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이틀간 후보 등록, 15일 0시부터 22일간 공식 선거운동 돌입

배우자 리스크 등 네거티브 공세도 변수…2030세대· 중도층 잡기 관건

 

'적폐 수사' '신천지 등 무속' 논란 부상 속 여야, 지지층 총 결집에 사활

 

토론회 전 포즈 취하는 대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왼쪽부터)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주최 방송 6개사 공동 주관 2022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차기 정권을 향한 대권 쟁탈전이 13일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3월9일 실시되는 제20대 대선은 '양강'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간 대혼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어 남은 기간 정권 재창출이냐 정권 교체냐를 놓고 여야간 명운을 건 총력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당 안철수,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대선 D-24일인 이날 일제히 후보등록을 하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15일부터 22일간의 피말리는 대혈전에 돌입한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이날부터 이틀간 후보자 등록신청을 거쳐 15일 0시부터 내달 8일 자정까지 22일간 공식 선거운동이 이어진다. 공식 선거전 기간에는 자동차와 확성장치를 이용한 공개장소 연설·대담, 거리 현수막 게시 등이 가능해진다. 여야는 선거운동이 개시되자마자 총력 유세전에 들어간다.

 

투표일까지 한 달이 채 남지 않았지만, 선거 전문가들조차 "이렇게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선거는 처음 본다"고 분석할 정도로 안갯속 판세다.

 

안 후보가 이날 후보등록 절차를 예정대로 밟으면서 단일화의 1차 데드라인을 넘길 공산이 커진 가운데 이재명, 윤석열, 안철수, 심상정 후보의 4자 구도는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양강 구도로 좁혀지는 모습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윤 후보가 35∼40% 선에서 박빙 경합하는 가운데 안 후보는 10% 안팎, 심 후보는 4~5%의 지지율에 머물러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가 오차범위 밖 격차를 보이는 결과가 나오기도 하지만, 안정적인 우위를 유지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후보 단일화가 막판 판도를 뒤흔들 최대 변수로 꼽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만약 야권후보 단일화가 성사된다면 안 후보에게 분산돼 있던 중도층 여론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현재의 팽팽한 균형이 무너질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윤 후보 측이 여론조사 방식보다는 후보간 담판에 따른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사실상 안 후보의 자진사퇴를 압박하는 가운데 안 후보 측은 일단 완주 입장을 밝히고 있다.

 

당장 안 후보는 후보등록 첫날인 이날 직접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아 후보 등록을 하고 완주 의지를 밝히면서도 이날 야권 단일화를 제안, 그 속내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 후보 측도 통합정부·국민내각론 등을 내세워 단일화 등 안 후보와의 공조 여지를 열어두고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새로운 물결' 김동연 후보도 이날 후보등록을 하는 가운데 민주당은 김 후보와의 연대도 염두에 두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한 이후로도 '밀당'을 거쳐 단일화가 극적으로 성사될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리얼미터 배철호 수석전문위원은 "단일화는 '플러스 알파(+α)'가 될 수도 있지만 '마이너스 베타(-β)'가 될 수도 있다"며 "단순히 권력을 잡아야 한다는 목적을 떠나 단일화가 왜 필요한지 국민을 납득시킬 명분이 있느냐가 결과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강 후보가 나란히 본인과 배우자를 둘러싸고 각종 의혹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이 후보는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인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완전히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부인 김혜경 씨를 둘러싸고 '과잉 의전'을 비롯한 각종 논란이 거듭 제기돼 부부가 모두 고개를 숙여야 했다.

 

윤 후보 역시 여권에서 '본부장(본인·부인·장모) 비리'라고 이름 붙인 각종 의혹 공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인 김건희 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등의 사법 리스크는 물론이고 '7시간 통화' 등을 두고 여권의 집중 타깃이 되면서 아직 등판하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윤 후보와 김건희 씨의 무속심취 논란도 최근 신천지 유착의혹과 함께 유권자들의 투표향방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번 대선에서 네거티브 선거전의 주역으로 떠오른 진영별 유튜브 채널 등이 공식 선거운동 이후 상대 진영 후보와 관련해 준비해온 새로운 의혹을 추가로 폭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된다.

 

다만 이런 폭로전이 상대 후보에게 명중할지, 아니면 불발탄이 되거나 오히려 역풍만 불러일으키며 아군에 피해를 주는 오발탄이 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이 밖에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 상황, 최소 3차례 예정된 TV토론 등도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코로나 방역 상황 악화로 인해 대규모 유세와 같은 세몰이가 어려워진 각 진영은 비대면 접촉을 최대한 늘려 효과적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이런 상황인 만큼 TV토론을 통한 '공중전'의 중요성도 커졌다.

