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떠나면 트랙터만 남아, 어떻게 가나요"

'트랙터 시위' 밤샘 대치…"차 빼라" "방 빼라"

남태령 고개 경찰차벽 28시간여 만에 철수해
오후 4시 45분쯤 사당역 방면으로 행진 시작
트랙터, 한남동 관저까지 진격…"국민의 승리"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봉준 투쟁단이 윤석열 대통령 구속 등을 촉구하며 트랙터 상경 시위에 나섰다가 서울 서초구 남태령에서 28시간 이상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남태령 인근에서 시민들이 경찰을 향해 "차 빼라" 등의 구호를 외치는 모습. 2024.12.22. 이호 작가
 

"경찰이 앞뒤로 차도를 막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데, 도대체 바라는 바를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혼자니까 걸어 나와서 집에 갈 수 있지만, 이 큰 트랙터는 통과시켜주지 않을 텐데 그러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시민들이 다 가 버리고 트랙터만 남는 게 너무 잔인한 장면인 것 같아요. 그래서 못 가겠어요. 떠날 수 없습니다."

남태령 고개에서 경찰 차벽에 가로막힌 농민들의 '트랙터 행진'을 응원하기 위해 22일 오전 서울지하철 4호선 남태령역 인근 시위 현장을 찾은 직장인 정 아무개(37) 씨가 전한 말이다. 정 씨는 농민과 시민들이 영하의 날씨에 밤샘 대치를 이어간다는 소식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접하고, 이른 새벽부터 서울 도봉구에서 지하철을 타고 남태령을 찾았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에 따르면 '전봉준 투쟁단' 트랙터 30여 대와 화물차 50여 대는 전날 낮 12시쯤 과천대로를 통해 서울에 진입하려다 남태령 고개 인근에서 경찰에 저지된 뒤, 그 자리에서 28시간 넘게 대치를 이어갔다. 밤샘 대치 소식이 SNS에 퍼지면서 이날 오후 주최 쪽 추산 3만 명의 시민들이 응원봉을 들고 모였다. 전날 오후 서울 시내 집회에 참가 뒤, 귀가하지 않고 이날 오후까지 남태령 고개를 지키는 시민도 있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봉준 투쟁단이 윤석열 대통령 구속 등을 촉구하며 트랙터 상경 시위에 나섰다가 서울 서초구 남태령에서 28시간 이상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남태령 인근에 세워진 트랙터 모습. 2024.12.22. 이호 작가
 

시민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 '광야에서' 등 민중가요와 함께, 윤도현 밴드의 '나는 나비',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로제의 '아파트', 윤수일의 '아파트' 등 노래를 따부르며 "(윤석열은) 방 빼라!" "(경찰은) 차 빼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오후 1시 40분쯤 남태령 고개로 시위를 지원하기 위해 진보당의 방송 차량이 진입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막기도 했다. 시민들은 "길을 터라" "길을 터라"라고 외치면서 경찰과 직접 몸싸움을 해 방송 차량의 진로를 열었다.

전농과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오후 2시부터 이곳 남태령 고개에서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구속, 농민 행진 보장 촉구 시민대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즉각 파면 및 체포, 특검을 요구했다. 시민들은 "내란수괴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 "수사거부 윤석열을 즉각 체포하라!" "행정파괴 내란공범 국민의힘 해체하라!" "거부권은 내란동조다 내란특검 수용하라!" "윤석열을 몰아내고 국민주권 실현하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갑성 전봉준투쟁단 서군 대장은 "윤석열이 하나 없어진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일제 앞잡이 하던 놈들이 지금도 사회 곳곳에 지도층에 앉아서 떵떵거리고, 박정희·전두환 유신잔당들이 지금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우리 민중들을 수탈하고 억압하고 있다"며 "해방 이후 지난 80년 동안 이 사회의 썩은 적폐들을 이번에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장은 "이때 (개혁)하지 못 하면 또 우리는 앞으로 억눌리고 수탈하는 세상에서 살아야 한다"며 "그래서 전라도, 경상도에서 전국을 휩쓸며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시민들은 큰 환호로 응원의 뜻을 전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봉준 투쟁단이 윤석열 대통령 구속 등을 촉구하며 트랙터 상경 시위에 나섰다가 서울 서초구 남태령에서 28시간 이상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남태령 인근에서 시민들이 경찰을 향해 "차 빼라" 등의 구호를 외치는 모습. 2024.12.22. 이호 작가
 

