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안보이익과 국제정의수호 논의"…추가파병·대가 협의 가능성

러 국방 "내년 5월 러 전승절 열병식에 북한군 초대"

환영공연·연회 참석 '환대'…국방회담서 전투단결·전략전술협동 강화합의

 

김정은, 러시아 국방장관 접견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북한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을 지난 29일 접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했다. 2024.11.30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북한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을 지난 29일 만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정부·군대·인민은 제국주의 패권 책동에 맞서 국가의 주권과 영토 완정을 수호하려는 러시아 연방의 정책을 변함없이 지지할 것"이라고 확언했다.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30일, 김 위원장이 전날 러시아 연방 군사대표단을 인솔하고 북한을 찾은 벨로우소프 장관을 접견하고 "친선적이고 신뢰적인 담화"를 나눴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벨로우소프 장관에게 "최근 미국이 취한 반러시아적 조치들은 분쟁을 장기화하고 전 인류를 위협하는 무책임한 행위로서 마땅히 국제사회의 규탄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미국과 서방이 키이우 당국(우크라이나)을 내세워 자국산 장거리타격무기들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게 한 것은 러시아 영토 분쟁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적 개입"이라고 주장하면서, "러시아가 적대 세력들이 상응한 대가를 치르도록 단호한 행동을 취하는 것은 정당 방위권 행사"라고 러시아를 두둔했다.

김 위원장의 이 발언은 최근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미국산 에이태큼스(ATACMS)와 영국산 스톰섀도 미사일을 제공해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게 허용한 것을 비판하고, 러시아가 이에 대응해 최신 극초음속 중거리 탄도미사일 '오레시니크'를 우크라이나로 발사한 것을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또 "미국을 위시한 도발 세력들이 러시아의 경고를 무시해 이로울 것이 없다는 것을 명백한 행동신호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김정은, 러시아 국방장관 접견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북한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을 지난 29일 접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했다. 2024.11.30
 

김 위원장과 벨로우소프 장관은 국방분야와 양국 간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발전, 양국의 주권과 안전 이익, "국제적 정의를 수호하는 문제들"에 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했고, "만족한 견해 일치를 보았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북러정상회담서 이룩한 합의에 따라 두 나라 관계를 "정치, 경제, 군사를 비롯한 제반 분야에서 보다 활력있게 확대 발전시켜나갈" 의지를 피력했다.

통신은 벨로우소프 장관이 이날 담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보낸 따뜻한 동지적 인사를 전했으며 김 위원장은 이에 깊은 사의를 표하고 푸틴 대통령에게 인사를 전했다고 했는데 이날 벨로우소프 장관이 푸틴 대통령의 친서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을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 타스,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벨로우소프 장관이 "북한은 절대적으로 독립적인 외교 정책을 추구하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라며 "이는 전적으로 김 위원장의 공로"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벨로우소프 장관은 내년 5월 9일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제2차 세계대전 승리를 기념해 열리는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북한군 부대를 파견할 것을 초대하면서 "이 초대에 대한 긍정적 결정을 기대한다"고 밝혔다고 러시아 매체들이 전했다.

러시아 매체들에 따르면 또 벨로우소프 장관은 러시아와 북한 군의 전투 형제애가 거의 8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1945년 해방과 1950∼1953년 한국전쟁을 통해 양측 우정과 협력이 강화됐다고 강조하면서 "내년 러시아와 북한이 각각 전승절 80주년과 광복(조국해방) 80주년을 기념하게 된다"고 말했다.

북한과 러시아 매체의 보도에 파병이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김 위원장이 러시아의 영토 완정 정책에 대한 북한 군대의 지지 입장과 군사분야 관계 발전을 언급한 만큼 벨로우소프 장관 방북 기간 추가 무기·병력 지원과 이에 걸맞은 러시아의 대가 제공 등이 논의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통신은 같은 날 노광철 국방상과 벨로우소프 장관 간 회담에서 "두 나라 군대 사이의 전투적 단결과 전략 전술적 협동을 강화해나가는 문제"가 토의됐다고도 전했다.

북한 국방성, 러시아 군사대표단 위해 연회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 북한 국방성이 29일 평양에 도착한 러시아 군사대표단을 환영하는 연회를 마련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했다.2024.11.30
 

같은 날 김 위원장은 벨로우소프 장관과 함께 러시아 군사대표단 환영 공연과 연회에도 참석했다. 벨로우소프 장관 방북 첫날 주요 일정을 대부분 함께하며 극진히 환대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국방성 주최로 4.25 문화회관에서 열린 환영 연회에서는 노광철 국방상과 벨로우소프 장관이 각각 연설했다.