 

지난 11일 밤 진행된 2차 TV토론에서는 후보들이 배우자 의혹을 포함한 서로의 아킬레스건을 집중적으로 공략, 향후 더욱 뜨거워질 공방을 예고했다.

 

최근 윤 후보의 '전(前)정권 적폐 수사' 발언에 문재인 대통령이 사과를 요구하면서 떠오른 현직 대통령과 야당 후보 간 초유의 대치 전선도 새로운 뇌관으로 떠올랐다.

 

이 후보 측은 이를 '정치 보복 선언'으로 규정하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트라우마를 자극하며 친문 등 범여권 세력의 규합에 나선 모습이다.

 

반대로 윤 후보 측은 대통령의 선거 개입이라고 역공하며 '문 대 윤' 구도를 부각, 정권교체 여론 결집의 계기로 만들 태세다.

 

이처럼 양 진영의 지지층이 총결집하는 가운데 최종 승자를 가릴 열쇠로는 관망하는 중도층의 선택이 꼽힌다. 특히 2030세대의 표심은 대선의 최대 관심사가 됐다.

 

각 후보는 각자 다른 전략으로 중도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 후보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이라는 콘셉트로 행정가로서 보여준 역량을 강조하면서 이념보다는 실리에 민감한 2030세대와 중도층에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윤 후보는 '이대남(20대남성)'이라는 뚜렷한 목표를 설정해 지지기반으로 삼는 동시에 55%를 넘나드는 정권 교체론을 온전히 흡수하는 전략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이다.

 

안 후보는 거대 양당의 네거티브 선거전을 비판하며 국민 통합을 이룰 제3후보라는 점을, 심 후보 역시 노동·여성·인권 등 의제를 전면에 내세우며 대안 후보로서의 존재감을 부각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여야 대선후보들, 첫 날 일제히 선관위에 후보등록

4인 모두 대리등록…2030 등 상징성 인물이 대리도

 

후보등록 첫날 D-24 표시된 중앙선관위 안내판=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 등록 첫날인 13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로비 안내판에 D-24가 표시돼 있다.

 

여야 대선후보들이 제20대 대통령 후보자 등록 첫날인 13일 일제히 중앙선관위 후보 등록을 마쳤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이날 오전 9시에 국제 보건 전문가이자 영입 인재인 차지호 카이스트 교수와 '만 18세 생애 최초 투표자'인 남진희 광주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후보 등록을 했다.

 

차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 국경없는의사회, 휴먼라이츠워치 등에서 북한 및 기타 국제 분쟁 지역의 보건의료 위기에 대응하는 연구를 해온 바 있다. 민주당은 지난 4일 차 교수 영입을 발표하며 그를 선대위 산하 팬데믹 국제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이 후보가 대리인으로 차 교수와 남 위원장을 선택한 것은 코로나19 극복 의지를 피력하며 '준비된 대통령'의 의미를 부각하는 한편, 2030 세대의 표심을 공략하려는 뜻으로 읽힌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도 대리인을 통해 후보 등록을 마쳤다.

 

윤 후보의 대리인으로는 이철규 당 전략기획부총장과 서일준 후보 비서실장이 나왔다. 이들은 오전 10시께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를 찾아 '2(기호) 국민이 키운 윤석열 내일을 바꾸는 대통령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등록신청서'라고 쓰인 봉투를 제출했다.

 

당내 인사, 특히 후보의 전략을 책임지는 측근들을 대리인으로 내세운 셈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이태규 총괄선대본부장이 오전 9시 과천청사에서 대리 등록을 했다.

 

애초 안 후보는 직접 후보 등록을 할 계획이었으나, 배우자 김미경 씨가 오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음에 따라 이 사무총장이 대리 등록했다.

 

심 후보는 오전 9시30분 '불평등 해결, 기후 정의, 차별 금지'를 상징하는 라이더 배달 청년 노동자, 태안화력발전소 청년 노동자, 정신보건 청년 노동자 등 3명의 2030 청년들을 대리인으로 앞세워 후보 등록을 마쳤다.

 

이밖에 새로운 물결 김동연 후보는 오전 11시에 아내 정우영 씨와 함께 직접 선관위를 찾아 후보 등록을 했다.

불굴의 차민규, 올림픽 2회 연속 은메달

● 스포츠 연예 2022. 2. 13. 01:03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스피드스케이팅 500m 34초39 2위

평창올림픽 은메달 0.03초 단축

 

차민규가 12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경기에서 역주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차민규(29·의정부시청)가 2회 연속 올림픽 은메달 역주를 펼쳤다.

 

차민규는 12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경기 10조에서 마래크 카니아(폴란드)와 함께 뛰었고, 34초39로 들어와 2위를 차지했다.

