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되면 당선자에 대한 대접은 갑자기 달라지지만, 그 본성은 갑자기 달라지지 않는다. 대통령 당선이란 당사자에게 기적 같은 일이지만, 기적은 거기까지이다. 대통령 된다고 갑자기 더 판단력이 좋아지거나, 더 훌륭해지는 기적은 없다. 오히려 권력은 사람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기 쉽다. “저를 대통령으로 뽑아주신다면…”이란 말을 시민들이 심각하게 의심해봐야 하는 이유다.
대선 후보로 나서는 사람들은 보통 50∼60대이다. 주위의 50∼60대 사람을 잠시 떠올려보자. 그 사람이 변할 것 같은가? ‘인생의 관성’이 먹힐 대로 먹힌 상태라, 지금까지 살던 대로 살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기본 철학이나 태도는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이제 25주 남은 대선을 향해 대선 주자들은 ‘상습적’으로 “국민을 위해 ~을 할 것이다”라는 약속을 남발할 것이다. 그런 공약을 믿고 대선 후보를 찍는 것은 순진하거나 어리석은 짓이다.
공약은 갖다 버려라. 그들이 어떤 대통령이 될지를 알아보는 확실한 방법은 딱 한 가지다. 과거 무엇을 어떻게 하면서 살아왔는지 보면 된다. “~을 할 것이다”라고 미래에 대한 거짓말을 하기는 상대적으로 쉽다.
하지만 “~을 해왔다”는 과거의 경력을 가지고 거짓말을 하기란, 더군다나 집중 검증을 받는 대선 후보들에게는 쉽지 않다. “대통령으로 뽑아주시면… ~을 할 것이다”라고 ‘입’으로 하는 약속보다는 “~을 했다”는, ‘몸’으로 보여주는 ‘실천의 역사’를 믿는 편이 훨씬 낫다.
그 ‘실천의 역사’에서 다섯 가지를 주목하자. 첫째, 공정한 삶. 그가 정치인·언론인·법조인·기업인·교수 등 무엇이었든 간에, 그가 ‘입으로’ 공정사회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공정한 삶을 ‘몸으로’ 살아왔는지 살펴보자. 특히 그가 사회의 강자와 약자들을 어떻게 대해왔는지 볼 일이다.
둘째, 사람에 대한 판단력. 대통령은 국가의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의사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장관이나 비서 등 주위의 다양한 사람들의 조언을 참고한다. 이와 같은 이유로 리더의 판단력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 워런 베니스와 노엘 티시는 리더의 판단력 중 으뜸이 사람에 대한 판단력이라고 결론 내린 바 있다. 소위 대선 후보의 핵심 멘토가 누구인지를 보면 그를 알 수 있다.
셋째, 말과 행동. 그가 과거에 한 말과 행동이 일치해 왔는가이다. 그가 말로 한 약속을 몸으로 지켜온 사람이라면,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그럴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넷째, 위기상황에서의 의사결정이다. 대선 후보에 나설 정도의 인물이라면 살면서 여러 가지 개인 혹은 조직의 위기를 경험했을 것이다. 대통령은 국가 차원의 위기를 관리해야 할 사람으로 그가 과거 위기상황에서 어떤 의사결정을 했는지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자신의 실수나 잘못으로 인한 위기 속에서 어떤 행태를 보였는지 주목하자. 부인했는지 투명하게 밝혔는지.
마지막으로 좋은 결과. 리더란 모름지기 공정하고, 약자를 보호하면서도, 위기를 극복하고 결국에는 구성원을 위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더군다나 위기의 시대에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중요하다.
19세기 미국 작가인 제임스 프리먼 클라크는 “작은 정치인은 다음 선거를 생각하지만, 큰 정치인은 다음 세대를 걱정한다”고 말했다.
사실 요즘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서는 후보군을 보면 20~30대 ‘잉여세력’을 걱정하는 후보는 아직 보이질 않는다. 20~30대가 결정적 정치세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 그리고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점도 잊지 말자. ‘삶의 궤적’은 ‘미래 약속’보다 중요하다.
<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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