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일간의 장기파업을 풀고 지난달 18일 노조원들이 업무에 복귀한 문화방송(MBC)에서 살풍경이 펼쳐지고 있는 모양이다. 엊그제 나온 노조 특보를 보면, 회사 쪽이 5~7월에 보도국 12대, 시사제작국 4대 등 모두 16대의 HD CCTV를 설치해 구성원들이 감시의 공포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이 CCTV는 16배 줌인 기능까지 갖추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신문의 어느 면 기사를 읽는지, 인터넷으로 뭘 검색하는지 포착할 수 있다”고 노조는 주장한다.
노조 설명대로라면 CCTV는 기자·피디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도구일 가능성이 크다. 회사 쪽이 주장하는 도난 방지를 위해서라면 이처럼 성능 좋은 CCTV가 대규모로, 그것도 파업 기간에 설치될 이유가 없다. 하루 24시간 내내 머리 위에서 CCTV가 작동하는 문화방송 사무실은 ‘창살 없는 감옥’이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인권탄압을 감시·고발해야 할 공영방송 구성원들이 거꾸로 철저히 감시당하고 있는 셈이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그뿐이 아니다. 회사 쪽은 파업 참여를 이유로 1개월의 정직·대기발령을 받았던 노조원 20명에 대해 추가로 11월까지 3개월의 교육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징계가 끝난 뒤에도 파업 참가자들을 업무에 복귀시키지 않겠다는 ‘2차 보복인사’나 다름없다. 문화방송은 또 간판 시사프로그램인 ‘PD수첩’의 작가 6명을 일방적으로 계약해지하는 등 파업 뒤에도 치졸한 탄압을 그치지 않고 있다.
언론 자유를 스스로 옥죄는 것이나 진배없는 문화방송의 조처는 개별 방송사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공영방송을 쥐락펴락하고픈 이명박 정부가 김재철 사장을 ‘낙하산’으로 앉히고, 김 사장은 공정성을 외면한 채 권력 입맛 맞추기에만 열을 올리다 빚어진 일이다.
 
한국언론재단이 지난 6~7월 기자 667명을 상대로 실시한 ‘2012 기자 의식조사’는 이런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 조사에서 언론 자유를 옥죄는 주요 요인으로 ‘정부와 정치권력’을 꼽은 사람이 65.2%나 됐다. 이 비율은 2007년 23.3%였으나, 이명박 정부 출범 뒤 2009년 56.7%, 올해 65.2%로 크게 높아졌다.
문화방송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오는 27일 이사장 선임과 함께 최우선으로 문화방송 내부의 언론자유 탄압과 김재철 사장 퇴진 문제를 다뤄야 한다. 19대 국회 개원협상 때 ‘문방위에서 언론 청문회를 개최하도록 노력한다’고 합의한 여야도 조속히 약속 이행에 나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