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계간지 3개국 집중 조명

덴마크 “정부에 대한 신뢰 높아”

코스타리카 “꾸준한 복지 투자”

뉴질랜드 “소득보다 웰빙 중요”

 

 자료: 국제통화기금(IMF)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펴낸 계간지 <재정과 개발>(Finance and Development) 겨울호는 ‘행복한 삶’(A Life Well Lived)이라는 주제로 세 나라를 살폈다 . 덴마크와 코스타리카, 뉴질랜드가 그 주인공이다. 이 세 나라는 유엔(UN)이 조사하는 세계행복지수에서 매년 상위권에 올랐고, 이는 코로나19 유행기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 유엔 산하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발표한 ‘세계 행복지수 보고서’에서도 덴마크와 뉴질랜드는 95개 나라 중 각각 3위와 5위, 코스타리카는 16위를 차지했다. 세 나라가 행복한 이유는 유사했다. 소설 <안나 카레리나>의 서문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처럼 . 다음은 주요 내용.

 

덴마크의 한 가정이 코로나19 테스트를 받고 있다. 자료: 국제통화기금(IMF)

 

■ 신뢰 굳건한 덴마크

 

코델리아 체스넛(36)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감염 테스트를 32번 이상 받았다. 감염 테스트는 봉쇄 조처 해제 대신 외부 활동을 위한 필수 전제 조건이어서다. 그는 배드민턴을 치고 싶을 때마다 무료이자 손쉬운 예약 절차를 밟아 검사를 받았다. 그는 “다른 사람들의 안전과 코로나19에도 행복을 유지하기 위해 치러야 할 작은 대가”라고 말했다. 이는 덴마크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을 사회 공동 노력의 일부로 여기는 사례다.

 

시민들은 정부가 국민의 이익을 위한 정책을 실현한다고 믿으며 정부는 시민들이 사회 조직을 유지하는 데 힘을 다하리라고 믿는다. 코로나19 기간에도 사회적 신뢰는 계속됐고, 상대적으로 적은 인력으로 코로나19 확산을 통제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자들은 행복과 만족 등 다양한 척도에서 꾸준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이유로 신뢰를 꼽는다. 신뢰의 근간은 관대한 실업 부조를 비롯해 무료 의료 및 교육, 두터운 보육 지원 등 튼튼한 사회복지제도다. 크리스티안 비욘스코프 오르후스대 교수(경제학)는 최근 펴낸 <북유럽 국가의 행복>이라는 책에서 신뢰라는 문화적 특성은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에서만 거의 유일하게 존재한다고 밝혔다. 또 덴마크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광범위한 사회 복지가 아니라 신뢰와 관용, 강력한 제도, 긴 경제 발전의 역사, 민주주의 등의 결합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행복’이 중요 의제로 등장하기도 한다. 2014년 코펜하게 인근 어촌 마을인 드라고르 의회는 행복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시장인 아이크 달 비드스트럽은 “우리 공동체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그들의 꿈은 무엇인지, 그리고 기본적으로 그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행복연구소와 함께 진행한 조사에서 시민들은 여가 시간을 위한 더 나은 사회 기반 시설을 원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따라 실내 수영장 건립과 스포츠 시설 개선, 노인 대상 프로그램 확대, 공공 공간 개선 등의 결과로 나타났다.

 

높은 청렴도 역시 굳건한 신뢰의 비결이다. 모겐스 리케토프트 국회의원은 “정치 시스템은 부패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정치체제에 신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청렴과 오랜 전통의 합의 문화(1900년대 초 이후 한 정당이 과반수를 차지한 적이 없다)와 효율 높은 정부 서비스 등 덕택에 시민들은 높은 조세 부담을 받아들인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가 교육, 보육, 노년기 돌봄, 건강 등을 지원하는 것이 기업과 노동시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도 이해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물론 도전 과제도 있다. 그는 “이민자와 난민을 노동시장에 통합하는 어려움과 사회복지 부담으로 복지 혜택을 줄여야 한다는 논쟁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코로나19 유행 기간 하나로 뭉쳤고 이에 다른 나라들에 견줘 덴마크는 바이러스 억제 정책을 효과적으로 펼칠 수 있었다. 마이클 뱅 피터슨 오르후스대 교수(정치학)는 덴마크외 7개국 40만명 이상을 조사한 결과, 덴마크 보건당국에 대한 높은 신뢰가 효과적인 방역의 핵심 요인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말 75% 이상이 예방 접종을 받았고, 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일 때 성인 60% 이상이 매주 검사를 받았다.