 

평창올림픽에서 은메달(34초42)을 따냈던 차민규는 두 대회 연속 2위 입상의 값진 성과를 냈다. 이날 1위는 올림픽 기록을 세운 중국의 가오팅위(34초32), 3위는 일본의 모리시게 와타루(34초49)가 챙기는 등 아시아 선수 3명이 시상대에 섰다.

 

차민규는 이날 아웃코스에서 출발해 100m를 9초64에 끊었고, 두 번의 코너 돌기에서 속도를 내기 시작한 뒤 막판 스퍼트로 카니아를 큰 차이로 따돌리면서 은메달의 쾌거를 이뤄냈다.

 

차민규는 이날 레이스를 마친 뒤 최종 순위 결정까지 가슴을 조리며 지켜봐야 했다. 앞서 경기를 치른 가오팅위에 이어 2위를 지키고 있었지만, 11~15조까지 10명의 선수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1, 12조와 13조의 선수들이 차민규보다 기록이 뒤졌고, 14조와 15조의 선수들은 모두 부정출발로 리듬이 살짝 끊긴 상태에서 재출발하면서 흐름을 타지 못했다. 15조에는 세계 랭킹 1위인 로랑 듀브레유(34초52)가 역주했지만 자신의 최고 기록에 훨씬 미치지 못하면서 차민규의 2위가 확정됐다.

 

차민규는 2018 평창올림픽에서 500m 은메달로 깜짝 스타가 됐다. 당시 1위였던 호바르 로렌첸(노르웨이)과는 0.01초 차이였다. 이날도 선두와 0.07초 차로 선두를 내줬다. 하지만 2회 연속 올림픽 은메달로 세계 빙상 단거리에서 확고한 스타의 자리를 굳혔다.

 

김준호(26·강원도청)는 11조에서 인코스로 출발해 34초54로 도착하며 6위를 차지했다.

 

차민규는 18일 김민석(23·성남시청)과 함께 스피드스케이팅 1000m 메달에도 도전한다. 모태범 해설위원은 “1000m에서도 가능성이 있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김창금 기자

[한겨레S] 이라영의 비평

고통의 언어는 몰라도 되는 그들

 

대선 토론 RE100, 택소노미 논란, 기후위기는 삶과 직결되는 문제

한가로운 윤리적 걱정이 아닌데 정치인들 왜 ‘모른다’며 외면하나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KBS) 공개홀에서 열린 2022 대선 후보 토론에서 후보들이 리허설 준비를 하고 있다. 이날 토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기후위기 의제 관련 용어를 이해하지 못해 논란이 됐다.

 

넷플릭스 드라마 <디피>(D.P.)에서 황장수는 안준호가 받은 어머니의 편지를 빼앗아 읽으며 틀린 맞춤법을 조롱한다. 월급이 5만원 올라 기뻐하는 저임금 노동자가 아들에게 보내는 지극히 사적인 편지에 적힌, 사소한 맞춤법 오류가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정확하지 않은 맞춤법은 교육 수준과 경제적 상황까지 포괄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로 쓰인다. 극 중 악역인 황장수는 이 점을 놓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준호를 놀린다.

 

“들어본 적 없다”는 당당함

 

역대 정치인들은 맞춤법 오류와 비문 모음집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숱하게 틀린 문법을 곳곳에 남겼다. 공적 행보에서 모국어 맞춤법을 틀려도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저임금 노동자의 맞춤법 오류는 놀림거리가 된다. 심지어 모국어를 넘어, 업무와 무관한 외국어 능력으로 생계에 타격을 받는 사람도 있다.

 

지난해 서울대 청소노동자가 과로사했다. 관리자는 청소노동자들에게 영어와 한자 시험을 치르게 했고, 점수를 공개해 노동자들을 곤혹스럽게 했다고 알려졌다. 지난해 서울 중구에 있는 세종호텔에서는 전 직원에게 외국어 능력 시험을 요구했다. 외국어와 무관한 근무를 하는 조리사와 식기 세척 노동자들에게도 ‘합리적이고 공정한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을 위한 기준’을 적용하며 해고를 정당화했다. 이때 언어는 직무 능력 평가 도구라기보다는 계급을 가르는 상징적 도구로 활용될 뿐이다. 이 잣대는 과연 공정한가.

 

무언가를 모르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수치심을 주는 차원을 넘어 업무와 상관없음에도 부당한 해고의 명분이 된다. 그러나 권력자의 무지는 무지의 권력으로 작동한다. 방명록에 적는 틀린 맞춤법 정도는 사소한 일이다. 시대의 흐름을 읽어야 하는 정책 결정권자가 관련 개념을 제대로 모르고 있다면 차원이 달라진다.

