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국방장관이 어제 강원도 22사단에서 벌어진 북한군 ‘노크 귀순’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김 장관은 귀순 사건을 분석해본 결과, 명백한 경계작전의 실패와 상황보고 체계상의 부실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또 적시에 정확하게 사실을 알려주지 못해 혼선을 빚게 한 점도 있었다고 말했다. 군의 총체적 부실을 자인한 것이다.
그는 이어 ‘밑에는 관대하고 위에는 엄격한’ 징계 방침을 밝혔다. 위관급 이하는 열악한 경계작전의 여건 속에서도 정상적인 근무를 했음이 확인돼 문책 대상에서 제외하고, 부실한 지휘 및 상황 관리를 한 것으로 확인된 상급 제대 주요 직위자들에겐 엄격한 규정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해당 사단의 사단장, 연대장, 대대장을 보직해임하고, 합참의 작전본부장을 비롯한 합참의 작전 라인을 대거 징계위에 회부했다. 군 역사상 경계 실패를 이유로 나온 최대 규모의 문책이라고 한다.
 
이제까지 군의 징계는 하위 직급엔 엄격하고 상위 직급엔 관대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이런 점에서 상급자를 엄벌하기로 한 이번 방침은 획기적인 면이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핵심은 누가 뭐래도 현장에서의 ‘경계 실패’임을 부인할 수 없다. 내무반 창문을 두드릴 때까지 철책이 뚫린 것도 모른 하위 병사들의 책임이 작지 않다. 어떤 이유로 위관급 이하는 ‘열악한 여건 속에서 정상 근무를 했다’고 판단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잘못이 없는 사람에게 벌을 주는 것도 문제지만 잘못이 있는 사람에게 벌을 주지 않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이번 징계는 여론을 의식한 정치적 처벌이고 상하 역차별이란 소리를 들을 만하다.
군은 또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계 병력을 보충하고, 5사단에서 시범운영중인 과학화 경계시스템을 2015년까지 모든 전방 사단에 구축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한마디로 돈과 인력으로 경계의 구멍을 메우겠다는 발상이다. 하지만 기강이 해이해진 상황에선 아무리 물량공세를 펴도 이런 사고의 재발을 막기 어렵다. 더구나 현재 5사단에서 운영중인 경계시스템에 대해 효과 대비 비용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판이다. 면밀한 검토와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대목이다.
 
군은 눈치보기 징계나 공허한 물량공세가 아니라, 강군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부터 진지하게 고민하기 바란다. 그 첫출발은 군 지휘부가 현실 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국가와 국민의 안위에만 신경 쓰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이번 대책은 여전히 문제의 핵심에서 벗어나 있다.