 

“검사를 시행하면서,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를 침해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조금 걱정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서로를 위한 것으로 봤다. 국가가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해서 받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보호하기 위해 검사를 받았다. 그래서 훨씬 더 빨리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조사에서 90% 이상이 보건 당국에 대해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터슨 교수는 “정치 제도의 기능과 사회적 신뢰가 긴밀한 관계라는 증거”라며 “정부가 무언가 문제가 발생할 경우 도움을 준다는 것을 알고 있을 때, 근본적으로 다른 신민들을 신뢰하게 된다”고 말했다.

 

■ 순수한 삶의 코스타리카

 

                           코스타리카 한 농민이 나무를 깎고 있다. 자료: 국제통화기금(IMF)

 

‘푸라 비다’(pura vida). 순수한 삶(pure life)라는 뜻의 스페인어는 코스타리카에서 자주 들을 수 있다. 느긋한 생활상을 표현한다. 코스타리카 사람들이 왜 행복한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지난해 코스타리카는 세계 행복지수 보고서에서 16위였다. 체코를 제외하고 20위 안에 든 유일한 신흥국이다. 경제학자 마리아노 로하스 교수는 높은 행복이 강한 사회적 유대 관계와 공동체 의식에서 비롯됐다고 봤다. 그는 “사람들은 따뜻하다. 삶의 속도는 더 느리다. 모두가 출세의 사다리를 타려는 경쟁사회가 아니다”고 말했다.

 

잘 마련된 복지 제도가 이를 뒷받침한다. 무상교육과 국가연금이 보장돼 있다. 남미에서 모든 인구에게 전기는 물론 식수가 공급되는 유일한 나라이자, 보편적 건강보험이 마련된 나라다.

 

수십년 동안 손쉽게 예방할 수 있는 종류의 죽음과 장애를 줄이기 위해 꾸준히 공중 보건 투자를 해왔다. 1970년대에는 영국 등 일부 선진국보다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높은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건에 투자했다. 이는 성과로 나타났다. 1985년까지 평균 수명은 남미 국가 가운데 가장 길었고 미국과 맞먹었다. 아동 사망률은 1970년 1000명당 74명에서 1989년 17명으로 떨어졌다.

 

특히 고유의 건강관리 모델은 돋보인다. 1990년대에 실현된 이 모델은 그동안 축적된 농촌·지역사회 보건 프로그램 경험을 토대로 구축돼 국가의 돌봄 문화를 변화시켰다. 모든 시민이 의사와 간호사, 지역사회 보건 종사자 등으로 구성된 1차 건강 관리 팀인 EBAIS에 배정돼 관리된다. 보건 종사자들은 해당 지역의 각 가정을 방문해 건강을 측정한다. 이들이 수집한 데이터는 보건 목표와 경과 추적, 집중할 고위험 분야 설정 등에 활용된다. 첫 도입은 도시가 아닌 가장 가난한 시골에서 시작했다.

 

“건강의 결정요인, 즉 사람들이 사는 환경에 대한 정보를 토대로 풍부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다. 단순히 병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 보건 투자가 삶의 질과 조건을 개선할 수 있다는 데서 시작했다. 이는 건강과 웰빙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포괄적인 비전이다.”(마리아 델 로키오 산즈 마드리갈 전 보건부장관)

 

모델의 효과성은 명확한 증거로 뒷받침된다. 기대수명은 1990년 75살에서 80살로 늘었다. 보건 분야 지출은 세계 평균(국내총생산 대비 10%·2017년 기준)보다 적은 7.3%에 불과하다.

 

로하스 교수는 “건강할수록 행복하고, 행복할수록 건강하다. 보건 분야 지출이 적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행복과 건강 가운데 어느 것이 우선이냐는 질문에 “틀린 질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스타리카에는 사회적 합의가 있다”며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전임 정부 정책을 보강하는 벽돌을 추가해야 한다. ‘이전 정부가 했던 모든 것은 쓸모없다’와 같은 실수는 벽돌을 쌓는 것보다 교체 비용이 더 많이 든다”고 강조했다.

 

코스타리카는 복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1869년 초등 교육을 무료 및 의무화한 세계 최초 국가다. 정치학 교수인 크리스티나 에귀사발은 “계몽된 엘리트들이 있었다”며 “이들은 가난을 줄여 일정 수준의 행복을 유지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소득 불평등이 확대되기는 했지만, 그 전까지 극빈층의 비율은 줄었다”고 덧붙였다.