 

‘처음 듣는 말’이 무엇인지는 때로 그 사람의 위치를 보여준다. 2017년 자유한국당에서 마련한 한 토론회에서 당시 홍준표 대표는 “젠더 폭력이라고 하는 게 선뜻 이해가 안 가는데, 예를 들어 말해 달라”고 했다. 설명을 들은 뒤에도 그는 “처음 듣는 말”이라며 “젠더가 뭔가”라고 재차 물었다. 누군가에게는 삶에 직결된 문제이기에 이 언어가 들리지만, 누군가의 귀에는 삶의 주파수가 맞지 않아 들리지 않는 것이다.

 

2022년 첫 대선 후보 토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유럽연합(EU) ‘택소노미’(청정에너지에 대한 금융 투자 지원을 하는 녹색 분류 체계) 등을 이해하지 못해 논란이 일었다. 일반인들은 모를 수 있다. 그러나 대선 후보가 너무 당당하게 “들어본 적 없으니까”라고 말한다면 어떨까. 그는 RE100과 택소노미를 몰라도 “탈원전 백지화, 원전 최강국 건설”이라고 페이스북에 적을 정도로 원전 정책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물론 이 두 개념이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절대적 기준도 아니며, 이에 대한 논의는 별도의 문제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담론을 몰라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친원전 정책을 주장하는 지점이 위험하다. 우리 삶이 직면한 심각한 문제에 대통령 후보가 어떤 관심과 태도를 갖추고 있는지 드러냈기 때문에 문제라는 것이다. 잘 이해하지 못한 용어가 주로 기후위기 의제라는 점은 우연이 아니다.

 

더 심각한 건 이러한 무지에 대한 당당함이다. 윤 후보는 토론 다음날 “대통령이 될 사람이 RE100이나 이런 것을 모를 수도 있는 거 아닌가”라고 항변했다. 젠더와 기후위기 관련 의제에 대한 무지를 정치인들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불과 몇달 전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구 온도를 “지금보다 1.5도 낮추지 못하면 파국”이라고 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가 맺은 파리협정에서 말하는 “산업화 전 수준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1.5도로 제한하자”는 기후위기 해법과 다른 주장인 것이다. 정치인들은 기후위기를 부차적인 것, 알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몰라도 된다”며 우길 일 아니야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직무와 무관한 능력을 검증받으며 억울한 상황에 처하는 노동자들이 있는 반면, 알아야 하는 사람들은 당당하게 모르거나 몰라도 된다 우긴다. 더 문제적인 현상은, ‘나도 몰랐다’며 그 모름을 옹호하는 목소리다. 이 무지의 공동체가 우려스럽다. 각종 혐오 단어는 꿰고 있지만 ‘명징’, ‘직조’, ‘사흘’ 등의 말에 대해선 ‘나도 모르는 말’을 쓴다고 오히려 화를 내던 목소리들은 매우 불길한 징후였다.

 

기후위기 의제는 한가로운 윤리적 걱정이 아니라 밥상에서 외교까지 촘촘히 연결된 현실적인 문제다. 더불어 농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생계와 직결되어 있다. 농어민의 이야기를 조금만 들어봐도 날씨 때문에, 수온이 올라가,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비가 너무 자주 와서, 품종을 바꿔야 하고, 어획량이 줄었고, 기온이 높아져서 등의 하소연을 들을 수 있다. 외국어 하나 섞여 있지 않은 생활 언어로 이야기해도 많은 사람들이 이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

 

‘어려운 말’이 문제가 아니다. 암호화폐, 가상세계 관련 언어들도 어렵긴 마찬가지이지 않나. 그러나 이 언어들을 두고 모르는 말을 쓴다며 시비를 걸진 않는다. 메타버스와 엔에프티(NFT)를 모르면 ‘뒤처진’ 사람이라는 분위기이기에 많은 사람이 이 흐름을 이해하는 척이라도 한다. 성장과 투자의 언어는 환영받지만 삶의 고통을 이해하려는 언어는 외면받는다.

 

정치학자 엘빈 T. 림은 2008년 출간한 <반지성적 대통령>에서 1790년부터 2006년까지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연설을 중심으로 수사를 분석했다. 림에 따르면 대통령들의 수사는 점점 가독성이 높아졌으나 지적으로는 하락했고 감정에 호소하는 방식이 늘어났다. 어느 정도 단계까지는 단순한 언어가 민주적 참여를 늘리는 데 기여하지만, 어느 시점을 지나면 의미 있는 논의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림은 주장했다. 2016년 트럼프의 당선은 이러한 토양 속에서 가능했을 것이다. 몰라도 되는 권력이 구사하는 단순하고 감정적인 언어, 이에 호응하는 무지의 공동체 속에서 자라난 무지의 권력이다. <이라영 예술 사회학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