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재선거에서 구제금융 수용을 공약한 신민당이 파기를 주장한 시리자를 누르고 승리했다. 이로써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갔던 유럽 재정위기는 일단 봉합됐다. 유로화도 강세를 보이는 등 시장도 안도하는 분위기다. 신민당이 연정에 참여할 뜻을 비친 사회당과 손을 잡으면 과반 의석으로 연정을 구성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번 총선 결과만으로 그리스의 위기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며 유럽 재정위기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그리스 새정부는 국민이 수용할 수 있을 만큼 구제금융 조건을 완화하고 가시적인 경제회복의 성과를 내야 한다. 그러나 구제금융의 열쇠를 쥔 독일은 구제금융 이행기간 연장은 검토할 수 있으나 조건 변경은 불가하다고 쐐기를 박았다. 그리스는 마이너스 성장이 장기화하면서 세입이 줄고 국고는 고갈되고 있다. 구제금융을 받아봐야 빚을 갚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어 선택의 폭은 매우 좁다. 총선 결과에 관계없이 그리스 진출 외국 기업과 은행들이 출자 지분을 처분하거나 철수하는 상황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유로존 위기가 그리스를 넘어 경제규모가 훨씬 큰 스페인과 이탈리아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스페인의 경우 국가 신용등급이 투기등급 직전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스페인이 제한적 구제금융에 그치지 않고 전면적 구제금융을 신청할 가능성은 끈질기게 제기되고 있다. 만에 하나 그렇게 될 경우 스페인의 빚을 갚아줄 돈이 유럽에 없다는 점, 핵심국들이 스페인 국채를 대거 보유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다.
그리스 총선은 산 하나를 넘은 정도이며,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넘을 과제들이 아직 많아 이제 1부 능선을 지난 데 불과하다는 신중론에 귀를 기울일 만하다. 오는 28일 열리는 유럽연합 정상회의에서 획기적 해법이 나오지 않을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은 언제든 다시 요동을 칠 수 있다.
유럽 재정위기가 진정된 게 아니고 중장기 불안요인이 잠복해 있는 만큼 예상 밖의 국제금융시장 불안에 대비해야 한다. 이미 유로존 재정위기는 유럽연합의 경기침체로 이어지면서 우리 수출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럽연합 수입이 10% 줄면 우리나라의 대유럽연합 수출이 5.5% 줄어든다고 한다.
유럽 위기가 미국, 중국의 동반 침체로 전이될 경우 하반기 우리 경제는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 실물경제 하락을 막으려 경기부양책을 쓸 게 아니라 중장기적 체질개선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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