 

욕심을 내려다 얻은 깨달음도 있었다. 에귀사발 교수는 “1970년대 남미 국가 가운데 산림 황폐화가 가장 심했다. 에너지는 대부분 수력 발전으로 생산되는데 댐은 말라가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이 푸르를수록 일자리는 더 많아진다”고 덧붙였다. 오늘날 코스타리카는 세계적인 ‘그린 개척자’(green pioneer)다.

 

카스트로 전 하원의원은 코스타리카가 행복한 여러 이유를 언급했다. 그는 “태어나기 전에 생명, 교육, 식량, 사회보장을 보장받는다. 전쟁은 오직 영화에서만 배우게 될 것”이라며 “그것이 ‘푸라 비다’”라고 말했다.

 

■ 소득보다 웰빙이 우선인 뉴질랜드

 

뉴질랜드 웰링턴에 있는 어린이 놀이터. 자료: 국제통화기금(IMF)

 

2019년 저신다 아던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 정부는 가정폭력, 아동빈곤, 주거 등 국가가 직면한 여러 장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예산을 공개했다. 이른바 ‘웰빙 예산 2019’(Wellbeing Budget 2019)는 정신 건강과 아동 복지, 원주민 동기 유발 지원, 생산적인 국가 건설, 경제 전환 등 다섯 가지 핵심 영역을 우선 순위로 뒀다. 정신 건강과 아동 빈곤 타파뿐만 아니라 가족 폭력 대처를 위해 수십억달러를 투자 계획을 담고 있었다.

 

인구 500만명인 뉴질랜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에 비해 복지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거둬왔다. 그러나 가정 폭력, 성폭력 등은 최악이며, 아동 빈곤도 심각했다. 뉴질랜드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최대 21만500명의 어린이가 빈곤에 허덕였다.

 

웰빙 예산은 국가가 좋은 삶을 구성하는 건강이나 교육, 지역사회 연대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해야 하도록 했다. 재무부 전 수석경제학자이자 빅토리아대 행정대학원장인 지롤 카라카오글루 교수는 “좋은 소식은 대화가 바뀌었다는 것”이라며 “소득보다 더 걱정해야 할 다른 것이 있다는 깨달음이 있다. 이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2019년 예산안은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지역 사회에 힘을 실어주고, 그 결과를 측정하기 위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카라카오글루 교수는 “절차는 원하는 결과를 얻는 데 매우 중요하다”며 “절차의 변화는 지역 사회가 변화를 주도하고 이를 위해 더 많은 발언권과 자원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에 대한 총체적인 접근 방식으로의 전환은 정부의 역할과 그 결과를 측정하는 방식의 변화를 뜻한다. 재무부 도미닉 스티븐스 수석경제학자는 “사람들에게 더 나은 결과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더 총체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웰빙에 대한 이해를 계속 쌓고 있지만, 고된 작업이다”고 말했다.

 

컨설팅 회사에서 사회정책 분야에 20년간 종사한 에밀리 메이슨은 “복지를 구현하기 위해 그에 합당한 조처와 의사결정 인프라가 필요하다. 과거와 현재의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는 물론 이를 연결해 측정하고, 개인의 일생을 개별적으로 살필 필요가 있다. 복지는 개인적인 것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소득보다 더 걱정할 것에는 정신건강이나 아동빈곤 타파 등이 있다. 예산안에는 정신 건강에 19억 뉴질랜드 달러(약 1조5천억원)를 투자하고, 총리가 각별히 신경 쓰는 아동빈곤을 줄이는 재정 지출이 포함됐다. 코로나19에도 일관되게 추진된다. 내각의 아동복지부(Child Wellbeing Unit) 책임자인 마리 브라운은 “청소년 복지 전략은 이들의 복지를 개선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코로나19는 이를 더욱 필요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감염 닷새 만에 코와 목에서 최고조에 이르러

 

국경없는 의사회(MSF)의 의료진이 1월 28일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코로나19 환자들의 정신건강 진료를 위해 등록을 하고 있다. 카라카스/로이터 연합뉴스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이틀 만에 바이러스를 주변에 전파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임페리얼 칼리지와 로열 프리 병원 등이 18살~29살 성인 34명에게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고의로 감염시킨 뒤 관찰한 결과, 코로나19는 감염 이틀 만에 증상이 나타나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게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애초 연구진은 잠복기를 5일로 예상했지만, 실제 결과는 이보다 사흘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임상 참가자에게 일부러 감염시켜 증상의 전체 과정을 관찰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는 코로나19 바이러스 10㎍을 코에 비말 형태로 뿌려 감염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감염 닷새 만에 코와 목에서 최고조에 이르렀다. 감염 기간은 평균 9일이지만, 일부는 최대 12일까지 감염되는 경우도 있었다. 연구진은 이런 결과에 비춰 보면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나거나 확진된 뒤 10일간 격리를 권장한 가이드라인은 합당한 것이라고 밝혔다.