신지연 전국여성농민회 충남연합 사무처장은 "충남 부여에서 유기농 채소 농사와 토종쌀, 토종밀 농사 짓는 여성 농민이고, 전봉준 투쟁단이고, 비티에스(BTS) 팬 '아미'(Army)"라며 자신의 '정체성'을 소개했다. 신 처장은 "양곡관리법은 농민이 내가 쌀 농사 지은 것에 대해서 공정한 가격을 정할 수 있는 권리"라며 "생산할 때 1000원이 들었으면 1000원을 매기고 2000원 들었으면 2000원 매겨야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에게 양곡관리법에 대해 SNS에 대해 많이 알려달라고 호소했다. 시민들도 큰 박수로 호응했다.

하원오 전농 의장은 시민들을 향해 "진짜 고맙고 감사하다. 지난밤 밤을 새고, 또 오늘 이렇게 많은 분들이 농민들의 트랙터 대행진에 동참해주시고, 윤석열을 탄핵시키고 파면시키는 데 함께 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하다"며 거듭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하 의장은 그러면서 "전농은 트랙터 10여 대를 몰고 지금 우리는 대통령 관저로 달려갈 것"이라며 "우리 모두 이곳을 출발해 사당역까지 트랙터와 함께 행진을 할 것"이라고 했다.

시민들은 "나갈 때가 됐는데" "경찰은 차 빼" "윤석열 파면"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경찰을 향해 차벽을 해체하라고 촉구했다. 경찰은 시민들과 밤새 대치 끝에 약 28시간 만에 차벽을 철수시키고 행로를 열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야당 의원들이 경찰과 협상을 벌이면서 대치 국면 해소에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랙터와 시민들은 오후 4시 45분 사당역 방면을 향해 본격적인 행진을 시작했다. 행진로가 열리자 시민들은 "윤석열 잡으러 가자!"고 외쳤다.

상경한 30여 대 트랙터 중 10대는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방면으로 향했고, 전농과 비상행동 등이 한남 관저 인근 한강진역에서 주최한 집회에 합류했다. 오후 6시 45분쯤 트랙터가 최종 목적지인 관저 앞에 도착하자, 집회 참가자들은 "윤석열을 구속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농민들도 "국민이 이겼다" "농민이 이겼다"고 환호했다. 관저 인근에 모인 주최 쪽 추산 1만 명의 시민들은 윤석열 즉각 퇴진과 사회 대개혁 등을 요구하며 오후 7시 넘어 행진없이 해산했다.

연단에 오른 이춘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은 "윤석열 발끝까지 트랙터를 갖고 왔다"며 "밤샘 투쟁이 있었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 민들레 김성진 기자 >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봉준 투쟁단이 윤석열 대통령 구속 등을 촉구하며 트랙터 상경 시위에 나섰다가 서울 서초구 남태령에서 28시간 이상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남태령 인근에서 시민들이 경찰을 향해 "차 빼라" 등의 구호를 외치는 모습. 2024.12.22. 이호 작가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봉준 투쟁단이 윤석열 대통령 구속 등을 촉구하며 트랙터 상경 시위에 나섰다가 서울 서초구 남태령에서 28시간 이상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남태령 인근에서 시민들이 경찰을 향해 "차 빼라" 등의 구호를 외치는 모습. 2024.12.22. 이호 작가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봉준 투쟁단이 윤석열 대통령 구속 등을 촉구하며 트랙터 상경 시위에 나섰다가 서울 서초구 남태령에서 28시간 이상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남태령 인근에 세워진 트랙터의 모습. 2024.12.22. 이호 작가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봉준 투쟁단이 윤석열 대통령 구속 등을 촉구하며 트랙터 상경 시위에 나섰다가 서울 서초구 남태령에서 28시간 이상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남태령 인근에서 한 시민이 경찰을 향해 "차 빼라"고 외치는 모습. 2024.12.22. 이호 작가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봉준 투쟁단이 윤석열 대통령 구속 등을 촉구하며 트랙터 상경 시위에 나섰다가 서울 서초구 남태령에서 28시간 이상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남태령 인근에서 시민들이 경찰을 향해 "차 빼라" 등의 구호를 외치는 모습. 2024.12.22. 이호 작가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남태령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체포·구속 농민 행진 보장 촉구 시민대회'에서 트랙터와 시민들이 경찰 버스를 지나 한남동 대통령 관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2024.12.22. 연합뉴스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남태령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체포·구속 농민 행진 보장 촉구 시민대회'에서 트랙터들이 한남동 대통령 관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2024.12.22. 연합뉴스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진역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체포·구속 농민 행진 보장 촉구 시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트랙터를 보며 환호하고 있다. 2024.12.22. 연합뉴스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진역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체포·구속 농민 행진 보장 촉구 시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트랙터를 보며 환호하고 있다. 2024.12.22. 연합

