사안’에 대해 미국 등이 충분히 인지했다고 판단하고 과감히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그동안 러시아에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금지 등을 확약할 순 없지만, 동유럽과 옛 소련 지역 내에서 진행되는 군사훈련이나 미사일·핵 배치 문제에 대해선 논의할 수 있다고 제안해 왔다. 푸틴 대통령이 군사적 긴장완화 조처를 통해 자신을 평화의 주창자로 자리매김하고는 미국과 이 문제를 논의하는 협상에 돌입할 수 있다. 미국은 러시아가 병력 철수 등 긴장완화 조처를 먼저 취해야만, 의미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러시아 입장에서 볼 때 이 같은 양보는 푸틴 대통령이 결국 서구와 대결에서 ‘굴복했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줄 수 있다. 이를 피하려면, 형해화된 ‘민스크 협정’을 재발효하는 등의 조건이 필요하다. 2014년 초 우크라이나 내전이 시작된 뒤 러시아, 우크라이나, 프랑스, 독일 등 4개국이 체결한 민스크 협정은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있는 돈바스 등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고도의 자치를 보장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친러 분리주의 세력과의 직접 협상을 거부해 협정은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이 협정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위기 국면에서 적극적인 중재 외교에 나서고 있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민스크 협정이 “평화 구축으로 가는 유일한 경로”라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에 강경한 영국의 벤 월러스 국방장관도 민스크 협정 복원이 “긴장완화로 가는 강력한 길”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그동안 민스크 협정 복원에는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도, 이것이 러시아가 제기하는 핵심적 요구는 아니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나토와 러시아 사이의 새 안보협약 체결은 위기 해소를 위한 또다른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있다. 러시아와 미국 등은 나토 가입 문제를 놓고 타협점을 찾지 못하지만, 다른 안보 사안들에 대해서는 접점이 있다. 이미 미국이 논의를 제안한 미사일 배치와 관련해 합의가 이뤄지면, 러시아의 안보 우려를 상당 부분 덜어낼 수 있다. 나토 가입 문제는 서로의 원칙을 현상적으로 고수하는 선에서 타협하고, 다른 실질 사안들을 협의하는 협약을 체결하면, 러시아가 노리는 동유럽과 옛 소련 지역에 대한 ‘세력권’을 현실적으로 받는 결과가 된다.

 

더 나아가 우크라이나의 중립화 방안도 거론된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 당국자들은 푸틴-마크롱 회담에서 우크라이나가 2차 대전 뒤 중립화를 택한 핀란드를 모델로 채택할 수 있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가 중립화를 선언하면, 나토의 문호 개방 정책도 손상되지 않고, 러시아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등 서방화에 대한 우려를 달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우크라이나가 스스로 결정해야 할 문제다.

 

하지만, 이런 방안들은 어느 한쪽의 과감한 선제적 양보가 있어야 가능하다. 현재의 대치 국면을 살펴볼 때 쉽지 않은 결론이다. 결국, 10만명 넘는 러시아 병력이 우크라이나 전선에 전면 배치된 현재 상황이 그대로 굳어져 기정사실화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먼저 벨라루스에서 진행 중인 연합 군사훈련을 끝낸 러시아군은 그동안 언급해 온 대로 이 지역에선 철수한다. 그와 함께 군사 긴장은 점차 완화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접경 지대의 병력은 순환 배치를 통해 늘 임전태세로 유지된다. 또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러시아가 해 온 반군 지원 역시 지속한다. 이에 맞서 나토 역시 동유럽 내 나토 국가들에서 군사태세를 강화한다. 그 와중에 협상과 중재 역시 간헐적으로 지속된다. 하지만, 위기 상황이 일상화되며, 국제적인 관심이 줄어들고 우크라이나 전선은 동결된 분쟁으로 남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침공하지 않아야 한다. 이를 통해 러시아는 옛 소련에 대한 자신들이 몫을 주장할 수 있고, 나토도 문호개방의 원칙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불안한 공존’을 추구할 수 있다. 결국, 현재의 대치는 장기화되면서, 그 속에서 민스크 협정의 부활 등 을 타협책을 도출하려는 외교적 노력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의길 기자

 

우크라이나 외교관 ‘나토 가입 포기’ 시사 발언 파문

 

주영국 대사 나토 가입 정책 “유연할 수 있다”

헌법 개정하며 못 박은 우크라 대외 정책

파문 일자 “오해가 있었다” 한발 물러나

 

1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방문한 올라프 숄츠(왼쪽) 독일 총리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함께 서 있다. 키예프/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외교관이 러시아와의 전쟁을 피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추진 정책을 재고할 수 있다고 내비쳐 파문이 일었다.

 

바딤 프리스타이코 주영국 대사는 14일 영국 <비비시>(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 추진 정책에 대해 “유연할 수 있다”며 “특히 지금처럼 위협당하고 협박당하고 있을 때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 나토 회원국이 아니고 전쟁을 피하기 위해 많은 양보를 할 수 있고 그게 지금 러시아와 대화하면서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2019년 개헌을 통해 헌법에 나토와 유럽연합(EU) 가입을 국가적 목표로 설정했을 정도이기 때문에, 그의 발언은 상당한 파장을 불렀다. 그는 나중에 나토 문제에 대해 오해가 있었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우크라이나가 다른 문제에 대해서는 양보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를 확약하라고 요구했던 러시아는 그의 발언을 환영하면서 우크라이나 정부의 공식적인 확인이 있어야 한다고 반응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은 “우크라이나가 공식화된 형태로 나토에 가입하지 않겠다고 확약하면 러시아의 우려에 대한 의미 있는 반응이 될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페스코프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프리스타이코 대사에게 인터뷰 발언에 대해 해명하라고 지시한 점을 지적하며 “우크라이나가 외교 정책을 근본적으로 수정했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국경 부근에 병력 10만여명을 배치하고 우크라이나와 접경한 벨라루스에도 연합 훈련 명목으로 3만여명의 병력을 파견해,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오른 상태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미국 정보관리들이 러시아군이 16일에 침공을 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지난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잇달아 방문했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14일 우크라이나 방문에 이어 15일에는 러시아로 향한다. 조기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