 

참가자 34명 중 감염된 사람은 18명이었고, 심각한 증상을 겪은 이는 없었다. 감염 초기엔 목에서 바이러스가 많이 나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코에 더 많아졌다. 코 막힘, 콧물, 재채기, 목 부음 등이 나타났고, 일부는 두통, 몸살, 피로, 열 증상이 있었다. 13명이 일시적으로 냄새를 맡지 못했는데, 한 사람은 6개월 후에도 같은 증상을 호소했다.

 

이번 연구는 코로나19 초기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델타나 오미크론 변이와 전파력에서 차이를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다른 요인들은 델타와 오미크론 바이러스와 비슷해, 코로나19 방역에 연구 결과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했다. 박병수 기자

이주노동자·중국…혐오정치 또 꺼낸 윤석열

 

“외국인, 건보에 숟가락 얹어”

중국인 겨냥 무임 승차론 펴

2030남성·지지층 표심 잡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설날인 1일 인천시 강화군 강화평화전망대를 방문, 발언하고 있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제공.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설 연휴 기간 동안 사실상 중국인을 특정한 이주 노동자 ‘건강보험 무임승차론’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 등을 들고 나왔다. 이주 노동자에 대한 혐오 정서를 비롯해 온라인 공간에서 2030세대 일부에 퍼져있는 ‘반중 감정’에 편승한 주장이다. 앞서 여성가족부 폐지 등 젠더 갈라치기로 논란을 빚은 윤 후보가 막판 표심을 잡기 위해 차별과 혐오의 정치를 또다시 꺼내 들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 후보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이 잘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외국인 건강보험 문제 해결하겠다”고 썼다. 이어 “2021년말 기준 외국인 직장가입자 중 피부양자를 많이 등록한 상위 10명을 보면 무려 7~10명을 등록했고, 외국인 건강보험 급여지급 상위 10명 중 8명이 중국인으로 특정 국적에 편중되어 있다”며 “우리 국민이 느끼는 불공정과 허탈감을 해소할 방안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주 노동자들이 건보 재정에 ‘숟가락을 얹어’ 막대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주장으로, 사실상 중국인을 건보 재정 누수의 ‘주범’으로 겨냥한 것이다.

 

그는 이어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드 추가배치’라는 6글자 메시지를 올렸고, 지난 1일엔 “사드를 포함한 중층적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해 수도권과 경기 북부 지역까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우리 국민의 안전을 확실히 지키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 정책을 ‘친중 외교’로 규정한 뒤, 중국이 크게 반발하는 사드 추가 배치를 실행하겠다는 주장이다. 중국은 미국의 한반도 사드 배치가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우리는 집권하더라도 현 정부처럼 중국 눈치만 보지 않고, 할 말은 제대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의 이런 움직임은 2030세대 일부 남성들에게 퍼져있는 혐중 정서와 보수층이 갖고 있는 이주 노동자에 대한 반감을 자극해 선거에 활용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골수 보수 지지층을 적극 결집시키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처럼 이주민을 향해 전선을 치는 것”이라고 짚었다.

 