 

남태령의 젊은이들 덕분에 이제 농민은 외롭지 않다

8년 전 박근혜 때와 너무 다른 농민 시위 광경

                                                                             김혜형 전업농부·작가

한밤중에 문득 깨고 보니 2시 40분. 계속 자려고 뒤척였지만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아 어둠 속에서 휴대폰을 더듬었다. 유튜브를 여니 실시간 영상이 뜬다. 아니, 오밤중에 웬 라이브? 열어보니 농민들(전봉준투쟁단)의 트랙터가 남태령 고개에 멈춰 있고 그 앞을 경찰차가 가로막고 있는데, 세상에… 놀랍게도 형형색색 응원봉을 든 젊은이들이 현장에 가득하다. 막차 끊긴 지 오래인 이 시간에, 국민 대다수가 깊이 잠든 한밤중에, 극심한 추위를 견디며 젊은 친구들이 길바닥에서 농민들과 함께 싸우고 있다니. 울컥, 목이 멘다.

8년 전 박근혜 때와 너무 다른 2024년 남태령 농민 시위 광경

2016년 박근혜 탄핵 때도 농민들은 트랙터를 몰고 서울로 올라갔었다. 딱딱한 아스팔트에 트랙터 바퀴가 닳고 기계가 망가지는 걸 감수하면서, 몇 날 며칠을 길에서 먹고 자며, 시속 20~30km로 기다시피 올라갔지만 양재IC에서 가로막혔다. 피로에 지친 농민들을 기다린 건 곤봉과 발길질, 그리고 체포였다. 당시 경찰의 폭행으로 3명이 다치고 28명이 연행되었다. 경찰에 맞아 머리가 깨져 피 흘리던 농민의 모습이 기억에 생생하다. 광화문의 촛불 시민에겐 휘두르지 못하는 진압봉을 상경한 농민의 머리 위로 망설임 없이 내리치는 공권력을 보며, 농민은 이 나라의 하층민이구나, 분노했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봉준 투쟁단이 윤석열 대통령 구속 등을 촉구하며 트랙터 상경 시위에 나섰다가 20시간 이상 대치를 이어간 22일 서울 서초구 남태령 인근에서 트랙터들이 멈춰 서 있다. 2024.12.22. 연합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봉준 투쟁단이 윤석열 대통령 구속 등을 촉구하며 트랙터 상경 시위에 나섰다가 서울 서초구 남태령에서 20시간 이상 대치를 이어간 22일 서울 서초구 남태령 인근에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2.22. 연합
 

8년 전과 어젯밤은 달랐다. 길을 틀어막고 체포, 연행하는 공권력의 태도는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하지만 가로막힌 농민들에게 막차를 타고 달려간 시민들은 8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이 많아졌고, 젊어졌고, 강인해졌다. 다수의 시민이 실시간으로 지켜보니 경찰도 전처럼 무차별 폭력을 쓰지 못했다. 8년 전 농민들은 외로웠으나, 어젯밤 농민들은 시민들의 환대와 응원으로 추위와 고단함을 잊었을 것이다. 저 유연하고 밝고 씩씩한 젊은이들을 좀비 윤석열과 부패한 국힘당 적폐들이 무슨 수로 이길 것인가. 그놈들은 절대 못 이긴다. 승패는 결정났다.

이젠 너희 젊은이들에게 감사를 돌려준다

젊은이들은 과거 계엄에 맞서 피 흘리며 민주주의를 지켜낸 앞세대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이제 그 감사를 저 젊은 친구들에게 돌려주고 싶다. 정말 고맙다. 그대들… 우리 세대가 다음 세대로 교체되는 것이 기껍고 반갑다. 지난 시대와 함께 늙어 소멸하는 것이 조금도 슬프거나 억울하지 않다.

