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2000년의 역사는 참으로 끈질겼다. 기독교 존폐를 맞을 뻔한 위기도 수없이 있었고, 이단과 사이비 그리고 수많은 적들로부터도 기독교는 그 생명력을 잃지 않고 참 인내하며 올바른 길을 걸으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애를 썼다. 그래서 지금까지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사회가 부패하고, 삶이 부패하여도 종교가 그 자리를 지키며 종교가 지향하는 본연의 모습을 지키는 곳에 그 어떤 시련도 꿋꿋하게 본질을 이어갈 수 있었고, 그 본질이 또 다른 생명력을 낳기에 기독교는 참으로 늘 위기 때마다 수많은 잘못과 실수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늘 올바른 선택 앞에 자신을 무릎을 꿇리고 진리 앞에 서기 위하여 몸부림을 쳤다.
기독교 진리가 무엇인가? 두 마디로 요약해 보라면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이다. 이것이 바로 기독교의 핵심진리이다. 하나님 사랑이라는 말은 하나님만 바라보라는 의미가 아니라, 하나님의 본질을 파악하고 그 분의 길을 따라가라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하나님의 길이 무엇인가? 무조건적인 아가페적 사랑은 여기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길, 하나님의 도는 철저한 정의와 공의에 입각해 있는 길이요, 도이다. 하나님의 공의와 정의는 그 누구 편에 휩싸이지도 매몰되지도 않는다.
기득권자의 편도 아니라, 약자의 편도 더더욱 아니다. 하나님은 공의로운 자, 정의로운 자의 편이시기 때문이다. 성경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신앙은 무엇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가?
끝임없이 타오르는 인간의 본연적인 탐욕의 자리로 하나님을 초대하여 자신의 모습을 올려놓으려 하지 않는가? 신앙이 단지 자신의 개인적인 삶의 변화와 기복에 관심이 있다면 그것은 지극히 초보적인 신앙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물론 신앙은 철저하게 개인적인 것이지만, 동시에 지극히 공동체적인 운명을 안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신앙인 개인임과 동시에 공동체적 운명을 갖고 있다는 것은 교회는 개개인이 모여 공동체가 형성이 되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의 기독교는 개신교 복음이 전파된 지 백 년이 넘어선 지 오래다... 이제 어느 정도 성숙할 때가 되었는데... 여전히 성숙미는 찾아보기 힘들고 아직도 영글지 못한 설익은 냄새가 진동을 한다. 성숙한 신앙은 개인의 신앙을 너머 주위를 돌아볼 줄 아는 신앙이다. 개인적인 교회를 너머 이웃과 사회 그리고 나아가 민족과 세계를 품을 수 있는 신앙인이어야 한다. 기독교는 언제나 현실의 비겁한 행위에 대하여 단 한 순간도 멈칫거리지 않고 저항하고 또 저항하였다. 진리와 비진리 사이에서 기독교는 늘 갈등조차 하지 않고 진리 앞에서 당당하려 몸부림을 쳤다. 사실 몸부림을 치려 했던 것은 내적 외적과의 싸움이었다. 세상과의 싸움이자, 기독교 내부의 부패와 타락과의 싸움이었다. 세상과의 싸움에는 무엇보다 세상이 불의와 공의와의 긴장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준엄한 말씀에 처절한 기독교의 헌신과 몸부림은 처절하였다. 죽음까지도 자신을 내던지며 기독교의 본연의 정신과 사상을 지키려 했다는 것은 지금도 우리들에게 믿음의 유산으로 남겨져 있다. 기독교의 내부의 부패와 타락은 기독교 2000년 역사에서 언제나 기득권의 자리에 올라섰을 때마다 일어났다. 안전하다 평안할 때 스스로 자기 자신을 조심하고 지키지 못하고 자기 권력에 집착하여 불의에 대하여 침묵하는 교회를 너머 불의에 암묵적 동의뿐만 아니라 불의의 자리를 마다하지 않고 그곳을 향하여 축복의 손을 들어주는 교회는 언제나 그 뒷말은 처참했다.
기억해야 한다. 지금 우리의 자리는 어디인지, 하나님은 지금 우리의 자리를 보시고 무엇을 원하실 지…나는 지금 불의에 침묵하는 자인가? 신앙 안에서 자신을 진지하게 돌이켜 보자….
< 박세종 목사 - 토론토 예닮교회 담임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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