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어제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공동 제소하자는 외교서한을 우리 정부에 보내왔다. 일본 쪽은 1965년 한일협정 때 맺은 분쟁해결 조약에 따른 조정도 요청했다. 우리 정부는 독도는 국제법·지리·역사적으로 우리 고유 영토이므로 영토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일본의 제안을 일축했다. 여기까진 마치 태권도의 약속 대련처럼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공방이다.
일본의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는 한쪽 당사국이 동의하지 않으면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없는 외교공세다. 법리적으로도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는 ‘양국 정부는 별도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양국 간의 분쟁이면서 외교상의 경로를 통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양국 정부가 합의하는 제3국에 의한 조정에 의해 그 해결을 도모한다’는 65년 분쟁해결조약과 모순된다. 일본이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를 ‘별도로 규정이 있는 경우’라고 우길 순 있겠지만 제소든 조정이든 우리 쪽이 거부하면 일본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국제사회를 상대로 한 홍보전밖에 없다.
그렇다고 일본 쪽의 공세가 전혀 의미가 없는 건 아니다. 일본이 50년 동안 잠자고 있던 국제사법재판소 카드를 꺼내들고 총력 공세를 하는 것 자체가 큰일이다. 노다 총리는 어제 관계장관회의에서 독도 문제에 대한 대외 발신의 강화, 영토 문제에 대한 체제 강화, 추가 대항조처 검토를 지시함으로써 독도를 장기적으로 집요하게 국제분쟁지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일본 쪽이 그동안 거론했던 통화스와프협정 연장 중단이나 차관급 이상 교류 중단 같은 강경책은 당장 들고나오지 않았지만, 긴장을 늦출 상황은 아니다. 총선을 앞두고 낮은 인기로 고전하고 있는 노다 정권에 이 대통령 독도 방문과 일왕 발언은 울고 싶었던 차에 뺨을 때려준 꼴이 됐기 때문이다. 차기 총리감으로 거론되는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이 93년 고노 담화가 명백히 인정하고 있는데도 ‘한국 쪽이 일본군 위안부를 일본군이 강제연행했다는 증거를 내놓으라’고 한 것과 같이, 국내 여론에 영합하는 정치인들의 역사 망언이 잇따를 가능성이 크다.
커다란 국익이 걸린 사안일수록 감정과 애국주의에 기댄 접근은 역효과를 내기 쉽다. 우리 쪽이 상대보다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는 독도 같은 사안은 더욱 그렇다. 정부는 이제라도 일본의 무차별 공세에 휘말리지 말고 실효지배의 이점을 살리면서 법·논리적으로 당당하게 대응해야 한다. 아울러 전략도 준비도 없는 돌출행동이 어떤 부작용을 낳았는지도 뼈저린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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