 

 소식 듣고 시민 3천여명이 응원봉을 들고 모여들어 밤샘 대치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남태령 일대에서 막힌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의 트랙터가 경찰 버스로 막혀 있다. 지난 21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관저로 향하던 전농 회원과 트랙터 30여대와 화물차 50여대가 서초구 남태령 일대에서 가로막혀 시민들과 함께 밤새 대치했다. 김혜윤 기자
 

“청년들이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물건인 응원봉을 들고 탄핵 집회에 나서듯, 농민들도 자신이 가진 가장 값진 농기계인 트랙터를 끌고 상경한 것뿐입니다. 윤석열 정권은 장갑차도 국회에 끌어 들여놓고 트랙터는 무슨 이유로 막는 겁니까?”

남태령 고개에서 경찰 차벽에 가로막힌 ‘전봉준투쟁단’의 트랙터 행진을 응원하기 위해 22일 오전 서울지하철 4호선 남태령역 부근 시위 현장을 찾은 김은진(60)씨가 외쳤다. 이미 경남과 전남에서부터 상경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등의 트랙터 행렬이 전날부터 22시간 넘게 밤샘 대치를 벌여온 즈음이었다.

‘전봉준투쟁단’ 행렬이 남태령 고개에서 막혀 경찰과 밤샘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는 소식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공유되면서 이날 시민 3천여명(전농 추산)이 응원봉을 들고 모였다. 영하로 떨어진 한파 추위에도 시민들은 남태령역 위 8개 차로 50m가량을 가득 메웠고, 윤도현 밴드의 ‘아리랑’, 이정현 ‘바꿔’, 부석순 ‘파이팅 해야지’ 등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윤석열은 방 빼라!”, “경찰은 차 빼라!” 등의 구호를 한 목소리로 외쳤다. 여의도와 광화문 집회 때와 마찬가지로 현장에 함께하지 못한 시민들은 따듯한 국밥 등 배달 음식과 방한용품, 음료 등을 보내 마음을 보탰다.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남태령 일대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의 트랙터를 막은 경찰을 규탄하는 집회에 방한용품과 음료, 음식 등이 배달된 모습. 박고은 기자
 

시민들은 트랙터를 막고 있는 ‘경찰 차벽’이 부당하다고 입을 모았다. 집회 현장에서 책을 펴고 공부하던 신미영(23)씨는 “노무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 자리에 함께하지 않으면 스스로 떳떳하지 않을 것 같아 나왔다”며 “트랙터를 막고 있는 경찰들은 집에 돌아가도 떳떳하게 쉴 수 없겠지만 여기 시민들은 떳떳하게 쉴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농민들이 위험한 행위를 한 것도 아닌데 무조건 제재하는 건 민주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구로에서 온 정윤현(22)씨도 “집회는 신고제이지 허가제가 아닐뿐더러, 서울 입구에서 트랙터가 막혔다는 건 여전히 정부기관이 윤 대통령을 엄호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며 “윤 대통령은 소환조차 못 하면서 시민들의 기본 권리는 왜 막느냐”고 꼬집었다.

농민을 향한 연대의 목소리도 잇따랐다. 직장인 송아무개(29)씨는 “윤 대통령이 수차례 (입법) 거부권을 써온 것에 대해 불만이 컸는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도 양곡관리법 등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농민들만 잘살겠다고 양곡법을 주장하는 게 아닌데 거부권을 남발하는 건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군산에서 온 곽학종(55)씨도 “시민들이 따뜻한 쌀밥과 신선한 야채를 먹을 수 있는 건 농민들 덕분인데 당연히 연대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이번에도 청년들이 앞장서 이곳을 지키고 있다는 소식에 미안한 마음이 커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남태령 일대에서 막힌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의 트랙터 행렬에 시민들이 함께하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관저로 향하던 전농 회원과 트랙터 30여대와 화물차 50여대가 서초구 남태령 일대에서 가로막혀 시민들과 함께 밤새 대치했다. 김혜윤 기자 
 

이날 집회에는 농민, 교사, 성소수자, 청년 여성 등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시민들의 자유발언도 잇따랐다. 발언대에 오른 한 도덕교사는 “교사에겐 정치 중립의 의무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것(윤석열 탄핵)은 정치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옳고 그름의 문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생 허정재(25)씨는 “작년 겨울 성소수자 혐오를 견디지 못하고 한 친구가 세상을 떠났다”며 “국민이 주인인 민주 사회, 소수자 차별과 혐오 없는 사회, 농민분들이 승리하는 사회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 발언에 나선 한 여성 농민도 “농촌에서 살면서 때로는 외로움을 느꼈는데 오늘 모인 시민들을 보며 힘을 얻었다. 건강한 먹거리 농민들이 책임지겠다”고 외쳤다. 시민들은 “농민이 최고다”란 구호로 화답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트랙터를 막아선 경찰을 상대로 한 고발장이 접수됐다. 김경호 변호사는 서울 방배경찰서장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제3자 고발한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피고발인(서울 방배경찰서장) 및 피고발인의 지휘·감독하에 있던 경찰력의 행위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였음에 대한 문제제기”라며 “수사기관은 즉시 수사에 착수하여 구체적으로 어떤 지시가 어떻게 내려져 집행됐는지 면밀히 조사해달라”라고 요청했다. < 한겨레  박고은 기자 >