윤 후보의 ‘혐중 정서’ 자극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적극적이다. 그는 전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페이스북에 ‘고속도로 졸음쉼터 태양광 그늘막 설치’ 공약을 올리자 이 대표는 댓글로 “지금 이 타이밍에 중국 태양광 패널업체들을 위한 공약이 꼭 필요한가요”라고 반문했다. 중국 업체들이 전 세계 태양광 패널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이 후보의 공약이 중국 기업 배만 불려줄 것이란 주장을 펼친 것이다. 정치권에서 “어설픈 반중 코인 탑승 시도(이소영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 “재생에너지 현실에 대한 무지를 넘어 기후위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는지 의심스럽다(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제1야당의 대선 후보가 통합은커녕 지지층 결집을 위해 이주 노동자, 중국, 여성 등을 향해 혐오를 조장하는 캠페인을 벌이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달 28일 주한 미국 상공회의소 간담회에서도 “현 정부가 굉장히 중국 편향적 정책을 썼지만 한국 국민들 특히 청년들 대부분은 중국을 싫어한다. 중국 청년들도 대부분 한국을 싫어한다”고 말한 바 있다. 여성가족부 폐지와 성범죄 무고죄 처벌 강화 등으로 여성 혐오를 부추겨온 행태가 이주 노동자와 중국 등으로 확대된 셈이다. 이는 이대남(20대 남자) 표심 공략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젠더에 이어 ‘주적’이라고 한 북한, 혐중까지 모두 2030 남성을 공략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며 “또한 북·중 관계를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와 대비시키려는 전략인데, 혐오 전략이 중도층과 무당층까지 효과적일지는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윤 후보의 ‘혐중 전략’은 외교안보·경제적 측면에서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흥규 아주대학교 미중정책연구소장은 “윤 후보는 중국과 사드 보복 때보다 훨씬 더 강력한 적대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공약을 이야기하고 있어 대가가 클 수 있다”며 “아무리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공약이라 할지라도 국익과 실행 가능성을 생각하고, 실행했을 때 야기할 수 있는 부정적 결과에 대한 나름대로의 대응책과 복안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나래 기자

 

사드 추가 배치해 수도권 지킨다?…“미·중 경쟁관계 무시한 공약”

 

‘사드 추가 배치’ 공약 실효성 논란

윤석열 “수도권 방어 위해 사드 구매해 직접 운용”

북한 단거리미사일 저고도 비행 탓에 요격 어려워

‘중국 봉쇄’ 미국 포위망 동참 신호로 비칠 수 있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지난 1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포함한 중층적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해 수도권과 경기 북부 지역까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확실히 지키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후보 외교안보 공약을 담당하는 선대본부 산하 글로벌비전위원회 등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열어, 1조5천억원으로 미국에서 사드를 구매해 한국군이 직접 운용하겠다고 주장했다. 현재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는 미국 정부 예산으로 사서 주한미군이 운용한다. 성주 사드 포대는 사거리가 200㎞라 요격 범위가 수도권에 미치지 못하므로 북한의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수도권 주민 2천만명을 지키려면 사드를 추가 배치해야 한다는게 윤 후보 쪽 주장이다.

 

사드 추가 배치 주장의 쟁점은 크게 둘이다. ‘정말 사드가 수도권 주민을 지킬 수 있느냐’라는 군사적 실효성과 미국과 중국이 거칠게 충돌하는 국제관계에서 사드 추가 배치가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는 것이다.

 

자료 국방부.

 

현재 사드 기술수준과 북한 미사일 전력의 질과 양, 북한의 개전초 군사 전략 등을 감안하면 사드를 추가 배치해도 수도권 보호를 확신하기 어렵다. 발사된 북한 탄도미사일은 상승단계-중간단계-종말(하강)단계로 포물선 궤적을 그린다.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이 5분 안에 한국에 올만큼 한반도 종심이 짧아 상승-중간단계에서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기에는 시간이 빠듯하다. 한국의 미사일 방어망은 3번째 종말단계에 집중해, 고고도, 중고도, 저고도에 걸친 다층방어체계로 짜여있다. 구체적으로 △패트리엇2(20㎞ 내외 저고도) △천궁II와 패트리엇3 (30㎞ 내외 중고도) △사드(50~150㎞ 범위 고고도)로 3중 방공망이다.

 

사드 배치를 찬성하는 쪽은 유사시 북한의 미사일을 패트리엇, 천궁II 미사일 고도 위에서 한번 더 방어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드는 미사일 종말단계에서 고고도 요격에 쓰인다. 그런데 북한이 가장 많이 보유한 단거리 미사일인 스커드의 경우 고고도가 아니고 대부분 저고도로 비행하므로 사드로 요격하기가 어렵다.

 

북한이 사거리가 긴 중거리 노동미사일을 압록강 부근에서 정상 발사 각도보다 높은 고각도로 발사하면 국내에 떨어지는데, 이 경우에는 고고도여서 사드로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값싼 스커드 미사일을 대량 보유한 북한이 굳이 비싼 중거리 미사일인 노동미사일을 한국을 겨냥해 고각 발사할 이유를 쉽게 찾기 어렵다.

