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선을 관통하는 핵심 열쇳말은 ‘새로운 정치’다. 정치 개혁의 깃발을 전면에 펄럭이며 대선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후보 때문만이 아니다. 안 후보가 대선 출마의 변으로 ‘새로운 정치’를 들고나온 것은 기존 정당의 후보들을 ‘낡은 정치’의 프레임에 가두려는 정치적 포석의 성격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정치 문외한인 그를 대선 주자로 이끌어낸 가장 큰 동력이 새로운 정치에 대한 대중의 갈증인 점 또한 분명하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앞다투어 정치 쇄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도 이런 국민적 열망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제 관심의 초점은 세 후보가 내세운 새로운 정치가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고 진정성과 현실성을 갖추고 유권자들한테 다가올 것인지다. 새 정치 실현의 첫번째 리트머스시험지는 올해 대선의 선거전 양상이 될 것이다. 만약 이번에도 검증을 가장한 상대방 흠집 내기, 흑색선전, 의혹 부풀리기 등 구태의연한 선거 풍토가 되풀이돼서는 정치권은 새로운 정치를 운위할 자격이 없다.  새로운 정치는 선거운동의 변화 차원을 떠나 정치의 관행과 제도, 문화 등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작업이기도 하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새로운 정치의 모습을 보여줘야 할 사람은 바로 안철수 후보다. 안 후보는 정당에 기대지 않는 선거운동, 네거티브 없는 선거운동 등을 새로운 정치의 아이콘으로 제시했다. 이런 항목은 새로운 정치의 한 요소는 될 수 있을지언정 충분조건이 되지는 않는다. 새 정치를 실현할 정치조직 구성의 문제, 책임정치 구현 방안 등 ‘구호로서의 새 정치’가 아니라 ‘프로그램으로서의 새 정치’를 선보여야 할 책무를 안 후보는 안고 있다.
박근혜 후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박 후보는 지난 총선에서 정치 쇄신의 깃발을 내걸고 승리했으나 총선 이후의 행보를 보면 새로운 정치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과거사 인식을 둘러싼 새누리당의 난맥상, 측근들의 잇따른 비리 의혹에 대한 대처 방식 등에서도 나타나듯이 일인지배의 정치, 궁정정치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준길 전 새누리당 공보위원의 ‘안철수 교수 대선 불출마 협박’ 사건 등에서 보인 박 후보의 태도도 새로운 정치라는 구호를 무색하게 한다.

문재인 후보와 민주통합당의 경우 낡은 정치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할 가장 큰 압박을 받고 있다. 당내 패권주의와 계파정치 등의 타파 요구는 이미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강하게 분출됐다. 시민사회의 열정과 요구를 충분히 대변하지 못하는 폐쇄적 정당 구조, 사회변화에 대응하는 설득력있는 정책 비전을 내놓지 못하는 당의 무능력 등에 대한 해법도 내놓아야 한다.
낡은 정치와의 결별과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의 창출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새 정치에 대한 유권자의 열망에 누가 더 잘 부응하느냐는 바로 대선 승패를 가르는 요인이 될 것이다. 세 후보가 선의의 경쟁을 통해 선거의 수준, 나아가 한국 정치의 수준을 한 단계 높여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