3번째 한국 군사정찰위성 우주궤도 진입 성공

● COREA 2024. 12. 22. 14:51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미국 캘리포니아주 밴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발사

 

 
 
한국의 세번째 군사정찰위성이 21일 오전 3시34분(현지시각) 미 캘리포니아주 밴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스페이스엑스(X)의 발사체 팰컨-9에 실려 발사되고 있다. 스페이스-엑스 영상 갈무리
 

2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밴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발사된 한국 군사정찰위성 3호기가 우주 궤도에 진입했다.

국방부는 “이날 오후 8시34분(현지시각 오전 3시34분)에 발사된 군 정찰위성 3호기가 발사 51분 뒤인 오후 9시24분경 발사체와 성공적으로 분리돼 목표궤도에 정상 진입했다”며 “이후 지상국과의 교신을 통해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찰위성 3호기는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엑스(Ⅹ)의 발사체 팰컨-9에 실려 발사됐다.

정찰위성 3호기 발사는 군 당국이 한반도와 주변을 감시하는 정찰위성 5기를 띄우는 ‘425 사업'의 일환이다. 유사시 군 당국이 북한의 도발 징후를 포착하고 타격하려면 정찰위성을 통해 북한 지휘부와 핵·미사일 기지 등의 동향을 파악해야 한다.

군사 정찰위성 1호기는 지난해 12월2일 미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 2호기는 지난 4월8일 미 케이프 커네버럴에서 발사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 정찰위성은 한국형 3축 체계 가운데 하나인 킬체인의 핵심자산”이라며 “군은 내년까지 정찰위성 총 5기를 띄우고 군집 운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3호기 발사로 1·2호기와 함께 군사정찰위성의 군집 운용이 가능하게 됐다. 군집위성 운용은 여러 개의 위성을 함께 운용하는 것으로, 특정 지역 관측 요청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특정 위성이 고장나도 나머지 위성들이 보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군사정찰위성 1호기는 광학·적외선(EO/IR) 위성이다. 광학 위성은 해상도가 높은 디지털카메라로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으나, 밤이나 안개나 구름이 많이 낀 흐린 날에는 표적이 보이지 않아 촬영이 어렵다. 적외선(IR) 위성은 표적에서 나오는 열을 감지해 추적할 수 있어 밤에도 촬영이 가능하지만 안개나 구름이 짙을 경우 촬영이 불가능하다.

2호기는 레이더가 지상으로 발사한 전파가 반사되어 돌아오는 신호를 수신해 영상을 만드는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이다. 해상도는 떨어지지만 주야간 날씨에 관계없이 지상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 이날 발사된 3호기도 합성개구레이더 위성이다. 한국이 1·2호기(전자광학·적외선 위성·합성개구레이더 위성)에 이번에 3호기 합성개구레이더 위성을 추가로 확보하면, 낮과 밤, 날씨에 상관없이 북한 지역을 한층 촘촘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  < 한겨레 권혁철 기자 >

BBC, ' 2024년 가장 인상적인 이미지 12가지’ 선정

 

제이티비시(JTBC) 중계화면에 잡힌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계엄군이 든 총을 손으로 막고 있다. 제이티비시 영상 갈무리
 

영국 비비시(BBC)가 꼽은 ‘올해 가장 인상적인 이미지 12선’에 지난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된 직후 국회 본청에서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계엄군의 총을 손으로 막은 장면도 포함됐다.