노 국방상은 연설에서 "조러(북러) 친선이 불패의 동맹 관계, 전우 관계로 강화 발전"되는 것을 언급했으며 벨로우소프 장관은 "러시아 군대와 인민이 제국주의적 패권 전략에 맞서 벌리는 성전에 대한 조선당과 정부의 전투적 연대성"에 감사를 표했다.             <  서울·모스크바 연합 오수진 기자 최인영 특파원 >

김정은, 러시아 국방장관과 공연관람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북한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과 함께 지난 29일 공연을 관람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했다. 2024.11.30

영국 스카이뉴스 인터뷰서 밝혀
BBC “나토가 제안할 가능성 희박”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키이우/AP 연합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현재 우크라이나가 통제하고 있는 영토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보호 아래” 편입할 수 있다면 휴전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각) 영국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가 전쟁의 과열 국면을 멈추고 싶다면, 우리가 통제하는 우크라이나 영토를 나토의 보호 아래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는 대신 러시아가 현재 점령한 영토를 갖는 방안이 가능성이 있는지를 묻는 말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나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질문에 “가능하지만 아무도 제안하지 않는다”면서도, 국제적으로 인정된 우크라이나 국경(우크라이나 전역)에 나토 가입을 제안하는 경우에만 수락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현재 러시아가 통제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영토는 “외교적 방식으로” 되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카이뉴스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러시아의 통제권을 포함한 휴전 협상을 암시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7월 프랑스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에 점령된 해당 지역 주민들이 자유롭고 공정한 국민투표를 통해 러시아에 편입을 찬성할 경우 러시아의 통제권을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 가장 근접한 정도라는 것이었다.

우크라이나가 ‘영토 포기-나토 가입’ 휴전을 모색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말 탐사 보도 언론인 시모어 허시는 미국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과 러시아군 총참모장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점령지를 인정하는 대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묵인하는 내용의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주장했다.

비비시 방송은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이 언급한 제안 자체가 “굉장히 관념적”이라면서 “젤렌스키가 짚었듯 아직 아무도 이런 제안을 한 적이 없다”고 보도했다. 또 나토가 인터뷰에서 언급된 방식의 가입안을 고려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해석했다. 실제 그간 계속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초청 호소에도, 나토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의 가입을 원론적으로 지지할 뿐 직접적인 조처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 배경에는 현시점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러시아와 나토 간 직접적 갈등으로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있다. 러시아는 나토가 동쪽으로 확장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으며 동유럽에 배치된 나토 병력의 철수를 꾸준히 요구해왔다. 최근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는 양보하지 않고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포기한다는 전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와 우크라이나 휴전 협상을 논의할 의향이 있다는 로이터 통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많은 나라가 휴전을 제안하고 있지만 러시아의 재공격을 막을 수 있는 방식이 아니고서는 휴전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토만이 그러한 보장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젤렌스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가장 강력한 지지자”를 얻기 위해 “(미국의) 새 대통령과 함께 일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그의 주변 사람들의 의견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그와 직접 일하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소통을 주변의 누구도 방해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는 현재 약 20%의 영토가 러시아의 통제하에 있다.  < 한겨레 김지은 기자 > 

“일본제철이 유족에게 모두 1억원을 지급하라”

 

 
 
                             서울중앙지방법원. 
 

일제강점기 일본 기업의 생산 현장에 끌려가 강제노동한 한국인들의 피해를 일본 기업이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또 나왔다.

30일 법조계와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1 단독부의 구자광 판사는 지난 26일 강제동원 피해자 유아무개씨 유족들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일본제철이 유족에게 모두 1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유씨는 1927년 태어나 15세 무렵인 1942년 1월 일본 규슈 야하타 제철소에 끌려가 3년 넘게 일했다. 같은 재판부는 다른 강제동원 피해자 윤아무개씨의 유족이 낸 소송에서도 일본제철이 유족에게 1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윤씨는 1916년 생으로 1944년 10월부터 일본 가마시이 제철소에 강제동원돼 작업하다가 왼손 엄지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를 당했다.

재판부는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옛 일본제철의 행위는 당시 한반도에 대한 일본 정부의 불법적인 식민 지배, 침략 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반인도적인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면서 “피해자들의 당시 나이와 강제노동으로 고통받은 기간, 육체적·정신적 피해의 정도, 현재까지도 책임을 부정하고 있는 피고의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위자료를 산정했다”고 밝혔다.              <  한겨레 노형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