 

이런 주장은 미국 내 민간 전문가, 미 의회에서도 꾸준히 나왔다. 미 의회조사국(CRS)이 2015년 4월 발간한 <아태지역에서의 탄도미사일 방어:협조와 저항> 보고서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일본과 미국을 방어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한국은 도움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이 북한과 너무 인접해 있고 북한 탄도미사일이 낮은 궤적으로 비행해 수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북한이 미사일과 장사정포를 한꺼번에 쏘는 전면전 상황에서 사드가 북한 미사일을 완벽하게 방어하길 기대하긴 어렵다. 사드는 명중 효과를 높이려고 적 미사일을 겨냥해 요격 미사일을 2발이나 4발을 쏜다. 총 48개의 요격미사일로 꾸려진 1조5천억짜리 사드 1개 포대가 막을 수 있는 북한 미사일은 산술적으로 최대 24발이다. 북한은 스커드, 노동 등 1300여발의 탄도미사일을 북한 전역에 배치하고 있다.

 

자료 국방부.

 

일부에서는 ‘사드가 군사적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해도 없는 것보다 낫다’고 주장한다. 이는 사드 추가 배치로 중국의 경제 보복 등 한국에 불이익이 없을 때 가능한 이야기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글로벌비전위원회 소속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은 중국이 반발할 가능성을 낮게 본다. 그는 “2017년 (성주에) 사드를 배치했을 때 중국이 ‘주한미군 사드를 배치해서 반발하는 것’이라고 했다”며 “다시 말해 한국군이 자체적으로 자위권 차원에서 구매하는 사드라면 중국도 반발할 명분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사드를 구매할 경우에도, 이를 운용할 때는 주한미군 미사일 방어체계와 연동되므로 중국이 “한국 사드는 미국 사드와는 별개”로 간주할 지는 불투명하다. 5년전 사드 배치로 한-중 관계가 얼어붙었던 사례에서 확인했듯이 사드 추가 배치는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미국의 포위망에 동참하겠다는 신호를 국제사회에 내는 것이다. 사드 추가배치는 군사적 효용성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한미관계, 미-중 전략경쟁 등 국제 정세 등을 아우르는 전략적 판단 능력, 사드 배치 지역 설득 같은 소통능력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윤 후보는 극심한 미중 전략경쟁 국면에서 요동치는 국제질서에 어떻게 대응할지 전략적 설계도가 없다”며 “윤 후보가 사드를 둘러싼 미·중 전략 경쟁 같은 국제관계 현실을 무시한 채 보수층 표를 의식해 사드 추가 배치를 꺼낸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윤석열, ‘국민이 키운’ 슬로건 발표…“정권교체 당위 담았다”

 

‘국민이 키운 윤석열, 내일을 바꾸는 대통령’

“비정치인 윤석열 불러낸 건 국민” 의미 내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선대본)는 제20대 대통령선거 슬로건으로 ‘국민이 키운 윤석열, 내일을 바꾸는 대통령’을 선정했다고 3일 밝혔다. 비정치인인 윤석열 대선 후보를 불러낸 건 국민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정권교체를 이뤄내겠다는 의미 등을 담았다.

 

국민의힘 선대본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윤 후보의 슬로건을 발표했다. 선대본은 슬로건을 뒷받침하고 그 효과를 더할 수 있도록 각종 유세현장 등에서 적절한 캐치프레이즈를 활용해나갈 예정이다.

 

선대본은 이번 슬로건에 담긴 ‘국민이 키운’이라는 표현은 정권교체의 당위성을 내포한다고 설명했다. 비정치인이었던 윤 후보가 지금의 자리에 서게 된 모든 과정이 국민의 뜻이었단 취지다. 선대본은 “국민은 정권교체를 위해 기존 정치권의 인물에서 벗어난 새로운 리더십을 필요로 하고 있다”며 “윤 후보는 국민의 열망인 정권교체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고 밝혔다.

 

또 이번 슬로건이 ‘미래’ ‘나라’, ‘대한민국’ 등의 범위보다는 가장 가까이 마주하고 있는 ‘내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도 부연했다. 보다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변화를 이뤄내겠다는 윤 후보의 의지와 약속을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슬로건을 활용한 캐치프레이즈의 대표적인 예로는, ‘국민의 선택, 지금 바로 윤석열’을 들었다. 선대본은 “국민이 많은 후보 중 윤 후보를 선택하고 정치의 영역으로 불러낸 것을 ‘국민이 키운’ 과정이라고 한다면 ‘국민의 선택’은 그 결과”라며 “‘지금 바로 윤석열’은 국민의 ‘내일’을 지체 없이 변화시키겠다는 의지”라고 했다. 선대본은 그 밖에 다양한 캐치프레이즈를 사용해 슬로건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방침이다. 김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