비비시는 21일(현지시각) ‘올림픽 서퍼부터 도널드 트럼프까지: 2024년 가장 인상적인 이미지 12가지’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비비시는 “한 한국 여성이 두려움 없이 총을 움켜잡고 있다”며 해당 장면을 소개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 포착된 장면으로 그는 국회의원들이 모이는 것을 막으라는 명령을 받은 중무장한 군인들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안 대변인의 굳건한 결단력과 나아가 그의 옷에서 반짝이는 강철 같은 빛은 19세기 영국 화가 존 길버트가 그린 잔 다르크 초상화를 떠올리게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안 대변인은 지난 5일 비비시와 인터뷰에서 “뭔가 머리로 따지거나 이성적으로 계산할 생각은 없었다”며 “순간적으로 그냥 몸을 던져서 (계엄군의 본청 출입을) 막았던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돌이켰다. 그는 “총칼을 든 군인들을 보면서 정당인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너무 많이 안타깝고 역사의 퇴행을 목도하는 것 같아서 가슴이 아팠다”고도 했다.

13일(현지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 버틀러 유세장에서 총격을 당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단상에서 내려오며 주먹을 머리 위로 쥐어 보이고 있다. 버틀러/AP 연합
 

비비시는 이밖에 7월13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대선 유세 중 암살 시도를 당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총알이 스친 오른쪽 귀에서 흘러내린 피가 입술까지 흐른 상태에서도 몸을 일으켜 주먹을 쥔 모습, 같은 달 29일 2024 파리올림픽 남자 서핑 예선 3라운드에서 역대 올림픽 단일 파도 점수로는 최고점인 9.90점(10점 만점)을 기록한 뒤 검지손가락을 치켜들고 보드 위에서 뛰어오르는 세리머니를 선보인 브라질의 서핑 선수 가브리엘 메디나가 공중에 보드와 나란히 떠 있는 모습 등을 꼽기도 했다.

7월29일(현지시각) 폴리네시아 타히티 테아후푸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남자 서핑 예선 3라운드에서 브라질의 가브리엘 메디나가 공중에 몸을 띄우고 세리머니를 선보이고 있다. 타히티/AFP 연합
 
2024 파리올림픽 개막식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했던 장면. 엑스(X·옛 트위터) 갈무리
 

2024 파리올림픽 개막식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했다가 ‘기독교 비하’ 논란이 일었던 장면, 아사드 53년 독재 정권 붕괴로 혼란스러운 시리아에서 지난 9일 시민들이 러시아로 망명한 바샤르 아사드 대통령의 아버지 하페즈 아사드 전 대통령의 동상을 넘어뜨리고 신발로 동상의 머리를 내리찍는 장면 등도 포함됐다. < 한겨레 이유진 기자 >

 

계엄군 총 잡은 안귀령 “막아야 한다, 다음은 없다 생각뿐”

 

 
 
제이티비시(jtbc) 중계화면에 잡힌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계엄군이 든 총구를 손으로 막고 있다. 제이티비시 영상 갈무리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된 직후 국회 본청에서 계엄군의 총구를 손으로 막은 행동에 대해 “그냥 ‘일단 막아야 한다, 이걸 막지 못하면 다음은 없다’라는 생각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비비시(BBC)는 5일 안 대변인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안 대변인은 “뭔가 머리로 따지거나 이성적으로 계산할 생각은 없었다”며 “순간적으로 그냥 몸을 던져서 (계엄군의 본청 출입을) 막았던 것 같다”며 “그 과정에서 (계엄군이) 제 팔을 잡고 막고 하니까 저도 밀치기도 하고 그랬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처음에는 계엄군을 처음 봐서 좀 무서웠다”며 “(계엄군과 대치하는 다른 시민들을 보고) 나도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들은 직후 안 대변인은 “공포감이 엄습했다”고 했다. 그는 3일 밤 11시를 좀 넘긴 시각에 국회에 도착했다고 했다. 계엄 선포 1시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안 대변인은 “헬기 소리가 들리기 시작해 대변인실 불을 껐다. 혹시 밖에서 불이 켜져 있는 걸 보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이후 달려간 본청에는 이미 계엄군이 와있었고, 그는 계엄군 진입을 최대한 저지하기 위해 다른 더불어민주당 당직자들과 함께 출입구 회전문을 안에서 잠그고 의자 같은 가구나 크고 무거운 물건을 문 앞에 쌓았다고 했다.

안 대변인과 비비시의 인터뷰는 비상계엄이 해제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진행됐다.

안 대변인은 전날 입었던 검은색 목 폴라티와 검정 재킷 차림이었다고 비비시는 보도했다. 안 대변인은 “총칼을 든 군인들을 보면서 정당인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너무 많이 안타깝고 역사의 퇴행을 목도하는 것 같아서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그러면서 “너무 슬프다”고 눈물을 훔쳤다고 비비시는 전했다.    < 한겨레 최윤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