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타 바이러스 감염 조심

● 건강 Life 2012. 9. 17. 16:38 Posted by SisaHan
캠핑·잔디, 야외활동
한타 바이러스 감염 조심

요세미티 커리 빌리지 숙박자 감염으로 사망 공포
고열·호흡기 이상‥치사율 높아 예방·추적 등 비상

미국 캘리포니아주 중부의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서쪽에 위치한 요세미티 국립공원 내 커리 빌리지(Curry Village). 요즘엔 관광객과 야영객이 사라지고 얼굴과 손에 생화학용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한 과학자들만 이곳을 배회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쥐와 다람쥐 같은 작은 설치류를 잡는 덫을 놓는가 하면 여기저기서 숲속 동물들의 배설물을 채집하느라 분주하다. 오두막 주변에는 이중 펜스가 설치됐고 문마다 두툼한 놋쇠 자물쇠가 채워졌다.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커리 빌리지의 모습은 허구가 아닌 실제다. 이곳은 감염자 세 명 중 한 명이 사망하는 ‘한타바이러스(Hantavirus)’의 그라운드 제로 지점으로 외부인 절대 통제 구역이다. 
쥐와 모기 같은 인류에게 천대받던 동물들이 인간을 공격하고 있다. 직접적으로 몰려다니면서 위해를 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바이러스라는 더 무서운 매개체로 사람들을 죽게 하고 있다. 
설치류가 옮기는 한타바이러스, 모기가 원인인 웨스트 나일(West Nile)바이러스는 모두 ‘인수(人獸)공통 감염병(zoonosis)’의 원인체다. 치료약은 물론 백신조차 없다. 감염될 경우 인체가 자체 퇴치에 나서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하다. 이들 바이러스는 숙주의 특성상 사람의 몸속에서 증식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가축 전염병의 70% 이상이 인간에게도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에서는 동물이 옮기는 ‘바이러스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한타바이러스 공포는 지난 8월 말 촉발됐다. 커리 빌리지의 시그니처 오두막에 머물렀던 관광객 중 여섯 명이 한타바이러스에 감염돼 두 명이 숨졌다는 소식이 나왔을 때만 해도 미국인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요세미티 국립공원이 6월10일~8월24일 사이에 시그니처 오두막 예약자 3100명에게 이메일을 보내면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메일은 ‘폐질환을 유발하는 치사율 36%의 한타바이러스 감염 우려가 있으니 고열 및 호흡기 이상 반응이 나타나면 방역당국에 연락을 취해 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언론 매체들도 관련 사실을 앞다퉈 보도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한타바이러스에 노출된 투숙객이 1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시그니처 오두막은 철제나 목제 프레임에 두꺼운 흰색 직물로 벽과 지붕을 만든 텐트형 숙박시설이다. 내부에는 싱글 침대가 두 개 있고, 거울과 휴지통, 선반 등을 갖추고 있다. 호텔식 서비스를 받으면서 텐트 야영을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1년 내내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미국인들에게 인기가 많다. 보통 가족 단위로 3~4명이 한 오두막에서 숙박을 한다. 요금은 하룻밤에 40~144달러다. 예약자가 3100명이니 어림잡아 1만여 명이 한타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계산이다. 현재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한타바이러스 감염환자가 발생한 지점을 중심으로 91동의 오두막을 폐쇄하고 방역을 진행 중이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캘리포니아주에 한타바이러스 폐증후군 경계령을 내리고 흰발생쥐(deer mouse)가 옮긴 것으로 보이는 감염경로 추적에 들어갔다.

시그니처 오두막의 1만여 명 투숙객들 사이에서도 일대 소동이 일어났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스콧 게디먼 대변인은 “8월 말 한타바이러스 응급 상담전화 개통 후 하루에만 5000여 통의 전화가 걸려온 적도 있다”며 “커리 빌리지 내 다른 숙박시설 투숙객들도 한타바이러스 노출 가능성이 있는지 방역당국과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덟살 아들과 친구와 함께 커리 빌리지에서 이달 초 머물렀던 질 존슨(50)은 “한타바이러스에 감염됐을지 몰라 신경이 곤두선 상태”라고 말했다.
미국 사회는 웨스트 나일바이러스 공포에도 시달리고 있다. 감염자의 80%는 증세가 나타나지 않아 발병률은 비교적 낮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기에 물리고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은 심각하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는 한타와 웨스트 나일 같은 바이러스의 창궐 원인을 아직까지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구온난화를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한다. 지구 기온이 0.5도만 높아져도 모기 군집이 두 배로 증가해 말라리아 질병이 확산되고 바다 기온이 높아지는 엘니뇨가 발생하면 전 세계적으로 전염성 뎅기열과 콜레라, 설사병 등이 증가한다는 주장이다. 치명적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바이러스에 대해 인간이 아는 영역은 극히 일부분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인간에게 보내는 바이러스의 경고가 현실화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류의 역사는 곧 바이러스와의 투쟁사라고도 할 만큼 뿌리가 깊다. 고대 이래로 에피데믹(epidemic: 유행병)이 되풀이된 것은 이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전염병이 미래에 인류 멸망의 원인이 될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내놓고 있다.


「한타바이러스」는?

한타바이러스는 비교적 새롭게 발견된 축에 속하는 바이러스로 유행성출혈열(신증후 출혈열)의 원인균으로 알려져있다. 발견자는 한국의 이호왕 박사이다. 한탄강에서 세계 최초로 분리해낸 이 박사가 한탄바이러스(Hantaan virus)로 명명했고, WHO가 ‘신증후 출혈열’(Hemorrhagic Fever with Renal Syndrome,HFRS)로 확정해 사용하고 있다. 들쥐의 72~90%를 차지하는 등줄쥐(Apodemus agarius)의 배설물이 건조되면서 호흡기를 통해 전파된다고 추정되며 도시의 시궁쥐, 실험실의 쥐도 바이러스를 매개한다고 알려져 있다.
늦가을(10~11월)과 늦봄(5~6월)건조기에 많이 발생하며 야외활동이 많은 젊은 연령층 남자가 잘 감염되며 (남성 대 여성 환자비율은 약 2:1), 최근에는 소아에서도 환자가 나타나고 있다. 
감염되면 잠복기는 2-3주가 보통이고 5일 안팎의 고열과 그 뒤를 이어 단백뇨나 전신성의 출혈 경향 등이 나타난다. 감염된 사람의 1/3정도에서 증세를 보이고 이들 환자의 절반 가량은 중증 증상을 보여 치사율은 2-3%에 이른다.
 
신증후출혈열의 증세는 특이하여 발열기, 저혈압기, 핍뇨기(Oliguric Phase), 이뇨기, 회복기를 거친다. 주의할 것은 발열기에 오한, 근육통, 두통, 현기증이 있으며 심하게 허리가 아프고 구역, 구토 심한 복통이 있어 장염이나 맹장염으로 오진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햇빛에 탄 듯한 피부홍조가 뺨, 목, 어깨, 가슴, 등에 생겨있는지 결막이 충혈되어 있는지 겨드랑이, 가슴, 목, 얼굴, 연구개에 점상출혈이 있는지를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 
콩팥기능 상실과 단백뇨가 특징적이며 3~7일간 소변이 줄다가 하루 3~6리터의 많은 양이 나오는 이뇨기를 거쳐 증상이 회복된다. 
유행 지역의 산이나 풀밭에 가는 것을 피하고 가능한 한 피부의 노출을 적게 한다. 건조기에는 절대 잔디 위에 눕거나 잠을 자지 말아야 한다. 들쥐의 배설물에 접촉을 피하고 잔디 위에 침구나 옷을 말리지 말며, 야외활동 후에는 옷에 묻은 먼지를 털고 목욕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